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로 찌들어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촉촉히 적셔주는 시

[시사매거진/전북] 한국그린 문학회원, 전북문인협회원으로 바쁘게 활동하고 있는 우리 고장이 낳은 해윤 김지연 시인을 만났다.
얼마 전 "너라서 아프다/달에게"란 시집을 발표하고 하루하루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는 시인에게 코로나로 1년여 심신이 찌들어가는 영혼들에게 따뜻한 위안이 될 시 2편을 소개해 달라 졸랐다.
오늘에서야 받은 시, '호수의 달'과 '5월의 문서' 다.

호수의 달
애증으로 밤하늘은
슬프다
부서진 이별의 파편
반쪽 된 얼굴이
초승달로 처연하다
역마처럼 날 뛰던
어제가
호수의 발을 딛고
손짓하는 여명을
향해 걷고 있었다
부초 사이로 불어
넣은 숨결
넘실대는 붉은
떨림의 속삭임
호수의 달이
흔들리고 있다
추억하는 옛 그림자
하얀 볼살 찌우며
수줍게 웃고 있었다
사랑이라 적을까
그리움이라
읽혀질까
달빛에 걸린
입맞춤에
빛 따라 온 꽃 나비
되어
호수의 달은
너울지고 있었다☆
호수의 달은 필자가 보기엔 '역마처럼 날뛰던 어제가 호수의 달을 딛고 손짓하는 여명을 향해 걷고 있다" 구절에서 사람들이 코로나를 극복해 가는 여정으로만 보였다.
그런데 시인은 호수의 달이란 시는 "인간의 본능은 무엇일까? 사춘기 소년이 된 아들의 몸부림이 파편처럼 날아 들어와 가슴에 꽂힌다. 끊어낼 수 없는 감정이 뭐길래... 가슴앓이에 두고 온 옛 생각에 사 묻힌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라고 말한다

5월의 문서
헤진 마음이 시절을 잃어
생의 기록은 말이 없었다
언저리에서 꺼내보는
주름진 얼굴
햇살 가득 생을 모아
정원에 나이를 묻고 있었다
미동조차 없는
물빛 수채화를 찍어
따사로운 봄날
비단길 따라
마차에 몸을 담었다
가지에 붉은 꽃송이
하나 둘 언져 놓고서
봄 같이 밝은 웃음
꽃가루를 날리셨다
오늘은 봄비
내일은 꽃비
또각 또각
멀어져 가는 봄의 소리였다☆
너무나 아름다운 봄의 예찬과도 같은 시다, '오늘은 봄비, 내일은 꽃비, 또각또각 멀어져 가는 봄의 소리' - 마치 봄비가 하염없이 실바람처럼 내리는 날 벚꽃 날리는 완주 송광사 길을 진달래색 우산을 받고 걸어가는 소녀적 시인의 발걸음 같다는 느낌이다. 춥지 않은 따사로운 봄에...
시인은 "어린 시절 살아온 삶을 담았다. 춥고 배고픈 시절이 있었다. 꽃잎이 흩날려 바람과 함께 춤을 춘다. 꽃이 피고 지는 건 먼 훗날 내가 아닐까..?
동화나라로 들어가고 있다"고 말한다,

오운석 기자 info11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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