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교육개혁 실효성 논란, 이대로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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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교육개혁 실효성 논란, 이대로 좋은가
  • 신혜영 기자
  • 승인 2009.04.10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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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 강화 교육개혁, 사교육비 조장 논란만 불러…‘공교육 경쟁력 강화’ 선언

12살짜리 딸과 8살짜리 아들을 두고 있는 K모 씨는 올해 입학한 둘째 아들의 영어학원비와 수영강습비, 큰 딸의 피아노와 미술학원비를 냈다. 딸의 학원비는 한 달에 60만 원 규모, 아들이 지난해부터 배우고 있는 수영강습과 영어 학원비용은 매달 45만 원이다.
고교 1학년과 2학년 자녀를 둔 박모 씨는 아이들 학원비로 250만 원을 지출하고 있다.
가구 월평균 소득이 580여만 원인 이모 씨. 그의 둘째딸은 한 달에 130만 원 하는 영어유치원에 큰아들은 20여만 원하는 영어학원에 다닌다. 검도와 피아노 등 취미 관련 학원까지 더하면 두 아이의 사교육비용으로 월 200여만 원이 들어간다.

사교육비 해마다 증가, 초등영어가 주도
교육과학기술부가 통계청과 공동으로 지난해 6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전국 273개 초·중·고교의 학부모 약 3만 4,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 2월 27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사교육비 총 규모는 20조 9,000억 원으로 전년 20조 400억 원에 비해 4.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가구의 교육비 지출액 증가율은 2006년 5.2%에서 2007년엔 6.1%로 올랐고 지난해에는 8%까지 뛰었다. 근로자가구 역시 4.4%, 10.2%, 12.7%로 급증했다. 도시근로자들은 2007년 교육비 지출을 전년대비 10.1% 늘렸으며 지난해에는 15.4%나 확대했다. 이는 소비지출 증가율 6.2%의 두 배가 넘는 증가율이면서 식료품(7.2%), 광열수도(7.6%), 보건의료(6.4%) 등 보다도 크게 높았다. 전체 소비 중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12.1%로 뛰어 올랐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3만 3,000원으로 전년 22만 2,000원에 비해 5% 늘었다. 과목별로 살펴보면 수학 6만 2,000원으로 전년에 비해 8.8% 증가했고, 국어는 4.5%늘어난 2만 3,000원으로 증가했다. 특히 영어 교과의 경우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7만 6,000원으로 11.8%나 늘어 다른 교과에 비해 증가 폭이 훨씬 컸다.
그러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전체 사교육비를 사교육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들까지 모두 더한 값으로 나눈 평균값이므로 실제 사교육을 받는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1인당 월평균액을 구하면 이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교과부는 영어 사교육비가 크게 늘어난 것에 대해 글로벌 시대에 대비한 영어학습 증가와 환율상승으로 인한 해외 어학연수 수요의 국내 흡수, 새 정부의 영어교육 강화 정책 등에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교과부는 지난해 소비자 물가 상승률(4.7%)을 감안한 총 사교육비는 19조 600억 원으로 전년대비 0.3% 감소하고,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1만 2,000원으로 0.3% 증가하는 것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또한 계청의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가계당 월평균 소비지출에서 월평균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985년 7.8%에서 2007년 12%로 증가했다. 가계당 월평균 교육비 가운데 월평균 사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동안 19.3%에서 65.2%로 급증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Economic Statistics System)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 교육비 지출 총액은 1998년 약 14조 9,000억 원에서 2007년 약 19조 5,000억 원으로 9년간 31%가량 증가했다. 통계청의 국가통계포털(KOSIS)이 집계한 바로는 가계 월평균 총 소비지출은 1985년 약 32만 원에서 2007년에는 약 230만 원으로 늘었다.

사교육비 양극화 현상 뚜렷
저소득층일수록 사교육을 많이 줄였다. 사교육 참여율은 75.1%로 전년 77.0%에 비해 줄었지만 여전히 4명 중 3명꼴로 사교육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적 상위 10% 이내 학생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31만 5,000원, 하위 20% 이내 학생이 12만 9,000원으로 상위 10% 이내의 학생이 2.4배 높게 나타났다. 참여율도 87.7%로 36.1% 포인트 높았다.
지역별로는 서울의 1인당 월 사교육비가 29만 6,000원으로 광역시 22만 8,000원, 중·소도시 24만 2,000원, 읍면지역 12만 5,000원 등으로 편차가 컸다. 조사결과 상급학교로 갈수록 소득수준별 월평균 사교육비 지출격차는 늘어났다. 월평균 소득이 100만 원 미만인 가구의 사교육 참여율은 2007년 36.9%에서 지난해에는 34.3%로 2.6%p 낮아졌다. 100만 원대인 가구는 4.4%p나 줄인 55.3%였다. 200만 원대와 300만 원대 가구 중 3.3%, 2.2%가 사교육을 받지 않는 쪽으로 바꿨다. 400만 원대와 600만 원대도 2.0%, 2.2%가 사교육을 포기, 평균치 이상의 포기율을 기록했다. 500만 원대 가구 0.8%, 700만 원 이상대는 1.7%가구가 사교육을 끊었고, 700만 원 이상의 월소득을 가진 가구 중에 사교육을 받는 곳은 91.8%에 달했다. 100만 원 미만 가구는 특히 고등학교 때 100가구 중 24가구만 사교육을 시키는데 반해 700만 원 이상의 월소득을 올리는 가구 중에선 82가구가 사교육혜택을 누렸다.
월평균 사교육비를 50만 원 이상 지출하는 학생 비율은 서울이 17.9%였으나 읍면지역은 1.7%에 그쳤으며 부모의 학력수준이 높을수록 사교육비 지출이 많고 아버지보다는 어머니 학력 수준이 사교육에 더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아버지 혼자 버는 가구 25만 2,000원인데 비해 맞벌이 가구 23만 8,000원으로 사교육비 지출이 더 많으며 일반계고등학교는 지난해 10.4배에서 11.2배로 늘었다.
김동회 통계청 사회복지통계과장은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사교육비 지출이 더 많고 사교육비 지출 격차는 상급학교로 갈수록 더 벌어졌다”며 “월평균 소득수준별 사교육 참여율 차이도 상급학교에서 더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공교육 강화 교육정책, 오히려 사교육 강화 불러와
‘자율과 경쟁’을 강조하는 MB정부의 교육개혁은 결과적으로는 사교육비 증가를 조장했다는 논란만 나았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은 지난해 정부 출범 초기부터 우려의 대상이 되어왔던 게 사실이다. 공교육 강화를 표방한 MB정부의 교육개혁은 지역별 양극화 현상을 뚜렷이 나타냈으며 오히려 사교육 강화를 불러일으켰다.
특히 MB정부가 가장 강조한 ‘영어 공교육 강화’는 영어 몰입교육 논란으로 이어졌다. 영어 몰입교육 논란을 비롯해 말하기 위주의 영어교육 강화, 초등 영어 수업 시간 확대 등 잇따라 발표된 영어 관련 정책들은 모두 영어 공교육 수준을 높일 것이라는 기대와 사교육을 촉발시킬 것이란 우려를 동시에 낳았다.
영어뿐만 아니라 초·중·고교 학사 운영 및 대입 자율화, 국제중 및 자율형 사립고 설립, 학교 정보 공개, 학업성취도 평가 등 지난 한 해 동안 추진된 교육정책들도 대부분 사교육비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국제중 설립안이 나오자마자 확정되기도 전에 학원에는 국제중 대비반이 생겼고 대입 전형에서 상당수 대학이 논술고사를 폐지하자 일제히 논술학원들은 국어학원으로 탈바꿈했으며 비교과영역이나 대학별 면접에서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한 강좌도 생겼다.

사교육비 증가 원인은 공교육 부실
우리나라 사교육비 지출규모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많은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중산층과 서민 부담의 대부분은 부동산과 교육비이기 때문이다. 특히 불황에도 학원비는 내리지 않는데다 오히려 탈세의 온상까지 되고 있다. 내수를 살리기 위해서는 서민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중 하나인 교육비를 줄여 그 돈들이 내수 시장에 돌도록 해야 하는 게 지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성낙일 한국응용경제학회 연구원은 “사교육비의 급증현상은 사교육비가 소득수준의 향상, 물가상승 등과 같은 경제변수뿐만 아니라 학부모의 교육열이나 공교육의 부실화 등과 같은 교육 환경적 요인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과다한 사교육비 문제는 대다수 가계에게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으며 학부모의 경제적 능력에 따라 배분된다는 점에서 사회적 문제도 야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교과부는 사교육비가 증가하는 가장 큰 원인이 바로 공교육 부실, 후진형 대입제도에 있다고 보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을 역점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2월27일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등 4개 교육기관은 이날 오전 코리아나호텔에서 공교육 활성화를 위해 공동선언을 했다. 앞으로 초·중등교육과 대학교육 간의 연계를 강화해 공교육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사교육비 경감 및 교육경쟁력 확보를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합의, 이를 위해 대학의 학생선발과 관련, 자율성을 바탕으로 획일적인 시험성적 위주의 학생선발에서 벗어나 학생의 잠재력과 창의성을 기초로 선발하는 입학사정관제를 안착시킨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교육환경 개선 및 교원의 전문성을 신장을 위해 학교현장의 규제를 완화하고 자율을 확대하며, 교원의 전문성 신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로 했다.
안병만 교과부장관은 “오늘 4개 주체의 비전과 방향 다짐을 담은 공동선언이 단지 선언에 그치지 않고 모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조치와 변화로 학교 현장에서 실천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정택 서울시교육감도 “오늘 합의사항이 단순히 협의에 그치지 않고 철저히 이행될 수 있도록 각 기관과 상호 협의해 세부사항을 실천하고 소기의 성과를 얻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교육비 경감대책, 효과 있을까
정부는 ‘사교육 경감대책’ 발표,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올해 전국 300개 학교를 ‘사교육 없는 학교’로 지정, 학교당 2억 원을 지원하고 시·도 교육청 및 각 학교에 ‘학습지원센터’를 설치하는 대책을 추진키로 했다.
교과부 양성광 인재정책분석관은 “중산층 이하 서민 가계의 사교육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마련하고 공교육 내실화, 대입제도 개선을 위한 정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으로 정부는 교원평가제 및 교과교실제 도입, 방과후학교 활성화, 영어 공교육 강화 등으로 사교육비 규모를 줄여나갈 방침이다. 이를 위해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학원비실태조사나 특별 지도·단속 및 행정처분 강화에 이어 오는 6월부터는 학원비공개를 순차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정부는 올 하반기부터 사교육비 경감대책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내년부터는 사교육비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학원업계 한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이 지향하는바가 자율과 경쟁을 통한 수월성교육의 확대와 이를 통한 인재육성이라고 할 때, 이러한 정책들이 근본적으로 사교육 수요의 증가를 막기는 힘들어 보인다”며 “눈에 띄는 사교육비 절감을 위해서는 지역적으로 성행하고 있는 중소형 고액 학원과 자율학습비, 첨삭지도비 등 비상장 대형 학원들 까지도 대대적으로 지도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도 전문가들은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공교육의 품질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교육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 원인의 하나로 공교육의 부실화가 오랜 시간동안 주범으로 지목되어 왔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학급당 학생부는 35명 선으로, OECD 평균인 20여 명과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그 가운데에서도 대도시와 중·소도시, 그리고 수도권은 심각한 상황이다. 서울만 놓고 보면, 학급당 학생수 35명이 넘는 ‘과밀학급 비율’은 2005년 23.2%에서 2006년 20.3%로 줄어들다, 2007년 23.0%, 2008년 24.1%로 다시 늘어났다.
한편, 지난해 11월22일 (사)21세기분당포럼은 ‘이명박 정부 교육정책의 방향과 과제’의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 이날 이주호 전 교육수석은 “한국이 금년도 9,710명의 박사학위자를 배출한 인재국가로 창의적인 인재를 길러내고 과학기술과 문화예술을 세계최고로 발전시키는 것만이 우리가 선진국이 되는 길이며 그동안 엄청난 행정수요를 유발했던 대입관련 책임을 과감하게 대교협과 대학으로 넘기고 초·중등학교에 대한 행정은 지역의 교육청 과 학교로 대폭 이양해야 한다”며 “교원평가제는 지난정부부터 법통과를 추진되어 왔으므로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듯이 통과되어야 하고 학술진흥재단과 과학재단을 통합하여 자율적이고 전문적인 학술지원기관으로 새롭게 탄생시키는 법안의통과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덧붙여 “세계적 금융위기로 어려운 때 일수록 국민과 약속한 교육개혁이 더욱 필요한 것과 병행하여 학부모에게 교육개혁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고 정부의 정책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가야 하며 그러하지 못할 경우 교육정책의 변화가 사교육의 증가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교육과학기술부의 학부모에 대한 행정서비스 기능을 대폭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 교육이 입시 위주의 환경에 묶여있고 사교육비가 증가하는 것을 감안해 교육 주체들이 함께 공교육에 대한 신뢰 회복에 나서 사교육비를 줄여보겠다는 이 같은 정부의 정책에 얼마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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