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원내대표 ‘안상수’, 친이는 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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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원내대표 ‘안상수’, 친이는 건재했다
  • 신현희 차장
  • 승인 2009.06.09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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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보선 한나라 참패, 박근혜·손학규 웃고 이상득·정몽준 울고

4.29 재보선 결과 ‘민주당 1, 진보신당 1, 무소속 3’이 당선되었다. 무소속 3명 중 2명이 민주당 계열, 1명이 친박계열이다. 사실상 무늬만 무소속인 셈이다. 한나라당은 전멸이다. 친박연대가 자기편이라고 우기기에는 박근혜 전 대표의 마이웨이가 너무 뚜렷하다.

민주당·진보신당 내년 지방선거 자신감 충만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총력전을 펼쳤던 인천 부평을 선거구는 유일하게 수도권 사수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 결과는 민주당의 승리. 그 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GM대우 노동조합 운동을 한 경력이 있는 민주당 홍영표 후보가 MB 정권 경제팀의 지식경제부 제2차관 출신 경제통인 한나라당 이재훈 후보를 무려 10% 이상 득표차로 따돌리고 완승했다. 이는 수도권 주민들의 반MB 정서를 여실히 보여주는 결과였다.
울산 북구에서 단일화를 이뤄내며 원내 진출에 성공한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물론 비록 의석은 얻지 못했지만 당 지지율 상승효과를 얻은 강기갑 민노당 대표도 엄밀히 따지면 승자라고 할 수 있다. 반MB 진영 후보가 단일화를 이룸으로써 MB 대 반MB 세력 정면대결의 장을 마련했던 이곳에서는 반MB 진영 단일후보로 나선 진보신당의 조승수 후보가 MB 정권의 경제팀에서 예금보험공사 사장을 지냈던 한나라당 박대동 후보를 약 8%라는 비교적 큰 차이로 누른 것이다.
민주당의 공천 거부 후 상당한 비난 속에서도 무소속 출마라는 승부수를 던졌던 정동영 후보는 자신의 옛 선거구이자 고향인 전북 전주시 덕진구에서 72.27%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얻어 당선되었으며, 그와 함께 무소속 연대를 형성했던 전주시 완산구 신건 후보도 민주당에서 공천한 이광철 후보를 큰 표 차로 따돌리고 과반수 득표에 성공했다.
마지막으로 한나라당은 자신의 표밭에서 자존심을 건 한판승부를 벌여 최악의 시나리오를 연출했다. 경북 경주에서는 작년 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친박연대 후보에게 패배했던 후보를 또다시 같은 지역에서 공천하는 무리수를 두면서 이상득 대 박근혜의 빅매치가 벌어졌다. 아무도 예상하기 어려운 이 지역 선거는 한편의 드라마였고 재보궐 선거로는 이례적으로 40.8%라는 꽤 높은 투표율을 보였다.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도 박근혜 전 대표가 ‘선거의 여왕’임을 다시 한번 증명하는 계기가 되었다. 친박계열 무소속 정수성 후보가 한나라당 정종복 후보를 10%가 넘는 표차로 승리하면서 국민들의 냉정한 심판을 받은 것이다. 국민들의 귀를 막고 눈을 가린 공천. 국민들을 무시한 결과인 셈이다.

재보선 결과, 당 쇄신과 화합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
이러한 4.29 재보선 결과를 두고 한나라당 내에서는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 당 지도부에서부터 개혁 소장파에 이르기까지 이구동성이다. 이미 엎질러진 물은 차치하고서라도 이대로 가다가는 내년 지방선거까지 참패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게 중론. 하지만 한나라당에서 내놓은 쇄신안은 당헌, 당규를 개정하는 방안에 대해 적극 모색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실제로 홍준표 전 원내대표도 지난 5월6일 평화방송 라디오 모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의 중심이 청와대인데 청와대와 당이 따로 놀게 되면 상당히 어렵다”며 “그래서 대통령이 당의 중심이 되는 체제로 가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야당을 할 때 우리가 당청을 분리했는데 10년 만에 집권해서 운영을 해보니까 현재의 지도 체제로는 어렵더라”고 당헌, 당규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들의 결론은 이번 선거의 참패가 당헌, 당규가 잘못되어 있어서라는 궁핍한 변명인 셈이다.
같은 날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박희태 대표 등 한나라당 관계자들과 조찬 정례회동을 갖고 4.29 재보선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당이 쇄신과 화합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여권 내에서 당정청 쇄신론에 힘이 실리는 상황에서 이 대통령 역시 한나라당의 변화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다. 대통령은 그러면서 “지혜로운 사람이 전화위복의 계기를 만드는 법”이라며 박 대표가 나서 이번 재보선 참패 후폭풍을 잘 수습해 줄 것을 당부했다. 박 대표 역시 “그렇지 않아도 제일 먼저 한 게 쇄신과 단합”이라며 화답했다.
여권내 쇄신론이 힘을 얻으면서 당 화합 차원에서 친박계 좌장격인 김무성 의원을 원내대표로 추대하자는 말이 나왔으나 박근혜 전 대표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임으로써 친박과의 화해의 제스처가 수포로 돌아갔다. 이로써 박 전 대표는 확실하게 마이웨이를 선언한 것으로 보여진다. 또한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 참패의 원인에 대해 “당에서 쇄신책이라는 것을 이야기하는데 내용을 보니까 공천시스템 투명하게 하고, 당헌당규 정신에 맞게 잘해야 한다는 것, 원내 상임위 중심으로 활동한다는 것, 원내 중심이 돼야 한다는 것이 죽 나와 있다. 그게 (내가) 당 대표 때 실천했던 일들이다. 국민들이 당을 어떻게 봤는가. 새삼스럽게 그것이 쇄신책으로 나왔다는 것은 그게 지금 안지켜지고 있다는 이야기다”고 밝혔다.

조기 전당대회를 통한 전면 쇄신론 급부상
한나라당은 “박근혜를 어찌하리오”라는 분위기다. 박희태 대표가 친박을 끌어안으려는 취지로 던진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를 박근혜 전 대표가 거부하고 원칙론을 고수했다. 이를 두고 박 전 대표가 ‘국정 운영의 책임을 공동 부담해봐야 별 승산이 없다는 없다는 계산을 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나라당에서는 재보선 이후 더욱 소원해진 친이-친박과의 단합을 최우선 과제로 뽑은 박희태 대표의 화합책이 불발로 끝난 것이다.
이 카드가 물 건너가면서 조기 전당대회를 통한 전면 쇄신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당내 개혁성향 의원 모임인 ‘민본21’ 등이 불을 지핀 조기전당대회 논의에 정몽준 최고위원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박근혜 전 대표처럼 지도력과 영향력 있는 분이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한나라당 내 친이계 최대 모임인 ‘함께 내일로’ 또한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포함, 쇄신안 논의를 위한 의원총회 소집을 당 지도부에 요구하고 있다.
원내대표 선출보다 더 어려운 것은 바로 시도당 위원장 선출과 원외 당협위원장의 정리 문제다. 이 문제는 내년 지방선거 공천권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양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내년 혹은 올해 말에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전당대회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쉽게 해결되기 힘든 문제다. 친이재오 성향의 원외 당협위원장을 그대로 둘 것인가, 친박근혜 성향의 의원을 당협위원장으로 임명하느냐 문제 역시 적절한 답을 못 찾고 계속 공전 중이다. 침묵하는 이재오 전 의원의 역할론이 회자될 것인가, 잠수함 행보에 들어간 이상득 의원의 보이지 않는 손이 다시 움직일 것인가, 그 사이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가 지켜볼 일이다.

친이계 안상수 의원 원내대표 꿰 차, 주류는 건재한다
지난 5월21일에 열린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이계’ 안상수 의원이 당선됐다. 러닝메이트인 김성조 의원은 정책위원장 자리에 앉게 됐다.
경선은 결선까지 갔지만 승부는 비교적 쉽게 났다. 안상수-김성조는 95표를 얻어 62표를 얻은 황우여-최경환을 큰 표 차로 따돌렸다. 1차에서 안 의원 조는 73표, 황 의원 조는 47표, 정의화-이종구는 39표였다.
1차 투표는 친박 진영의 응집력 부족을 여실히 보여줬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의원은 어림잡아 60명 이상으로 분류되는데 황 의원 조는 50표에도 못미쳤다. 또한 ‘보이지 않는 손’ 논란에 휩싸였던 이상득 의원이 일부 의원들에게 “황우여-최경환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힌 것도 이번 결과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후문이다. 역시 형님은 밀리지 않았다.
한마디로 이번 경선 결과는 ‘친이계 주류의 건재함을 과시한 것’이기도 하다. 재보선 참패 이후 당 지도부가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 친이계의 자존심을 건드려 재결집하는 힘이 되었다는 것도 일리가 있다. 민주당 김성조 의원을 러닝메이트로 삼긴 했지만 강경친이 안상수 의원이 무난히 당선됨에 따라 친이계는 한시름 놓은 셈. 안상수 신임 원내대표가 이끌어 갈 한나라호가 난제들만 가득한 바다를 순항할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안상수 신임 원내대표는 경기 과천, 의왕 출신의 4선 의원으로, 지난 2007년 야당 원내대표를 맡으며 강경 투쟁을 주도했고, 당내 평가나 이미지도 좋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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