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의 야구 이야기] 베트남 야구에 대한 고찰(考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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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수의 야구 이야기] 베트남 야구에 대한 고찰(考察)
  • 편집국
  • 승인 2021.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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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헐크파운데이션)
(사진_헐크파운데이션)

한국에 도착해 자가격리를 시작했다.

펜데믹의 어려운 상황과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번 베트남 방문은 뜻깊은 도전이었다. 야구협회가 설립된 베트남에 야구를 보급시키고 여러 가지 야구 행정을 돕기 위해 기꺼이 그 도전을 선택했다.

자가격리를 포함해 애초 두 달의 방문 계획을 세웠으나 아쉽게도 베트남 코로나의 확산으로 인해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귀국일정이 앞당겨져 베트남 야구지원단 스텝진과 베트남 야구 선수들과 한 달 정도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사실은 가족들에게 미안하지만 내심 베트남 야구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을 때까지 석 달도 염두해두고 있었다.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해볼 때 쉽지 않은 일이지만 눈 앞에 보이는 베트남 야구 보급과 발전에 정성을 쏟아야 된다는 각오로 입국을 했다. 

”2주간 시설 격리 힘들지 않으셨나요?", 베트남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다.

내 대답은 일관되었다.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다. 베트남 야구에 대한 비전을 구상하고 글을 작성했다. 그리고 활발한 활동을 위해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좁은 호텔방에서 운동을 열심히 했다. 오히려 2주간의 격리 생활동안 머릿 속이 많이 정리되었고 나에게 꼭 필요한 시간이었다.

한국에 돌아와 베트남에서 숨가쁘게 보낸 시간이 한 달 반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하루하루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며 한 목표만을 위해 달렸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이런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이장형 베트남 야구지원단장과 주위 사람들의 헌신적인 배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베트남에 들어가기 전부터 베트남 야구를 위한 일이라면 어떤 약속도 다 참석하여 도움을 요청할 것이니 다소 무리가 되더라도 중요한 약속을 다 소화하겠다는 내 완강한 고집을 이선생에게 필역하였다.  

베트남 야구가 최초로 출범하는 일이라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생각보다 너무 많아 잠시도 여유를 챙길 겨를이 없었다. 매일 지인들과 기업인 그리고 베트남 정부관료들과 만나는 강행군이 반복되었고, 하루 중 아침, 점심, 저녁 일정을 소화한 적도 2번이나 있었다. 

시설에서 격리를 끝내고 한 달 동안 거의 하루 2차례 베트남 야구발전을 도모하는 모임을 가졌다. 틈틈이 목요일 저녁과 주말에는 베트남 야구선수들의 훈련장을 찾아 그들을 지도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 비록 몸은 힘들고 피곤하여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때는 스스로 마음을 조절하며 베트남 야구를 먼저 생각했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야 된다는 압박감에 많은 것들을 베트남에서 만들어 놓고 가기 위해 이장형 단장과 쉼 없이 움직였다.  

가끔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느낀다. 몸은 피곤하지만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모험을 하는 행복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서 이 모든 일들이 즐겁기만 했다. 

오늘은 또 어떤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갈지 기대하며 숙소를 나선다. 언제나 이런 마음이라 일이 잘 되지 않더라도 불평하지 않고 늘 즐거운 마음으로 달려 나간다. 아니 오히려 혼자서 베트남 야구를 이끌어 가는 이선생을 보면서 비록 내가 나이만 많을 뿐이지 그를 보며 많은 것을 배운다.

이만수 이사장과 하노이 한국국제학교 이장형 선생(사진_헐크파운데이션)
이만수 이사장과 하노이 한국국제학교 이장형 선생(사진_헐크파운데이션)

야구인이 해야 할 일을 하노이 한국국제학교 이장형 선생은 학교를 1년 휴직하면서 오로지 베트남 야구를 위해 헌신하고 있다. 그저 그가 존경스럽기만 할 뿐이다. 1년 휴직만 한 것이 아니라 사비를 털어서 베트남 야구를 위해 봉사하고 있다. 그가 베트남 야구를 위해 이렇게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은 베트남 야구 선수들과의 오랜 공감과 야구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라는 것을 여기에 와서 더 절실하게 느끼게 되었다. 옆에서 지켜본 그의 열정이 경이롭기까지 하다.

이런 열정적인 그가 있기에 야구인인 나도 이들을 위해 몸사리지 않고 최선을 다해 함께 할 수 있었다. 이번 베트남 야구를 위해 함께 했던 시간들은 나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들을 만들어 주었고 또 앞으로 있을 수많은 일들에 대한 기대감과 놀라운 역사들을 기대하게 했다.

지금도 이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을 생각하면 야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잘 했다“는 생각과 자부심이 생긴다. 하루 빨리 코로나가 종식되거나 백신을 맞고서라도 베트남과 라오스 그리고 다음 인도차이나 반도 행선지로 달려가고 싶다.

지금도 한달 동안 함께 했던 선수들이 눈에 선하고 그들이 보고싶다. 해맑은 얼굴로 살갑게 다가와 인사하고 반겨주는 선수들이 너무 보고싶다. 지난 한달 동안 선수들과 정이 많이 들었던 모양이다. 정말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다시 베트남으로 들어가 선수들과 함께 땀 흘리며 야구하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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