[연재소설] 이순신의 반역 | 제 27장 교토정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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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이순신의 반역 | 제 27장 교토정벌
  • 편집국
  • 승인 2021.08.09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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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유광남

[시사매거진278호] 그러나 1592년 임진, 1593년 계사년은 물론이고 그 뒤의 갑오, 을미년에 이르기까지 김충선은 수하 항왜병들을 각 조선의 군영으로 파견하여 조총의 제조와 기술 등을 전수(傳授)했었다. 당시의 활약상이 무군사(撫軍司 에도 영향을 미쳤던 것이다.

그러했습니까? 너무 유념(留念)마소서. 의당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광해군은 언제 그러했냐는 듯이 경계의 빛을 거두고 이제는 오랜만에 해후한 혈육처럼 챙겼다.

게다가 익호장군의 친구라니 이렇게 기쁠 수가 있는가? 마치 그가 살아 돌아 와서 내 앞에 있는 거 같구나. !”

세자의 그늘이 맴돌던 눈가에 이채가 반짝이며 눈물이 금방 맺혔다. 그는 동궁에서 외로웠고 왕 선조의 경계에 불안 했었다. 일부에서는 명나라의 주청에 대한 견해가 돌출되어 장자 임해군(臨海君)이 거론되고 있는 것도 상담한 심리적 압박이었다. 그래서 세자 광해군은 정신적 조울(躁鬱) 증상을 보이고 있었다.

세자 저하께서 이리 반갑게 맞이해 주시니 신 김충선 몸 둘 바를 모르겠나이다. 옥수를 거둬 주소서.”

아니다. 그대가 이 전쟁에 얼마나 큰 공을 세웠는지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그것은 분조의 내 임무가 무군사일기(撫軍司日記)를 작성, 관리하여 상감마마에게 보고했었기에 너무 자세히 기억하고 있다. 사야가 김충선이 이전(移轉)해준 조총의 기술로 말미암아 호남, 경상, 충청, 경기 등 전국의 관병과 병영에 총기가 제조되기 시작했다! 우리는 비로소 왜적들과 대등한 무기를 소유할 수 있게 되었다!”

광해군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이 순간 사야가 김충선도 콧등이 시큰거렸다. 장예지는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벅찬 감동으로 고개를 돌리고 울음을 터뜨렸다.

세자 저하께서 이리 격려해 주시니 실로 광영이옵니다.”

광해군은 김충선의 손을 놓지 않았다. 울음도 멈추지 않았다.

내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조선의 전 백성들이 토탄에 빠져 울부짖었도다. 나의 백성들이 부모형제의 죽음 앞에 통곡 하였다. 왜적의 힘은 너무 강하고 우리의 병기는 낡았도다. 상감을 따라 피난을 떠나는 길에 백성들의 원성이 내내 사무쳤다. 그 처량하고 비통한 피난길에서 맹세했다. 강한 조선을 만들고야 말겠노라고!”

강한 조선을 원하는 것은 비단 사야가 김충선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이순신의 가슴에도, 영의정 유성룡과 도원수 권율에게도, 그리고 목전의 광해군과 장예지에게도, 조선의 백성 그 모두에게 있었다. 김충선이 그런 광해군에게 소리쳤다.

진정 강력한 조선을 원하십니까?”

그렇다!”

통제사 이순신 장군을 구해 주십시오!”

왕세자 광해군의 표정이 급변하였다.

지금 이순신이라 했는가?”

.”

불가(不可)하다. 그는 상감마마의 표적(標的)이 되었다. 누구도 감당할 수 없다. 이순신을 구할 수 없다. 왕이 노리고 있음이다. 부왕은 무서운 집념의 소유자이다. 그를 가로 막으면 역적이 되고 만다. 누가 감히 역신이 될 수 있겠는가? 김덕령도 지키지 못한 내가 어찌 이순신을 지키랴. 불가하다!”

광해군은 눈빛을 고정하지 못하고 사방을 휘 둘러 보면서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억양도 불규칙했다. 이것은 병의 증상이라고 김충선은 생각했다. 세자 광해군은 현재 정상적이지 못했다.

저하, 고정하십시오. 소신은 세자 저하가 원하시는 모든 일들을 해 낼 수 있습니다!”

김충선은 그런 용기가 어디에서 치솟았는지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목전의 광해군을 대하게 되자 측은지심(惻隱之心)이 생기며 김덕령의 활달한 미소가 머릿속으로 가득 차올랐다.

고맙다 충선! 세자 저하를 부디 도와다오!’

김덕령이 사야가 김충선의 머리와 가슴속에서 그렇게 외치고 있었다. 광해군이 퍼뜩 제정신으로 돌아오며 물었다.

지금 뭐라 했느냐?”

김충선은 재차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익호장군 김덕령이 소신에게 세자 저하를 도와달라고 하십니다. 그에게 원했던 전부를 소신이 대신하겠습니다. 저하가 원하시는 강한 조선! 반드시 이루고야 말겠습니다. 소신을 믿고 통제사를 구해주십시오.”

광해군은 길게 늘어진 비단의복 자락을 펄럭이며 제자리로 돌아간다. 그의 뒷모습은 놀랍게도 평온해 보였다. 그가 좌정하며 돌아봤다. 웃음기가 없고, 병약한 기운도 사라져 있었다.

장계를 찾으러 왔구나!”

 

27장 교토정벌

흐림.

조선의 함대는 강하다.

나의 함대는 더욱 강하다.

최초로 조선의 군대가 일본내륙을 기습하였다.

수군을 제외하면 사 천이 넘는 병력이었다.

판옥선의 조선군들이, 의병과 승병들이 반드시 교토를

점령하고 천황을 사로잡아 항복을 받아 내리라!

조선의 평화를 파괴한 대가를 지불하게 할 것이다.

이순신 함대의 승리를 위해!

(이순신의 심중일기(心中日記) 1597년 정유년 323일 계축)

 

야음을 타고 김충선의 철포대와 곽재우, 정기룡 장군의 주력 정예 부대까지 일본의 해안으로 무사히 상륙했다. 이순신도 판옥선에서 내려와 최종 전술 점검에 합류했다.

선봉은 사야가의 철포대로 하고 그 측면을 곽장군의 의병과 삼혜의 승병으로 삼습니다. 정기룡장군의 정예병은 후방에서 지원하며 따를 것입니다.”

언제까지 후방 지원만 하라는 것은 아니시겠지요?”

정기룡의 시선이 작전을 지시하는 이순신에게 머물렀다.

내륙으로 진입하면 김 장군이 별도의 작전을 하달할 것입니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이곳 일본의 지형에는 김충선장군이 유리할 것이니 그의 지시에 따라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홍의장군 곽재우와 승병장이 동시에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난 그동안 무장하고 있는 판옥선 10척을 이끌고 동남간의 해안을 순회 하면서 왜선의 동향을 관찰할 것이요. 정장군의 군사 중 일부는 이곳 해안에 주둔하면서 판옥선과 수송함을 방비하시오.”

정기룡이 고개를 끄덕이며 김충선에게 고개를 돌렸다.

후방 부대의 지원 병력을 어느 정도 생각하고 있소?”

교토까지는 우리를 상대할 군사들이 주둔하고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만, 그 곳을 점령하게 되면 오사카 성의 히데요시 정예 병력 3천과 근교의 영주휘하의 병력 5, 6천이 급파 될 것입니다. 또한 나고야에서 대기하고 있던 예비 병력 5만 명의 이동이 예상됩니다.”

전원의 표정이 어두워 졌다. 아군의 병력은 수군을 제외 하면 4 천 여 명에 불과하지 않은가.

따라서 우리의 기습은 목표지점을 함락한 후 그 즉시 후퇴 합니다. 천황을 인질로 삼고 퇴각하면서 3차례에 걸쳐서 매복 병력을 설치할 것입니다. 바로 여기, 여기......”

김충선은 지도를 펼쳐 놓고 교토로 향하는 길목의 몇 군데를 손으로 짚으며 설명했다.

교토에서 퇴각하는 우리를 오사카의 히데요시군이 추격해 올 겁니다. 그때, 이곳에서 1차 저지 하십시오. 적들은 상당히 당황하고 많은 피해를 입게 될 것입니다. 우리 역시 전원 반격을 가할 것이고요. 적이 일단 물러나게 되면 우린 또 다시 해안을 향해 퇴각합니다.”

“2, 3차 매복 역시 같은 전술을 구사하여 왜적의 추격 의지를 꺾어야겠지요.”

그렇습니다. 그 뒤로는 조심스럽게 추격해 올 것이고 우린 시간을 벌어서 빠져 나갈 수 있습니다.”

이순신이 마지막으로 당부 했다.

우린 천황을 사로잡고자 왔소. 불필요한 행동은 절대 자제하시기 바라오. 또한 군사들에게 민간 백성의 살상을 금하고 조선 군인으로서 명예롭게 행동하라 주지시키시오!”

명심하겠습니다!”

드디어 출동이었다. 김충선은 철포대를 이끌고 전방으로 진격하였다. 그 뒤를 곽재우의 의병부대와 삼혜스님의 승군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지난 수 년 간 전쟁으로 단련된 그들의 몸놀림은 임진 초기와는 전혀 달라 있었다.

우리가 일본을 쳐들어 왔다!”

왜적의 심장부를 기습 공격이다.”

전쟁을 조기에 마감하기 위해서 우리가 왔다!”

조선의 군사들과 의병 등은 사기가 올라 있었다. 그들의 출현에 놀란 것은 일본의 선량한 백성들이었다. 김충선은 철포대를 이끌고 민첩하게 교토로 향하였다. 그는 오로지 한 가지 목표뿐이었다. 가장 빠른 시간에 일본 천황을 사로잡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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