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매거진] 아트사이드 갤러리는 오는 6월 4일부터 7월 3일까지 사진과 영상 두 개의 매체를 결합한 작업을 해오고 있는 임창민의 개인전<앳 더 모먼트 At the Moment>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아트사이드 갤러리에서 열리는 임창민의 첫 번째 개인전으로서, 코로나 시대에 정서적으로 지친 모두에게 선물 같은 풍경을 선사하는 신작 16여점을 선보인다.
각기 다른 장소에서 촬영한 사진과 영상 매체를 한 작업에서 동시에 보여줌으로서 임창민의 작업은 고유의 시공간을 갖게 된다. 바쁜 도시에서의 시간에 지친 관람자들은 작품을 통해 고요하게 흐르는 시간을 마주하고, 작가가 창조한 이상적인 풍경 안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을 것이다.
임창민의 작업은 사진 이미지와 영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는 사진 매체와 수많은 순간들의 연속인 영상 매체의 이질적인 조합은 임창민 작업의 가장 큰 특색이라고 할 수 있다. 움직이는 것과 움직이지 않는 것을 동시에 보여줌으로서 작가는 시간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번 전시의 작업들은 <Into a Time Frame>연작들로, 마치 멈춰있는 듯한 영상 속 풍경에 작가의 의도가 담겨있다. 바람에 살랑거리는 나뭇잎, 해변가에 잔잔히 치는 파도들은 무심코 지나칠 법한 미묘하고 작은 움직임들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자각하지 못하는 시간의 흐름을 은유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장면인 것이며, 작가는 이를 통해 끝없이 흐르고 있는 시간의 본질에 대해 다룬다.
시간과 공간은 분리할 수 없듯이, 임창민 작업에서의 공간은 작품의 중요한 한 축을 이룬다. 그의 작품에서 사진과 영상 각각의 공간은 실제로 존재하는 장소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작가가 임의로 조합한 각기 다른 두 공간이다. 예를 들면, 상해의 건물 내부에 있는 창문에 대관령의 눈 내리는 풍경 영상을 결합하는 것이다.
작가는 이렇게 서로 전혀 다른 두 공간을 한 곳에 모아 이상적인 풍경을 관람자에게 보여준다. 이상적인 풍경은 일종의 환영으로서, 실제 존재하지 않지만 누구나 꿈꾸는 자기 자신만의 공간을 작품을 통해 제공하여 관람자의 정서적 만족감을 충족시켜 준다.
임창민의 작업은 관람자가 작품 속 고유의 시공간을 탐험하는 과정을 함축하고 있다. 관람자는 자신이 경험한 과거의 어떤 의미있는 시간을 떠올릴 수 있고, 작품 앞에 선 현재에서 얻은 에너지를 토대로 미래로 다시 나아갈 수 있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예술적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임창민의 작업은 당연한 듯 흘러가는 우리 일상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이번 전시가 관람자 모두에게 현재에의 긍정과 편안한 휴식을 가져다주기를 기대한다.
임창민(b.1971)은 계명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뉴욕대학교 대학원에서 M.A를, 뉴욕시립대학교 영상예술대학원에서 M.F.A 학위를 받았다.
1998년 그룹전〈Luminous National Trade Show〉 (미국 50개주 순회전, 미국)을 시작으로 다수의 개인전과 그룹전에 참여하였다.
주요 작품 소장처로는 SM 엔터테인먼트, 신영 그룹, 골드만 삭스 그룹, MOCA 상하이, 뉴욕대학교, 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정부미술은행, 대구미술관, 포항시립미술관, 경남도립미술관, 보광병원, 대구중구청, 대구카톨릭대학병원, 인천공항 등이 있다

□ 전시 서문
2019년이 끝나갈 즈음만 해도 지금의 ‘코로나 시대’를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현재 우리는 갑작스러운 변화로 인해 생겨난 수많은 상황들, 마음들을 마주하며 살아간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고, 연락을 주고받던 누군가를 만나 따뜻한 대화를 나누고 싶어도 모든 것들이 조심스럽고 혼란스러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이 시간들을 지나며 당연하게 여겨왔던 것들의 의미들이 변하고 또 새로워지기도 했다.
갤러리 오피스에 걸려 있는 임창민의 작업을 일하는 중에 무심코 들여다보면, 어쩐지 마음이 편안해지는 경험을 하곤 했다. 왜 그렇게 느끼는지 여러 사람들에게 들은 질문을 다시금 꺼내어 보면서 생각해보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임창민 작업의 첫인상이 우선되어야 할 것 같다. 미디어 아티스트 임창민의 작업은 사진과 영상이 함께 전면에 위치한다.
창문이나 문이 있는 공간을 찍은 사진과 창문이나 문 부분을 절단하여 뒤에 덧대어진 모니터를 통해 영상이 재생되는 작업 형식을 갖고 있다. 이렇듯 두 가지 다른 매체를 결합하여 작업하는 방식은 작가가 생각하는 ‘시간’을 재현할 수 있는 예술적 도구가 된다.
영상은 멈춰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자연 풍경과 정지된 실내 환경을 변증법적으로 제시하면서 우리가 자각하지 않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흐르고 있는 시간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하는 것이다.
영상은 약 5분 길이의 영상이 끝없이 반복되는데, 임창민의 작업을 사람들에게 소개하면서 종종 듣는 질문은 작가가 왜 영상을 길게 찍지 않고 5분 길이의 영상을 찍었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이 질문은 임창민의 작업을 이해하는데 좋은 실마리가 된다.
예를 들면,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Into a Time Frame> 연작 중 하나인 <A Cafe with Cherry Blossom>의 경우에도 봄의 짧은 시간 동안 잠시 피었다 지는 벚꽃길의 잔잔한 움직임을 담고 있다.
벚꽃길의 낮과 밤을 담을 수도 있었을 것 같고, 꽃이 피었다가 지는 전 과정을 담을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작가는 왜 벚꽃길의 5분만을 담았을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임창민은 작업을 통해 작가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짧은 단위의 시간을 반복적으로 재생하여 환영적인 시공간을 창조하고자 한다.
실제로 있는 장소가 아니고, 실제로 있는 시간도 아닌 작품 고유의 시공간이 생겨나는 것이다. 이로써 벚꽃이 흩날리는 길이 영원히 재생되는 영원한 봄의 시간이 관람자의 일상적 시간에 개입하게 된다. 이번 전시의 작업들은 전염병의 시대의 일상에 지친 우리들을 벚꽃길의 봄으로, 눈 내리는 한옥 정취의 겨울로, 그리고 한적한 미국 어딘가의 가정집으로 홀연히 데려간다.
앞에서 작업 속 공간이 실제로 있는 장소가 아니라고 한 까닭은, 임창민 작업이 같은 시점에서 촬영한 사진과 영상의 조합 같아 보이지만, 각각에 담긴 곳이 동일한 장소가 아닌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사진 이미지 속 장소는 눈이 잘 오지 않는 상하이인데, 창문 속 풍경은 눈이 내린 대관령 풍경이다. 관람자가 대하게 되는 작업의 풍경은 어디선가 본 듯 하지만 사실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풍경, 즉 이상적인 동시에 환영적인 공간이라고 볼 수 있는데, 작가가 창조한 이 시공간은 작품을 대하는 관람자만의 고유한 실재, 리얼리티가 될 수 있다.
임창민 작업에서 다루고 있는 리얼리티는 요즘의 시대에 더 의미가 있다. 최근으로 올수록 각자가 생각하는 리얼리티는 저마다의 해석에 달려있는 것처럼 보인다. 작가에 의해 직조된 리얼리티를 통해 우리는 다시 한번 리얼리티 자체에 대해 물음을 던질 수 있게 된다.
실제로 있는 장소가 아닐진대 누군가에게는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혹은 실제이기를 바라는) 장소로 현현한다. 또한 혹자는 작품을 통해 매체에 대한 비판적 질문을 던질 수도 있을 것이고, 혹자는 주관적 리얼리티의 세계에 침잠하기를 청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작업의 제목이 <Into a time frame>인 것은, 우리에게 어떠한 종류의 깨달음이라도 안겨주는 것이 시간이라는 점을 생각하게 하며 리얼리티와 환영 그리고 시간에 대해 관람자 각각이 해석할 여지를 남긴다.
글의 서두에서 임창민의 작업을 보며 느꼈던 감정 역시 나만의 리얼리티를 경험했기 때문이 아닐까. 필자는 윌리엄 워즈워스가 ≪서곡≫에서 현재를 살아갈 생의 활기를 생동하게 해주는 과거의 기억들인 ‘시간의 점’에 대해 말한 것을 임창민의 작업을 보며 떠올렸다.
필자에게는 살아오면서 경험했던 예술적 체험들이 늘 현재의 일상을 끌어올리는 힘이 되어 주었다. 불현듯 반복되는 일상에 의미를 부여하는 그런 순간들. 흔들리던 일상적 풍경이 갑자기 눈에 들어오는 어떤 깨달음의 순간처럼 임창민의 작업이 그런 순간을 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영원한 순간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지만 흔적처럼 기억에 남아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가꾸는 순간은 분명 존재한다.
그것이 우리를 현재 우리의 자리로 돌아오게 하고, 현재를 긍정하게 만드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임창민의 작업 역시 그 앞에 선 우리를 실재에 가닿지 못하고 미끄러지게 만들테지만, 그의 작업이 나의 현재에 힘을 부여했듯이, 다른 관람자들에게도 이번 임창민의 작업들이 자신에게 새로운 어떤 의미를 발견할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나기현 큐레이터

■ 작가 약력
임창민 (b.1971)
학력
1995 계명대학교 미술대학 응용미술학과 학사 졸업
2000 New York University 석사 졸업
2002 The City University of New York 석사 졸업
개인전
2021 At the Moment, 아트사이드 갤러리, 서울
임창민전, GS칼텍스 예울마루 미술관, 여수
Into a time frame_임창민전, 히든스페이스, 대구
2020 Borrowed Landscape, AB Gallery, Portland
2019 into a time frame, 소올아트스페이스, 부산
느림의 미학, 여수세계박람회 한국관, 엑스포아트갤러리, 여수
2018 Winter Frame, 신세계갤러리, 광주
임창민초대전, 현대백화점 H갤러리, 대구
To Somewhere, 수애뇨339, 서울
into a time frame, LG 사이언스파크, 서울
2017 into a time frame series, 갤러리분도, 대구
임창민전, Gallery LEE & BAE, 부산
Lim Chang Min Solo show, Art Centra,l Hong Kong
2016 Into a time frame, Space B, 대구
2015 시간적형태, Shanghai Contemporary museum of Art, 상하이
2014 임창민전, 갤러리분도, 대구
2013 Into another frame, DGDC 갤러리, 대구
2012 Another Scene, 508 갤러리, 대구
2011 기억공작소_임창민전, 봉산문화회관, 대구
2010 뉴미디어아트전, 한기숙갤러리, 대구
2009 임창민초대전, 베아트센터, 평택
2008 Into Another Space, 갤러리 인더박스, 서울
2007 임창민초대전, 베아트센터, 평택
2004 임창민_미디어아트전, SPACE129, 대구
2003 갤러리룩스 기획 초대개인전_Out Of Control, 갤러리 룩스, 서울
2000 Unsinkable desire, 80 Washington East gallery, 뉴욕
그룹전
2020 시간을 담은 풍경, 신세계갤러리, 대구
꿈의 색, 꿈의 빛, 어울아트센터, 대구
2019 그리하여 마음이 깊어짐을 느낍니다, 사비나미술관, 서울
불안의 서, 경남도립미술관
일상의 경계, 디오티미술관, 부산
Daily Landscape, 분도갤러리+에이스에비뉴, 대구
MOVEMENT, 갤러리 그림손, 서울
100 Movies 100 Artist'전, 롯데에비뉴엘아트홀, 서울
2019 사월애, 동원화랑, 대구
2018 ARTSIDE with SIMONE MICHELI, 아트사이드갤러리
과거의 미래 – 마스터피스展, 갤러리나우
익숙하거나, 혹은 낯선, 교보아트스페이스
차경전, 이천시립미술관
(평창올림픽기념) 강원, 더 스토리, 강릉아트센터
재단출범전시 ’행복 줌(zoom‘, 어울아트센터
백화점(百畵店)전,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기억정원, 자갈마당 아트스페이스
2017 모든 것을 기억하는 물, 제주김창열미술관
Think different Live different, JJ중정갤러리
바람 風', 광주신세계갤러리
Ever Green Ever Blue, 더 트리니티 & 메트로 갤러리
2016 Dubai Photo Exhibition, Dubai Design District, 두바이
TO be continued, Shanghai Contemporary museum of Art
아트바캉스‘展, 광주신세계갤러리
빛의 바다전, 인천신세계갤러리
디지털산수인, 포항시립미술관
2015 강정현대미술제, 디아크, 대구
현대미술박물관에 스며들다, 경기도박물관, 경기도
2014 감성미디어전 Mind Space, 클레이아크미술관, 김해
광주국제미디어페스티발, 미래의 빛 Light of the Future, 광주문화재단
이야기하는 사물, 광주신세계갤러리
2013 GIFT FROM RESENT, 서울스퀘어 미디어캔버스, 서울
Better than Universe, 대구예술발전소, 대구
배종헌 임창민 2인전, 봉산문화예술회관, 대구
예술, 창조공간에 들다,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
2012 실험적프로젝트, 대구예술발전소, 대구
삶+소통 2012 영상예술의 도시 - 대구, 대구국립박물관, 대구
한기숙갤러리 개관 10주년 특별전, 한기숙갤러리, 대구
현대미디어아트전, 대안공간 스페이스가창, 대구
Smart Media Art전, 국민아트갤러리, 서울
Dartist전, 대구미술관, 대구
2011 Digital Artexmoda, 경북대학교미술관, 대구
파라테크놀로지, 포항시립미술관, 포항
Cityscape of Daegu, 대구국립박물관, 대구
PINK ART FAIR SEOUL 2011, INTERCONTINENTAL SEOUL COEX, 서울
Now in Daegu 2011, 대구
Edition No展, 갤러리M
호텔아트페어, Novotel Amvassador, 대구
Trans-, Trans-, Transition : A detour to Paju City, 메이크샵아트스페이스, 파주
Another Landscape, 봉산문화예술회관, 대구
2010 창조공동체를위하여展, 서울산업대학교 100주년 기념관갤러리, 서울
Digital Artexmoda, 경북대학교미술관, 대구
2009 청년미술프로젝트, KT&G 특별전시장, 대구
미술 사람을 보다展, 봉산문화회관, 대구
Deconstruction vs Construction, 김영섭화랑, 서울
2008 Colorful Convergence, 경북대학교 미술관, 대구
2007 Le Monde New Media Art Exhibition, 베아트센터, 경기도
현대조각과 뉴미디어展, 의정부 예술의전당, 의정부
대구국제뉴미디어아트페스티발,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
오픈 스튜디오 페스티발, 대구 봉산문화회관, 대구
무_로부터 From Nothingness,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
2006 대한민국청년 비엔날레,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
뉴프론티어전 시민예술_영상,행위, 월곡공원, 대구
대구국제뉴미디어아트페스티발,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
SPECTRUM Light전, 성남아트센터, 분당
미술관 페스티발,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Navigate전,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
Daegu Contemporary Art Exhibition, 대구시민회관 전시실, 대구
Seoul remains, 인사동 선아트센터, 서울
2005 문예진흥기금 공모 선정작가 초대전,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
디지털 센스&센세이션, 필로갤러리, 대구
청계천을 거닐다展,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A Parallel History-2005 시안미술관 특별전, 시안미술관, 대구
30YEARS MESSAGE전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
오형석 기자 yonsei686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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