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의 야구 이야기] Forever Chicago White S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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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수의 야구 이야기] Forever Chicago White Sox
  • 편집국
  • 승인 2021.06.21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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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화이트 삭스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던  당시 이만수 코치의 모습(사진_헐크파운데이션)
시카고 화이트 삭스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던 당시 이만수 코치의 모습(사진_헐크파운데이션)

멀리 미국 시카고에서 마음 뭉클한 동영상 한 편이 전해졌다. 조카가 야구경기를 시청하다가 경기 전 시카고 화이트 삭스의 한 팬의 인터뷰를 급히 촬영하여 보내온 것이다. 

디트로이트 팀과의 홈 경기에서 NBC TV가 팬에게 인터뷰를 청했다. 이 팬은 ‘Man soo Lee’를 회상하며 KBO 프로야구선수 때의 기록과 원년 MVP, 시키고 화이튼 삭스 불펜코치로서 활약하며 월드시리즈 우승을 함께 이뤘던 내용까지 언급하였다.  

한국에서의 선수생활을 정리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시카고 화이트 삭스 팀에서 2000년부터 2006년까지 7년 동안 지도자 생활을 하였다.

지금은 웃으며 그 시절을 회상하지만 처음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언어와 문화의 장벽에 막혀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가끔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그렇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팀에서 함께 생활했던 많은 코치들, 구단 운영팀, 선수들은 내 생애 최고의 시간을 보냈다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

특히 그 중에서도 시카고 화이트 삭스의 팬들과 나눴던 시간들은 결코 잊을 수가 없다. 지금까지도 수만 킬로미터의 물리적 거리를 뛰어넘어 그들과 연락을 주고 받고 있으니 말이다. 

많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를 기억해 주고 추억을 떠올려 주는 팬들이 있다는 것이 감사할 뿐이다.

기억나는 것은 불펜코치로서 경기장에 내가 있는 곳은 왼쪽 경기장 뒤쪽이었다. 거기에는 매년 시즌권을 구입하여 경기를 관람하는 팬들이 있었고 항상 같은 자리에서 그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치 팬과 코치의 관계를 벗어나 그저 야구를 사랑하는 동네 이웃처럼 스스럼 없이 인사를 하고 가까운 관계를 유지했다. 심지어 내가 불펜을 지킨 7년 동안 한결같이 꾸준하게 인사하고 봐 온 팬들도 있었다. 늘 같은 장소에서 야구를 즐기는 그들과 시간이 지나면서 더 친해져 야구장을 벗어나 골프도 함께 즐기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도 있다.

이만수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사진_헐크파운데이션)
이만수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사진_헐크파운데이션)

2005년 시카고 화이트 삭스 팀이 감격스러운 월드시리즈 우승을 하고 나서 2015년 우승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파티에 구단 초청을 받았다. 온 가족이 다 함께 시카고 구장을 방문했다.

야구 경기를 관람하는 가족을 두고 많은 추억이 깃든 그리운 불펜을 방문했다. 정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예전 그 곳과 인접한 관중석을 지키던 그 팬들이 여전히 그 곳을 지키고 있는 것이었다.

시카고 화이트 삭스의 유니폼을 입은 그들은 같은 자리에서 팀을 응원하고 그들의 인생을 즐기고 있었다. 나를 잊지 않고 먼저 반갑게 인사를 하는 그들에게서 많은 것을 느끼게 된다. 

어느 새 시카고 화이트 삭스 팀을 떠나온지 15년이 지났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여전히 그들은 같은 자리에서 열심히 경기를 관람하고 응원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들은 아직도 마음 한 구석에 한국에서 온 나를 기억하고 소중한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세월이 더 지나도 그들은 팬이 아닌 친구로서 내 마음 속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시카고로부터 전해진 조카의 동영상 한 편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오늘이다.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 야구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친구들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입가에 미소가 저절로 지어지는 행복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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