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B의 오페라 리뷰] 라벨라오페라단, 150분간 '이탈리아 오페라의 정수' 성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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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B의 오페라 리뷰] 라벨라오페라단, 150분간 '이탈리아 오페라의 정수' 성료
  • 오형석 기자
  • 승인 2021.08.09 0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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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 “150분간 이탈리아의 정수로 시간여행을 떠난 듯
아득하게 황홀한 음악적 경험이었다. 귀와 시선을 뗄 수 없이  빠져들게 만드는 성악가들의 노래와 연기, 지휘, 연주, 의상 등 시각적 요소, 코로나로 지친 마음을 위로하는 듯한 선물같은 구성까지...

모든 것이 조화롭고 균형잡힌 무대에서 멈출 줄 모르는 전율과 에너지를 느꼈다. -예술이랑친해지기 whiteb-

7월의 마지막 날 – 예술의전당 콘서트장을 달군 강렬한 열기와 감동은 잊을 수 없다.

오페라의 대중화를 위해 탄생된 순수민간오페라단체 라벨라오페라단(단장 : 이강호)이 개최한 야심작!

이탈리아 오페라 하이라이트 장면만 모아듣는 클래식 <오페라 하이라이트콘서트 2_이탈리아 오페라의 정수>는 그야말로 종합선물셋트 같은 공연이자, 코로나 4단계로 직격탄을 맞아 침체된 예술계를 살리는 힘 자체였다.

코로나19의 위기로 예술가들의 삶이 뒤흔들릴법한 상황 속에서도 '오페라 대중화'의 꿈을 잃지 않은 라벨라 오페라단 음악가들이 한 무대에 섰다. 한 분 한 분 또렷한 음색, 개성, 실력을 갖춘 대한민국 대표 19명의 성악가들, 정통 교향악단 60인조 뉴서울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브릴란떼 어린이 합창단이 양진모 지휘자의 탁월한 곡 해석과 만나 더욱 생동감있고도 격정적인 명곡들을 선보이며 관객들을 매순간 공명시켰다.

성악가들의 생동감 넘치는 노래와 연기에서 삶과 오페라계 득이 닥친 고난을 예술의 힘으로 극복하려는 강한 의지를 엿봤다. 음악가들도 관객도 150분간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몰입하다 마지막에 극한의 감동. 울컥. 벅차오름. 끊임없는 박수소리... 그야말로 이탈리아 오페라의 정수에 흠뻑 매료되는 순간이었다.

베르디 <운명의 서곡>으로 웅장하게 시작된 공연은 메조소프라노 여정윤님의 간결하고도 상쾌한 진행과 해설 덕분에 우리 곁에 더욱 친숙하게 다가왔습니다. 한 번쯤 들어봤음직한 클래식 음악과 핵심스토리를 미리 듣고 감상했기에 작품에 더 폭 빠져들 수 있었고, <이탈리아 오페라의 정수>만 모은 오페라답게 150분간 이탈리아의 핵심을 여행하는 듯한 묘한 설렘을 느꼈다.

세계적 프리마돈나 강혜명, 오희진, 이다미, 김연수, 이재식, 우범식, 석상근,우경식, 이현재, 양석진, 고민진, 김효주, 서지혜, 신성희, 권희성, 원유대, 조철희 등 이름만 들어도 반가운19명의 성악가가 출연, 무대를 꽉 채웠다. '믿고 보는 오페라' 라는 타이틀을 가진 안주은 연출의 섬세한 소통력과 탁월한 연출 감각이 작은 부분까지 절로 느껴지는 공연이었다.

1부는 모차르트 <돈 죠반니>, 벨리니 <노르마>, 도니제티 <라 파보리타>, 도니제티 <사랑의 묘약>, 브릴란테 어린이합창단이 깜짝 등장해 부른 도니제티 <푸푸 아일랜드> 도니제티 <카르멘>, 도니제티 <안니 볼레나>로 구성되었다.

제주가 낳은 세계적 프리마돈나 소프라노 강혜명은 벨칸토 창법을 기품있고 안정된 호흡으로 구사하며 오페라 <노르마> 중 ‘정결한 여신’을 불렀다. <푸치니> '내 이름은 미미' 에서 블랙에서 연두빛 드레스로 갈아입은 그녀가 '눈이 녹는 그 때가 오면 떠오르는 첫 번째 태양은 제것' 이라며 로돌프를 향해 노래할 땐 그녀가 상상하는 세계 속에 함께 깃든 듯 감정들이 세밀하게 살아 움직였다.

<한 명이 아니고 세 명의 안나 볼레나가 무대에 올랐다. 지난 2015년 국내 초연된 도니제티 오페라 ‘안나 볼레나’에서 타이틀 롤을 맡은 강혜명, 그리고 올해 5월 6년 만에 다시 공연된 ‘안나 볼레나’에서 주인공을 열연한 오희진과 이다미 등이 아리아 배틀을 벌였다.

‘고막 여친’ 세 사람이 쏟아내는 노래는 감동의 분수가 되어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냈다.

강혜명은 벨칸토 오페라를 대표하는 시그니처 곡 중 하나인 벨리니 ‘노르마’의 ‘Casta Diva(정결한 여신)’를 불렀다. 신탁을 받기 위해 달에게 기도를 바치는 여사제의 경건한 아름다움을 마음껏 뽐냈다. 그리고 푸치니 ‘라보엠’의 ‘Mi chiamano Mimi(내 이름은 미미)’에서는 썸을 타는 로돌프에게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은 사랑과 봄, 꿈과 환상을 표현하는 ‘시’라며 살포시 속내를 드러내는 여인이 되기도 했다.

오희진은 ‘안나 볼레나’에 흐르는 ‘Al dolce guidami(내가 태어난 아름다운 성으로)’를 들려줬다. 간통죄를 뒤집어 쓴 뒤 사형이 확정되자 정신착란에 빠진 비련의 왕비가 토해내는 절규는 절절했다.

이다미는 수년간 수도원 동굴 속에 숨어 살며 신에게 마음의 평화를 달라고 간청하는 베르디 ‘운명의 힘’의 ‘Pace, pace mio Dio(신이여 평화를 주옵소서)’에서 애절한 마음을 선보였다.

'메가뉴스 민병무 국장 기사에서'

<사랑의 묘약> 중 네모리노 역 아리아인 ‘신비로운 묘약! 내 것이 되었네!’를 소년처럼 맑고 순수하며 말끔한 음색으로 노래한 꽃미남 테너 이현재는 여심을 녹였다.

깜짝 선물같았던 브릴란떼 어린이 합창단은 알록달록 풍선을 들고 등장. 8월 28일부터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 예정인 키즈 오페라 <푸푸 아일랜드>의 메인 테마송 ‘푸푸송’과 비제 <카르멘> '교대하는 병정들' 을 선보여 관객들의 동심을 자극했다.

20분간의 인터미션 후 마스까니 <까발레리나 루스티카나> 간주로 막을 연 2부에서는 베르디 <가면무도회>, <일 트로바토레>, <돈 카를로>, 푸치니 <라보엠> 주요 장면과 출연진 전원 <투란도트> 중 넬슨 도르마를 합창했다.

테너 이재식은 베르디 <일 트로바토레> '타오르는 불길이여' 에서 뛰어난 성량으로 무한 에너지가 활활 타오르는 듯한 열창을 선보였다.

바리톤 석상근은 베르디 <가면 무도회> '너였구나! 내 명예를 더럽힌 자가’를 복수에 찬 레나토를 박진감과 비장함 넘치는 노래와 표정으로 실감나게 살려냈다.

베이스바리톤 우경식은 보스의 화려한 여성 편력을 고자질하는 모차르트 <존 조반니>의 '카탈로그의 노래’를 또렷하고 훤칠한 외모처럼 노래까지 멋지게 소화했다.

테너 이재식과 바리톤 우범식은 <돈 카를로> ‘함께 살고 함께 죽는다’를 듀엣으로 불러 환호를 이끌어 냈다.

<콘서트 오프닝곡과 피날레곡이 전하는 메시지는 강렬하고도 묵직했다. 베르디 ‘운명의 힘’ 서곡을 통해서는 비록 팬데믹 상황이지만 ‘음악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오페라인들의 운명적 소망을 대변했다.

또한 푸치니 ‘투란도트’의 ‘Nessun dorma(아무도 잠들지 말라)’를 출연자 모두가 합창으로 부를 땐 지금의 고난과 싸워 반드시 이기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읽혀졌다.

'메가뉴스 민병무 국장 기사 중'

공연의 피날레는 전 출연진이 등장, 일렬로 서서 푸치니의 <투란도트> ‘아무도 잠들지 말라’를 함께 불렀다.

코로나19로 더 열악해진 오페라계 위기에 맞서 더 빛나는 결의로 선 이들 - 오케스트라와 19명의 성악가들로 꽉 찬 무대에서 관객들은 벅찬 기쁨을 느꼈습니다. 가슴에서부터 터져 나온 듯한 관객들의 박수갈채는 끊일 줄 몰랐다.

<지난 7월 31일 오후 5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라벨라오페라단의 갈라콘서트 ‘이탈리아 오페라의 정수’가 개최되었다. 그 공연을 보는 동안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주제를 잡는다면 ‘기다림’이 아닐까 싶다. 라벨라 오페라 스스로도 오페라가 언젠가는 꽃피우리라는 뚝심으로 15년째 올인해온 것처럼…

보자. 19명의 성악가들이 대거 출연한 가운데 뉴서울필의 반주와 마에스트로 양진모의 지휘 아래 펼쳐진 콘서트의 첫 테입도 ‘기다리겠다’는 노래다. 소프라노 최영신과 원유대가 부른 모차르트의 돈조반니 중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는 돈나 안나와 돈 옥타비오가 안나의 아버지를 살해한 돈죠바니를 끝까지 복수하겠다는 맹세의 노래다. 복수의 날을 기다리리다!

소프라노 홍선진 서지혜 고민진, 테너 권희성, 베이스 우경식 양석진 등이 함께 부른 ‘이렇게 캄캄한 곳에 혼자’(돈죠바니 중) 역시 수모를 당하는 레포렐로가 자신의 누명이 벗어지는 그 순간을 기다리는 내용이다.

디바 소프라노 강혜명이 부른 벨리니의 노르마 중 ‘정결한 여신’이 신탁을 받기 위한 기다림의 노래라면, 바리톤 우범식이 부른 도니제티의 라 파보리타의 ‘오라, 레오노라여’는 레오노라를 지켜주는 자신의 마음을 그녀가 언젠가 알아주기를 기다리는 알폰소의 애절함이 한 여름 땀처럼 뚝뚝 떨어진다.

어디 이뿐인가? 소프라노 김연수와 테너 이현재는 사랑의 묘약 ‘신비로운 묘약! 내것이 되었네!’에서 기다리다 보면 아디나가 자신을 사랑하리라는 네모리노의 마음이 역력하다.

소프라노 이다미는 도니제티 안나볼레나 ‘내가 태어난 아름다운 성으로’ 를 통해 안나 볼레나가 간통죄로 몰려 사형이 확정된 순간을 노래하지만, 어쩌면 그 마음에는 자신의 억울함이 언젠가는 풀려지기를 기다리는 마음도 있을 게 분명하다.

바리톤 석상근은 베르디 오페라 가면무도회의 ‘너였구나! 내 명예를 더럽힌 자가’를 부르며 아멜리아와 리카르도가 자신을 배신한 것에 대해 반드시 복수하리라, 그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결기가 담겨있다.

테너 이재식이 노래한 베르디의 일 트로바토레 중 ‘타오르는 불길이여’는 만리코가 루나 백작에게 복수할 날을 손꼽아 기다리겠다는 강한 복수심이 메스날처럼 날카롭다. 시원한 목소리에 청량한 바람이 불었다.

이날 공연의 주제를 가장 함축적으로 드러낸 레퍼토리는 전 출연진들이 다 함께 소리로 빚어낸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의 ‘네순 도르마’다. 새벽이면 기다리던 승리를 반드시 손에 거머쥔다는 확신! 이 노래에는 라벨라오페라단 이강호 단장의 의지가 담겨있다.

이강호 단장은 지금도 기다리고 있다. 전 국민이 오페라를 사랑하는 그날까지 자갈밭 가시밭 가리지 않고 꿋꿋히 걷겠다는 의지를 꺽지 않고 있다.

'월간리뷰 김종섭 대표 페이스북'

이번 공연은 대한민국 최초 오페'라 다큐멘터리인 <오페라도 즐거워>의 카메라 속에도 담긴다. 오페라 저변 확대를 위해 제작되고 있으며 내년에 공개될 예정이다.

<음악가는 무대 입장 첫발을 내딛는것에서부터 퇴장까지가 예술입니다. 라벨라오페라 무대에 선 모든 성악가와 연주가는 기본, 특히 강혜명 선생님의 무대를 보며 더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연주 내내 '고음에서 감정선을 표현할 때도 전혀 흔들림 없이 깨끗한 음색을 내면서도 표정이 참 편안했다'는 것과 '손동작 하나하나까지 음악을 표현하는 수단' 이었다는..블랙드레스를 연두빛 드레스로 갈아입고 입장하는 순간, 역시 드레스 선택까지 탁월한 프리마돈나였어요. 언젠가 제 작품에서도 꼭 다시 뵙고 싶어집니다.

'JK 아트컴퍼니 정동자 대표 소감'

사단법인 라벨라 오페라단은 2007년 5월 1일 창단한 순수 민간 오페라단체로 “감동이 있는 공연” 이라는 모토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예술성을 최고가치로 두되 오페라의 보편화와 대중화를 목표로 관객과 함께 명품오페라 공연을 만들어 가고있다.

더 나아가 한국오페라의 자존심과 실력으로 세계 오페라 시장을 주도해 나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라벨라 성악 콩쿠르, 라벨라오페라스튜디오 등 오페라와 클래식 문화전반에 관한 사회공헌 사업과 문화 창조사업을 비롯, 관객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수준높은 프로그램 개발, 클래식 엔터테인먼트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며 믿고 보는 오페라 공연을 실현하고 있다.

라벨라 오페라단은 자체 오페라 하우스 건립을 최종 목표로 한다. 오페라가 가진 아름다운 본질을 지켜 나가는 순수 민간 오페라 단체로서 다양한 문화 사업을 창조하는 중심이 되고자 움직이고 있다.

하얀B (최현아)

□ 하얀B 프로필

예술이랑친해지기 클럽장 

화이트비그룹 디렉터 

오형석 기자 yonsei686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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