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이부진’, 승부사적 기질 이건희 그대로 닮아
상태바
떠오르는 ‘이부진’, 승부사적 기질 이건희 그대로 닮아
  • 신현희 차장
  • 승인 2009.05.06 17: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부진 상무 삼성석유화학 최대주주에 이어 에버랜드 경영 참여, 후계구도 변하나

누가 봤을 때나 예의 바르고 착실해 보였던 이재용 전무의 이혼소송은 적잖은 충격이었다. 지난 1998년 대상그룹의 장녀 임세령 씨와 결혼해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이 전무의 급작스런 이혼소송은 일주일 만에 협의이혼으로 일단락되었다. 하지만 大삼성의 장남이 내놓은 위자료는 과연 얼마나 되는지 한동안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때마침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건강문제로 1박2일 간 입원하기도 해, 화병이 아니냐는 말도 돌았다.

삼성그룹 정기인사, ‘이부진’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
이렇게 이재용 전무가 구설수에 오르는 동안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사람은 바로 맏딸 이부진 전무다.
지난해 특검 수사를 받는 등 곤욕을 치른 삼성그룹은 올 1월 세대교체형 대규모 정기인사를 단행했다. 이건희 전 회장의 첫째 딸인 이부진 상무와 둘째 사위 김재열 제일모직 상무가 각각 전무로 승진했다. 반면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와 둘째 딸인 이서현 제일모직 상무, 첫째 사위인 임우재 삼성전기 상무는 승진대상에서 제외됐다. 삼성측에 따르면 이부진 상무와 김재열 상무는 승진 연한을 채워 이 날 인사를 통해 전무 직급에 올랐다고 했다.
이부진 전무는 지난 2004년 호텔신라 경영전략담당 상무보를 단 후 2005년 상무로 승진했다. 특히 대대적인 호텔 리노베이션 작업을 주도하는 등 업무 실적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서현 상무의 남편인 김재열 전무도 5년 동안 상무로 근무, 연한을 채우면서 승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이재용 전무는 지난 2007년 전무가 된 후 2년 밖에 지나지 않아 승진 대상에서 제외됐다. 특히 이혼 등으로 그에게 쏟아지고 있는 사회적인 시선이 있는 만큼 당분간 현직급을 유지하면서 해외 마케팅 지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연한이 차지 않은 이재용 전무를 굳이 승진시킬 이유가 없다. 이 전무는 당분간 맡은 업무에만 충실할 것”이라고 전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재용 전무의 그늘에 가렸던 이부진 전무에 대해 재조명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그녀는 눈에 띄지 않는 조용한 행보로 매스컴에서는 있는 듯 없는 듯 했지만 이건희 전 회장의 각별한 애정 아래 착실하게 경영수업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신라호텔 당기순이익 급상승, 신용등급 한 단계 오른 상태
이부진 전무는 2004년 상무보 승진 이후 줄곧 경영전략 담당 임원을 맡아오면서 신라호텔 실적 개선과 호텔사업 확대로 경영적인 자질을 인정받았다. 신라면세점 리모델링을 통한 명품매장의 확대, 신라호텔 지하 아케이드를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최고급 브랜드를 중심으로 탈바꿈시킨 일, 인천공항 면세점 입점 확대 등 시간이 흐를수록 이 전무의 공이 속속들이 평가되었다.
이 전무가 신라호텔 경영전략 담당 임원을 맡은 뒤 2년 만에 당기순이익이 두 배 가량 뛰어오르기도 했다. 2003년 100억 원이었던 신라호텔 당기순이익이 2005년 210억 원에 이르렀으며 2006년, 2007년에도 각각 170억 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신라호텔은 올 상반기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 개시에 따른 외형과 수익성 개선에 힘입어 신용등급도 한 단계 오른 상태다. 지난 9월 초 한국신용평가가 신라호텔에 대한 신규 평가를 통해 ‘AA-(안정적)’ 신용등급을 부여한 것이다. 신라호텔에게는 큰 경사다. 지난 2001년 1차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했던 쓰라린 과거가 있었던 터라 이번 신용등급 상향 조정은 뜻 깊다. 한국신용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신라호텔 공항 면세점은 상반기 전체 매출과 수익성이 전년 대비 각각 50%와 163% 성장했다. 또 면세점 영업개시로 인해 운전자본 부담과 보증금 증가로 차입금이 2,426억 원으로 늘어났음에도 현금 창출력 개선과 그룹의 대외신용도 등을 감안하면 신라호텔의 재무 탄력성은 양호하다. 신라호텔은 한껏 고무돼 있다. 이번 신용등급 평가도 신라호텔이 자진 의뢰해 진행된 것이었다. 롯데가 지난 수년간 면세점 분야에서 독주하고 있을 때 절치부심했던 신라호텔이 작년 5월 공항 면세점 그랜드오픈 이후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이다.

외모나 추진력, 승부사적 기질이 아버지 빼닮아
작년 삼성특검에 이어 올해 이재용 전무의 이혼문제까지 언론에 오르면서 전반적인 그룹 분위기가 어둡다. 그래서인지 신라호텔의 승승장구가 더 돋보인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재용과는 다르게 손대는 사업마다 잘 되는 이부진이 삼성그룹을 맡는 게 훨씬 나은 것 아니겠느냐”는 조금은 때 이른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이부진은 이건희 회장을 빼다 박았다’는 이야기가 곧잘 회자된다. 모 그룹 홍보실 관계자는 사석에서 “외모상으로도 이재용 전무보다 이부진 상무가 아버지를 더 많이 닮았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이 상무가 아버지를 더 닮았다는 말뜻이 좀 묘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후계구도 이야기까지 심심찮게 나온다는 것이었다. 외모도 그렇지만 추진력이나 승부사적 기질적인 측면에서도 아버지를 꼭 빼닮았다는 평이다. 신라호텔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상무의 업무 스타일은 치밀하면서도 정열적이다. 호텔 경영의 핵심 부서에서 일하고 있는 그녀의 경영 모토는 ‘미래 성장 동력’에 맞춰져 있다. 임원들과의 회의를 한 달에 한 번 꼴로 가지는 주된 이유도 이를 위해서라고 한다. 성장 동력을 체크하고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할지, 무심코 안주하고 있는 분야는 없는지 임원들과 ‘크로스 체크’ 한다. 이런 이 상무의 모습을 두고 “앞으로 신라호텔이 어떤 성장 동력으로 경쟁에서 살아남을 것인지를 고민하는 지극히 ‘이건희스러운’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하는 삼성 관계자도 있다.

삼성가의 후계구도, 섣부른 예측은 이르다
삼성그룹의 후계구도에는 사실상 지주회사인 삼성에버랜드가 중심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이부진 전무가 삼성에버랜드의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적잖은 파장이 일고 있다. 이부진 전무와 차녀인 이서현 제일모직 상무가 각각 에버랜드 지분 8.37%를 보유하고 있다. 이 전무는 지난 2007년 삼성석유화학의 지분(33.18%)을 인수해 최대주주에 올랐고, 신라호텔 등 그룹의 서비스 사업부문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삼성그룹 핵심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면 “경기 용인의 에버랜드 본사에 최근 이 전무가 근무할 사무실이 마련됐다”고 전했다. 그룹의 다른 관계자도 “이부진 전무가 곧 공식적으로 에버랜드의 식음료 사업과 리조트 사업을 관장하게 될 것으로 알고 있다. 에버랜드의 사업구조 등에 많은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
가족 분할 이외에도 삼성그룹 지배구조와 관련한 중요한 몇 가지 변수가 남아 있다. 정부·여당은 삼성이 원하는 지배구조를 만들어주기 위한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공성진 한나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은 보험·증권을 자회사로 둔 비은행 금융지주회사에 대해 비금융 자(손자)회사를 허용하는 게 핵심이다. 이렇게 되면 삼성생명이 삼성전자의 지분 7.26%를 가진 현 순환출자 구조를 바꾸지 않고, 삼성에버랜드가 삼성생명을 자회사로 둔 채 그룹의 지주회사로 전환할 수 있는 길이 트이는 것이다. 여기까진 이재용 전무에게 우호적인 환경이다. 실제 삼성특검 이후 이건희 전 회장에서 이재용 전무에게로 경영권 이양이 착착 진행될 것이라는 게 그동안 삼성 안팎의 시각이었다. 이 전무의 이혼설이 나오기 전, 그리고 이부진 전무가 수면 위로 부상하기 전의 말이다.

이부진 전무 에버랜드 참여 후 달라진 후계구도
한국의 거대 재벌 삼성의 3세대 후계구도는 아직 정확한 판단을 하기는 이르다. 1987년 별세한 故 이병철 회장은 형제자매 간에 재산싸움이 일어나지 않도록 공평하게 나눠가지기를 했다. 물론 딸들에게도 마찬가지다. 한솔, CJ, 신세계 등 지금은 경영능력에 따라 규모가 많이 달라지긴 했으나 당시만 해도 이래저래 따져 크게 차이나지 않는 분배였다.
삼성그룹 핵심 관계자는 “한솔이나 신세계의 경우도 전주제지와 신세계백화점만 넘겨준 것이 아니라, 전주제지와 백화점이 가지고 있던 엄청난 규모의 땅을 함께 넘겨준 것이었다”고 말했다.
삼성의 3세대 후계구도는 그동안 삼성그룹은 이재용 전무 중심, 신라호텔과 삼성석유화학은 이부진 전무에게, 또 제일모직과 제일기획은 이서현 제일모직 상무에게 떼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당연히 이재용 전무의 몫이라고 생각했었던 에버랜드에 이부진 전무가 참여하게 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이부진 전무가 에버랜드 급식사업을 맡기 위해 신라호텔 핵심 직원들을 에버랜드로 데려간 현 상황에서 달리 생각해 볼 요소가 생긴 것이다. 에버랜드에서 일부 사업부를 담당하는 방식은 어차피 오래 끌고가기 힘든 구도이기 때문에, 앞으로 에버랜드 사업부를 일부 분할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일각에서는 이부진 전무가 본격적인 내 몫 찾기에 나섰다고 한다.
이렇게 이부진 전무에게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기는 하지만 이는 이재용 전무의 이혼 소송 이후 일시적으로 불거진 거품이라는 말도 있다. 아무튼 우리나라의 경제를 이끌어 가는 거대 재벌 삼성그룹의 후계구도가 최적의 선택을 위한 선의의 경쟁으로, 양심적이고 깨끗하게 그려지길 기대한다.

임세령 씨, 이재용 상무와 이혼 후 대상그룹에서의 역할론 불거져
 
부진한 대상그룹 딸들이 살릴 지, 최대주주 임상민 씨의 신데렐라맨은 누가될 지
임세령 씨는 이번 소송에서 10억 원의 위자료와 아이들(1남 1녀)의 양육권 그리고 5,000억 원대의 재산분할청구를 요구했다. 두 사람은 자녀가 미성년자인 경우 3개월의 숙려기간을 거쳐야 하는 법규를 피해 소송 취하와 조정이라는 가장 빠른 방법으로 이혼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이 합의한 재산분할액수에 대해서는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지만 1,000억 원대에 이른다는 것이 법조계 예상이다.
임세령 씨가 보유한 대상홀딩스 지분가치는 현재 190억 원 정도다. 최근 대상홀딩스의 지난해 결산 현금 배당으로 약 11억 원의 배당금도 챙겼다. 1대 주주인 여동생 임상민 씨는 16억 원, 임 회장 부부도 각각 3억 원의 현금 배당을 받았다. 증권업계에서는 대상홀딩스가 임창욱 명예회장 등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이 67.43%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배당의 의미가 무색하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임세령 씨가 20%의 재산분할을 받는다면 위자료 10억 원을 더해 1,211억 원 정도의 재산을 보유하게 되는 셈이다.
임 씨는 세간에 알려진 이미지와 달리 ‘여장부’ 스타일이라는 게 재계의 평가다. 연세대 경영학과 출신인 임 씨는 이 전무와 대학 4학년 때 결혼해 1남1녀를 낳아 전업주부로 생활했다. 하지만 측근들의 말에 의하면 그녀는 기업 경영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삼성 내부에서 임세령 씨가 홍라희 여사의 뒤를 이어 리움미술관장이 된다는 얘기에 대해 임 씨가 “내가 기껏 미술관장이나 하려고 여기서 이렇게 고생했나. 차라리 대상 회장이 되겠다”고 했다는 후문이다. 현재 대상홀딩스의 1대 주주는 임세령 씨의 3살 아래 여동생인 임상민 씨다. 1980년생인 임상민 씨는 이화여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후 몇 년 전 한국에 들어왔으나 지금 어떤 일을 하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대상홀딩스 홍보팀의 정영섭 팀장은 “임상민 씨는 대상홀딩스의 1대 주주이긴 하지만 현재 대상그룹의 경영에 전혀 관여하고 있지 않으며 그룹 내 직책도 없다. 그래서 현재 어떤 일을 하는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래서인지 임세령 씨의 기업경영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러한 딸들의 적극적인 경영참여에도 불구하고 ‘청정원’과 ‘종가집김치’로 유명한 대상그룹이 연이은 악재에 몸살을 앓고 있다. 2009년에 미래 성장기반을 구축해 내년 영업이익 1,000억 원을 달성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운 대상이 첫 걸음부터 삐걱거리고 있는 것이다.
엎친데 덮친다고 지난 4월23일 대상그룹 지주회사인 대상홀딩스의 박 모 대표가 10대 여성을 성추행했다는 혐의로 경찰에 연행되는 불미스러운 사건이 있었다. 당시 박 대표는 일행 2명과 함께 술을 마시고 길을 가다 22일 밤 11시경 서울시 중구 서소문동 대한빌딩 앞에 앉아 있던 여대생의 치마 속을 쳐다보고 휴대전화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려 하는 등 성추행을 했다는 것이다. 이에 여대생 일행 중 남성 1명이 항의하면서 박 씨 일행과 싸움이 벌어져 모두 경찰에 연행됐다. 이에 대해 대상 관계자는 “술에 취해 우발적으로 일어난 행위다. 성추행과 관련된 부분은 오해가 있었는데 원만히 합의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장녀 임세령 씨의 이혼 사건에 묻히기는 했지만 대상홀딩스는 지난해 영업손실 50억여 원 적자에도 불구하고 배당금을 전년과 동일하게 책정해 ‘그들만의 돈잔치’를 벌였다는 거센 비난을 받았다. 임 명예회장을 비롯해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 지분으로 볼 때 보통주 기준 총 배당금 53억 원 중 36억여 원을 챙겼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상그룹은 경기침체와 원자재값 급등, 그리고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인해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올해 역시 좋은 성과를 장담하긴 힘들다. 곡물가격이 다소 하락했다고는 하지만 불황이 장기간 지속되고 있고 환율 등의 영향으로 그동안 누적된 손실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상그룹은 이러한 부진을 어떻게 해결할 지, 임세령·상민 자매 중 누구에게 후계구도가 넘어갈 지 끊임없는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