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원 차단’ 등 선제적 제안·수차례 권고 불구, 정부 미반영 아쉬움 남겨
[시사매거진272호] 대한의사협회는 지난해 1월 23일 당시 명칭 ‘우한폐렴’ 관련으로 첫 입장문을 낸 이후, 수차례에 걸친 대국민·대정부 담화문 발표, 비상대책본부 가동, 의료지원활동 등 본격적 대응이 시작된 지 만 1년이 다가오는 이 시점, 대한의사협회가 코로나19 이슈에 대응해온 일련의 주요 과정들을 정리했다. 코로나와의 결별 또는 포스트 코로나를 논하기에는 이른 시점이지만, 지금까지의 대응을 돌아보며 앞날을 대비하는 자세로 중간기록을 남겼다. [자료_대한의사협회]
지난 1년은 코로나19가 세상을 삼켜버린 한 해였다. 백신과 치료제가 나왔지만 종식의 시기는 아직도 요원하다. 국내의 경우 지난 12월부터 일일 확진자수 1000명을 넘나드는 제3차 대유행으로 의료체계 붕괴 위기에 봉착했다가, 현재 한 고비 넘기는 추세다. 하지만 언제든 다시 급증할 수 있기에 의료인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국가의료 비상사태 속 신뢰받는 전문가 역할
코로나19 대응 중추, 비상대책본부 종합상황실 가동
신종 감염병에 대한 전문가 역할의 필요성과 의사로서의 사명감 그리고 코로나 극복을 위한 의욕이 하나 되면서 ‘대한의사협회 코로나19 비상대책본부’가 2020년 1월 29일 발족했다.
이후 대책본부를 통해 코로나19 대응방안 마련을 위한 치열한 논의가 연일 이어졌다. 초기 코로나19가 무엇인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는 국민들에게 의협이 수차례 띄운 권고문과 가이드라인은, 범람하는 가짜 정보들 속에서 신뢰할 만한 올바른 표준을 제시했다.
의협 코로나19 비상대책본부는 ▲코로나19의 정의와 특성은 물론 ▲접촉 시 대책 ▲확산을 막기 위해 우선 할 일 ▲FAQ 등을 가이드라인으로 마련했다. 또 미국 질병관리본부와 WHO 자료를 참고해 ‘코로나 팩트’라는 휴대용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국민들이 스마트폰을 통해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비상대책본부는 국민들의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도 앞장섰다. 남대문시장의 한 식당에 코로나 확진자가 다녀가 시장 방문객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는 보도가 이어졌을 무렵, 의협은 이곳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확진자가 다녀간 식당에서 식사를 하며, ‘적합한 소독과 방역을 시행하면 확진자가 방문한 장소여도 출입에 문제가 없음’을 증명했다.
의협 코로나19 비상대책본부는 마스크 사용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돌자 즉각 마스크 사용 권고안도 발표했다. 지역사회 감염이 유행하는 시기에 손 씻기, 사회적 거리두기와 함께 감염차단과 예방을 위한 마스크 착용을 공식 권고했다. 의협은 권고안을 통해 보건용 마스크 착용이 감염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동시에 논란이 많았던 마스크 재사용과 면 마스크 착용은 권고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대구에 의료지원단을 보낸 것도 중요한 일이었다. 대구와 경북을 중심으로 코로나 확산세가 심상치 않자, 의협은 지난해 2월 26일 대구에 의료지원단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대국민 캠페인 진행
“큰 눈 오는 날처럼 외부 활동 줄이고 집에 머물자. 3-1-1 캠페인 제안합니다.”
3-1-1 캠페인은 3월 첫 주, 일주일 동안, 사회적 거리두기에 익숙해지자는 뜻으로,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사전예방 원칙이 중요하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 캠페인에서 의협은 국민들에게 “평정을 유지하고 각자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마스크 착용, 손 위생 관리, 개인물품 위생관리 등을 철저하게 해줄 것을 함께 요청했다. 의협은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와 의료진 외에도 한 사람, 한 사람 개인의 노력이 중요하다”며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했다. 캠페인은 지난해 8월 2차 대유행 당시에도 다시 전개됐으며, 거리두기의 심각성을 쉬운 설명과 직관적 표현으로 국민들에게 알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민과 의협 하나 되어 의료진 ‘응원’
의협은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들과 사회적 거리두기로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국민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는 영상을 제작했다. 의협이 제작한 영상에는 전공의, 간호사, 교수 등이 등장했다.
국민들이 ‘덕분에’ 챌린지에 참여하며 의료진 응원에 나선 것과 관련해 의협은 보도자료를 통해 “의료계가 지금까지 이런 응원과 격려를 받아본 적이 없었다”며 “코로나19를 막기 위해 의료진이 그간 몹시 지치고 힘들게 버텨왔지만, 이러한 캠페인을 통해 이어지는 각계각층 국민의 온정과 응원 덕으로 다시금 힘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후 의협은 의료진 응원전에 동참해 준 국민들에게 화답하듯, ‘코로나19 국민과 의료계 함께 극복하자’며 대형 현수막을 제작해 용산구 이촌동 구 회관건물에 게시했다. 이 현수막은 의료인들의 굳은 다짐을 시민들에게 널리 보여줬다.

“3차 대유행 서둘러 진압하자” 의료진 긴급 지원
지난해 11월 수도권 일 평균 확진자가 300명을 넘나들며 K-방역 시스템에 경종을 울린 시점에, 서울특별시가 ‘긴급 멈춤’을 선언했다. 이어 서울시는 의협에 선별진료소에서 근무할 의료인력을 시급히 지원해줄 것을 요청해왔고, 의협은 즉각 재난의료지원팀을 서울시 선별진료소에 파견하는 것으로 응했다.
당시 의협의 빠른 대응에 방역당국과 더불어민주당, 서울시 관계자들까지 유례없는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방역당국은 2020년 12월 1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공식 브리핑에서 “추운 환경과 감염 위험에도 아랑곳없이 현장 파견을 지원해준 의협 재난의료지원팀과 의사들에 감사드린다”며, 의료계의 진정성 있는 협조에 고마움을 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도 “코로나19의 두려움을 이겨내고 현장 파견을 자원해 준 의사 여러분들과 평소 꾸준히 지원자 확보에 노력해주고 있는 의협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같은 날 서울시 관계자는 “의협의 적극적인 협조에 대해 서울시민들과 함께 감사를 전하며, 앞으로도 더 많은 의료인들의 참여를 부탁드린다”며 인사를 잊지 않았다.
의협이 발족한 공중보건의료지원단 재난의료지원팀에는 1월 18일 현재 1300여명의 의사들이 자원해 각지의 코로나 현장으로 투입돼 있다. 서울시청 선별진료소를 비롯해 생활치료센터, 남양주 현대병원, 평택 박애병원, 충북 음성 소망병원 등으로 파견된 의사들이 혹한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검체채취와 환자진료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코로나19 전쟁 최일선에서 13만 회원과 함께
방호 물자 수급의 중심으로 우뚝
코로나19가 지난해 봄, 대구와 경북을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마스크와 방호복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의원을 운영하는 의사들은 밀려드는 환자 진료에 전념했지만 마스크, 손 소독제 같은 방호물자 구비에 어려움이 컸다. 이런 상황에서 의협은 전국 의원에 마스크와 방호복을 보급하는 ‘허브’로 역할을 했다.
축구선수 이동국, 가수 아이유와 배우 이종석 등이 방호물품을 기증했고 하나은행, 라이엇게임즈 등 기업들도 잇달아 기증에 동참했다. 국방부가 군 수송차량을 제공해 대구로 마스크를 전달하는 대대적 ‘수송작전’을 펼치기도 했다. 중국 우한지역에 잔류중인 재외국민의 진료를 도울 수 있도록 한미약품, 유한양행, 종근당 등 제약사들도 의약품을 지원했다.
당시 각계의 방역물자 지원과 응원의 메시지로 힘을 모은 의협은 영남대의료원, 분당서울대병원, 대구 및 경북의사회 등 의료현장에 마스크, 방호복, 손소독제 등을 긴급히 조달했다.
의료인들을 돕기 위해 회원 대상으로 성금 모금도 추진했다. 그렇게 모은 성금으로 마스크를 구입해 경북대병원에 마스크 1만 장을 긴급하게 지원했다. 필수 방역용품인 마스크가 전국적으로 품귀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치료로 고군분투 중인 경북대병원이 마스크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신속하게 움직였다.
감염 확산 막기 위해서는 “의료진 보호가 최우선”
지난해 2월 21일은 대구와 경북이 코로나19로 큰 피해를 입고 있을 시점이었다. 이날 의협 최대집 회장과 집행부 임원진은 대구광역시청, 대구파티마병원, 경북대병원을 차례로 방문해 현장상황을 면밀히 살피고 관계자들과 함께 확산방지 대책을 모색했다.
의협은 대구광역시장에게 “경증환자는 전담병원 치료를, 중증환자는 대학병원 격리병실을 지정해 집중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하고 지역 의료기관에 대한 대구시 차원의 관심과 협조를 요청했다. 또 대구파티마병원과 경북대병원 병원장들에게 “선별진료소만으로 코로나19 환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코로나19 의심 증상 전담의료기관 지정이 필요하다”는 점도 설명했다.
이때 코로나19 전담의료기관 지정이 필요하다는 의협의 제안은 지난해 12월 의협이 정부에 건의한 권고문에도 포함돼 있다. 코로나19가 세상에 드러나 창궐하기 시작했던 초기에는 전담 병원을 지정하여 코로나19 관련 진료만 시행했던 전례가 있으나, 현재는 많은 수의 기관이 지정 해제됐거나 지정돼 있더라도 일반진료를 함께 병행하고 있다.
의협은 당시 권고문을 통해 “현장의 중환자치료 전문가들의 요구에 따라 충분한 병상의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며 치료 역량의 극대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전용 병원 지정이 고려돼야 한다”고 정부에 건의했다.
코로나로 인한 피해와 손실 회복 위한 노력
의협은 코로나19로 회원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음에 고민하고 회원들의 어려움을 개선하고자 전방위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의협은 먼저 코로나19 장기화로 2020년 예정되어 있던 연수교육이 연이어 취소되자, 회원들의 2020년 연수평점 이수에 어려움이 발생했다. 이에 의협은 2021년 6월 30일까지 연수교육기관의 ‘온라인 연수교육’에 대해서도 한시적으로 평점을 인정하기로 신속하게 결정했다.
또 의협은 면허 미신고 회원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면허효력정지 사전통지와 관련해, 2020년 내내 코로나19 환자 진료에 전념하느라 면허신고에 어려움을 겪은 회원들을 대변해 건의했다. 결국 보건복지부로부터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으로 당초 통보된 시점에 면허효력정지가 시행될 경우 의료인 공백으로 방역업무에 차질이 예상되는 점 등을 고려하여 2021년 6월말까지 본 처분의 면허효력정지처분을 유예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코로나19 방역 과정에서 잘못된 판단을 내린 지방자치단체에 강력한 항의 입장을 전달한 일도 있었다. 한 지자체가 코로나19 감염 및 전파를 예방한다는 이유로 의료기관 종사자들에게 대형 상가와 유흥 시설 등 다중이용시설의 이용 자제를 요청한 일이 그것이었다. 의협은 “의료기관들이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지침에 따라 감염병 관리에 협조하고 있는데, 의료기관 종사자라는 이유로 감염의 책임을 지도록 하는 일은 부당하다”며 즉각 철회할 것을 건의했다.
한편 코로나19가 장기화되자 환자수가 줄어 경영난에 허덕이는 의료기관들이 늘어났다. 지난해 4월 의협은 ‘코로나19’ 감염병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지역 중소병원들이 경영상 많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며 정부에 세금 감면, 인건비 지원, 요양급여 청구금의 조건 없는 선지급 등 5가지 대책을 제안했다.
‘잘못된 정책으로 국민생명 포기하나!’ 정부에 거센 비판도
정부가 잘못된 방역 정책을 펼치면, 의협은 어김없이 일침을 가했다. 지난해 12월말 사망자가 속출한 부천효플러스요양병원. 최대집 회장은 강추위에도 불구하고, 이 병원 앞으로 달려가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최 회장은 “무분별한 요양시설 코호트 격리 조치로 감염된 의료진이 환자들을 치료하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는데 정부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느냐”며 거세게 비판했다.
의협은 요양병원과 시설의 코호트 격리는 결국 병상 부족에 기인하는 것임을 지적하고, 그간 의협과 의료계 전문가들이 병상과 전문인력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해왔음에도 정부가 제대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음을 질타했다.
백신 접종 시기와 방법 의료계와 협의해 차질 없이 진행해야
이제 현 상황에서 최대의 관심사는 백신 접종이다. 의협은 정부가 백신확보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과, 정치논리를 배제하고 의료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안전하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접종을 시행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의협은 국민들에게, 환자수가 감소하고 백신접종 일정이 발표된다 해도 절대 경계를 풀지 말 것과, 올 한해도 불편과 고통을 감수하더라도 거리두기와 방역을 철저히 실천해야 함을 알려나갈 방침이다. 코로나19 종식을 앞당기기 위한 의협과 13만 의사들의 사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정리_박희윤 기자 bond003@sisamagaz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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