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정치 정착을 위한 지방의회의 시대적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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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치 정착을 위한 지방의회의 시대적 역할
  • 이준호 기자
  • 승인 2009.04.16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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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의 대의기구로서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며 생활정치에 앞장서야

관할 구역의 발전과 주민의 복리를 증진시키기 위해 자치사무를 처리하는 공공단체를 지방자치단체라 한다. 우리나라는 지방자치법에 따라 2종의 지방자치단체가 있는데, 1995년 8월 현재 15개의 광역자치단체(1특별시·5광역시·9도)와 230개의 기초자치단체(67시·98군·65자치구)가 있다. 한편 2개 이상의 자치단체가 사무의 공동처리를 위해 특별지방자치단체를 설립할 수 있으며, 각 지방자치단체에는 주민의 직접선거로 선출된 단체장이 임면하는 지방공무원과 단체장의 제청으로 대통령 및 소속 장관이 임면하는 국가공무원으로 구성되는 집행기관이 있고, 주민의 직접선거로 선출된 지방의원으로 구성되는 지방의회가 있다.

새로운 지방자치의 모델 ‘제주특별자치도’
지난 2006년 7월 우리나라에 새로운 지방자치의 모델이 도입됐다. 미국 연방주 수준의 자치도시를 표방한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한 것이다. 폭넓은 자치권이 보장되는 특별자치도의 출범에 따라 기존의 지방의회도 특별자치도의회로 새롭게 개편됐다. 이는 한걸음 진척된 지방자치 모델의 성과와 과제를 살피면서 지방의회가 나아갈 길을 제시했다.
특별자치도로 바뀌면서 제주는 기존 4개의 기초자치단체(시·군)가 폐지되고 전체가 하나의 광역자치단체가 됐다. 따라서 지방의회도 기초의회는 사라지고 광역의회는 특별자치도의회로 현판을 바꿔 달았다. 대신 원래 19명이던 도의원 수가 41명으로 배 이상 늘었다. 기초의회 폐지로 인한 ‘풀뿌리 민주주의’ 정신의 훼손을 막기 위한 조치인 셈이다. 또한 도의회 덩치가 커지면서 상임위원회도 4개에서 7개로 세분화됐고, 교육위원회는 도의회 상임위원회로 편입됐다.
더불어 도의회 자율성도 크게 높아졌다. 조례 제정 범위가 확대돼 대통령령이나 부령으로 규정되던 사항을 도조례로 제정할 수 있게 됐다. 한층 강화된 도의회 권한을 바탕으로 특별자치도를 엄중히 견제하기 위한 노력도 활발하다. 도의회는 개편 직후 입법활동 지원 기능을 하는 입법정책관실을 새로 설치했다. 이러한 변화는 이후 2년 간 의원발의 조례 건수는 모두 77건을 기록했다. 이는 자치도내 총 입법 건수의 18.8%에 이르는 성과이며, 다른 광역의회와 비교하면 놀라운 입법활동이다. 또한 인사청문특별위원회를 구성해 특별자치도 환경부지사와 감사위원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 수 있는 권한도 갖게 됐다. 감사위원장에 대한 임명동의권과 감사위원 3인 추천권도 행사하면서 도정을 더욱 촘촘하게 감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위기의 지방의회 다시 풀뿌리 민주주의로
지방의원들의 독립성과 자율성 확대를 위해서는 정당공천제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1995년 이후 본격적인 민선자치시대가 열렸지만 지방의회는 ‘무능력’ 등 각종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기간 동안 정치적으로 정치자금의 흐름이 투명해지는 등 괄목할 만한 개선이 이뤄진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러한 지방의회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현재 논의되고 있는 지방선거 개혁 방안의 초점은 각 정당의 공천과정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집중돼 있다.
한나라당에서는 기초의원에 한해 정당공천제를 폐지하자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박희태 대표도 “기초의원에 대해서는 정당이 공천을 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광역의회에 대해서는 “정당공천제를 폐지한다면 역기능이 클 것”이라며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민주당 역시 기초단체장에 한해 정당 공천을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방의회의 경우 정당공천을 폐지하면 부작용이 더 클 수도 있다는 입장. 정세균 대표는 “정당공천을 하지 않으면 지역 토호나 재력가들만 의회를 차지하는 등 풀뿌리 민주주의를 제대로 구현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자유선진당은 정당공천제 폐지에 매우 적극적이다. 이회창 총재는 “지난 총선에서 국민들과 ‘정당공천제를 폐지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정당공천제로 인해 지방조직이나 지방선거가 중앙정치의 연장선 상에 그치는 부작용이 적지 않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정치권이 당의 처지에 따라 정당공천에 대한 입장을 달리하는 것과는 달리 부산·울산·경남지역을 비롯 전국의 시민단체들은 ‘정당공천제 폐지’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지방의회에서의 일당지배구조 폐해 등 각종 문제의 진원지로 정당공천제를 지목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의 정당제도는 이른바 전업 정치인들에 의한 정치독점을 강화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의 발전에 관심이 있는 시민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막고 있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정당이 아닌 정치단체의 활동을 보장하고 지역차원에서 다양한 정치세력이 선거과정에서 경쟁할 수 있는 구도를 만들자”는 주장이 민주노동당 등 진보진영으로부터 나오고 있다. 유권자들의 무관심을 깨기 위해서는 유권자단체의 후보추천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제안도 있다.
정당공천제를 유지하면서 비례대표를 확대하자는 대안도 실현가능성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정당명부식 비례대표를 30% 이상으로 확대해 각 정당의 평균지지율 수준에서 의석 비율이 결정되도록 해야한다는 것이 주요 사항이다. 또 일부 학자들은 “광역과 기초의원에 대한 비례투표를 통합하자”는 아이디어도 내놓고 있으며, 이 밖에 행정구역 개편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상황을 의식해 아예 기초 의회를 폐지하고 광역화된 1개의 지방의회만 만들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강자에 약하고, 약자에 강한 지방의회
반면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지방의회에 문제점은 시장ㆍ구청장 등 자치단체장을 견제하는 근본 기능부터 부실하게 설계됐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원인은 시민들이 의회를 감시하거나 의회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길도 막을 뿐만 아니라 ‘민심과 멀어진 나 홀로 의회’라는 비난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처럼 보인다.
시장이나 구청장은 지방의회를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로 재의요구권, 제소권, 선결처분권, 준예산집행권 등을 갖고 있다. 그러나 지방의회는 시장의 인사나 시정집행을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이 거의 없어, 지방자치법 자체가 ‘강 시장 약 의회’를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지방의회 사무처 직원에 대한 인사권도 시장이나 구청장이 갖고 있다. 사무처는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온 지방의원들에게는 필수적인 존재로서 시민단체에서는 “의원들의 감사 준비 자료가 유출되는 일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지방의회 내부를 살펴보면 비민주적 운영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지방의회의 ‘1당 독재’를 막기 위해 기초의회 선거구를 중선거구로 바꿨지만 소수정당 의원들은 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회 운영에도 참여하지 못해 실질적인 활동을 못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의사일정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아 시민들의 감시로부터 비켜나 있는 것도 시급히 개혁해야할 문제점이다. 광역의회는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기초의회의 경우 의사일정이 공개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때문에 시민단체 조차도 회의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세계화시대, 지방의회의 발전은 곧 국가의 경쟁력
1991년 지방의회가 출범한지 딱 18년이 흘렀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이런 원론적인 문제를 던지는 것은 지방의회에 대한 ‘존재감’을 확인해 보는 작업이 필요해서다. 특히 2006년 지방의원 유급화가 실시되면서 지방의회에 대한 지역민들 기대수준은 한껏 높아졌지만 정작 지방의회는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는 지적이 높은 상황이어서 더 그렇다. 지방의회의 실질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중앙정치 종속에서 벗어나고 지방의원들의 권한이 강화돼야 한다. 30여 년간의 긴 공백 끝에 1988년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1991년 3월 26일 기초의원 선거, 같은 해 6월 20일에는 광역의원 선거가 실시되면서 제1대 지방의회가 구성됐다. 하지만 이때는 주민에 의해 선출된 지방의회와 중앙정부에 의해 임명된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공존하는 과도기적인 형태였다. 이후 1995년 6월 27일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를 민선으로 구성하는 본격적인 민선자치시대를 열었다.
지방지치는 민주주의 이념을 실현하는데 있어서 불가결의 조건이 된다. 즉, 지방자치는 일정한 지역안의 공동문제를 그 지역주민들의 참여와 협력을 통해 자주적으로 결정·집행하는 것이므로 민주주의의 기본원리인 자기결정성과 자기책임성을 주민과 가장 가까운 정부단위에서 그리고 주민들의 일상생황에서 실천해야 할 것이며, 중앙정부가 결정한 정책의 지방 실시를 가능케 하여 국가정책을 전국적으로 실시하는데 있어 발생하는 시행착오를 최소화해야 한다.
더불어 지방자치제도는 그 시행 자체가 민주주의의 육성과 발전이다. 주민 자치로써 주민 참여의 행정이 이루어진다는 것과 자율성과 책임감을 가지고 지방 행정을 수행 해야 한다. 또한 세계화시대의 국가 경쟁력은 지방의 경쟁력을 수렴 내지 결집하여 이룩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지자체는 국제적인 환경변화에 대응하며 국가발전을 지속시킬 수 있는 발전전략의 수정 내지는 전환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에 지방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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