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청와대는 공기업 구조조정문제에 대해 “공기업 선진화방향에 따른 구조조정작업은 차질 없이 진행돼야 한다”고 밝히며 “공기업 구조조정과 일자리 보호정책이 상충된다는 지적이 있지만 지금 공기업은 전반적으로 인력을 더 늘리기가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지난 참여정부 동안 공기업 정원을 너무 많이 늘려서 생산성이 굉장히 낮아졌다”며 “누적된 공기업의 비효율을 제거하고 국민들의 부담을 줄여드리기 위해서라도 공기업 구조조정은 차질 없이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1만 9,000명 순차적 감원, 청년 인턴 채용 대폭 늘릴 것
최근 경제위기로 일자리 여건이 좋지 않기 때문에 구조조정을 추진한다고 밝힌 정부는 공기업 선진화에 대해 “3명이 할 수 있는 일을 5명이 하면서 예산을 낭비하지 말고 공기업이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69개 공공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15만 명 중 13%수준인 1만 9,000명의 인원이 감축대상이 되며 인력보충도 내년 이후에는 신규 채용이나 새로 부여된 기능 중심으로 될 것으로 보인다. 2008년 11월 기준으로 종사자가 3만 2,092명으로 가장 많은 한국철도공사가 5,115명을 감축할 계획이고 한국전력이 정원 2만 1,734명 중 2,420명, 한국수력원자력이 8,127명 중 1,067명, 농촌공사가 5,912명 중 844명 등으로 감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한 다각적인 보완책도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정부는 다만 인위적인 정리해고가 아닌 자연감소와 명예퇴직 등의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며 “3~4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정원을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공기업 구조조정으로 인해 감원 바람이 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에 대해 정부는 무조건 감원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방점은 경영의 효율화에 있다고 강조하며 “공기업의 상위직 인원 감축과 직원들의 임금을 낮추고 특히, 대졸자 초임을 낮춰서 생긴 인건비 여유분으로 청년 인턴 채용을 대폭 늘리도록 계획을 세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해 공기업에서 1만 2,000명 규모의 청년 인턴을 채용할 계획이다.
그동안 정부의 일자리 나누기(잡 쉐어링) 정책을 둘러싸고 공기업 대졸 초임을 줄여 채용 인력을 늘리는 방안과 채용 인력은 그대로 두되 인턴을 채용하는 방안 등 상반된 방향으로 해석되면서 공기업이 혼란을 빚어왔다.
한편, 공기업의 인력은 줄이고 사기업의 일자리를 지켜달라는 정부의 요구가 모순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이동관 대변인은 “민간은 살아남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민간 기업과 공기업에 대한 대책은 다르다”고 강조하며 “하지만 회생하기 어려운 부실기업을 지원해서 전체적인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일도 없어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된 공기업 인력감축 움직임은 이행단계에 접어들었다. 가스공사와 석유공사, 석탄공사 등 다른 공기업들도 이미 정원감축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경영효율화 방안을 발표하고 실행에 착수했다.
이 외에도 정부는 8조 5,000억 원 규모의 자산매각, 1조 7,000억 원 규모의 예산 절감 등 경영효율화 조치가 병행됨에 따라 공공기관의 경쟁력 제고, 국민부담 경감 등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감사원, 장기근속 20년 이상으로 환원조치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 공기업들은 구조조정을 위해 명예퇴직 조건을 완화하는 행위에 제동이 걸렸다. 감사원은 지난 2월 12일 서울특별시SH공사에 대한 기관운영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SH공사가 지난해 명예퇴직 대상 근속연한을 15년으로 종전보다 5년 단축한 것은 적절치 못하다며 원래대로 20년 이상으로 환원조치 할 것을 통보했다.
SH공사는 지난해 7월 인력운용의 탄력성을 유도한다는 이유로 인사규정을 개정해 명예퇴직을 위한 근속기간을 종전 20년에서 15년으로 줄였다. 또 이에 맞춰 지난 1992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16년 7개월을 근무한 A직원에게 명예퇴직금 9,700만 원을 지급하고, 명예퇴직 처리했다.
감사원은 “20년 미만으로 근무한 직원에게 통상의 퇴직금 외에 명예퇴직금을 지급하고 퇴직 처리를 하는 것이 지침에 어긋난다”며 “20년 미만이라면 통상의 일반 퇴직 처리를 밟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명예퇴직 규정은 지방공기업은 물론 여타 공기업 전반에 적용되는 것으로 현재 진행 중인 공기업 인력 구조조정과도 연결될 것으로 보인다.
한전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 및 조직개편 시작
지난해 8월 한국전력 사장으로 부임한 김쌍수 사장이 공기업 효율성 향상을 위해 인사 개혁과 관련, 한국전력은 최근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간부 직원들에 대해 공개경쟁 보직제도를 실시해 41명을 탈락시킨 것이다. 탈락자들은 ‘혁신교육 2개월’과정과 전문 과제 및 업무에 대해 해결책을 찾는 ‘해체 후 리디자인교육 4개월’과정으로 6개월간 재교육을 받아야 하고 재교육 기간을 포함해 1년간 보직을 못 받으면 해고될 수도 있다.
지난 2월 9일 한전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3차례에 걸쳐 진행된 공개경쟁 보직제도를 통한 인사이동 결과 1직급 2명, 2직급 7명, 3직급 32명 등 총 41명의 간부가 탈락해 결국 보직을 받지 못했다. 41명의 무보직 처분 이유에 대해 한전 측은 “업무 능력 미진이나 회사에 손해를 끼쳐 징계를 받는 등의 사유가 고려됐다”고 밝혔다.
백재현 한전 인력개발팀장은 “이들은 교육과정을 포함해 앞으로 1년 동안 보직을 다시 받지 못하면 사규에 따라 정식 해고될 수 있다”라며 공기업 구조조정의 일환이 아니냐는 지적과 관련해 “인사 효율성과 투명인사를 위한 조치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미 한전은 지난해 말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자회사를 포함해 12.3%(약 3,990명)의 인원감축안을 순차적으로 시행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한전은 조직개편을 통해 독립사업부제를 호가대하고 외부용역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우선적으로 마케팅본부와 송전 부문이 독립사업부제로 전환, 마케팅본부는 전력의 소매 부분인 배전과 판매를 담당하며 송전 부문은 전력판매의 도매 부문을 맡게 된다. 또한 2만 1,700명인 인력 가운데 10분의 1인 2,000여 명을 희망퇴직 등을 통해 줄일 계획이다.
이에 반면 교통안전공단은 직급파괴 등의 대대적인 인사쇄신에 나섰다. 지난 2월 9일 교통안전공단 처장급 이상 간부직 직위 138개 중 71%인 98개 직위를 교체 및 행정직과 기술직간 인사장벽을 허물어 능력 있는 직원을 직렬에 상관없이 중요핵심부서에 전진 배치키로 한 것이다. 공단은 또 2009년을 교통사고 줄이기 원년으로 선포하고 대국민 서비스 제공 접점에 있는 지사 및 검사소장 보직 중 80%를 업무실적에 따라 교체했다. 지금까지 고참 1급으로 고정돼 있던 지사장에도 2급을 발탁, 배치했다.
공단 관계자는 “획기적인 교통사고 감소와 경영효율화를 추진하기 위해 효과적인 인력운용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어서 인사혁신을 통해 교통안전사업의 토대를 구축하기 위해서였다”고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앞으로 공단은 2급 이상 간부의 기본급 1개월분(총 3억 원)을 자율 반납하고, 이를 재원으로 교통안전에 전문성이 있는 청년 인턴 19명을 선발할 예정이며, C-Player(근무부진자)관리 강화를 통한 성과 부진자 퇴출 및 1~2급 자리에 유능한 3급 직원 임명 등을 통해 확보된 예산으로 신규직원을 채용하는 등 잡 쉐어링(jobsharing)을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이밖에 현재 주택금융공사는 신입직원 초임을 30% 깎아 청년인턴 20명을 모집하기로 했으며 산업은행, 캠코 등도 대졸 초임의 20~30% 안팎 깎아 신규채용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는 등 금융공기업들도 잡 쉐어링에 속속 동참하고 있는 모습이다.
금융위원회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구조조정을 적기에 그리고 실효성 있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시장친화적인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채권단 위주의 구조조정을 추진이 맞냐는 질문에 “현재 기촉법이 있어서 주로 채권금융기관이 관련 일을 하도록 돼 있지만, 채권금융기관 중심의 구조조정에서 제기되는 문제가 있다”라며 “구조조정의 방향과 내용에서 보완해야할 부분이 있고, 특히 산업정책측면에서 체계를 보완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최근 공기업을 비롯한 공공기관의 구조조정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이 한국농촌공사의 인력 15% 감축 방안을 거듭 모범사례로 꼽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2월 8일 한국농촌공사 창립 100주년 축하메시지를 통해 다시 농촌공사의 인력 15% 감축 방안을 공기업 구조조정의 모범 사례로 거론한 바 있다.
조건부 청산 등 15개 지방공기업 구조조정 본격화
최근 공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는 방만·부실경영 지방공기업의 경영개선 명령을 내렸다. 지난 2월 9일 행정안전부는 경영진단위원회 심의를 통해 지난해 경영평가 결과 경영성과가 부진해 경영진단을 받은 청도공영사업공사 등 공사 3개, 공단 3개, 상수도 6개, 하수도 3개 등 총 15개 기관의 경영개선 명령을 확정 발표했다. 행안부는 우선 지난 2003년 설립이후 공사의 설립목적인 ‘소싸움경기’를 개최하지 못해 사업성과가 없는 청도공영사업공사에 대해서 오는 2009년 말까지 소싸움 경기를 정상화 시키지 못할 경우 공사법인을 청산하도록 결정했다. 현재 국비, 민간자본 등 총 900여억 원이 투입된 상태다.
태백관광공사에 대해서는 리조트 사업의 회원권 판매가 부진한데다 자금수지가 악화될 우려가 있어 우선 조직·인력감축 등 비용절감 자구노력을 즉각 실시하고 회원권 분양 등을 통한 자금조달이 적기에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에는 경영악화를 예방하기 위해 태백시 추가 출자 또는 공사 소유의 자산을 매각하는 방안을 포함한 ‘조건부 사업 축소’ 결정을 내렸다.
경기관광공사에 대해서는 무분별한 사업확장으로 지난 2002년 설립이후 지속적 적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데다 향후 사업전망도 불투명해 적정수준의 영업수익을 실현하지 못할 경우 사업규모를 축소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방만하게 조직을 운영했다는 진단을 받은 용산구 시설관리공단은 연내 조직·인력 진단을 통한 유사기능 통폐합, 조직 축소 결정을 받았고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는 임원의 인사조치가 내려질 예정이다.
이 외에도 강서구, 연천군 시설관리공단은 내부조직 통합, 인력 충원방식 개선, 재무·회계 담당자의 전문성 강화 등 조직·인사·재무관리 개선결정을 받았으며 삼척, 보령, 하남, 남원, 거창 상수도는 낮은 유수율 및 시설투자 부진에 따른 높은 생산원가로 매년 막대한 적자가 발생해 상수도 인력 전문성 제고, 노후시설 개선 추진 등 ‘자체 경영개선 결정’이 내려졌다. 한편, 본부·사업소간 조직이 이원화 되어 비효율적이고, 자산누락 등 회계관리 부적정 사례를 지적받은 오산, 아산, 진해 하수도에 대해서는 각각 조직 통합·인력조정·하수도 특별 회계 운영개선 결정을 내렸다. 이번에 개선명령을 받은 15개 지방공기업은 지체 없이 이에 응하여 1개월 이내에 행안부에 이행계획을 제출해야 하며, 앞으로 행안부는 주기적으로 이들의 이행실태를 점검·관리할 계획이다. 아울러, 행안부는 올해에도 지방공기업 경영평가를 거쳐 추가적인 경영진단 및 개선명령을 통해 지방공기업의 효율성을 지속적으로 제고해 나갈 계획이다.
강병규 행정안전부 제2차관은 “최근의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지역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지방공기업의 경영효율성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하면서, “이번 경영진단 대상기관들이 경영개선 명령을 성실히 이행함으로써 경영이 보다 합리화 되고 주민에게 신뢰받는 지방공기업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보수시스템의 합리적 개선에도 적극 나서야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대책에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한국가스공사 주강수 사장은 공기업의 구조조정과 관련해 “‘사람이 남지 않느냐’는 정부의 지적도 일리는 있다”고 전제하면서 “하지만 단순히 인력을 줄이는 게 아니라 인력효율화 쪽에 포인트를 맞춰야 하며 유휴인력을 필요한 인력이 되도록 배치하는 방법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진영옥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겸 위원장 직무대행은 정부의 공기업 구조조정 및 일자리 정책에 대해 “겉으로는 일자리 창출 등을 주장하면서 실제로는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일자리를 파괴하고 있다”면서 “1만 9,000명을 해고하고 그 자리를 1만 명의 저임금 비정규직인 인턴으로 채운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 관계자도 “정부의 이번 발표는 전체 공공기관 정원의 13%에 달하는 1만 9,000여 명을 정리해고 하겠다는 계획”이라며 “정부는 이번 계획이 공공부문의 효율성을 높이기 우한 선진화라고 말하지만 이는 경제를 살리는 정책도 아닐뿐더러 공공부문 노동자에 대한 심각한 노동권 침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현재 305개 공공기관만 해도 인원이 26만 명에 달한다. 과거 외환위기 때 정부와 공기업이 10% 경비를 줄인다는 차원에서 요란하게 인원감축 작업을 벌인 바 있으나 세월이 흐르고 특히 큰 정부를 지향하는 참여정부가 들어서면서 인원이 다시 늘고 많은 공기업이 방만경영을 일삼게 됐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공기업이 인원 감축은 물론 임금 동결·삭감과 보수시스템의 합리적 개선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이에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인력을 10%, 15% 줄인다는 목표는 잠정적으로 상정하는 것일 뿐 최종적으로 이뤄내야 할 것은 아니라며 “각 공기업의 상황에 따라 15%도 될 수 있고, 10%도 될 수 있다”며 기업별 사정에 맞는 ‘맞춤형 구조조정’ 방안을 언급했다.
정부는 이와 같은 정책은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권고한 ‘3T 원칙’(Timely, Targeted, Temporary)인 신속하고, 경기진작 효과가 크며, 경기 호전 시 바로 환원될 수 있어야 하는 원칙에 따른 것이라며 “공기업 인력의 상당수가 줄어들겠지만 이를 민간부문이 그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