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생태학자 유영만 교수, “실천적 지성이 위기 극복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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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생태학자 유영만 교수, “실천적 지성이 위기 극복게 한다”
  • 안나겸 기자
  • 승인 2021.06.04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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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창조와 공유 과정을 자연 생태계에서 배운다’

[시사매거진276호] 지난 2020년부터 EBS 교육강연 프로그램 중 EBS 기획특강에서 <아름다움의 정신>, EBS 마스터(2)에서 <톨스토이에서 푸코까지 너는 다르게 살 수 있다”>, EBS 클래스e에서 <진정한 교육이란 무엇인가?>를 강연하며 교육과 인문학의 지평을 넓히고 있는 유영만(劉永晩58)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특히 역경을 뒤집어 경력으로 만드는 10명의 철학자와 그들의 이론을 소개하며, 강연을 듣는 누구라도 각자 자신다운 삶을 살기 위해 과감한 결단과 결행으로 변신할 수 있음을 일깨워주고 있다. 그런 그를 만나 지식생태학자기계발에 대한 고견을 듣기 위해 한양대학교 사범대 618호실을 찾았다.(사진_유영만 교수/ 나무생각() 제공)

지식생태학자 유영만 교수
지식생태학자 유영만 교수

요즘 핫한 지식정보 키워드는 지식생태학이다. 자연의 생태학적 상상력을 지식과 결부해서 세상을 바꾸어나간다는 이론이다. 지식 창조와 공유 과정을 생태계에서 배우는 이론적 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전수하고 습득함으로 인해 개개인의 변화와 도전을 꾸준히 이뤄나가고 이와 아울러 행복을 달성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자연 생태계에서 배운 통찰력을 매개로 사람의 생각이나 조직문화를 바꿔나가는 원리나 법칙을 연구하면서 하나의 학문 공동체를 만든다는 것, 생명체가 살아가는 방식이나 원리, 그리고 이유에 의미를 부여함은 물론 그 의미를 공유하는 학문적 세계를 만들어간다는 것이 유영만 교수가 개발한 지식생태학이다.

그는 1990년대 초반 한양대학교 교육공학과 석사과정을 마치고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학교에서 교육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199311, 국내로 들어와 삼성인력개발원에서 5년간 근무한 바 있다. 이어 1998년경 안동대학교 교수로 초빙되어 강의와 강연, 집필활동을 병행하다가 20019월부터는 모교인 한양대학교에서 교육공학과 교수는 물론 지식생태학자, 대중을 상대로 펼치는 명강사, 책을 읽고 쓰는 작가로서 더욱 왕성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체험 없는 개념은 관념이고, 관념 없는 체험은 위험하다는 사실을 몸소 입증해 보이기 위해 사하라사막에서 마라톤을 하고, 히말라야 최고봉 킬리만자로 정상에 도전하는 그는 온몸으로 실천하는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자신의 체험담을 기초로 1995년부터 지금까지 23년간 93권의 저서를 출판하며 날마다 끊임없이 열정과 혁신, 신뢰, 도전, 행복이란 5가지 키워드를 통해 삶의 보람을 성취해가고 있다.

기업 경영 서적에서부터 자기계발서, 에세이집에 이르기까지 어제와 다른 체험적 상상력으로 창작의 텃밭을 가꾸어나가고있는 유영만 교수. 20214월 출판한 <아이러니스트>를 비롯해 <나무는 나무라지 않는다> <공부는 망치다> <독서의 발견> <곡선으로 승부하라> <나는 배웠다> <유영만의 생각 읽기> <유영만의 청춘경영> <커뮤니데아> <브리꼴레르> <생각지도 못한 생각지도> <체인지(體仁智)> <상상하여 창조하라> 등 다수의 저서를 보유하고 있다. 그중 <지식생태학: 생태학, 죽은 지식을 깨우다><지식생태학: 지식기반사회를 위해 포스트 지식경영>은 그가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지식생태학의 이론과 사상을 전달하는 결정체로 주목받고 있다.

2012년 세계 4대 극지 마라톤대회 중 하나인 사하라사막 마라톤대회에 도전한 유영만 교수는 6박7일간 257km 도전하다 완주에 실패했다. 유영만 교수는 “공부는 책상에 앉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 좌충우돌 몸으로 느끼며 체험적 깨달음을 얻는 과정에 있다”고 설명한다.
2012년 세계 4대 극지 마라톤대회 중 하나인 사하라사막 마라톤대회에 도전한 유영만 교수는 6박7일간 257km 도전하다 완주에 실패했다. 유영만 교수는 “공부는 책상에 앉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 좌충우돌 몸으로 느끼며 체험적 깨달음을 얻는 과정에 있다”고 설명한다.
2012년 세계 4대 극지 마라톤대회 중 하나인 사하라사막 마라톤대회에 도전한 유영만 교수는 6박7일간 257km 도전하다 완주에 실패했다. 유영만 교수는 “공부는 책상에 앉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 좌충우돌 몸으로 느끼며 체험적 깨달음을 얻는 과정에 있다”고 설명한다.
2012년 세계 4대 극지 마라톤대회 중 하나인 사하라사막 마라톤대회에 도전한 유영만 교수는 6박7일간 257km 도전하다 완주에 실패했다. 유영만 교수는 “공부는 책상에 앉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 좌충우돌 몸으로 느끼며 체험적 깨달음을 얻는 과정에 있다”고 설명한다.

처음 '지식생태학'이 등장하게 된 배경과 계기는 무엇인가

1990년대 중반부터 IT와 인터넷이 빠르게 발달하고 과학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하면서 우리 사회에 경제경영 환경이 변화하는 것은 물론 대중의 요구와 수요에 빠르게 대처할 만한 대안과 대책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이때 기업에 속한 직원 개개인이 가진 지식과 비결을 공동체와 공유함은 물론 발굴하고 적용하면서 그들 기업이 가진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지식혁신운동이 일기 시작했다.

그것을 지식경영(Knowledge management, 知識經營)’이라고 하는데, 조직 구성원이 학습하고 체험한 사실을 통해 보유하고 있는 정보와 기술, 아이디어 중에서 쉽게 문서화 시킬 수 없는 암묵적 지식(tacit knowledge)’과 여러 사람이 공유할 수 있도록 문서화 된 데이터베이스 같은 형식적 지식(explicit knowledge)’을 통해 조직과 기업이 타사와 경쟁할 때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경영 방식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쉽게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형식지를 개발하고 공유하는 데 역점을 둔 나머지 정작 기업경쟁력의 요체로 작용하는 암묵적 지식을 창조하고 공유하는 과정에는 소홀했다. 왜냐하면 지식은 무형의 것으로서 쉽게 메뉴얼로 바꾸어서 관리할 수 있는 대상이나 객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지식은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아 가시적으로 관리할 수 없다는 것이다.

1993년부터 삼성인력개발원에서 5년간 근무하다 대학으로 자리를 옮길 때 기업 측에서 그동안 쌓은 지식을 가급적 조직 내부에 저장하고 나가라고 했다. 그때 외부에서 입수한 정보는 사람과 분리해서 모두 내놓을 수 있지만 개인의 노력과 연구를 통해 얻은 내면의 지식은 분리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결국 정보는 쉽게 공유할 수 있지만 지식은 지식을 소유하고 있는 주체와 분리하거나 독립시켜 공유할 수 없다는 것을 체감했다. 상대방의 지식창조 과정이나 창조하는 과정에서 고뇌를 거듭하는 정신적 세계를 관리할 수 없으므로 그 산물인 지식 역시 관리할 수 없다.

그럼 그 소중한 지식을 어떻게 해야 할까?’ 그때부터 지식 관리와 자연 생태계의 선순환을 접목하는 데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산과 들, 숲에 가보면 다양한 생명체가 인위적인 통제나 조종 없이 선순환을 이루고 있다. 어떻게 하면 우리 사회 조직에도 지식나무를 심어 지식숲으로 울창하게 가꿀 수 있을까? 생태계가 운영되는 원리, 그곳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체의 자급자족, 상호교류 원리 등을 잘 관찰한 다음 핵심전략이나 원리를 뽑아 사람과 조직에 적용한다면 그들의 생각을 바꾸고 조직을 변화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발상을 시도한 것이 지식생태학이다.

 

지식생태학이 발상과 가설에 머물지 않고 공론화된 과정은 무엇인가

안동대학교에 재직하던 1998년부터 틈나는 대로 지식생태학에 관한 생각과 의견을 글로 쓰기 시작했다. 이후 모교인 한양대로 천직하면서 2006년경 처음으로 <지식생태학>이라는 소책자를 발간했다. 이때는 그냥 혼자서 작업을 했지만 <지식생태학: 생태학, 죽은 지식을 깨우다>라는 개정 증보판을 낼 때는 9명의 제자와 함께 의견을 내고 조율하며 공동작업을 했다. 그리고 서점에 먼저 선보인 후 제자들과 지식생태학회도 개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학회나 강연이 미뤄졌다.

초판과 개정 증보판인 <지식생태학>에서 밝혔듯이 지식이란 끈적끈적하고(sticky), 불가시적이며(intangible), 철저한 관리를 한다 해도 자연스럽게 외부로 샐(leaky) 수밖에 없다. 그것을 인간이 다양한 시스템을 통해 관리하려는 것 자체가 불필요한 노력이다. 시간과 에너지가 낭비될 뿐이다. 본래 지식은 그것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지식과 사람이 한 덩어리로 체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거듭 강조하지만 지식을 시스템적으로는 절대 관리할 수 없다. 다만 달인(達人)’의 탄생처럼 지식이란 몸의 수고를 통해 익히고, 전달되고, 전수될 뿐이다.

대구교육청을 비롯한 전국 각지 모임에서 '공부는 망치다'와 '지식생태학'에 대한 강연을 진행하는 유영만 교수. 그는 “지식으로 지시하지 말고, 지혜로 지휘하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대구교육청을 비롯한 전국 각지 모임에서 '공부는 망치다'와 '지식생태학'에 대한 강연을 진행하는 유영만 교수. 그는 “지식으로 지시하지 말고, 지혜로 지휘하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지식생태학교육학의 접목은 어떻게 이뤄지게 되었는가

본래 주 전공이 교육공학이다.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학교 박사과정 마지막 학기 때 우연히 삼성그룹에서 파견된 연수단의 통역과 강의를 맡으면서 인연이 되었다. 그리고 삼성인력개발원에서 근무하며 여러 가지 다양한 경험을 했다. ‘지식경영이라는 지식혁신운동 외에 왜, 누가, 어떻게 경제경영을 주도할 실천적 지식인(브리꼴레르)’이 될 수 있는지 식견과 관리, 방법과 해결, 활용 등에 관해 연구하며 책도 여러 권 썼다.

이후 안동대학교로 부임하면서 본래 전공인 교육공학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관심과 대상이 더욱 심화된 것은 2001년 한양대학교로 천직하면서부터다. ‘사람을 A에서 B로 바꾸려면 어떻게 할까, 조직을 A에서 B로 바꾸려면 어떻게 할까고민을 많이 했다. 변화와 개혁을 주도할 수 있는 매개 수단은 역시 교육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그렇다면 어떠한 교육을 통해 사람들을 변화시킬 것인가’, 생태학적 상상력과 인문학적 감수성으로 무장한 지식생태학을 통해 변화를 시도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교육과 접목할 만한, 강력한 지혜와 소재를 얻으려면 역시 자연 생태계를 잘 알아야 한다. 생명체가 살아가는 원리와 방식 등을 선별해서 교육에 적용하면 매우 이해하기 쉽고 감동적이다. 그래서 어릴 적부터 체득해온 경험을 살려 <나무는 나무라지 않는다>란 책도 하나 썼다. 나무가 한 곳에 머무르면서 깊이 뿌리를 내리고 높이 줄기차게 자라면서 여러 가지로 가지를 뻗으며 자라는 나무의 성장과정을 인문학적으로 분석해낸 책이다.

오래전부터 한양대학교 대학원 사범대학에 학습생태계설계방법론이라는 과목을 하나 신설했다. 우리 사회 교육은 물론 지식을 창조하고 공유하는 과정을 어떻게 하면 학습이 선순환되어서 생태학적으로 유지와 발전은 물론 지속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까, 생태계가 유지되고 발전되는 원리나 핵심전략을 통해 학습과 지식창조 과정을 생태학적 운영 메커니즘에 비추어 학습 생태계를 설계하기 위해 방법을 모색해보자는 것이다.

이와 연계해서 4가지 구호가 있다. ‘즐거운 학습, 건강한 지식, 보람찬 성과, 행복한 일터.’ 4가지 명제는 각각 즐거운, 건강한, 보람찬, 행복한등의 감정이나 사물의 성질을 나타내는 형용사로 시작한다. 즉 즐거운 학습이라야 건강한 지식이 창조되고, 건강한 지식이라야 보람찬 성과 창출로 연결되며, 보람찬 성과를 나누는 활동이 동반되어야 행복한 일터로 발전할 수 있다는 논리다.

한양대 사범대 618호실에서 ‘지식생태학’에 관한 지론을 소개하고 있는 유영만 교수의 모습. 그는 “강력한 지혜와 소재를 얻으려면 자연 생태계를 잘 알아야 한다. 생명체가 살아가는 이유와 원리, 방식 등을 선별해서 교육에 적용하면 매우 이해가 쉽고 감동이 크다”고 들려준다.
한양대 사범대 618호실에서 ‘지식생태학’에 관한 지론을 소개하고 있는 유영만 교수의 모습. 그는 “강력한 지혜와 소재를 얻으려면 자연 생태계를 잘 알아야 한다. 생명체가 살아가는 이유와 원리, 방식 등을 선별해서 교육에 적용하면 매우 이해가 쉽고 감동이 크다”고 들려준다.

93권의 서적을 집필한 작가 & 대학교수로서 철학이 있다면 무엇인가

기본적인 교육 철학은 가르치지 않고 가르치는 것이다. 과거 스승님들께 배운 것도 일일이 방법을 가르치지 않고, 방향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학생들에게 방법이라는 묘약을 가르치면 모범생(模範生)’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방향이라는 것을 가리키면 스스로 탐구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모험생(冒險生)’이 된다.

따라서 우리 사회에서 다수의 모범생을 길러내기보다는,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그 대안과 대책을 마련해가는 모험생을 많이 길러내야 한다. 자기 스스로 성취해가면서 재미와 보람을 느끼는 그런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

무엇보다 화초처럼 기르지 말고 잡초처럼 기르는생태학적 야성을 강조하는 교육이 중요하다. 깨달음 중에서 가장 큰 깨달음은 스스로 터득하는 것이다. 교사나 교수가 가르치는 것은 보조적인 수단에 불과하고, 학생 스스로 어떻게 문제를 파고들어 고뇌하면서 대안을 모색해야 많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지를 적극적으로 행동하면서 몸으로 배워야 한다.

대한민국에서 어떠한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는가

앞으로 설립하고 싶은 대학이 하나 있다. ‘들이대학교 저질러학과 뒷수습전공’. 세상은 책상 지식인이 앉아서 머리를 굴리며 나오는 아이디어나 위대한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바꾸지 못한다. 세상을 이끌어가는 리더는 밖으로 나가서 온몸으로 행동하고 도전하며, 그러다 안 되면 다시 또 도전하는 사람이 바꾸는 법이다.

그래서 유영만 교수라는 사람은 비록 대학교에서 지성인이었지만 끊임없이 행동하고, 도전하며 세상의 문제를 온몸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했던 사람이라 평가해줬으면 한다. 일종의 실천적 지식인인데, 그냥 단순한 지성인보다는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하는 야성인(野性人)’이 좋다. 왜냐면 지성이 없는 야성은 야만이고, 야성이 없는 지성은 지루하다. 무엇보다 야성이 없는 지성만으로는 현재 당면한 삶의 위기를 극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야성은 틀에 박힌 사유를 거부하고 길들여지지 않는 사유로 낯선 세계로 과감하게 도전하는 과정에서 길러진다.

 

안나겸 사회부 기자 asj25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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