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한남뉴타운, 부동산 불패 다시 쓰나
상태바
베일 벗은 한남뉴타운, 부동산 불패 다시 쓰나
  • 정시준 기자
  • 승인 2009.05.06 17: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판 ‘라데팡스’ 명품도시 개발… 1만 2,740가구 건립에 과열·혼탁양상 우려

서울 용산구 한남동과 보광동, 이태원동, 서빙고동 일대에 걸쳐 오는 2017년까지 공동주택 1만 2,740가구가 들어서고, 한강변에는 50층짜리 초고층 랜드마크 주상복합이 들어선다. 한남뉴타운은 한강을 앞에 끼고, 남산을 뒤에 둔 데다 이전 예정인 용산 미군부대 자리에 들어설 용산 민족공원을 옆에 끼고 있어 입지와 자연환경이 빼어나다. 한남뉴타운은 지난 2003년 11월18일 지정된 2차 뉴타운 12곳 중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 한남뉴타운은 5개 구역으로 나뉘며, 올해부터 본격 개발절차에 들어간다.

올해부터 본격 개발절차 돌입, 2017년까지 순차적 완성
한남뉴타운 사업지구 개발은 3단계 나뉘어 진행된다. 노후도나 사업의 시급성에 따라 정해진 사업단계는 단계별로 사업이 완료돼 바뀐 한남뉴타운의 모습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순차적으로 완성된다. 서울시는 한남지구를 5구역으로 쪼개 올해부터 본격적인 개발(행정)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미 개발된 강변북로변 아파트와 오산중고등학교 등 2곳은 존치구역으로 남는다.
1단계 사업지구인 한남3재정비촉진구역(39만 2,362㎡)은 한남뉴타운 가장 동쪽 끝 지역으로 한남지구 5개 구역 중 가장 큰 규모의 고급주거지가 형성된다. 올해 추진위원회 인가 단계를 거치면 2015년 개발이 완료, 이곳은 저층 테라스형 주거지와 탑상형 주거지 등 4,983가구가 건립된다.
2단계인 한남2,4,5구역은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추진, 2구역(16만 2,960㎡)과 4구역(16만 2,142㎡), 5구역(18만 7,738㎡)이 모두 2단계 지역으로 묶여 동시에 사업이 진행되고 구역별로 각각 1,923가구, 1,962가구, 2410가구 등 6,300여 가구가 들어선다.
3단계 사업은 2011년 착수돼 2017년까지 끝마쳐질 계획으로 한남뉴타운 북쪽 한남1구역(11만 7,561㎡)에는 1,463가구의 주거타운이 조성된다.

프랑스 파리의 ‘라데팡스’와 같은 세계적인 명소로 조성
한남뉴타운은 부지의 67.8%인 75만 3,177㎡가 주택용지다. 도로, 공원·녹지, 학교 등 공공시설로 나머지 35만 7,090㎡가 사용된다. 전체부지 평균 용적률 220%로 4층 이하 89개동, 5∼7층 117개동, 8~12층 33개동, 13~29층 43개동, 30층 이상의 초고층형 4개동 등 총 286개동 1만 2,740여 가구가 건립된다.
서울시와 용산구청은 구역별로 특색을 부여해 서울 중심에 어울리는 명품 주거지와 명소로 꾸민다는 계획이다. 구릉지형 특성을 살린 미래형 주택단지로 테라스형, 판상형, 탑상형 등 다양한 형태의 공동주택이 들어선다.
특히 반포대교 북단 반포로변에 위치하는 초고층 3개동 중 1개동은 50층으로 계획해 랜드마크 기능을 부여했다. 지구 내 도로는 반포로와 한남로를 동서로, 이태원로와 두무개길을 남북으로 연결하는 각각 1㎞에 이르는 간선도로와 이를 그물망으로 연결하는 집산도로, 국지도로 등이 체계적으로 정비된다. 녹사평역과 이태원역 역세권인 한남1,2구역은 관광특구로 지정돼 이태원의 국제적인 문화특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개발된다.
또한 미군부대 이전 이후 300만㎡ 규모의 초대형 공원인 용산공원이 들어선다. 용산공원과 맞닿아 있는 한남지구 반포로는 뉴욕 센트럴파크 5번가와 견줄 만한 1축 1경으로 개발, 서울시와 용산구청은 용산공원과 맞닿아 있는 이곳에 다양한 스카이라인과 복합시설을 유치해 명품디자인 거리인 용산에비뉴로 조성할 계획이다.
특히 지구 내에는 프랑스 파리 신도시 ‘라데팡스’처럼 지하에 교통시설과 도로, 주차장을 배치하고, 지상에 대형 쇼핑몰과 국제회의 시설, 갤러리, 주거시설 등을 짓는 10만㎡ 규모 ‘그라운드 2.0’이 조성된다. 또한 한남지구에서 고도가 가장 높은 지역인 한남동을 중심으로는 4만 3,024㎡ 규모의 '글로벌 파빌리온 파크(세계정자공원)'이 조성되고 대형공원 3개소, 어린이공원 2개소, 소공원 2개소 및 이를 연결하는 녹지를 배치해 그린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되며 2만㎡에 이르는 공공공지를 확보해 미래 공공문화 시설 등 기반시설로 조성된다.
한남1,2구역은 미군부대 이전 이후 조성될 용산공원과 글로벌 파빌리온 파크 사이에 위치하고 있어 두 공원을 연결하는 38m 폭의 ‘그린웨이’(가로수가 울창하게 조성된 보차혼용가로)가 조성된다. 글로벌 파빌리온 파크 주변 한남3,4구역은 ‘그린힐지역’과 ‘그라운드2.0지역’으로 나뉘어 ‘공원속 주거지’로 개발된다. 그라운드 2.0의 지하에는 도로와 교통시설, 주차장이 조성되고 지상에는 대형쇼핑몰과 갤러리와 같은 문화시설을 비롯한 국제회의 시설, 주거시설 등이 들어선다. 시는 ‘그라운드 2.0지역’과 글로벌 파빌리온 파크 주변의 ‘그린힐지역’에 대해 10억 원의 예산을 들여 건축설계경기(현상공모)를 실시할 계획이다. 한강변으로 조망이 가장 뛰어난 한남5구역에는 50층 규모의 초고층 랜드마크 주상복합이 건립된다.

지분쪼개기에 동의서 전쟁까지… 한남뉴타운 ‘첩첩산중’
이르면 내년부터 착공에 들어갈 한남뉴타운에서 사업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구역수가 5개에 불과한 한남뉴타운에는 구역마다 2,3개 이상이 넘는 가칭 조합설립 추진위원회가 난립해 있다. 이들은 각각 구역을 분할 해 기득권을 확보하기 위한 동의서를 전쟁을 벌이며 주도권 획득에 열을 올렸다. 정식 추진위 승인을 받으려면 주민 공람 뒤 주민 과반수 동의를 얻어야 하지만 추진위원회는 기본계획공람이 끝나기도 전에 동의서를 놓고 전쟁을 치른 것이다. 또 수년간 가칭 추진위 7~8곳이 시공사 선정을 대가로 D건설사 등 건설업체로부터 운영비를 지원받았다는 주민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대해 용산구청은 ‘조합설립 추진위원회 설립을 위한 동의서는 기본계획 공람이 끝난 뒤, 건실한 추진위에 제출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며 사태를 진정시켰다. 기본계획공람이 끝나기 전에 걷은 추진위설립 동의서는 법적 효력이 없다. 용산구청은 과당 경쟁은 대형건설사들의 개입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판단, 일부 추진위들은 건설사들과 이미 시공사 선정 가계약까지 맺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조합 설립 이전의 시공사 선정은 엄연히 불법이다. 이에 용산구청도 일부 추진위와 건설업체들의 결탁을 지적하고 나선 것. 박장규 용산구청장은 “일부 추진위가 건설업체로부터 수십억 원의 불법 운영자금을 지원받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한남뉴타운은 전체 면적이 111만㎡로 공사비만 3조 3,000여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때문에 건설사들이 이 노른자 위 재개발사업을 조기 선점하기 위해 과열 경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뉴타운에 투자자가 모이고 건설사들이 뛰어들면서 관심이 ‘개발이익’에 집중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나친 지분쪼개기로 후유증을 앓고 있다. 용산구는 토지 건물 현황조사 결과 뉴타운 내 토지소유자를 8,000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으나 주민들은 지분 쪼개기 성행으로 숨겨진 토지소유자가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토지소유자가 많아지면 공사비를 충당할 수 있는 일반 분양이 상대적으로 적어져 조합원 추가부담금이 커진다. 때문에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부담금 문제를 놓고 ‘외지인-원주민’간 갈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평균 220% 적용된 용적률의 추가 상향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
형평성 논란도 빼놓을 수 없다. 공공에서 민간사업에 대해 우수한 설계안을 제시해주는 최초 사례로 주민들이 설계경기당선작을 선정하면 용적률 5%, 평균층수 20%까지 완화 받을 수 있다며 저층 아파트가 들어설 구역엔 초고층 주상복합 등을 함께 짓도록 해 사업성을 맞출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주민들 눈엔 성에 차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지금과 같은 과열·혼탁양상을 방치한 채로 사업을 추진할 경우, 각종 비리가 만연하는 것은 물론 사업일정에도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주민들은 우려하고 있다. 지나친 지분쪼개기와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를 어떻게 풀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올랐다 내렸다’… 미래가치는 크지만 투자가치는 ‘글쎄’
용산에서도 노른자위로 꼽히는 한남뉴타운은 부동산 경기침체로 지분 가격이 크게 빠졌지만 한남뉴타운 청사진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짧은 기간 동안 호가로 치솟았다. 서울시 기본계획안이 발표된 뒤 일주일 간 한남뉴타운 내 지분 가격은 3.3㎡당 500만 원가량 뛰며 거래가 급증했다. 다세대 주택 중 대지 지분 26㎡는 올 초 3억 1,000만 원이었으나 현재 3억 6,000만 원으로 올랐다. 대지 지분 190㎡인 단독주택은 2주 전만 해도 9억 5,000만 원 수준이었지만 현재 11억 원을 호가했다. 일부 집주인들이 매물을 회수해 들어가면서 매매가 다시 소강상태에 들어가기도 했으나 다시 오름세를 유지하기도 했다. 지분 가격은 33㎡ 이하 소형 원다세대(처음부터 다세대로 허가받아 건축된 빌라)가 3.3㎡당 4,500만~5,000만 원 선, 33~66㎡는 3,800만~4,000만 원대, 66㎡ 초과 단독주택은 2,500만 원 선이다. 2006년 고점 당시 소형 6,000만~7,000만 원보다는 여전히 낮은 가격이지만 다시 상승세를 탔다.
그러나 한남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호가가 너무 올라 실제 거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한남동 집값 올랐다고 떠들썩하기만 하지 집주인들이 기대감에 부풀어 올려놓은 호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한남동의 또 다른 중계업소 관계자도 “지분 가격 자체가 워낙 높아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들고 이미 여러 차례 매물 손 바뀜이 일어났던 지역이라 거래 자체가 활발하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이영호 닥터아파트 리서치센터 팀장은 “입지로 보면 한남뉴타운만한 곳이 없다는 점에서 향후 가격상승에 대한 기대감은 크다”며 “그러나 반포 신규 분양 아파트의 3.3㎡당 시세가 4,000만 원선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현재 시세는 다소 비싼 편”이라고 지적했다.
보광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두 달 동안 대지지분 33㎡짜리 주택은 3.3㎡당 가격이 4,50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500만 원 가량 올랐지만 17㎡짜리 빌라는 오히려 3.3㎡당 8,000만 원에서 6,000만 원으로 내렸다”고 말했다.
지분쪼개기, 추진위 난립 등 문제로 사업 진행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매수 심리가 얼어붙은 요인으로 꼽힌다.
중개업소 관계자는 “사업 계획 세우는데 5년이 걸렸으니 사업이 모두 끝나려면 10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며 “1개 단지에 추진위가 2∼3개인 곳이 많아 조합원간 의견 조율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가격을 둘러싼 논란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입지는 좋지만 현재 시세가 고평가돼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남뉴타운은 그동안 극심한 지분 쪼개기와 그로 인한 조합원 수 증가, 지분 값 폭등, 추진위 난립, 170~190%대의 낮은 용적률 등으로 조합원 상당수가 현금 청산되거나 일반분양 아파트보다 높은 가격에 아파트를 배정받게 될 것으로 알려지며 투자에 빨간등이 켜졌던 곳이다. 하지만 최근 서울시가 평균 용적률을 220%까지 상향 조정하고 50층대 초고층과 고급 타운하우스 등 다양한 주거 유형을 도입해 명품 주거단지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사업성이 크게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다. 지난해 금융위기로 인한 부동산시장 침체로 지분 가격이 고점보다 30~40%나 떨어졌고, 토지거래허가 대상 면적도 20㎡에서 180㎡로 상향 조정되면서 투자 메리트가 많아졌다는 분석이다. 한남뉴타운은 입지 여건만으로 따지면 미래가치가 오히려 강남을 웃돌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현재 가격에 투자를 해서 수익을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사업 장기화로 목돈이 장기간 묶일 위험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남뉴타운 본격적인 개발은 언제쯤… 아직은 미지수
서울시가 한남뉴타운에 거는 기대는 크다. 이곳은 서울 한복판에 위치해 남산, 한강, 용산공원과 같은 천혜의 자연·지리적 자원과 이태원과 같은 관광·글로벌 자원이 결합된 지역이기 때문이다. 민간뉴타운 사업지구에 건축설계경기를 실시키로 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그러나 여론의 기대처럼 한남뉴타운이 환상적인 결과를 안겨줄 지는 미지수다. 아직까지 한남뉴타운은 확정된 것이 아무것도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발표된 개발 계획안은 법적 효력이 없는 기본 계획일 뿐 이것이 계획안으로써 법적요건을 갖추고 본격적인 재개발 준비가 착수되려면 서울시의 결정고시가 떨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의회 의견 청취와 공청회(6월 중 예상)를 통해 주민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용산구청측과 주민들 간 의견이 또다시 엇갈리면 계획안은 장기간 표류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반적인 지적이다.
지역적 특성을 최대한 살려 특화된 뉴타운으로 거듭난다는 한남뉴타운. 뉴타운과 같은 낙후지역 주거 환경 개선사업은 지역 간 격차 해소를 위해 필요하다. 그러나 한남뉴타운은 2차 뉴타운 12곳 중에서 규모가 가장 큰 지역인 만큼 시작 전부터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는 지금, 서로 어떠한 목소리를 높일지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우선 각자의 목소리를 높이기에 앞서 ‘주민 삶의 질’ 개선이란 원래 취지가 다른 의도로 변질되는 것은 아닌지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