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8일, 101번째 세계 여성의 날
‘세계 여성의 날’은 지금으로부터 150여 년 전인 1857년부터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다. 산업혁명과 시민혁명으로 인해 서유럽이 자본주의 체제로 변화되면서, 가사 노동만을 담당하던 여성들이 노동자 계급의 일원으로 나서게 되었다. 하지만 자본주의 체제는 여성들에게 남성보다도 더욱 가혹한 조건을 요구했고, 이에 대해 불만을 가진 여성 노동자들이 1857년 미국의 뉴욕시에서 열악한 노동 환경과 저임금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2년 후인 1859년에는 최초로 여성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게 되고, 그 후 1908년에 미국에서 1만 5,000명이나 되는 여성 노동자들이 근무 시간 단축, 임금 향상, 투표권 등을 요구하며 또 한번의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이 두 번의 대규모 시위를 기념하기 위해 1910년, 독일의 노동운동 지도자였던 클라라 체트킨이 ‘세계 여성의 날’을 제창한 것이다.
이후 유럽과 미국 등지의 각국에서는 여성의 권리 신장을 주장하는 ‘여성의 날’ 행사가 치뤄졌고, 이를 계기로 여성 노동자들의 사회운동 참여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우리나라에서는 1985년에서야 비로소 세계 여성의 날을 공개적으로 기념할 수 있었고, 1987년 6월 항쟁을 계기로 본격적인 정치색을 가지면서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 전국 여성노조 및 각종 여성주의 단체들이 주최 및 후원하는 전국적인 행사를 치르고 있다. 올해 3월 8일에는 청계광장에서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주최하는 ‘제25회 한국여성대회’가 열릴 예정이어서 국민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대회에서는 여성 일자리 창출, 교육복지 확대, 인권 보장 등과 관련된 다양한 행사가 치뤄진다.
가정으로 돌아갔던 여성 근로자들, 다시 사회로 컴백 ▲ 최악의 경기침체 속에서 고용대란의 1차 희생양은 ‘여성근로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여성고용률은 지난해 11월까지 49.2%를 기록하다가 올 1월 46.4%로 2.8%가 급락했다.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여성들의 대부분이 비정규직인데, 기업들의 구조조정과 자영업체의 부도가 속출하면서 이러한 단순 일자리마저 사라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기침체 속에서 고용대란의 1차 희생양은 ‘여성근로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여성고용률은 지난해 11월까지 49.2%를 기록하다가 올 1월 46.4%로 2.8%가 급락했다.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여성들의 대부분이 비정규직인데, 기업들의 구조조정과 자영업체의 부도가 속출하면서 이러한 단순 일자리마저 사라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임금근로자 중 상용근로자는 3.3% 증가한 반면, 임시근로자와 일용근로자는 총 8.9% 감소했다. 또한 최근 2개월 사이에 42만 명의 자영업자가 도산하거나 폐업한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한가지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왜 여성들은 이처럼 고용대란의 피해를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는 비정규직에 종사하는가 아니, 종사할 수밖에 없는가이다. 어찌보면 이유는 간단하다. 아직까지도 사회가 여성을 온전히 남성과 동등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 기업은 같은 조건이라면 여성보다 남성을 선호하고, 조건이 더 우수하여도 여성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기회조차 제공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 이유는 다양하지만 무엇보다 여성이 보통 ‘결혼, 임신, 출산’ 등의 이유로 직장을 중도에 그만두기 때문이라고 기업은 설명한다. 이는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아무리 여성들의 자아의식이 강해지고, 사고방식이 개방되고 자유분방해졌음에도 불구하고, 한 남자의 아내로서, 한 아이의 부모로서 강담해야 할 역할이 많기 때문에 여성들은 자신의 일을 포기하고 가정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로 여성부(변도윤 장관)에서 발표한 ‘2008년 경력단절여성의 취업욕구조사’에서 여성이 직장을 그만두는 시점은 결혼시점(45.6%)과 첫아이 출산 전후(23.6%)로 나타났고, 이러한 경력단절 여성들이 재취업이나 창업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큰 어려움이 가사분담(58.2%)과 육아(62.2%), 자녀교육(44.2%) 등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현실에서 필요한 것은 직장여성이 결혼, 임신, 출산 등으로 중도에 직장을 떠나는 일이 없도록 출산, 육아 시기에 탄력근무제 등 근로유형 다양화와 휴가 및 보육서비스 활성화 등 일·가정 양립지원제도가 실질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방안이다. 또한 경력단절여성이 노동시장에 쉽게 재진입할 수 있도록 전문 취업상담 및 직업교육훈련 등 종합취업지원서비스 제공을 강화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지적이 잇따르자 정부는 우선 올해 여성 일자리 확대와 경력단절 여성의 직업 교육 및 취업 지원을 위해 780여억원의 예산 중 60%인 470여억 원을 상반기에 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의 일환으로 노동부는 올해 ‘경력단절여성 특화훈련프로그램’(예산 70억 원, 훈련인원 5,138명)을 2월부터 본격 시행했다. “이 훈련은 우리나라 30~40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20대 입직기에 비해 크게 낮아지는 M-curve 현상이 개선되지 않고 있어, 경력단절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촉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노동부 관계자가 밝혔다. 그리고 지난 2월에는 여성들의 재취업을 돕는 ‘여성새로일하기센터(새일센터)’가 전국 50곳에 문을 열었다. 이 센터에서는 가정방문 직업상담과 기업 동행면접, 취업 후 사후관리 등 기존의 직업교육 훈련기관에서는 받기 어려웠던 경력단절 여성 맞춤형 재취업 종합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새일센터는 2009년 한 해에 10만 여 명에게 상담과 직업훈련을 지원하고, 4만 1,000명의 여성에게 일자리를 연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OECD는 한국의 매우 긴 노동시간이 일과 가정의 양립을 어렵게 해 여성 고용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적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민간보육시설에 대한 가격규제완화로 우수한 보육시설의 확충과 출산휴가기간 연장, 출산 및 육아휴가 이용 장려 등 가족친화적 직장 분위기 조성을 권고했다. 이와 관련, 노동부 관계자는 “단기 여성고용 친화형 일자리 창출대책과 함께 출산·육아 부담 및 차별 해소 등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한 중장기 대책을 지속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혀, 출산과 육아로 취업의 문턱에 들어서지 못했던 여성들이 기대에 부풀어 있다.
여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가 우선적 과제
하지만 여성에 대한 사회의 근본적인 시각과 인식이 변화되지 않는 한, 이러한 정부의 여성고용정책이 장기적으로 효과를 보기가 어렵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기본적으로 직장에서 받는 성차별이나 인권 침해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여성들이 사회에 발을 들여놓는다해도, 이를 지속하기는 힘들고 남성들과 동등하게 활동할 수가 없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성인권’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물론이고, 이와 관련한 정부의 대책도 시급하다.
지난 2월 19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한국비정규직 노동센터에 의뢰해 작년 하반기 여성텔레마케터 55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화로 상품판매 등을 하는 콜센터 텔레마케터 여성근로자 10명 중 4명 정도가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고 9명 이상이 업무관련 질환을 앓고 있는 등 인권침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성희롱 문제가 심각한데도 회사의 성희롱 대응 매뉴얼이 없어 여성들이 곤란을 겪고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월 11일에는 회식자리에서 여자 직원에게 술시중을 강요한 것이 ‘성희롱이 아니’라는 행정법원의 판결이 나와, 직장 내 성차별 문화를 비롯한 여성노동문제에 대한 심각한 문제가 제기된 적이 있다. 직장 내 성희롱 문제가 사회적인 문제로 제기된 지 10여 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재판부가 일상적으로 자행되는 성차별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것은 여성인권이 또 한번 후퇴되는 사례로 지적할 수 있다.
정부는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등의 여성폭력 피해자가 365일 24시간 상담과 의료·법률, 수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여성폭력 피해자 원스톱 지원센터’를 현재 16곳에서 18곳으로 증설할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직장 내 성차별 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꿀 실질적인 대책이 나오고 있지 않아 걱정이다.
여성이여, 실천하라! 도전하라! ▲ OECD는 한국의 매우 긴 노동시간이 일과 가정의 양립을 어렵게 해 여성 고용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적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민간보육시설에 대한 가격규제완화로 우수한 보육시설의 확충과 출산휴가기간 연장, 출산 및 육아휴가 이용 장려 등 가족친화적 직장 분위기 조성을 권고했다.
“계속 노력하고 포기하지 말라, 스스로를 전적으로 신뢰하라! 그러면 어떤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전진할 수 있다.” 아일랜드의 여성 대통령, 메리 매컬리스의 말이다. 그녀는 “인구의 절반이 여성이고 정책들이 이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의사 결정 과정에 이들의 의견이 반영되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그녀의 말처럼, 여성들은 남성들과 마찬가지로 세상의 반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므로 남성들과 동등하게 대우받지 못할 이유가 없다.
사회적인 인식은 저절로 변화되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여성에 대한 인식’이 이만큼이나 변화될 수 있었던 것은 ‘실천하는 여성들’이 존재했기 때문임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사회에서 받아주지 않는다고 떼를 쓰고 좌절하고 있다면, 그 여성들은 스스로를 남성보다 열등하게 여기는 것과 다를바 없다. ‘실천’이 중요하다. 여성의 인권을 존중해달라, 여성도 남성들과 동등하게 대우해달라고 외치고만 있는 것은 소용이 없다. 여성들이 이제 소매를 걷어부치고 사회로 나와 몸소 실천해야 한다. 능력을 키우고, 사회에서 인정받아 스스로 자신을 옭아매고 있는 그 ‘여성’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
올해 101번째 맞는 세계 여성의 날에는,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고 몸소 실천하여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로 인정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의 미래를 열고 있는 당당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나라 여성들이 스스로를 돌아보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가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