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진보시키는 수단은 책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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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진보시키는 수단은 책이 되어야 한다”
  • 신현희 차장
  • 승인 2009.06.11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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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이 곧 잘 팔리는 책, 사고의 틀 깨자
획일적 교육의 틀에서 우리 아이들을 구출하자

▲ 책 읽기가 공공 영역에서 실용적으로 작용하려면 사적인 책 읽기가 즐거워야 한다. 서해문집 김흥식 대표는 “우리의 교육구조가 어릴 때부터 창의력과 상상력을 방해합니다. 획일화된 커리큘럼은 아이들에게 생각의 문을 닫게 하고 학습지는 아이들에게 책 자체를 거부하게 만듭니다”라며 강하게 어필했다.
책 읽는 습관이 창의적 인재 양성의 기초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NOP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2005년 통계), 한국인은 주당 3시간 남짓을 독서에 할애한다. 이는 30개 조사국 평균시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당연히 꼴찌에 가깝다. 2006년 삼성경제연구소는 우리나라 남성 직장인이 한 달에 술값으로 20만 3,000원을 쓰는 데 비해, 책값으로는 10분의 1인 2만 3,000원을 쓴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2007년 문화관광부 조사에서는 우리 국민이 1년에 채 3권의 책도 읽지 않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의 독서량을 기록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고속성장을 이뤄냈다. 온 국민이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이를 악물고 강도 높은 노동과 인내로 성장해 온 시간이었다. 오직 앞만 보고 앞 사람 따라잡기 위해 달렸기에 경제규모 세계 12위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하지만 여기서부터가 문제다. 좁은 땅덩이에서 우리가 이만큼 풍요를 누려온 것은 인재양성에 바탕을 둔 지식산업의 발전이었는데, 더 이상 성장이 없다는 것은 창의적 인재 발굴이 어렵다는 말이다.
서해문집 김흥식 대표는 “우리의 교육구조가 어릴 때부터 창의력과 상상력을 방해합니다. 획일화된 커리큘럼은 아이들에게 생각의 문을 닫게 하고 학습지는 아이들에게 책 자체를 거부하게 만듭니다”라며 강하게 어필했다. 책 읽기가 공공 영역에서 실용적으로 작용하려면 사적인 책 읽기가 즐거워야 한다. 즐겁지 않은 책 읽기는 회사에서 서류를 처리하는 것, 풀기 싫은 학습지를 풀어야 하는 것과 똑같은 고역이다. 김 대표는 향후 우리나라가 지식경제를 주도하고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을 획일적인 교육의 틀에 가둘 것이 아니라 책과 함께 풀어주어야 한다고 했다. 책 속에 길이 있고 미래가 있다고 했다.

좋은 책이란 인간의 한계를 확장시킬 수 있는 것
결국 모든 것은 책 속에 존재한다. 이를 모르지 않으면서도 더 이상 가까워지지 않는 것이 책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는 ‘국가적 프로젝트’로 독서 장려운동에 나서고 있다. 문명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해법이 책 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사회가 책읽기를 권하는 것, 부모가 또는 교사가 책읽고 독후감 쓰기를 권하는 것… 고무적이면서도 안타까운 일이다.
서해문집은 지난 1990년 창립 이래 인문, 역사, 고전, 어학 분야의 책을 출판하고 있다. 특히 역사와 고전의 현대화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는 이곳에서는 조금은 어렵고 고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그러면서도 인생의 길잡이가 되는 고전을 쉽고 재미있게 엮어냄으로 고전의 대중화에 큰 몫을 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또한 자회사로 운영되는 아동도서 전문 출판사인 ‘파란자전거’는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책들을 출판함으로써 책으로부터 산지식을 얻을 수 있게 해준다.
김흥식 대표는 “세상에는 좋은 책과 나쁜 책, 그리고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책이 있습니다. 우리가 세상에 내보내는 수 만 가지 책들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한다면 우리 출판인들은 적어도 나쁜 책은 만들지 말았으면 합니다”라며 “좋은 책이란 인간의 한계를 확장시킬 수 있는 책입니다. 어느 순간 책읽는 것을 멈추고 희열을 느끼게 되는, 아니면 책을 덮고 깊은 생각에 잠기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모든 순간이 책 속에서 ‘나’라는 존재감이 갑자기 터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듯 책의 종류를 막론하고 지평이 넓어지도록 도와주는 책이 진정으로 좋은 책입니다”고 강조했다.

▲ 현대 감각으로 재탄생한 고전읽기의 진수, 상상도 못한 고전읽기의 즐거움 '서해클래식'
그가 번역한 ‘징비록’ 보람되고 소중한 책
김흥식 대표가 겁 없이 출판업계에 뛰어든 지 어느덧 20여 년이다. 막연히 “세상을 진보시키는 수단은 책이 되어야 한다”는 소명으로 출판을 시작했다. 좋은 책을 많은 사람들이 읽음으로써 이 세상을 진보시키고 성장시켜야 한다는 의지에서 출발한 것이다. 올곧은 한 권의 책이 수 만 명의 머리에서 그리고 가슴에서 미치는 영향을 생각할 때마다 그는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낀다고 했다.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출신의 출판인, 소위 명문대 출신으로 탄탄한 미래가 열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오직 출판을 하기 위해 돈을 모았고, 그 자금이 모였을 때 안정된 직장을 박차고 나와 “세상을 진보시킬” 책을 만들기 시작했다. 출판업계의 기린아. 시작은 그랬다. 하지만 지금 ‘서해문집’하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는 고전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처음에는 시행착오도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출판업을 시작하다보니 소위 베스트셀러에 대한 욕심도 많았고 홈런을 날려야겠다는 야망도 컸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중심을 잃고 방황했던 시간도 길었다. 2000년에 접어들고 이제 ‘출판’이라는 분야에 대해 자신이 어느 정도 무르익었을 때 즈음, 그는 내가 왜 출판을 시작했는지에 대해 반추했다. “그렇지. 나는 세상을 진보시키는 책을 만들고 싶었지.” 초심으로 돌아간 그는, 잘 팔리는 책을 만들 것이 아니라 내가 진심으로 출판하고 싶은 책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잘 팔렸다. 이 쉬운 진리를 아는 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김 대표는 “‘징비록’은 제가 직접 번역을 한 책입니다.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던 이 책이 읽기 쉬운 고전으로 재탄생함으로써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했지요. 공들여 번역한 만큼 많은 사람들이 읽어줬습니다. 출판업을 하면서 가장 보람된 순간이지요. 많이 팔려서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좋은 책을 읽는다는 것이 너무 감사합니다”라며 책에 대한 애정을 피력했다.
그가 번역한 ‘징비록’은 서적으로는 드물게 국보 제132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우리 역사의 중요한 장면인 임진왜란 전후의 상황과 국가 정세 등을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기록한 책이다. 유성룡은 환란 경험을 교훈 삼아 훗날의 우환을 경계하고자 이 책을 집필했다.

좋은 책이 곧 잘 팔리는 책, 생각의 틀을 깨자
“잘 팔리는 책과 좋은 책을 구별하면 안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좋은 책은 안 팔린다고 생각하는데, 이 생각부터가 잘못된 고정관념입니다. 좋은 책을 사 보는 것이 당연한데, 독자들은 처음부터 ‘좋은 책 따로 구입하는 책 따로’라고 생각합니다. 사고를 바꿔보세요. 생각의 틀을 깨보면 당연히 좋은 책에 먼저 손이 갈 것입니다”라는 김 대표는 잘못된 책 습관을 안타까워했다. 또한 수단이 되는 책을 질책했다. “10억을 만드는 방법, 다이어트에 성공하는 법, 상사에게 잘보이는 법 등 어떤 수단이 되는 책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책의 의미를 잃어버린 것입니다. 이러한 것들은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킬 소재가 충분한 데 책이라는 이유로 면죄부를 받습니다. 저는 출판인들이 자존심과 양심을 지켜 좋은 책 만들기에 앞장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요즘 사람들은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한다. 어렸을 때부터의 습관이기도 하다. 학교를 마치면 학원을 가고 집으로 돌아오면 시험지나 학습지를 풀어야 한다. 그래서 더 이상 ‘종이 위의 글’을 읽고 싶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독서를 하지 않는 습관은 자신을 지적죽음으로 몰아넣는 것이다. 결국은 책 속에 길이 있고 삶의 지혜가 있고 문제의 해답이 있는 것이다.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책을 읽자. 내 삶이 풍요로워지고 나의 한계를 확장시켜 줄 것이다. 나의 중장기적 경쟁력 향상을 위한 길 또한 책 속에 있다.

▲ 꼼꼼한 번역, 풍성한 그림, 친절한 주석으로 한층 더 가까워진 우리 고전 ‘오래된 책상’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해 줄 방법, 책 속에 답이 있다
서해문집은 ‘우리 고전의 대중화’에 기인했다는 것만으로도 찬사를 받을 만하다. 자칫하면 묻혀질 뻔한 우리 고전의 지혜를 일상으로 이끌어 낸 것에 대해 업계에서 뿐 아니라 독자들도 공감하고 있다. 김 대표는 “과연 고전이 독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의미가 있는 것일까에 대해 항상 반추하게 됩니다. 독자들의 반응은 학습적으로 의미있고 책읽는 즐거움도 배가 된다는 분위기입니다. 그래서 더욱 행복한 마음으로 책을 만들 수 있는 것 같습니다”고 밝혔다. 그는 소신과 고집으로 이끌어 온 보람이 있다며 웃었다.
김흥식 대표는 지난 20여 년 동안 ‘서해문집’을 고전의 대표하는 출판사로 만들었다. 향후 20년 뒤 ‘서해문집’은 어떤 모습일 지에 대해 물었다. 그는 “아마 여전히 열심히 고전을 만들고 있겠지요. 잘 팔리는 책을 따라 다니는 출판사는 언젠가는 아이템이 고갈될 것입니다. 단기간에 수확할 수 있는 상추를 심는 농부가 있는가 하면 6개월을 바라보는 벼를 심는 농부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사과나무를 심는 사람입니다. 5~6년 후에 수확하게 되지만 그 나무에서는 매년 탐스러운 사과가 주렁주렁 열리게 될 것입니다”고 밝혔다.
그는 향후 아이들을 위한 독서학교나 독서운동을 할 계획이다. 아이들이 획일적인 교육의 틀에 갖히기 전에 구출할 생각이다. 책으로부터 산지식을 얻게 하고 즐겁게 책읽는 방법을 알게 할 것이다. 아이들의 무한한 창의력과 상상력이 더 넓은 세계를 알게하고 또 다른 세상과의 소통을 할 수 있도록 길을 터 줄 것이다.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 주면, 그렇게해서 모두가 행복해 지면 나도 당연히 행복해 집니다. 가장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해 줄 가장 빠른 방법, 책 속에 답이 있습니다.”
그의 울림이 세상에 퍼져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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