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同雨의 시선]
군자표변(君子豹變)
시사매거진 전북본부 논설실장 정치학박사 李同雨

‘군자표변(君子豹變)’, ‘군자는 표범처럼 변한다’로 알려져 있는 이 말의 원전(原典)은 ‘주역(周易) 혁괘(革卦)’편이다. 본래 주역의 구절에서 ‘대인호변(大人虎變: 대인은 호랑이처럼 변하고), 군자표변(군자는 표범처럼 변하나), 소인혁면(小人革面: 소인은 얼굴빛만 바꿀 뿐이다)이라고 했다.
이는 ‘군자(학식이 높고 행실이 어진 인격자)’가 있고, 군자 위에 ‘대인’이 있다고 본 것이다. 다시 말해, 가장 이상적인 것이 ‘호변’이고 그 다음이 ‘표변’이며 마지막이 ‘혁면’으로 제일 아래라는 것이다.
군자의 언어와 행태는 ‘봄부터 가을까지 표범의 가죽이 아름답게 변하여 가는 것처럼 선명하게 변한다’는 의미인 ‘군자표변’은 군자는 ‘잘못(허물, 착오 등)을 깨달으면 곧 바로 선명하게 고치고 표범의 무늬가 선명하듯이 명리(名利)를 위해서는 언어와 행태를 확실하게 바꾼다’는 뜻이겠다.
반면 혁면은 ‘얼굴빛을 바꾼다’는 뜻이다. 보통 사람이 실수를 하거나 상황이 곤란하게 되면 일단 얼굴부터 발갛게 변한다. 소인혁면은 사람이 얼굴을 바꾸는 정도에 그치고 다음에 또 같은 잘못을 한다는 것이 문제다. 한편으로 소인혁면보다 최악이 있다. 얼굴이 두꺼워서 혁면조차 하지 않는 ‘철면피’ 같은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1995년 삼성 故 이건희 회장이 ‘우리나라는 정치는 4류, 행정은 3류, 기업은 2류’라고 일갈하면서 2류 삼성을 초일류기업으로 바꾸기 위해서 ‘마누라 빼고 다 바꾸라’며 강도 높은 혁신(표변)을 강조했다. 삼성이 초일류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것은 이 회장의 탁월한 리더십과 임직원들의 뼈를 깎는 노력(표변)이 있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렇듯 호변과 표변은 호랑이와 표범이 털갈이 이전과 이후로 구분해서 ‘엄청나게 큰 변화가 있다’는 것이다.
지금 정치권에는 이른바 ‘이준석 현상’이라는 엄청난 표변이 일어나고 있다. 현재 여론조사 등의 추세라면 6월 11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36세의 당 대표가 선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만일 이준석 후보가 제1야당의 대표로 선출된다면, 이제 국민들은 23살이나 차이나는 59세의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젊은 야당대표가 마주 앉은 사진을 보게 될 것이다.
국민들에게 이보다 더한 ‘정치표변’은 없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같은 국민들의 의식 변화가 갑자기 찾아온 것이 아니고 다만 ‘이준석’을 계기로 표출된 것일 뿐이라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여러 가지 징후를 통해 드러났듯이 이미 국민들은 표변했는데 정작 (일부)정치인들만 변화를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아니면 정치인들은 크게 바뀌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정작 국민들은 변화를 조금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도 생각해 볼 일이다.
만일 후자의 경우라도 주역의 말로 해석한다면, 이들의 변화가 호변과 표변이 아니기 때문에 국민들이 변화를 알아차릴 수가 없었기에 그 책임은 전적으로 정치인들에게 있다.
우리는 동서고금을 통해 변화의 징후를 느끼고 미리 준비하는 사람이 시대를 이끌어갔다는 사실을 기억한다. 이준석이 당 대표로 선출되든 안 되든 그가 우리 사회에 던져준 시사(示唆)는 엄청나다.
6월 11일(금)이 기다려진다.
李同雨 전북논설실장 samera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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