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가 성인 남녀 3,006명을 조사한 결과 성인 남자 40.9%가 담배를 피웠다. 이는 6개월 전의 40.4%에서 0.5%포인트 늘어난 수치로 증가 폭은 미미하지만 2000년 이후 급격히 떨어져온 흡연율이 거꾸로 갔다. 이에 복지부는 ‘스모크 프리(Smoke free)’라고 불리는 공공장소 금연 구역을 더욱 확대하기로 했으며 담배 갑에 경고문구 외에 폐암 등 경고사진을 부착하도록 내년까지 법으로 정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이 같은 정책들을 통해 오는 2020년까지는 성인 흡연율을 지금의 절반 수준인 20%까지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니코틴, 헤로인이나 코카인과 같은 강한 의존성 가져
흡연자중 한번쯤은 새해 결심으로 ‘금연’을 선언하는 경우가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새해에는 담배 소비량이 일시적으로나마 줄어든다고 한다. 그러나 금연 결심자 대부분이 쉽게 담배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금연캠페인을 비롯, 금연에 관련된 동호회 결성 및 금연운동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금연에 성공한 사람은 많지 않다.
그렇다면 왜 ‘금연’을 시도한 사람들이 대부분 실패로 돌아가는 것일까?
담배엔 니코틴이 다량 함유되어 있는데 이는 담배의 습관성 및 중독증의 원인이 되고 있어 마약중독처럼 니코틴에 중독된 상태에 빠지게 된다. 아편과 거의 같은 수준의 습관성 중독을 일으키기 때문에 마약으로 분류되며, 담배를 일단 피우기 시작하면 매 30~40분에 한 대씩 피워야 하는 이유가 바로 담배속에 있는 니코틴 때문이다. 따라서 하루에 한갑 이상의 담배를 피우고, 아침에 일어나 30분 이내에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니코틴에 중독된 것으로 보는 것이 좋다.
또한 니코틴은 다른 약물과는 달리 폐에서 빠르게 흡수되므로 연기 흡입 후 7초 이내에 뇌에 도달하여 빠른 효과를 나타낸다. 따라서 담배를 계속 피우면 니코틴 수용체가 늘어나고 내성이 생기게 된다. 인체는 낮에 흡연시각성과 심혈관 작용에 대한 내성이 생겼다가 밤에 담배를 피우지 않으면 다시 민감성이 생기는 1일 변화를 겪게 된다. 이러한 용량과 관계된 내성 때문에 흡연자는 원하는 정도의 약리작용을 얻고 금단증상을 줄일 수 있는 자신만의 일정한 1일 흡연량(보통 10개피 이상, 니코틴 10~40㎎)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미국 The Surgeon General의 보고서에서도 ‘담배의 니코틴이 헤로인이나 코카인과 같은 물질과 같이 강한 의존성을 가지고 있다’고 발표, 흡연에 중독된 사람은 의학적 측면에서 습관성 약물 중독자와 같은 상태로 분류하고 있다. 1998년 영국 과학위원회에서도 정부 보고서에 ‘흡연습관(유행)이 계속 유지되는 원인은 담배연기속의 니코틴에 의한 중독 때문’이라고 니코틴 중독의 심각성에 대해 상세히 기록한 바 있다.
담배연기 속에는 니코틴을 포함하여 약 4,000여 종이나 되는 발암물질과 독성 화학물질이 들어있다. 이중 20여 종이 A급 발암물질이다. 흡연시 발생하는 물질 중 건강에 가장 해로운 물질은 타르, 일산화탄소(CO), 니코틴 3가지 성분이다.
타르는 일반적으로 담배진이라고 부르는 독한 물질로 수천 종의 독성화학 물질이 이 속에 들어 있다. 담배가 우리 건강에 주는 해독의 대부분은 바로 이 타르 속에 들어 있는 각종 독성물질과 발암물질에 의한 것으로 약 20여 종의 A급 발암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타르는 담배연기를 통하여 폐로 들어가 혈액에 스며들어 우리 몸의 모든 세포, 모든 장기에 피해를 주고, 일산화탄소는 혈액의 산소운반 능력을 감퇴시켜 만성 저산소증 현상을 일으켜 신진대사에 장애를 주고 조기 노화현상을 일으킨다.
일찍 담배를 피울수록 질병 발생률 높아
담배가 건강에 해롭다는 건 누구나 다 알고 있으며 흡연의 폐해에 대해서도 대중매체를 통해 많이 언급된 바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흡연의 폐해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흡연이 유발하는 질환은 매우 다양해 암의 종류만도 폐암, 구강암, 인두암, 췌장암, 후두암, 방광암, 신장암 등 8가지에 달한다. 또 폐결핵, 폐렴, 독감, 기관지염, 폐기종, 천식, 만성기도장애와 같은 호흡기질환, 류머티스성 심장질환, 고혈압, 폐성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동맥경화, 대동맥류와 같은 심혈관질환을 일으키고, 체중미달아, 신생아 호흡장애증후군, 신생아돌연사증후군 등 소아질환도 유발한다. 이처럼 사람의 몸에서 생기는 모든 암의 32%가 담배에 의해서 생기며 직접 담배 연기를 접촉하는 부위의 암은 80~90%가 담배 때문에 생긴다고 한다.
또한 남자에서의 폐암 사망률과 흡연개시 연령과의 관계에서 비흡연자의 폐암 사망률이 1이라고 할 때 15세 이하에서 흡연을 시작한 사람은 18.7배, 15~19세의 연령군에서는 14.4배의 폐암사망율을 나타내고 있어 일찍 담배를 피울수록 폐암사망율이 높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젊은 시절부터 축적된 흡연은 심장마비에 큰 위협이 된다는 연구결과는 이미 수차례 제출된 바 있으며, 최근에는 핀란드에서 85년부터 95년까지 세계 21개국의 세계보건기구 심혈관계 질환 연구자료를 분석한 결과 30대 흡연 남성은 비흡연자에 비해 심장마비를 일으킬 위험이 4.9배, 여성 흡연자는 5.3배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흡연폐해성에 대한 인식부족과 쉽게 담배를 구입할 수 있는 환경 때문에 흡연으로 인한 질병에 일찍 노출되어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청소년 흡연은 불안한 심리와 비행에 연관되어 있어 정신 건강에 해로울 뿐만 아니라 사회적차원까지로도 문제가 파급될 수 있다. 또한 지적·정서적으로도 성장기 흡연으로 인한 저산소증은 두뇌활동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쳐 사고 능력과 의욕을 감퇴시킨다.
뇌졸중 역시 흡연이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의 후생노동성이 1990년부터 10년간 50대 일본인 남녀 약 4만 2,000명을 대상으로 흡연과 뇌졸중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 뇌졸중의 일종인 구모막하출혈을 앓을 가능성이 흡연자가 비흡연자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흡연자의 경우 비흡연자에 비해 구모막하출혈을 일으킬 가능성이 3.6배나 높았고, 여성은 2.7배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최윤호 전문의는 “담배를 피우게 되면 우선 혈액순환을 저해하면서 고혈압이나 동맥경화, 당뇨병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합병증을 악화시키기도 한다”며 언급, 최근 잇따른 연구에서는 흡연이 거의 모든 종류의 암 발병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금연교육의 첫걸음은 흡연의 폐해를 알리는 것
우리나라의 경우 흡연자의 70%가 금연을 원하지만 금연에 성공하는 사람은 0.5%에 불과하다. 이는 대부분의 흡연자들이 흡연의 해로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금연의 동기가 낮아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속적인 금연 프로그램의 활성화가 아직 미비하며 담배는 마약과 같은 중독성 때문에 스스로 끊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흔히들 ‘금연’에 성공한 사람을 보고 ‘독한사람’이라고들 말하는데 이는 금연 자체가 얼마나 힘든 것인가를 단적으로 잘 보여준다.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금연은 쉽다. 나는 100번이나 금연했다”고 담배 끊는 일의 어려움을 역설적으로 이야기하기도 했다.
따라서 우선 흡연자들에게 금연의 동기를 갖도록 하기 위해서는 흡연의 건강 유해성과 흡연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인 태도를 인식하도록 하는 집중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정부에서는 금연율을 높이기 위해 공공장소에서의 금연구역 지정 및 담배값 인상 등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지금까지 본 결과 담배소비량이 처음에 반짝 줄었다가 다시 원래의 수준을 회복하고 있어 이 역시 금연율을 높이는 데는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이 크다.
각 기업체에서도 금연을 하는 직원들에게 혜택을 주고 사내에서는 따로 흡연구역을 정해 비흡연자들에게 피해가 없도록 방안을 마련하는 등 다양한 금연운동을 벌이고 있어 과거에 비해 금연에 대한 인식이 점차 바뀌어 가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성인의 흡연율이 점차 줄어드는 반면 청소년 흡연율은 점차 증가하고 있어 앞으로 청소년 금연 운동 및 흡연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줄 지속적인 프로그램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복지부는 지난 8월19일에 청소년들의 흡연의 해악에 대해 바르게 인식하고 금연을 결심하도록 하기 위한 ‘청소년 콘서트’를 개최하기도 했다.
한편, 재정경제부는 지난 2003년 8월3일 흡연의 위험성을 강조하기 위해 복지부, 청소년보호위원회 등과 협의를 거쳐 담배값 앞뒤 면의 경고문구를 3가지로 다양화해 지난 2004년 4월부터 2년 주기로 돌아가며 사용하기로 밝혔다.
매년 5월31일은 세계 금연의 날이다. 금연교육의 첫걸음은 흡연의 폐해를 알리는 것이다. 최근 금연교육을 실시하는 학교가 부쩍 늘었지만 학교 교육만으로 청소년들의 흡연을 막기는 어렵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 니코프리스쿨 김지영 팀장은 “가정과 학교, 사회가 함께 힘을 합쳐야 된다”고 조언한다. 이는 즉 흡연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인 만큼 함께 금연에 대한 필요성을 고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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