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급 복귀무대될 ‘4·29 재보선’ 관전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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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물급 복귀무대될 ‘4·29 재보선’ 관전 포인트
  • 신현희 차장
  • 승인 2009.04.15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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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들의 전쟁에서 누가 금의환향하느냐가 관건
초석 쌓는 박희태, 이재오, 정동영, 손학규… 당내 ‘킹메이커’ 될 것인가

제18대 국회 첫 재보궐 선거가 정치 거물들의 ‘복귀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8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 여당에서는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를 비롯해 김덕룡 대통령 국민통합특별보좌관,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 등의 출마설이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에서도 대선과 총선에서 잇따라 패배한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과 최근 복당한 한광옥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 김근태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정계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거물급 정치인 복귀 초읽기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가 지난 2월 5일, 4월 재보선 출마와 관련, “(인천 부평 등) 모든 가능성을 두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해 출마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그는 출마 지역과 관련, “수도권에는 현재 인천 부평을이 하나 비어 있으니까. (언론에서) 그런 것으로 얘기하는 것은 제가 어떻게 할 수 없으나 모든 가능성을 두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해 사실상 수도권 출마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박 대표가 ‘빅매치’ 지역에서의 선방을 날린 것이다.
지난해 당 대표 선거 때부터 시작해 사사건건 ‘원외’ 대표라는 간판이 그의 아킬레스건이었는데 이번 재·보선을 계기로 당당한 ‘원내’ 당 대표가 돼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 여권 내 중론이다.
본인은 부인하고 있지만 강재섭 전 대표의 출마설도 일고 있다. 당내 중도성향 및 친이계 의원 36명이 참여해 오는 10일 출범하는 연구재단이 정계복귀를 위한 ‘초석쌓기’가 아니냐는 관측이 자연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은 전북 전주 지역을 중심으로 재야 거물 정치인들이 꿈틀되고 있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과 한광옥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가 전주 덕진과 완산 갑에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정 전 장관은 조만간 재보선 출마 여부를 확정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가운데 출마할 경우 전주 덕진을 선택하지 않겠느냐는 측근들의 반응이다. 하지만 정 전 장관의 복귀문제는 현재 정세균 대표의 경계로 미묘한 양상을 띠고 있다. 한 전 대표도는 긴 재야 활동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전주 완산 갑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라는 전망이 당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김근태 전 보건복지부 장관도 4월 재보선에 출마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민주당 신주류 구주류 간 계파 갈등 조짐 보여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4·29 재보선 공천 여부를 둘러싼 당내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정 전 장관의 입장표명 시기가 당초 2월 중순에서 3월로 늦춰질 전망이다. 2월 임시국회 쟁점법안 처리를 놓고 당력을 집중해야 한다는 명분 아래 정세균 대표는 공천심사위원회를 3월 초로 연기했고, 정 전 장관도 마찬가지로 입장표명을 연기하기로 한 것. 때문에 정 전 장관의 전주 덕진 출마를 놓고 발생한 찬반 논란은 당분간 숨고르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정 전 장관이 출마 여부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는데다 정 대표 측근들을 중심으로 반대기류가 형성되어 있어 언제든지 이슈로 떠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 대표와 정 전 장관 측근들을 중심으로 대리전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당내 계파들의 움직임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정 대표의 핵심측근인 최재성 의원은 8일 “‘용산국회’하면서 ‘MB악법’ 저지에 당이 힘을 쏟고 있는데 정 전 장관이 공천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솔직히 당에 잘못한 것이다. 퇴행적이라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고 정면 비판했다. 또 다른 핵심 당직자도 “지난해 총선 출마 때 동작에 뼈를 묻겠다고 했던 그가 전주 덕진 출마를 어떻게 납득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정 전 장관 측인 김영근 공보특보는 최재성 의원을 두고 “정세균 대표 대세몰이의 들러리가 되지 마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또한 김 특보는 “지난 대선 패배의 책임을 전가하는 사람치고 대선 때 열심히 선거 운동했다는 평가를 받는 사람 못 받다”며 “당이 어려울 때 당의 화합과 지지자 결집에 기여하기는 커녕 팔짱끼고 있었던 사람은 대선 패배의 원인을 이야기할 자격이 없다”고 공격했다. 이와 관련, 당내에서는 정세현 민화협 대표상임의장과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등이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다.

거물급 정치인, 낮은 행보 큰 밑그림 그려
4·29 재보선 관련 아직 정확한 밑그림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정동영’과 ‘이재오’의 귀국이 각 당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두 거물급 정치인이 정계복귀에 미칠 파장에 대해 각 당의 속마음은 걱정반, 안심반일 것이다.
우선 정동영 전 장관의 네임밸류 만으로도 민주당 지도부의 권한을 능가하는 것이어서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전주 덕진에서 치러질 재보선은 민주당의 승리를 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지역. 당 지도부는 민주당의 이미지를 쇄신해 가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전주 덕진에 새로운 후보를 내정해 두고 있어 정 전 장관이 이 지역을 고집할 경우 당내 진통이 커 질 것으로 예상된다.
끊임없이 하마평에 올랐던 한나라당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귀국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한나라당도 긴장의 연속이다. 그는 최근 측근들에게 “내가 귀국하면 갈등을 일으킬 것이라는 관측이 안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자주 내비친다고 한다. 그로써도 자신의 귀국이 친박과의 당내 계파 갈등을 촉발할 것이라는데 신경이 쓰일 것이다. 마침 지금이 양 계파 사이의 불편한 때이기도 하다. 이 전 최고위원이 복귀를 앞두고 던진 화두는 “여권이 단합해야 한다”는 것.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미국에 있던지 중국에 있던지 그는 언제나 친이 진영의 핵(核)이었다. 그런 그가 귀국하면 당장에 4월로 예정된 당협위원장 선출문제부터 수면 아래에서 영향력을 직간접적으로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전 최고위원만큼 MB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하는 충신은 없지만 당내 분란을 원치않는 청와대측은 이러한 그가 ‘뜨거운 감자’일 수밖에 없다.
또한 외부출입을 삼가며 강원도 농장에서 생활하고 있던 손학규 민주당 전 대표가 지난 2월 9일 故 제정구 의원 10주기 추모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손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서강대에서 열린 추모식에서 추모사를 통해 “용산 참사가 일어났을 때 많은 국민이 제정구 선생을 생각했을 것”이라며 “제 선생이 살아 있다고 용산 참사를 막지는 못했을 것이지만 그가 살아 있었다면 용산 참사 유가족과 그들과 아픔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최소한 마음으로 의지할 곳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언제 서울로 돌아올 것이냐는 기자의 물음에 대해 최근 정계에서 물러나 우리 사회에 자신이 정말 필요한 사람인지 앞으로 무엇을 할지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며, 정계복귀 시기에 대해서는 때가 되면 생각해 보겠다며 말을 아꼈다.

수도권 사수 vs 수도권 탈환
오는 4월에 치러질 재보선에서 의원직 상실자 수가 예상보다 많을 것으로 보여 4·29 재보선이 ‘미니 총선’이라는 분위기를 띠고 있다. 민주당은 최근 용산사태 등을 부각하며 이명박 정부를 압박, 이번 재보선이 MB정부 심판의 자리가 될 것이라며 수도권과 호남권의 몰표를 얻겠다는 자신감에 차 있다. 반면 한나라당은 재보선의 판이 커질 경우 이명박 정부 중간평가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긴장하고 있다. 여야 모두 거물급 인사들의 전략공천을 통해서라도 금배지를 달고 지역을 사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선거전문가들은 영호남의 경우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아성이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 이번 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수도권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수도권의 경우 현재 확정된 인천 부평을을 비롯, 서울 금천, 서울 은평을, 수원 장안, 경기 안산 상록을 등 최대 5곳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치권 주변에서는 본인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출마설이 나돌고 있다. 특히 의원직 유지에 적신호가 켜진 수도권 출신 의원 대부분인 한나라당 소속이라는 점에서 당내에서는 적지않은 부담이 나돌고 있다. 한나라당은 ‘수도권 사수’라는 절박한 상황에서 모든 히든카드를 사용해서라도 일단 선거에서 이기고 볼 일. 이에 본인의 의견과는 무관하게 강재섭 전 대표, 이재오 전 최고위원, 김덕룡 대통령 국민통합특보 등이 각각 수원 장안과 서울 금천 출마설이 나돌고 있다. 이에 민주당에서도 ‘수도권 탈환’을 위해 거물급 전략공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에 민주당 최고의 킹메이커였던 손학규 전 대표, 정동영 전 장관 등이 침체된 민주당에 활력을 넣어줄지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으며 이 두 사람 외에도 김근태 전 의장, 강금실 전 법무장관, 박재승 변호사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前’의 전쟁에서 누가 승리해 금의환향 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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