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제주 4·3사건 희생 어린이 추모영화...'폭낭의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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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제주 4·3사건 희생 어린이 추모영화...'폭낭의 아이들'
  • 양기철 기자
  • 승인 2021.01.24 13: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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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진 감독, "한 사람의 이름을 불러주는 행위 너머에는 그토록 염원하는'평화'를 부르는 것"
폭낭
팽나무의 제주어인 '폭낭'(사진_양기철 기자)

[시사매거진/제주] 제주도에서의 4·3사건은 제주도민 모두의 아픔이자 화해와 상생, 평화와 인권의 상징이기도 하다.

아주 오래전 부터 제주도민들은 숱한 외부의 침입과 조정의 수탈에도 굴하지 않으며 척박한 삶속에서도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4·3의 소용돌이속에 이념도 알지 못하던 죄없는 제주인들은 영문도 모른채 학살을 당했다.

중산간 마을의 95% 이상이 불타 없어졌고 마을 주민 전체가 학살당한곳도 있으며 4·3사건 당시 제주인구의 10%인 3만명이 죽임을 당했다.

현재 제주4·3의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배,보상을 비롯해 제주 4·3사건 당시 수형인에 대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등을 담은 제주4·3특별법 개정안이 몇년째 표류 중이다. 

온 도민들이 조속히 제주4·3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되어 4·3유족의 한을 풀어주고 희생자의 혼을 조금이나마 달래주길 바라고 있다.

이렇듯 제주 4·3사건은 제주도민과 땔래야 땔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이다. 마침 제주 4·3사건을 배경으로 영화를 제작하는 현장이 있어 그곳을 찾아봤다.

위패 회수장면
위패 회수장면

눈보라가 휘몰아 치던 지난해 12월 16일, 제주4·3평화공원 평화의 숲에 있는 한 폭낭(팽나무의 제주어)을 중심으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여 누군가의 이름들을 목 놓아 부르고 있었다.

이들은 제주 4·3사건 중 희생된 10살 미만의 아이들을 추모하기 위해 제작하고 있는 예술영화 ‘폭낭의 아이들’(사유진 감독) 출연진과 스탭들이었다.

이들은 지난 2020년 11월 20일 제주4·3평화공원 각명비 174개 중에서 10살 미만의 어린이 희생자 약 800명의 이름을 각각의 천에 적고 이름 적힌 천(이하 ‘위패’)을 인근 평화의 숲 중에서 폭낭에 열명(列名)하고 그 이름을 불러 주었다. 

위패를 정성들여 보자기로 싸고 있다.

이 영화의 기획·제작·감독을 맡고 있는 사유진 감독은 “이름도 없는 무명의 젖먹이부터 10살까지 무차별적으로 목숨을 잃은 어린이 희생자들. 그 아이들은 세상에 나와 빛을 보기도 전에 무참히 살해당한 것이고 그 사건 하나하나가 바로 제주4·3사건 자체인 것이다. 아이들은 어떤 이념이나 가치 혹은 세계관을 갖기도 전에 어른들의 무분별한 이념으로 죽임을 맞이했기 때문에 그 이름이라도 소중히 천에 써서 위패를 만들고 불러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전체 4개의 주제로 구성이 되어 있다. 제1부 폭낭의 아이들, 제2부 너븐숭이, 제3부 애기무덤, 그리고 제4부가 동백(童白)인데, 제4부는 아이 동(童), 흰 백(白)자로 표기할 예정이다. 

사 감독은 제4부 동백(童白)의 의미를 “어린아이들의 하얀 마음을 표현하고 싶고, 작품이 흰 눈에 동백꽃 씨를 피우는 장면으로 마무리 되는데, 제주 4·3사건의 심벌인 동백꽃의 이미지를 차용함과 더불어 제주 신화적 해석인 환생을 알레고리로서 보여주고 싶다"며 희생된 아이들이 평화로 환생되는 것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지난 2020년 12월 16일에는 ‘제2부 너븐숭이’ 촬영이 있었다.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제주4·3평화공원의 한 폭낭에서 출연배우들과 참석자들은 함께 지난 제1부 촬영 일정 때 폭낭에 열명 해두었던 위패들의 이름을 부르면서 위패들 하나하나를 위패함에 담으며 촬영과정을 진행했다. 

제1회 어린이 평화 순례길 행사 기념사진

또한, 이날 특별한 행사를 함께 진행 했는데, 세계 모든 어린이들의 평화를 위한 ‘제1회 어린이 평화 순례길’ 행사를 개최했다.

사 감독은 “한정된 공간에서의 한정되지 않은 슬픔과 고통으로 살아가는 제주4·3사건 희생자들, 그 중에서도 10살 이하의 희생자는 가장 뼈아픈 사건들입니다. 이름도 없이 흔적도 없이 그렇게 사라져 간 어린 영혼들, 예술영화 ‘폭낭의 아이들’은 800여 명의 어린 영혼들을 위한 추모의 영화를 제작하여 그들의 외로움과 고단함과 서러움을 달래 주고자 한다. 그리고 이를 기억하고 교훈적으로 기리기 위하여 어린이 평화 순례길 걷기 행사를 오늘 처음으로 시작 하는데, 앞으로 매년 12월 16일에 정기적으로 개최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도보 평화 순례길 코스는 ‘제주4·3평화공원 평화의 숲 내 폭낭-봉개동-회천마을-선흘리-신촌리-일주도로-함덕-북촌 너븐숭이 애기무덤’이며 소요시간은 총 5시간 정도이다. 이날, 출연배우들과 참가객들은 자신이 걸을 수 있는 만큼 순례길 걷기에 참여 했는데, 사 감독은 자신이 위패함을 직접 들고 완주하며 이번 작품에 대한 자신의 열정과 의지, 그리고 작품관 및 신념을 직접 보여주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서 사유진 감독은 위패함을 들고 평화 순례길을 완주했다.

사유진 감독은 북촌 너븐숭이에 도착하여 위패함을 북촌리4·3유족회 및 유가족 어머니 대표에게 전달하고 촬영작업을 이어갔다. 이어진 촬영과정은 제주4·3평화공원의 폭낭에서 직접 도보로 모시고 온 위패를 너븐숭이 애기무덤 지역에 재설치 하는 작업으로 재개 하였다. 이 때 한 편에 세월호사고를 상징하는 노란색 천도 같이 설치 하였다. 아이들 3~4명이 애기무덤에서 즐겁게 노는 장면까지 촬영하고 나니 날이 너무 어두워졌다. 

그래서 원래 예정했던 어린 희생자들을 위한 갓 지은 흰쌀밥을 북촌리4·3유족회 어머니들과 함께 43개의 밥을 동백꽃 보자기에 싸서 공양하는 장면은 부득이 이튿날(17일)로 연기해서 17일에 촬영하고 ‘제2부 너븐숭이’ 촬영과정을 마무리 했다.

사유진 감독이 북촌 4.3유족회 대표와 유가족에게 위패를 전달하는 모습
사유진 감독이 북촌 4.3유족회 대표와 유가족에게 위패를 전달하고 있다.

‘제3부 애기무덤’ 촬영은 오는 1월 27일 진행할 예정이다. 원래 지난 2020년 12월 30일 진행 예정이었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인하여 부득이 오는 27일로 연기하였다. 북촌 너븐숭이 애기무덤에서 오전 11시부터 북촌4·3유족회 회원과 제주배우(고동원, 김국선, 백선아, 문석범, 하연화, 현애란 외 다수)들이 참석하여 시작되는데 제주4·3사건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사유진 감독은 “제3부 애기무덤 촬영내용 중 ‘매장’장면은 제주4·3사건의 인식에 대한 확장과 연장으로의 의미를 담고 있으며. 죽은 자들에게는 헛묘를 통해 영혼들의 머물 곳을 제공하는 한편 산자들에게는 추모와 추념으로서 기억하는 공간의 상징화를 통해 ‘삶과 죽음’ 그리고 ‘산 자와 죽은 자’가 하나라는 메타포를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라고 말한다.

사 감독은 지난 2016년 제주4·3사건 중에 여성 희생자 이야기인 ‘제주 : 년의 춤’을 제작하여 상영 했고, 2017년에는 광주 5·18국립묘지에 밤새도록 진혼의 퍼포먼스를 펼친 미디어 툼스톤 영화 ‘그해 오월 나는 살고 싶었다’를 제작하여 상영 했다.

그는 영화제작에 있어서 사건 전개를 중시하는 수평적 구조의 소설화된 형식이 아닌 수직으로 하강을 통해 상상과 심상 그리고 성찰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시적 구조의 영화를 만들어 가고 있는 예술영화 감독이다. 

예술영화 ‘폭낭의 아이들’은 사유진 감독과 함께 백선아 프로듀서 및 앞서 말한 배우들과 김대홍 촬영감독, 김영주 드론, 최보결 평화의 춤 안무가와 북촌4·3유족회 및 유가족회와 43인의 크라우드 펀드 참여자들이 함께 제작에 참여 하고 있으며, 제주4·3평화공원, 북촌 너븐숭이 기념관, 굴메 배울터, 보자기마음 등의 촬영협조를 받고 있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제작후원으로 제작되고 있다. 그리고 항상 제주4·3에 관심이 있는 제주도민들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놓고 있다.

‘폭낭의 아이들’은 오는 1월 27일 제3부 애기무덤 촬영 이후 후반부 작업을 마무리하여 2021년 4월에 제주에서 첫 선을 보일 예정이다.

양기철 기자 ygc996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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