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부동산 경기 동향을 살펴보면 지난 1997년 IMF 외환위기 때와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 혹자는 지금의 위기가 전 세계적 경기 침체에 기인하여 우리나라에만 국한되었던 지난 IMF 외환 위기 때와 비교하여 그 성격이 다르다고 하나 전체적인 경기 사이클(Cycle)은 IMF 위기 당시와 비슷하게 흘러 갈 것으로 전망된다.
IMF 구제 금융을 신청한 1997년 11월 국내 부동산 가격이 급락했다가 1998년부터 오르기 시작하면서 2007년까지 계속 상승했다. 당시 정부는 부동산 구매력을 높이기 위해 분양권 전매제한 폐지, 외국인 토지취득 허용 확대 등 각종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였으며, 한국토지공사도 당시 기업 재무를 개선하기 위해 기업 비업무용 토지를 사들이는 등 전방위적인 경기 부양책에 동참했다. 그 효과로 당시에 외국인들을 비롯한 투자자들은 헐값으로 땅을 사들여 다시 되팔아 상당한 시세 차익을 올렸었다. 따라서 IMF 위기 때와 같이 부동산 경기 저점이 예상되는 금년도가 ‘토지 투자시점이 아닐까’라는 조심스런 전망이 나오고 있다. 거기에 하반기부터는 각종 부동산 규제의 추가 완화 및 추경 편성 등을 통한 재정 지출 확대, 일자리 창출 등의 경기 부양책이 이어져 그 효과가 점점 나타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토지 공급 공공기관이 신규사업 재투자 자금 확보를 위한 미분양 토지 해소를 위해 무이자 할부, 원금보장형 토지 리턴제 등 수요자 요구에 맞춘 조건을 내걸고 있어 관심을 갖고 주시한다면 좋은 조건으로 땅을 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추진 부동산 정책, 10년 만에 재현
정부가 10년 만에 부동산시장에 이른바 ‘열탕’ 정책을 펴고 있다. 싸늘히 식어버린 부동산 시장의 재활과 이에 따른 내수 경기 진작을 위해 10년 전 IMF 당시 나왔던 규제 완화책이 사라진지 5년 만에 다시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당장 부동산시장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지만 3년 여 후에는 다시금 부동산 활황세를 예언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IMF 학습효과가 여전히 사람들의 뇌리 속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역사는 반복’라는 말이 있듯이 경제시장에도 반복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부동산시장이다. 부동산시장은 정부의 정책과 내수 흐름에 따라 반복을 거듭하는 대표적인 투자시장으로 후방산업이 많은 탓에 내수시장 견인 효과는 모든 투자상품 중 가장 크다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부동산 시장은 공급이 한정적인 한계재인 토지가 기존자산인 만큼 정부정책에 좌우하는 특성이 아주 강한 시장이기도 해서 정부는 내수시장 진작과 부동산 투기 열기 차단을 위해 이른바 ‘열탕’정책과 ‘냉탕’정책을 번갈아 사용해왔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해 6월11일 첫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이른바 지방 미분양 대책이 바로 그 것인데, 정부는 잘못 건드려 폭등세가 일어날 경우 정부만 고스란히 책임을 지게 될 주택ㆍ부동산 시장 보다 건설업계의 요구 사항인 미분양 해소대책을 미리 꺼낸 것이다. 하지만 이는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부동산 시장이 아무런 미동도 없는 시기에 미분양 매입시 취등록세를 감면해준다는 ‘당근’이 약효를 보일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8월 이른바 8.21대책으로 불리는 첫 ‘열탕’대책을 발표했다. 바로 참여정부 시절 혹독한 ‘박해’를 받았던 강남 재건축 시장을 위한 대책이었다.
정부 미분양 주택 사상 최대치 갱신에 각종 지원책 내놔
주택시장을 옥죄고 있는 미분양 주택이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말 현재 16만 5,000가구로 사상 최대치를 또 경신했다. 집이 다 지어질 때까지 3년 이상 주인을 찾지 못한 ‘준공 후 미분양’도 4만 6,000채나 된다. 미분양이 해소되지 못하는 것은 경기침체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가격이 비싸거나 수요가 없는 곳에 공급됐기 때문이다.
또 인기지역의 미분양이 널려 있는 것도 주변시세보다 40%나 비싼 분양가가 큰 원인이다. 미분양 10채 중 8채가 지방권에 몰려있고 일부 지역에는 몇 년치 공급물량이 미분양으로 쌓여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더군다나 분양가를 낮추기 위해 도입됐던 ‘분양가 상한제’도 미분양 양산에 한 몫 했다.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있던 지난 2007년 11월에는 분양승인 신청 때 첨부해야 하는 분양보증서 발급가구 수가 한 달에 무려 9만 2,000가구를 넘었다. 1년 전인 2006년 11월(1만 5,000가구)의 6.1배에 이를 정도였다. 상한제를 피하려는 분양물량이 봇물을 이뤘다는 얘기다.
정부는 현재 미분양 해소를 위해 주택공사나 대한주택보증 등 공기업을 동원해 미분양 아파트를 1만 가구 이상을 사들이고 있다. 또한 양도세와 취득ㆍ등록세 감면 등 각종 세제지원책도 내놓으며, 해외교포들에게까지 양도세 감면 혜택을 주기로 했다. 여기에다 금리까지 크게 낮아진 상태이지만 경기침체 여파로 수요자들은 움쩍도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제는 건설사들이 나서야 할 차례다. 수요자들의 기대치에 맞춰 분양가격을 낮춘 ‘미분양 바겐세일’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집값이 올라 분양가가 주변시세보다 싸져 수요가 회복될 때까지 버틸 수 있을 정도로 자금력이 넉넉한 업체는 그리 많지 않다.
정부도 건설사들이 미분양 세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줘야 한다. 기존 계약자들의 반발 때문에 공개적으로 분양가를 못 낮추는 건설사들도 많지만 외국의 경우 한 단지라도 분양시기별로 값을 달리 받는다. 이는 사회적으로 무언의 합의가 이루어져 “왜 우리에게만 비싼 값을 받느냐”는 항의는 찾아보기 힘든 이유이기도 하다. 더불어 가격을 낮추는 건설사들에 중도금 대출 등 금융지원을 해주는 방법을 모색하는 한편, 부실 건설사를 솎아내는 구조조정 역시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윤증현 거듭되는 부동산 규제완화 시사 발언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제43회 납세자의 날’ 기념식에서 관계부처,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부동산 세제를 조기에 합리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히며, 양도소득세를 비롯한 ‘세제 합리화’를 거듭 강조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그는 이날 기념식에서 치사를 통해 “지난해 양도소득세 제도 합리화, 종합부동산세 제도 개선 등 부동산세제 정상화를 추진한 바 있으나 아직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말해 부동산 세제의 정상화에 대해 시사했다.
이에 앞서 윤 장관은 지난달 27일 장관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지방에서 양도세에 대한 문제 제기가 많았다. 제일 좋은 세제는 가랑비에 옷젖는지 모르게 해야 이상적이다. 만약 저항이 있으면 조정해야 한다”며 “양도세 체제에 대해 전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이명박 대통령 정부 2기 경제팀을 이끌고 있는 윤 장관의 계속되는 부동산 규제완화 발언은 그 동안 정부의 미분양 해소대책에도 불구하고 지방의 부동산 거래가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보다 과감한 조치를 통해 부동산 거래의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특히 글로벌 경기침체로 불황이 계속되면서 소득은 줄어든 데다 중산층 이상의 경우 대부분 주식, 펀드 등에 자금이 묶여 있는 등 소비 여력이 바닥난 상황인 만큼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통해서라도 ‘시중에 돈이 돌게 해야 한다’는 현실적 이해가 깔려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오는 4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양도소득세 완화 방안으로 비업무용 부동산이나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율을 낮추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우선 현행 60%(부가세 포함시 66%)인 비사업용 토지에 대한 양도세율을 40%로 내리거나, 2~5년 간 한시적으로 일반 소득세율인 6~35%(2010년 이후 6~33%)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한 1세대 3주택자 이상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양도세도 일반 소득세율을 적용하거나 장기보유 특별공제를 2주택 이상자에게 확대하는 안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공익사업으로 토지 등을 양도한 이주대책 대상자가 분양받은 이주택지를 분양계약일로부터 1년 이내에 팔 경우 세액의 70%를 감면하는 방안과 군사기지나 군사시설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땅을 파는 경우 양도세를 30∼50% 깎아주는 조치 등도 고려하고 있다.
아파트 거래 다시 꽁꽁 얼어붙나
회복기미를 보이던 아파트 거래가 다시 위축되고 있다. 이는 세계 경제 불확실성, 규제완화 지연 등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되는데 거래 위축은 가격 하락을 더 부추길 가능성이 높고, 이는 다시 거래를 꽁꽁 묶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말이다.
올해 들어서는 아파트 거래가 늘어나면서 거래시장은 회복되는 듯 했다. 지난달 아파트 실거래 신고건수가 2만 8,741건으로 1월(1만 874건)보다 59%나 늘었다. 예년 평균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지만 2개월 연속 증가한 것으로 작년 7월(3만 8,804건) 이후 최고 많은 건수였다.
그러나 3월 들어 아파트 거래가 급속히 위축되고 있는 것은 거래시장의 숨통이 다시 닫히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2월 넷째주에는 전국에서 9,741건의 아파트 거래가 신고됐으나 3월 둘째주에는 7,365건으로 뚝 떨어졌으며, 특히 같은 기간 강남 3구(378건→181건)의 경우에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렇듯 아파트값은 미분양주택 급증, 매수심리 위축, 세계경제 회복 불투명 등의 요인이 작용하면서 하락추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공식 조사로 활용되고 있는 국민은행의 통계에 따르면 전국의 집값은 작년 10월부터 지난 3월까지 5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지만 이런 와중에도 지난달 과천, 강남 등지에서는 상승세로 반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과천이 1.0% 올라 25개월만에 처음으로 ‘플러스’로 표시됐고 서울 강남구도 9개월만에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양천구, 송파구 등 2006년 버블세븐으로 불리며 집값 급등을 주도했던 지역도 지난달에는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승요인으로는 작년 말부터 이어져 온 각종 규제완화 조치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재건축 용적률 법적한도 허용, 제2롯데월드 조건부 허용, 한강변 초고층 건설 등이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를 부풀리면서 거래를 늘리고 가격도 올린 것이다.
일부 지역의 상승에 비해 주택시장의 거래가 다시 위축되고 있는 데는 세계경기 회복이 불투명해지고 있는 게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지금의 집값이 바닥이 아닐 수 있다는 심리를 확산시키고 있고, 또 정부가 발표했던 각종 대책이 별로 효과를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한몫하고 있으며, 지난달 갑작스레 과도한 폭으로 집값이 오른 데 대한 심리적 부담감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획일성 없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득보다 실이 더 많아
우리나라의 부동산 정책은 지난 40여 년간 냉탕과 온탕을 번갈아 가며 시행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구에서는 200∼300년간 진행된 산업화ㆍ도시화 과정을 우리는 1960년대 경제개발계획을 시점으로 30여년 만에 완성했으니 자연히 도시적 용지의 부족과 이에 따른 지가 상승, 그리고 그에 수반한 투기 현상이 나타났고 이를 억제하기 위해 강력한 투기억제 정책을 수행하였으며, 때로는 일반 경기가 침체해 부양책을 쓰기도 한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몇 가지 부동산시장에 대한 잘못된 믿음이 형성됐는데, 그 믿음은 오늘날의 정책 형성과 시장 움직임에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독 부동산을 좋아해 부동산 투기가 극성을 부린다는 믿음이 상존해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국토 면적이 우리보다 훨씬 넓은 미국에서도 캘리포니아 골드러시 때는 금광도시의 부동산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상승했으며 투기도 성행했다. 또 한때 심각하게 논의되던 버블 논쟁도 사실은 중세 네덜란드에서 일어난 튤립구근에 대한 투기에서 나온 말이다. 당시 튤립 수요가 폭증하자 튤립의 구근 가격이 황소 한 마리와 맞먹는 가격에 형성됐다고 하니 인간의 경제행위가 항상 합리적인 근거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부동산에 대한 강한 선호의식은 우리나라만의 것은 아니며, 사회ㆍ경제적 조건이 맞추어지면 어느 곳에서든 투기는 일어날 수 있다.
이러한 투기 형성의 조건들 중에는 정부의 잘못된 규제와 시장 개입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도 있다. 시장에 대한 규제는 항상 초과이익의 가능성을 잉태하고 있으며, 이러한 규제가 투명하지 않을 때 투기적 이익은 더욱 커질 수 있다. 반면 토지개발이나 공급에 대한 규제는 그 형태가 어떤 것이건 간에 공급을 위축시키게 된다. 그러한 규제가 단기적으로는 시장심리를 냉각시켜 잠시 가격안정을 이룰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부동산 공급을 위축시킨 후 다시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주택분양가 규제만 해도 그렇다. 지금 분양되는 물량의 대부분은 규제 이전에 착수된 것이 대부분이다. 문제는 향후 몇 년간 계획된 공급 물량이 매우 저조하다는 것이다. 특히 주택공급을 재건축에 의존하고 있는 수도권의 경우 공급 계획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분양가 규제는 장기적 안정적인 주택공급을 위해서도 시급히 풀어야 할 과제라고 하겠다.
규제는 만들기 쉽지만 폐지하기는 어렵다. 당초 투기지역이 효과를 발휘한 것은 양도세 실거래가격에 대한 과세 때문이었다. 그러나 양도세의 기준이 실거래가 기준으로 변화된 지금 이 제도를 유지해야 할 당위성은 없어 보인다. 물론 투기지역으로 지정되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나 양도세 탄력세율 적용 등의 규제가 가해지지만 이는 개별법에 의해서 얼마든지 규제가 가능한 것들이나 정책당국자들은 당장에 써먹기 쉬운 규제제도를 폐지하려 하지 않고 있다.
최근 정부의 부동산 규제완화 정책을 두고 논란이 많다. 경기부양이나 건설업계를 위한 것이라는 비난들이 그것인데, 진정한 목적이 그것이라면 이는 잘못된 발상이다. 시장의 질서를 바로잡고 잘못된 규제를 시장 정상화 차원에서 바로잡는 것이라는 시각을 확립해야 만 한다. 또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시장 투명화와 정상화가 이뤄져야 만이 모든 경제 주체가 비로소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사업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당위성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