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우의 시선] 아동학대와 마두금(馬頭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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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우의 시선] 아동학대와 마두금(馬頭琴)
  • 이동우 전북본부 논설실장
  • 승인 2021.02.23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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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우의 시선]

아동학대와 마두금(馬頭琴)

시사매거진 전북본부 논설실장 정치학박사 李同雨

전북본부 논설실장  정치학박사 李同雨
전북본부 논설실장 정치학박사 李同雨

가뜩이나 기약 없는 ‘코비드19’ 펜데믹으로 삭막한 세상에 이른바 ‘정인이 학대사건’으로 시작된 아동학대 관련 소식이 하루가 멀다 하고 매스컴을 타고 있다. 마치 ‘인간이 얼마나 잔인할 수 있나’를 경쟁하는 것 같아 씁쓸하고 참담하다.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아동보호 전문기관의 전국아동학대 현황자료에 의하면 2017년에 신고 된 아동학대는 총 2만2367건으로 발표되었다. 이는 2001년에 2015건이었음을 감안하면 16여년 사이 무려 10배 이상이 폭증한 수치이다.

아동학대의 가해자는 부모(양부모 포함)가 76.8%, 이 중 친부모 학대비율이 73.3%로 제일 많고 다음으로 어린이집 교사 등 대리양육자가 14.9%, 친인척 14.8%, 타인이 1.3%로 나타났다. 하지만 아동학대의 특수성(은밀성)으로 인하여 더 많은 아동학대가 곳곳에서 자행되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지금부터라도 국회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검찰, 경찰 등 관련 기관에서는 좀 더 세밀하게 아동학대 근절 대책을 법과 제도로 확실하게 마련하여 시행해야 한다. 우리도 매체에 보도될 때만 공분하다가 쉽게 잊어버리는 ‘냄비근성’을 반복하지 말고 더 세심하게 주변의 사회적 약자들의 아픔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아동학대 사건이 보도되자 필자는 몽골 전통악기인 ‘마두금’이 떠올랐다. ‘마두금’은 악기의 끝부분에 말 머리 장식이 달려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찰현악기(현을 활로 마찰해서 소리를 내는 악기)의 일종으로 말총이나 명주실 등으로 만든 두 줄의 현을 켜서 연주한다.

음악을 사랑하는 몽골 유목민들이 허허벌판을 무대로 연주하는 마두금은 초원을 훑고 가는 바람처럼, 대지를 몰아붙이는 말발굽처럼 서정적이면서도 슬프고 웅장하게 울린다. 때로는 낙타가 우는 소리 같다고 한다. 고비 사막 부근에 사는 몽골 유목민들은 주요 이동수단이자 양식과 털을 내주는 유용한 가축 낙타를 위해 종종 ‘마두금’을 연주한다.

사막에서 유용한 낙타는 난산의 고통을 겪고 태어난 자기 새끼를 처음에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심지어 발길로 툭툭 차면서 돌보지 않는다고 한다. 아마 출산의 고통이 너무 커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 어미낙타가 안쓰럽기도 하다.

몽골인들이 특별하게 ‘마두금’을 연주할 때는 어미 낙타를 달래어 새끼에게 젖을 물리도록 할 때이다. 어미 낙타의 울음소리 같은 ‘마두금’ 소리에 “괜찮아, 괜찮아 힘내” 하는 가사를 입혀 연주하면, 특히 인생의 모진 풍파를 다 견딘 할머니가 연주하면 어느새 어미낙타는 눈물을 흘리며 새끼를 돌보기 시작한다고 한다.

이렇게 몽골 사람들은 ‘마두금’을 켜는 것으로 산고를 겪고 출산한 어미 낙타를 위로하고 모성애를 자극한다. 모든 생명체의 어머니에게는 위대한 모성애가 존재한다. 생명체에게 모성을 위로하고 모성애를 자극하는 악기 ‘마두금’...

더 늦기 전에 우리가 ‘마두금’ 연주를 들어야 하지 않을까.

李同雨 전북본부 논설실장 samera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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