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시장개방에 맞서는 우리 로펌들의 생존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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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시장개방에 맞서는 우리 로펌들의 생존전략
  • 정대윤 부장
  • 승인 2009.04.09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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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기업들 국내진출을 위해서는 국내로펌들과 법률적 협력 구하는 것이 유리

   
▲ 법률시장개방으로 외국 로펌의 국내 진출이 활발하게 이루어 질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글로벌 경영에 노력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은 많은 노하우와 경쟁력을 갖춘 외국로펌 선호가 가시화될 것으로 보여진다.
지금 우리는 글로벌 경쟁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으며, 더불어 한 국가의 위기가 국경을 넘어 전 세계적인 파급으로 번져가는 글로벌 경제망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 우리 사회 곳곳에는 맹목적인 ‘反외국자본기업’정서가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反시장적ㆍ反자본적인 좌파성 방송언론의 선정적 보도와 그런 단체들의 활동은 외국자본에 대한 반감 형성에 한 몫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反기업적인 정서 토양에서는 국내 기업이 해외로 빠져 나가는 것을 막을 도리가 없다. 국내 투자 활성화를 위한 외자유치도 공염불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국경없는 자본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경제의 원리와 시장주체들의 역할을 부정한다면, 우리는 글로벌 경제시대에 살아남을 수 없다.
시장은 수많은 주체들이 모여 상호작용하는 곳이다. 개인ㆍ기업ㆍ공공ㆍ문화ㆍ법 등 자본주의 사회의 모든 구성요소가 시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고, 시장의 주체가 될 수밖에 없다. 법률가도 법률시장의 한 주체이다. 즉 법률가의 이상(理想)도 존중되어야 하지만, 시장의 상호작용을 통해 법률가에게 강제되는 현실의 힘을 간과해서도 안 될 것이다.
법률시장의 환경에 대한 공적 토론은 당연히 활성화되어야 하며, 특히 그동안 사회의 지도자층으로 일컬어지던 법률계의 현실적 문제들에 대한 앞으로의 문제점들에 대해 생산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 기존 시장의 주도력을 무작정 ‘특권’화 시키고, 생존을 위한 경쟁력 강화와 권력화로 전화시켜버리는 정형화된 흑백논리로는 현실을 이겨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외국 거대 로펌과의 대결위한 자구책 마련해야
법률시장개방에 있어 국내 로펌들은 정의를 넘어 법률계도 서비스 정신과 기업적 마인드로 재무장되어야 하는 ‘무한 개방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전통적인 법률관계에 따른 단순함을 넘어 법률적 토털 솔루션이 법률시장에 만연해 있었던 것은 이미 옛말이 되었다. 심하게 표현하면 ‘사회적 정의’와는 상관없이 세계 법률시장은 성공으로 인한 국가적 실리와 실패로 인한 교훈으로 넘쳐나는 무한경쟁의 장이 되어버렸다.
이러한 국내 법률시장을 인식한 일부 법조인들은 국내 법률서비스 시장의 개방을 ‘제2의 개국’이라고 말하고 있다. 공급 과잉상태인 국내 법률서비스 시장에서, 개방은 곧 ‘심각한 경영난과 국내 로펌의 도산’이라는 후폭풍을 불러 올 것이라는 위기감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개방이후 닥쳐올 국내·외 로펌의 무한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국내 로펌이 거의 없다고 보는 의견도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일부의 주장처럼 투기자본의 대행사가 되어 갖은 폭리와 권력을 휘두르던 대형로펌들도 법률시장 개방의 직격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뿐더러, 또 중소 로펌들은 인수ㆍ합병을 통해 규모를 늘리고 업무영역을 선진형으로 개선하였다고 하지만, 아직 세계적 로펌에 비하면 구멍가게 수준에 불과한 것이 우리 국내 로펌의 현실이기도 하다.
그동안 국내 로펌들의 폐쇄성은 법률시장의 불가피한 관행적 모습들 중 하나였을 뿐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 법률시장이 커다란 변화와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으며, 거대 해외로펌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기 혁신의 결단을 요구받고 있다.

달라지는 법조 환경, 고객확보가 승패를 좌우할 것
거대한 해외로펌의 바람 앞에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국내 로펌’의 현실에는 아무런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대형 로펌들은 능력있고 뛰어난 인재를 영입하는 일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사회적 영향력을 가지는 거물급 인사들을 영입하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현상이다. 그러나 ‘경제적 실리와 법률시장의 현실’로 표상되는 세계 법률시장의 무차별적인 공세 앞에서는 우리 국내 로펌들이 가야할 길은 멀고도 험난해 보인다.
일례로 세계 최대의 로펌이라 불리는 ‘클리포드 찬스’의 경우, 소속 변호사만 3천명 이상이고, 세계 19개국 28개 도시에 사무실을 갖고 있는 다국적 로펌이다. 이러한 외국의 거대 로펌들이 기업의 해외매각, 외자유치 등 우리 경제의 규모성이 증가함에 따라 한국 법률시장에 대한 큰 매력을 느끼며, 국내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이런 현실들은 우리의 법률시장이 단계적으로 개방이 이루어진다고 하지만, 우리 로펌들과 이들 거대공룡 로펌과의 경쟁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때문에 법률시장이 개방되면 국내 법률시장 환경은 크게 변화될 수밖에 없다. 고객들에 대한 법률서비스에서부터 변호사 개인들의 외국어 실력 향상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변화가 예상된다. 법률시장이 개방되면 경쟁력 있는 대형 로펌은 살아남을 것으로 보이나 일부 중소형 로펌은 영·미국계의 국제로펌에 흡수될 확률이 높다. 이에 국내 로펌의 대형화ㆍ전문성 강화, 내부 파트너시스템 정비, 경영시스템의 선진화, 대고객 서비스·마케팅 강화, 치열한 인재영입 경쟁, 소속 변호사 교육훈련 강화 등 대대적인 변화를 준비해야만 한다.

‘법률’ 엄연한 서비스 업종, 서비스도 업그레이드해야
우리나라 법률시장은 판ㆍ검사 출신 법조인들이 변호사로 개업하면 통상 송무전문 변호사로 인정받고 있다. 이는 전관예우 등 법조계의 여러 가지 구조적인 요소가 접목돼 형성된 것이다. 국내 송무시장은 판ㆍ검사들의 변호사개업이 계속되는 한 송무중심 변호사들 사이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기업자문 분야 역시 법률시장개방으로 외국 로펌의 국내 진출이 활발하게 이루어 질 것이며, 국제거래자문의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대기업들은 외국로펌을 선호하게 될 것이다. 또 서서히 우리 기업들이 외국로펌에 익숙해 진 후에는 자연스레 다른 분야 자문까지도 외국로펌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만약 이런 분야에 대한 법률서비스를 놓친다면 나머지 분야에서 외국 로펌과의 무한 경쟁에서 맥없이 쓰러져야만 하는 심각한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지난 10월 ‘세계한인변호사회 서울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리차드 루거 미국변호사 등 한인출신 외국변호사들은 “외국에선 법률자문을 하기 전에 해당 국가의 문화나 스타일까지 이해해 최상의 고객서비스를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국내 변호사들과 비교해 볼 때 서비스의 차원이 다르다고 지적하고 법률시장개방으로 외국로펌이 상륙하면 서비스 마인드가 취약한 국내 로펌이나 변호사들은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며 급변하는 법률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로펌이나 변호사들이 ‘고객 만족형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그들의 말처럼 최근 국내 대형 로펌을 중심으로 경쟁적으로 호텔식 로비와 같은 안내데스크를 갖추고 개별상담실을 갖추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펌들이 많아지고 있다. 비용적 측면에서 보면 실질적으로 최상의 서비스를 받아야 함에도 의뢰인들은 그동안 그런 ‘대접’을 받지는 못해 온 게 사실이다.

   
▲ 법률시장이 개방되면 무엇보다도 변호사들의 외국어 실력이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외국어 실력이 부족하면 그만큼 경쟁에서 뒤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로펌의 조직구성에 있어서도 기업 M&A자문 분야 등 주요업무의 경우 해외파 변호사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외국 로펌과의 경쟁을 위해서는 외국어는 필수
법률시장이 개방되면 무엇보다도 변호사들의 외국어 실력이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외국어 실력이 부족하면 그만큼 경쟁에서 뒤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국내 로펌들은 대형 로펌을 중심으로 외국어 등 변호사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비용으로 매출액의 상당한 액수를 재투자하고 있다.
이렇듯 외국어 구사능력이 부각되면서 국내파 변호사들이 해외파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직 내부에서 밀리는 양상도 빚어지고 있다.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해외파들의 경우 리걸 마인드는 기본이고, 어학능력까지 뒷받침 되다 보니 업무가 집중되고, 위상도 높아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한다. 실제 국내 로펌의 조직구성에 있어서도 기업 M&A자문 분야 등 주요업무의 경우 해외파 변호사들의 두각이 눈에 띄고 있다. 때문에 국내파 변호사들은 외국어에 소홀할 경우 장기적인 차원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높아 그들에게 외국어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기업 활동이 글로벌화 되면서 국제 비즈니스 관련 법률 자문업무 비중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내ㆍ외 기업간의 인수합병, 뉴욕 증권시장에서의 해외증권 발행·상장관련 업무는 국내 로펌들에 가장 수익성이 높은 분야로 금융ㆍ국제상거래ㆍ통상ㆍ국제특허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외국변호사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 국내로펌 해외진출 러쉬
최근 많은 국내 로펌들이 해외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이유에는 국내 변호사업계의 ‘파이’가 너무 작을 뿐만 아니라 대형 해외 로펌들의 공격이 곧 시작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국내 변호사업계 전체 연 매출은 약 1조 8,000억 원에 불과하다. 이는 2008년 1조 9,399억 원의 매출을 올린 두산건설보다도 적은 수준일 뿐 아니라 영ㆍ미계 대형 로펌 한 곳에서의 수익이 국내 변호사업계 시장의 몇 배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런 매출 규모는 국내 변호사 수가 약 1만 명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할 경우 변호사 한명당 연 평균 1억 8,000만원씩의 수익을 올린다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이 돈이 결코 모든 로펌들에게 골고루 분배되지는 않는다. 당연히 중대형 로펌이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나머지 일부분으로 소형로펌들이 아옹다옹 다투며 나눠가져가는 것이다.
또한 국내 공정거래 과징금 및 부과금 시장 규모는 연 5,000억 원을 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대형 로펌들은 이 작은 시장 때문에 공정위 출신의 고위 인사들을 모셔가기 위한 처절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게다가 앞으로 로스쿨이 본격 운영되고 법률시장이 개방되면 국내 변호사업계에는 그야 말로 ‘쓰나미’와 같은 대재앙을 맞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는 수 년 동안 법률만을 공부해 온 우수 인력들이 고스란히 실업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해외시장 공략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진다. 해외시장은 우리 법률계에 블루오션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만큼 개척을 위한 노력이 앞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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