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중요함과 필요성은 알지만 투자에는 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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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중요함과 필요성은 알지만 투자에는 미흡
  • 이준호 기자
  • 승인 2009.06.10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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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기업들을 중심으로 생산 경영에서 디자인 경영으로 전환되고 있어

얼마 전 영국의 유력 디자인 잡지인 ‘아이콘(ICON)’에 한국 디자인과 관련해 재미있는 기사가 실렸다. 21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디자인계 이슈 20개를 선정했는데 그중 ‘South Korea’가 포함된 것이다. 선정 이유에 대해 ‘기업의 디자인 투자가 괄목할 만큼 증가하고 있으며, 국가 주도의 디자인 정책이 매우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지난 30년간 가격경쟁력 중심의 대량생산·대량수출에 힘입어 경제 규모 세계 12위라는 놀라운 성장을 이뤄왔다. 하지만 세계화·지역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무한경쟁시대가 본격화 되고, 선진국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발 빠르게 대응하였지만, 우리는 과거의 물질 중심의 성장 패러다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반면 디자인 종주국이라 불리는 영국의 경우에는 10여년 전만 하더라도 우울하고 희망마저 잃어버린 중세의 암울함까지 느껴질 정도로 노쇠한 나라에 불과했다. 그런 영국이 최근 빠른 속도로 화려하게 탈바꿈하고 있다. 디자인으로 대표되는 창조산업의 규모가 지난 10여 년 새에 두배나 성장했으며, 세계적인 기업들의 디자인 연구소가 런던으로 몰려들고 있다.

창조적 활동을 통한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 전략 ‘디자인’
우리의 사정도 영국과 마찬가지로 저성장을 보이며 경제회복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디자인과 같은 창조적인 활동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요즘 우리나라 곳곳에서 디자인이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을 뿐 아니라 디자인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은 더욱 뜨겁다. 한국을 대표하는 정보통신기기·가전·자동차 생산기업들은 혁신적인 디자인을 앞세워 글로벌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경영 핵심전략으로 디자인을 채택하고 있으며, 300명 이상의 디자이너를 보유할 정도로 규모면에서도 세계적인 기업들을 앞서가고 있다.
이를 반증이라도 하듯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독일의 iF디자인공모전과 같은 해외의 유명 디자인상 하나를 타기 위해 노심초사했던 한국 기업들이 이제 세계의 각종 디자인 공모전에서 훌륭한 성적을 거두며 디자인 역량을 과시하고 있다. 이러한 선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일부 기업들을 제외한 많은 기업들이 디자인에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것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우리나라의 디자인과 관련된 통계 수치를 보면 중소기업의 56%가 아직도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에 의존하고 있고 디자인 인력을 보유하지 않은 기업이 60%에 이른다. 디자인의 중요성은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막상 투자를 꺼리는 기업들이 많다는 것이다.
고객들은 제품을 통해 기업을 만나게 된다. 과거에는 제품의 기능과 생산에 비중을 두고 마케팅이 이뤄졌으며, 디자인은 단지 제품의 외관을 얼마나 보기 좋게 만드는가에 국한됐다. 그러나 고객의 가치 기준이 감성중심으로 변하고 직관에 의지해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많아지면서 디자인의 역할은 소비자의 심리와 감성의 만족, 문화의 접목을 통한 새로운 가치 창출로 확대되고 있다. 즉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기 위해 소비하는 시대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황을 뛰어 넘을 수 있는 징검다리 ‘디자인’
경기침체로 위축된 소비심리를 자극하는데 디자인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디자인이 우수한 제품을 사용해 본 소비자들은 그 구매여력이 줄더라도 ‘멋진 상품’을 구매하는데 거부감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이는 품질의 차별성이 소멸되던 1990년 후반부터 자동차, IT제품을 중심으로 디자인 경쟁력이 핵심요소로 부상하면서부터다.
특히 불황 속에서도 우수한 디자인을 통해 매출을 획기적으로 높인 경우는 많았다. 대표적인 혁신기업 애플은 1998년 아이맥, 2001년 아이팟, 2008년 맥북에어 등 차별화된 디자인으로 경영위기와 불황기를 극복했다. 또 영국 음반 체인점인 HWV는 온라인 음반시장 확대로 방문객이 줄자 음반과 게임CD만 가득하던 매장에 PC와 콘솔 게임기, 인터넷 등을 설치하여 고객이 즐길 수 있는 매장 디자인으로 판매실적을 25% 이상 증가 시켰다. 이처럼 디자인은 소비자들의 구매욕구뿐 아니라 회사의 경영위기 극복을 위한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통상적으로 디자인은 신상품개발의 본원적 요소로 작용해 사업성패의 결정적인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불황기에는 기존 디자인을 ‘보완’하는 것만으로도 부가가치를 제고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불황기의 기업들은 신상품개발 자체를 기피해 근본적인 디자인 변화를 위해 많은 투자를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무리다. 따라서 소비자들의 소비심리를 면밀히 분석해 디자인에 반영함으로써 그들의 소비심리를 자극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또한 현대의 소비자들은 상반된 소비 Needs를 함께 추구하려는 양면성을 보유하고 있어 ‘감성과 이성’‘집단과 개인’‘유목과 정착’등의 소비성향이 대등하게 공존해 유행을 따라 모방하면서도 자기중심적 개성을 표출하여 구매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면서도 감각적인 유희를 즐긴다. 그러나 소비심리가 위축되는 불황기에는 양면적이던 소비심리가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이 발생해 감성적 소비보다는 이성적 소비가 발생한다. 이를테면 브랜드나 로고 등 명품이 보유한 상징성보다는 구매효율성이나 상품의 실용성을 우선시해 호황기에는 럭셔리한 상품으로 부와 신분을 과시하려는 욕구가 크지만 불황기에는 충동성 구매를 지양한 신중한 소비를 추구하게 된다.

21세기 기업경쟁력의 핵심 ‘디자인 경영'
디자인은 현대의 기업 경영 활동과도 뗄래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세계적으로 특정 산업 분야에서 선두 주자의 위치에 있는 많은 기업들은 디자인을 경영 전략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여 커다란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제 디자인은 사업의 성공에 이르는 지름길이라 불릴 정도로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디자인이 사업의 성공에 기여할 수 있는 이유를 꼽는다면, 우선 디자인은 기업의 이미지를 제고시켜 고객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과 고객이 선호하는 독특한 특성을 상품에 부여함으로써 경쟁력을 증진시켜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제품과 사용하는 소비자들과의 원활한 상호관계는 디자인에 의해 촉진되어 고객이 구매 상품을 선정할 때는 물론 그 상품을 사용할 때나 사용하고 난 후 느끼게 되는 만족감을 증진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상품과 관련된 고객의 만족은 물리적 만족과 심리적 만족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물리적 만족은 어떤 상품이 마땅히 발휘해야만 하는 기능에 대한 충족감을 뜻하며 심리적 만족은 어떤 상품을 소유하는 데서 느껴지는 정신적인 충족감으로 새로운 상품 계발과정에서 과학기술로 대표되는 기능과 조형 예술의 산물인 미적 형태의 유기적인 조화를 도모하여 고객의 총체적인 만족을 도모하는 것이 디자인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관관계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디자인을 경영 자산으로 인정하고 효율적인 관리를 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를 형성해 가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약 100년 전부터 일부의 선두기업을 중심으로 디자인 경영의 개념을 도입해 왔다. 그리고 이들 기업의 대부분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다국적 기업으로 성장해 있다. 독일의 AEG, 미국의 IBM, 이태리의 올리베티, 네덜란드의 필립스, 덴마크의 B&O, 일본의 소니 등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의 삼성전자, LG전자와 중소기업들의 우수 사례를 통해서도 디자인 경영의 성과가 확인되고 있다.
특히 선진 기업들의 핵심 역량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옮겨가면서 디자인은 제품 개발이라는 한정된 분야에서뿐 아니라 기업의 성과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소위 잘나가는 기업들은 나름대로의 핵심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데, 월마트의 경쟁력은 가격, 토요타의 경쟁력은 품질, 3M의 경쟁력은 혁신문화를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유명 석학들은‘기업들은 과거에는 가격으로, 오늘날에는 품질로 경쟁하고 있지만, 미래에는 디자인으로 경쟁할 것이다’라며 디자인의 중요성을 앞 다투어 지적하면서 선진 기업들 역시 하나 둘 디자인 경영에 합류하고 있는 모습이다. 필립스는 ‘제품 성공 여부의 80%를 디자인이 차지하고 있다’를 기업 성장의 비전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IBM은 ‘Good design is good business’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다. 소니 역시 ‘새로운 디자인, 매력적인 디자인, 질 높은 디자인’을 내세우는 등 글로벌 기업들은 생산 중심적 경영에서 디자인 중심의 경영으로 전환하고 있는 추세다.

글로벌 시장에서 가속화되는 디자인 경쟁력
현대 비즈니스 세계에서 다가오는 변화를 빠르게 인식하고 대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해서는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예전과 달리 새로운 것은 바로 변화의 가속화를 부채질해 나날이 빠르게 변화하는 모든 상황을 예측하고 이에 대한 준비를 해나가야 10년, 100년이 지난 후에도 소비자에게 사랑받는 기업이 될 수 있다. 또 조그마한 변화에도 주목해 이에 맞는 전략을 제시해 변화를 수용, 순응하도록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기업에 있어서 직원들과 소비자들이 직면할 수 있는 가장 큰 변화 포인트는 디자인에 관한 부분으로 현재와 같은 비주얼시대에 디자인의 중요성은 기업의 성공을 견인하는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해 디자인은 제품과 사용자, 즉 소비자간의 의사교류 언어로서 소비자는 예전과 달리 더욱 다양해진 취향과 각각의 라이프스타일을 지녔으며 각자의 개성을 표현하려 한다. 또한 그들이 선택하는 제품은 항상 변화하는 소비심리를 반영하는 바로미터로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하고 그들이 원하는 기능이 있는 디자인의 제품을 선보이는 기업이 성공을 향해 한 발 더 앞서나갈 수 있다. 하지만 기능과 접목되지 못한 디자인은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한편, 변화의 환경 속에서 기업의 디자인 경쟁력은 기능뿐만 아니라 여러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다. 제품디자인, 패키지, 브랜드 로고, 컬러 등에 새롭게 변화를 줘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인식과 브랜드 및 기업에 대한 생명력을 부여할 수 있다.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과 브랜드 사례를 굳이 열거하지 않더라도 제품의 디자인이나 로고, 컬러는 고유의 특성과 함께 소비자의 인식에 커다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거기에 매스미디어와 인터넷의 급속한 발달은 글로벌 세계로의 전환을 가져왔다. 이에 따라 사람들이 어떤 제품을 구입하느냐의 문제는 경제적인 면보다 개인의 성향에 크게 좌우되고 있다. 이런 소비자들의 변화를 직시해 보다 다양한 디자인, 컬러, 기능을 제품에 접목해야 한다.
변화의 흐름 속에서 기업의 디자인 경쟁력 역시 점점 가속화되고 있다. 또 가장 영향력 있는 생존전략으로 부각되고 있다. 글로벌 기업뿐만 아니라 삼성이나 LG 등 국내 대기업들이 디자인 사업부문에 전력을 쏟고 있는 것도 이런 상황과 일맥상통한다. 다만 소비자와 시장의 변화를 정확히 읽고 적절한 대응을 하는 기업만이 성공할 수 있다. 새로운 변화와 급변하는 환경을 이해하기 위해서 기업은 끊임없는 분석과 연구를 통해 변화 추이를 이해해야 하며, 이를 통해 지속적으로 소비자가 가져오는 변화를 잘 수용하고 이에 부응하는 새로운 제품을 개발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렇듯 기업의 임무는 시장과 소비자 욕구의 변화를 주시하고 그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기회를 살피면서, 한편으로는 변화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를 사업전략의 핵심에 두고 지속적으로 제품개발에 주력하는 것이다.
앞에서도 이야기 한 것처럼 디자인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우리 생활 곳곳에서 디자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한 나라의 디자인 인프라는 그 나라를 세계 제일의 국가로 만들 수도 있고 3류 국가로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의 디자인보호정책 및 마인드는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빠르게 변해가는 유행의 흐름 속에서 디자인을 보호하기 위한 의장제도는 심사기간이 길어 효용성이 떨어지고 경쟁업체간의 디자인카피 풍조가 만연하여 개발의욕을 저하시키고 있는 가운데 디자인 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디자인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제도적 장치의 보완 등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에 대한 깊은 이해와 성찰이 필요한 때이며, 디자인 강국으로서의 백년대계를 위해 디자인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제도적인 장치의 보완 등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진단해야할 시점임을 간과 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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