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매거진] 임농(林農) 하철경 화백이 오는 8월 4일부터 10일까지 인사아트프라자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하철경 화백은 남농 허건 선생의 수제자로 남종산수화의 맥을 이어온 한국 수묵화의 원로이자 대가이다.
임농 화백은 전통에 기반을 두면서도 현대적으로 풀어낸 독창적인 화풍으로 한국화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계승·발전시켜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미 하 화백은 국내를 비롯해 중국, 일본, 러시아, 독일, 미국, 프랑스 등지의 국가에서 64회의 개인전을 개최하고 1000여회의 그룹전과 초대전 등에 참여하는 등 현역작가로서 왕성한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진도군 군립미술관에 150점의 작품을 기증한 바 있다. 한국예총 회장과 한국미술협회 이사장 등을 역임 한바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대흥사의 봄', '여름날', '하일(夏日)', '산길', '송광사의 봄', '봄', '변산의 겨울바다', 설악산', '대흥사의 가을2', '내소사', '만추' 등 대자연의 풍경을 화폭에 담은 40여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 다음은 미술평론가 김종근의 평론이다.
옛 고사성어에 청출어람이청어람 (靑出於藍而靑於藍)이란 말이 있다.
푸른색은 쪽에서 취했지만, 쪽빛보다 더 푸르고(靑取之於藍而靑於藍) 얼음은 물이 이루었지만, 물보다도 더 차다(氷水爲之而寒於水)는 말이다.
푸른색이 쪽빛보다 푸르듯이, 얼음이 물보다 차듯이 면학을 게을리하지 않고 계속하면 스승을 뛰어넘는 학문의 깊이를 가진 제자가 되어 스승보다 더 뛰어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임농(林農) 하철경 화백에게서 나는 이제 그러한 기쁜 예감을 받는다. 임농 화백이 지금까지 걸어온 치열하고 한순간 쉼 없는 열정을 보면 더욱 그렇다.
물론 동양화가 조금 작업시간이 빠르다고는 하지만 64회에 이르는 개인전이란 누구나 가능한 것은 아니다.

임농 화백의 작업세계와 현장 사생에서 완성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보면서 남종화의 거목 스승 남농에 미치지 못한 것이 도대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한국화를 현대적 점묘화 법으로 계승한 수묵화의 대부로 평가받는 남농 화백은 사실 하철경 화백에게 아버지와 다름없었던 그의 마지막 수제자이자 사위이다.
임농은 1977년 남농의 문하생으로 입문한 인연으로 남종 산수화의 명맥을 지켜온 수묵화의 중심으로 표현양식을 수묵전통에 두면서 현대적인 기품과 표현으로 독보적인 화풍을 구축해왔다.
특히 임농은 번거로움을 마다치 않고 팔도 전국을 직접 찾아 현장을 사생하며 작업을 마무리하는 현장의 작가, 야생의 작가이다.
그 증거를 이번 작품전에서 유감없이 선보인다.

단풍이 깃든 대작 <심추>,겨울 바다의 황량함을 그대로 드러낸 <변산의 겨울 > 등은 임농의 회화의 격조와 면모가 그대로 살아난 걸출한 풍광들이다.
특히 봄날 대흥사의 산사에 꽃이 슬며시 끼어든 아침 풍경, 성산 일출봉의 산행이 주는 단아함, 초여름에 물씬 풍기는 설악의 여름, 그리고 그대로 흔들면 바로 낙엽이 떨어질 것 같은 영상 같은 <만추 >와 <산사추일> 등은 수묵에 채색이 깃들어지면 이렇게 멋진 작품이 거침없이 탄생하는지를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필자는 일찍이 임농의 화풍을 “거친 붓질에서는 역동성이, 담백한 시선의 여유와 치열한 긴장감이 한 화폭에 어우러지는 화폭에서 임농의 진정한 예술성과 새로움을 발견한다.”고 피력한 적이 있다.

투박하지만 세심한 필치로 충실하게 화면에 가득 찬 풍경, 종종 여백과 절제, 자유분방한 필치로 풍경을 단숨에 담아내는 붓질에서 임농 수묵담채의 묘한 매력과 감칠맛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현장 사생과 실경을 많이 해온 그였기에 임농 산수의 매력은 머뭇거림 없이 과감하게 한 번의 운필로 봄을 꽃피게 하고, 가을을 익어가게 하는 발묵이 표현력의 백미인 것이다.
우리는 그의 이런 각별한 미감들을 확인 해야 한다.
이번 작품전에서 선보이는 '대흥사의 봄', '여름날', '하일(夏日)', '산길', '송광사의 봄', '봄', '변산의 겨울바다', 설악산', '대흥사의 가을2', '내소사', '만추' 등 대자연의 풍경을 화폭에 담은 작품들 아마도 후기 임농 화백의 수묵 채색에 분수령을 열어갈 것이다.

세련되고 익숙한 경륜의 붓질을 통해 우리나라 실경이 그윽하게 빛을 발하며, 더 이상 수식어가 보탤 수도, 지울 수도 없는 풍경이 임농에게서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나는 임농의 이러한 새로운 수묵에 채색을 가하는 표현법에 깊은 관심을 가진다.
왜냐하면, 임농도 남농 화백이 이룩한 세계에서 갇힌다면, 이 또한 스승의 예술세계를 욕되게 하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임농의 화폭 속에 언 듯 비치는 숙련된 필법에 풍경이 되살아나는 수묵채색화의 감추어진 힘과 생명력이 진정한 임농의 것임을 적시한다.
수묵을 넘어 일 획과 일필을 통해 자연의 풍광을 한눈에 감싸는 것이 임농이 마음속에 담아 둔 실경이자 사의의 풍경이 아닌가?

물론 임농에게는 남종 산수화라는 전통 산수의 현대적 계승이라는 과제가 놓여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 화업은 전통과 현대가 결코 따로 놀지 않고 화합하며 만나는 순간에 아름다운 미학은 완성된다.
최근 인터뷰에서 ”시정적(詩情的)이며 사의적(寫意的)인 품격“의 고백은 그래서 임농의 신작들이 확인 해주는 자유분방한 필치의 정취를 수려하게 담아내는 이정표이다.
이미 임농은 국내를 비롯해 중국, 일본, 러시아, 독일, 미국, 프랑스 등지의 국가에서 64회의 개인전을, 1000여회의 그룹전과 초대전 등에 참여하는 등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진도군 군립미술관에 150점의 작품을 기증한 바 머지않아 임농만의 컬렉션이 이루어질 것이다.
그것은 임농이 제자로서 열심히 훌륭해서도 이지만 이렇게 만든 남농이란 스승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청출어람이청어람 (靑出於藍而靑於藍)
김종근 (미술평론가)
오형석 기자 yonsei686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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