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시사주간 타임은 “화재 위험 지역 내 거주자 증가 등 인재(人災) 요소를 배제할 수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지구 온난화가 분명 피해를 증폭시킨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호주 산불연구센터의 개리 모건은 AFP통신에 “기후 변화와 가뭄이 산불의 속성과 지속 기간과 광폭함의 정도를 바꿔 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 기후에 따른 재앙 발생은 이미 오래 전부터 예견돼 왔다. 호주 기상청 역시 기후 건조화와 유칼립투스 등 불이 잘 타는 식물의 증가로 화재가 늘 가까이 있다고 경고해 왔다. 정부간 기후변화 협의체(IPCC)도 2007년 낸 보고서에서 호주 남부의 화재가 ‘더 자주, 더 광범위하게’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지구 온난화가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호주의 기후를 변화시켰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1950년과 비교했을 때 호주의 평균 기온은 0.9도 상승했으며 2070년까지 최대 5도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호주 과학자들은 지구 온난화로 인도양의 수온이 변화한데 따른 다이폴(Dipole) 현상을 그 원인으로 보고 있다.
영국 BBC의 설명에 따르면 다이폴의 하강기에는 바람이 바다로부터 수분을 끌어당겨 호주 남부에 공급, 시원하고 습도 높은 날씨가 계속된다. 하지만 상승기 때에는 바람이 약해져 호주 남동부에 제대로 수분이 공급되지 않아 극도로 건조해진다는 것이다. 물론 기상학계는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 변화를 설명할 때 다이폴 이론보다는 엘니뇨 현상을 더욱 보편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기후가 변하고 있으며, 호주의 재앙을 교훈 삼아 전 세계가 대처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호주 정부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와 기상청은 호주의 화재 발생 위험 일수가 2020년까지 4~25%, 2050년까지는 15~70% 상승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한 지구 온난화가 계속되면 2050년 화재 발생 빈도는 1990년과 비교해 300%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다.
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의 존 헵번은 AFP통신에 “기후 변화가 계속된다면 호주는 극심한 가뭄과 폭염이 계속되는 기후대로 변해 격렬한 산불과 태풍, 홍수 위험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립 대기연구센터의 그레그 홀랜드는 미 abc방송의 ‘레이트나이트(Latenight)’에 출연해 “여름 폭염 일이 현재는 6일 정도지만 앞으로는 20일까지 늘어날 것”이라며 “우리 모두는 기후 변화 속에서 살아 남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심각한 후유증 남긴 호주 산불 참사
호주 빅토리아주를 동시다발적으로 강타한 산불은 인명 및 재산피해 이외에도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이미 숨진 사망자들은 그렇다고 치고 살아남은 주민들은 화상 등의 외상 외에도 악몽과 같은 정신적 장애에 시달리면서 지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사망자 가운데 상당수는 시신이 너무 심하게 훼손돼 신원 파악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돼 가족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유난히 피해가 컸던 킹레이크 주민들은 지난 2월 11일 마을로 돌아갈 수 있었다. 소방당국이 진입로를 터줬기 때문이다. 조심스레 발길을 옮긴 주민들은 마을의 처참한 모습을 보고 경악했다. 수십년간 살아왔던 자신들의 정들었던 집은 물론이고 정겨움을 나눴던 동네 커피숍 등 모든 게 사라졌기 때문이다. 남은 것이라고는 시커멓게 그을려 흉물스럽기만 한 키 큰 나무들과 집 기둥 일부, 녹아내린 미끄럼틀, 뼈대만 남은 승용차 등이었다. 며칠 전만 해도 반갑게 인사를 나눴던 동네 주민들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수십명의 주민이 목숨을 잃은 킹레이크 산불참사 현장을 본 주민들은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졌던 악몽을 씻어낼 사이도 없이 마을과 집터의 모습을 보고 또다시 슬픔 속에 빠져야만 했다. 전문가들은 피해자 대부분이 산불참사에 따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상당기간 정신적 공황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멜버른 알프레드병원에는 수십명의 화상 환자들이 생사의 갈림길에서 집중적인 치료를 받고 있다. 워낙 순간적으로 거세게 밀려온 화마 탓에 미처 피하지 못했다가 가까스로 목숨을 구한 이들은 대부분 3도 중화상을 입고 치료 중이다. 이들은 앞으로 피부이식 수술을 받아야 하며 일부 화상피해자의 경우 심하게 훼손돼 재생이 불가능한 부분을 절단해야 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빅토리아법의학연구소 이사 스티븐 코드너 교수는 “산불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 가운데 상당수는 신원을 파악하기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빅토리아주 주정부는 멜버른에는 임시 시신안치소를 설치해 100여 구의 시신을 이미 안치했다.
한편 경찰과 소방당국은 80여 건의 실종신고가 접수돼 있는 만큼 시신 수색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피해지역이 워낙 넓고 시신들이 잿더미나 건물 잔해에 깔려 있을 가능성이 높아 발굴에 상당한 시일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짐바브웨 무가베 대통령 또 초호화판 생일잔치 열어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이 올해도 초호화판 생일잔치를 해 안팎의 비난을 사고 있다. ‘조니워커 블루 등 위스키 500병, 고급 샴페인 2,000병, 바닷가재 8,000마리, 캐비아 4,000명분, 페레로 로셰 초콜릿 8,000박스…’ 29년째 권좌를 지키고 있는 짐바브웨의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의 잔칫상 음식목록이다.
짐바브웨 국민은 끔찍한 경제난과 콜레라로 신음하고 있다. 지난해 짐바브웨는 공식적으로 2억 3,100만%라는 천문학적인 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인구 1,200만 명 중 700만 명이 외국에서 보내준 구호식량으로 연명하고 있고 실업률은 94%에 이른다. 지난해 8월 이후 6만 917명이 콜레라에 걸려 이 중 3,397명이 사망했다.
서방 외교관들과 국제구호단체 관계자들은 이 같은 생일잔치 물품 목록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한 관계자는 “정말 소름끼치는 일”이라면서 “이는 국민들에게 벌어지는 일은 완전히 안중에도 없거나 아니면 거기에 귀를 전혀 귀울이지 않고 상관 않겠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생일잔치 기부금이나 물품 갹출은 ‘2월 21일 행동’ 소속 청년들 주도로 이뤄졌는데, 요구를 거부한 기업들은 평생 기업활동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위협도 공공연히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도가 심해지자 집권 여당내에서도 불만이 터져나왔다. 한 의원은 “짐바브웨에서 수백만명이 굶어 죽고 있는데 한 사람만을 위해 모금을 할 수 없다”고 말했고, “무가베의 친구나 친척들만이 그렇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무가베의 조카는 “짐바브웨 국민이 위대한 지도자이자 아프리카 영웅의 삶을 축하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무가베의 호화 생일잔치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2년 전에는 2만 명의 인사들을 축구경기장에 불러 전국적으로 생방송을 진행하는 가운데 생일 잔치를 벌이기도 했고, 84회 생일이던 지난해도 수천명의 지지자를 부른 가운데 호화 생일 잔치를 벌여 빈축을 샀다.
이탈리아, 존엄사 논쟁 가열
국내에서 존엄사를 인정하는 항소심 판결이 내려진 가운데 이탈리아에서도 존엄사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17년 동안 식물인간 상태에 있던 여성이 생명연장 장치 제거 나흘 만에 결국 사망하면서 존엄사 논쟁이 가열되고 있는 것이다. 1992년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 엔글라로의 간병에 지친 부모는 법원에 안락사 허용 판결을 구했고, 법원은 지난해 그녀 가족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안락사 허용 판결은 국민 대다수가 가톨릭 신자인 이탈리아에서 큰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엔글라로가 투병 생활을 하던 우디네의 요양소 앞에서는 안락사에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이 각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존엄사 논쟁은 정치적으로도 비화됐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지난 2월 6일 식물인간 상태의 환자에게 튜브를 제거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긴급 총리령을 발표했지만, 조르조 나폴리타노 대통령은 이에 대한 서명을 거부했다. 엔글라로의 사망 소식을 접한 이탈리아 상원에서는 여야 의원들이 서로에게 ‘살인자’ ‘헌정 파괴자’라며 격한 비난을 퍼부었다. 안락사 반대론자들은 “통상적으로 뇌사자가 생명유지 장치를 제거한 뒤에도 길게는 2주일 정도까지 생존할 수 있는데 엔글라로가 나흘 만에 숨졌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부검을 요구했다. 교황청도 “모든 인간은 고귀한 존엄성을 가진다”며 반대론에 무게를 실었다.
영(英), 바다 밑에 이산화탄소 묻는다
엉뚱한 생각 같지만 영국의 대표적인 전력회사 내셔널 그리드가 새로 발표한 사업 계획안(案) 내용이다. 영국 일간지 타임스는 지난 2월 11일 “내셔널 그리드가 요크셔 지방에 위치한 발전소에서 나온 이산화탄소를 북해로 보내 바다 밑에 저장하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라고 보도했다.
대규모 화력 발전소 5개가 위치하고 있는 요크셔 지방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한해에만 6,000만t으로, 유럽에서 이산화탄소 방출량이 가장 많은 곳 중 하나다. 영국 정부는 이 프로젝트가 성공할 경우 2020년까지 이산화탄소를 감축시키기로 한 계획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내셔널 그리드측의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대기로 보내지 않고 압축한 후, 그 이산화탄소를 험버강 유역의 폐(廢)가스전으로 보낸다. 이후 펌프를 사용해 이산화탄소를 해저 아래 사암(沙巖)의 구멍(가스가 있던 곳)으로 압축해 넣으면 끝난다. 이럴 경우 사암 속의 이산화탄소는 그 위에 있는 단단한 바위 층에 갇혀 저장되게 된다.
내셔널 그리드측은 “이산화탄소는 메탄과는 아주 다른 기체다”며 “그것을 압축시킨다면 그것은 아주 빨리 고형화될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업화하기에는 아직 기술 수준이 부족하다. 내셔널 그리드는 일단 20억 파운드(약 4조 원)를 투자해 2012년까지 이 프로젝트를 실행시키는 것이 목표다. 뉴캐슬대학과 공동으로 연구하고 있다. 내셔널 그리드측은 “이 일을 안전하면서도 효과적으로 처리하도록 많은 연구를 할 것이다”며 “요크셔 지방 내의 다른 발전소인 에온, 드랙스 파워, 스코티시 앤 서던 에너지, 요크셔 지역 개발청 등과도 함께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또한 “앞으로 긴 시간을 두고 추가로 몇 십억파운드를 투자할 계획도 있다”고 말했다.
흔들리는 두바이… 외국인들 ‘엑소더스’
한 때 성공의 대명사로 여겨졌던 두바이 경제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에 따라 성공을 기대하며 몰려들어 인구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외국인들은 감원 철퇴를 맞고 있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이 지난 2월 12일 보도했다. 한 때 두바이는 글로벌 경기후퇴에서도 안전 지대로 여겨졌다. 그래서 뉴욕이나 런던에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도 이 곳으로 몰려왔으나 사정은 여기도 마찬가지가 됐다. 두바이 경제가 기울면서 공사가 중단된 건물들이 수두룩하며, 두바이 공항에는 몰래 떠나는 외국인들이 버린 자동차만도 3,000대 이상이다. 부채 상환을 하지 못하면 감옥에 가기 때문에 몰래 도망쳐 버린 것.
올해 34세의 프랑스 여성 소피아는 1년 전 두바이로 광고쪽 일을 찾아 왔다. 오래 있을 생각으로 15년짜리 모기지 대출을 받아 30만 달러 가까이 되는 아파트도 샀다. 하지만 감원을 당하면서 이 곳을 떠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새로운 일을 찾고 있지만 쉽지 않아 대출을 상환하지 못할 경우 감옥에 갈까 두려움에 떨고 있다.
두바이 경제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부동산 시장은 급격하게 기울고 있다. 지난 6년간 붐이 일었던 두바이 부동산 가격은 지난 2년간 30% 이상 급락했고,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최근 6개 국영사 등급을 하향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어려움이 지속되는 가운데 고급차들은 속속 매물로 나오고 있고, 일부는 2개월 전 가격보다 40%나 낮은 가격에 팔리고 있다고 IHT는 전했다. 신문은 그래서 늘 체증을 보이는 두바이 거리가 요즘은 많이 한산해졌다고 밝혔다. 두바이 비자를 취소하는 건수도 늘고 있어 매일 1,500건이 취소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