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해체 후 10년 만에 공식행사 참석, 실질적 ‘재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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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해체 후 10년 만에 공식행사 참석, 실질적 ‘재기설’
  • 신현희 기자
  • 승인 2009.04.08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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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 “고맙고 미안해. 1년 후 자주 보자”

‘1년 후’라는 구체적인 기한이 나온 것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재기를 위한 사업구상에 들어갔다는 것을 암시한다.
김 전 회장은 요양차 태국, 중국, 베트남 등을 방문하면서 이미 사업구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은 만찬장에 들어가기에 앞서 사업 재개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몸이 좋은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1년 정도는 몸을 추스릴 생각”이라는 말로 피해나갔다.

명예회복 하기에는 아직 사회적 여건 성숙되지 않아
그는 사장단과의 식사 자리에서는 “고맙고 미안하다. 1년 정도 몸을 잘 추스린 뒤 자주 보도록 하자”며 눈시울을 붉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행사에는 서형석 전 (주)대우 회장, 김태구 전 대우차 회장, 전 대우인터내셔널 사장을 지낸 강영원 석유공사 사장 등 200여 명의 대우 전직 임원들이 참석했다. 대우인터내셔널 김재용 대표이사와 대우자동차판매 이동호 사장, 대우일렉트로닉스 이성 대표이사 등도 창립42주년을 기념하는 화환을 보냈다.
김 전 회장은 최근 활발해진 행보와 관련, “베트남에 다녀온 것은 요양 목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달 선종한 故 김수환 추기경의 빈소를 찾았던 것에 대해서는 “예전에 도움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뵙고 싶어 찾아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우그룹 전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이 명예회복을 하기에는 아직 사회적 여건이 성숙되지 않았다”면서 “(회장께서) 언젠가는 그 시절의 이야기를 할 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그룹의 몰락이 DJ정부의 정치적 타살인지 빚더미 위에 쌓아올린 세계경영의 자멸인지 아직도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행사는 약 1시간 동안 비공개로 진행됐다. 김 전 회장은 양쪽으로 부축을 받고 행사장에서 나타난 것과 달리 만찬장에서는 홀로 여러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옛 동지들과 인사를 나눴다.
오후 8시40분경 김 전 회장은 먼저 행사장을 빠져나왔다. “대우인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했느냐”, “오늘 참석하지 못한 대우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없느냐” 등 취재진들의 질문공쇄에 그는 “금년부터는 이제 자주 서로…”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리고 GM대우 토스카 승용차에 타기 전 취재진을 향해 머리를 숙이며 인사했다.

김 전 회장 17조원 넘는 추징금 남아 있어, “재기 가능한가”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며 전 세계에 걸쳐 500여 개의 현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지구촌을 누비며 대우그룹을 재계 서열 2위까지 올려놓았던 김우중 전 회장. 그의 세계경영이 빚으로 쌓아온 모래성이었는지 진정한 프런티어 정신이었는지 당시에는 누구도 알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 1998년 차입경영으로 달려온 ‘대우’에 제동이 걸렸고 1999년 대우그룹이 워크아웃 판정을 받아 해체됐다. 김 전 회장이 공식석상에 얼굴을 드러낸 건 이후 10년 만이다.
대우그룹이 유동성 위기로 공중분해되고 10년이 지나면서 옛 대우계열사와 대우맨들에게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대우의 옛 계열사들은 워크아웃이나 계열분리 등을 통해 외로운 홀로서기에 나섰고 대우맨들 역시 뿔뿔이 흩어져 각자의 삶을 찾아갔다. 김 전 회장은 41조원 대의 분식회계와 이를 통한 10조원 대의 불법 대출과 재산은닉 혐의로 외국을 떠도는 생활을 했다. 5년이 넘게 해외낭인 생활을 하다 2005년 귀국했으나 곧바로 철창신세가 되었다. 이후 건강악화로 한 달여 만에 구속집행정지로 풀려났지만 2006년 11월 항소심에서 징역 8년 6월에 추징금 17조9235억원, 벌금 1000만원이 선고됐고 형이 확정됐다. 김 전 회장은 2007년 12월31일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 말 마지막 특별사면으로 사면·복권됐지만 17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추징금은 그대로 남아 있어 재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말이 나돈다.

김우중 재기설 어떻게 나왔나
김우중 전 회장의 재기설은 2007년 12월31일 김 전 회장이 특별사면을 받으면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지난해 초엔 김 전 회장이 새만금 사업에서 모종의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얘기가 돌았다. 이는 ‘김우중이 재기를 준비하고 있다’는 해석으로 이어졌다. 김 전 회장이 강현욱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새만금태스크포스 팀장을 만난 자리에서 “새만금이 잘 개발되면 좋겠다. 기회가 되면 조언을 해드리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김 전 회장이 재기설에 점차 무게가 실렸다.  
하지만 이후 김 전 회장은 별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신병 치료차 베트남 등 동남아를 다니고 있다’, ‘가끔 옛 대우 동지들을 만난다’ 정도의 소식만 간간이 전해졌다. 재기 관련 이야기는 줄어들었다. 재계에선 김 전 회장의 재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해석이 많았다. 고령에다 건강상의 이유도 있지만, 17조가 넘는 천문학적인 추징금이 그대로 남아 있는 데다 국민여론이 여전히 곱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3월 김 전 회장은 <비즈니스&>과의 인터뷰에서 재기를 묻는 질문에 “올해 내 나이가 도대체 몇인 줄 아느냐”며 “뭘 시작한다 해도 5년 이상 하기는 어려울 것이고 게다가 재기를 한다면 자원과 사람 등 필요한 것이 많은데 지금으로선 힘들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올 들어 김 전 회장의 재기설이 다시 관심사가 됐다. 김 전 회장이 하노이신도시 건설 프로젝트 등 베트남 국토사업사업의 자문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을 두고 ‘해외개발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후 지난 3월20일 김 전 회장은 대우인회에 참석해 옛 대우맨들에게 “여러분 앞에 부끄럽지 않게 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사실상 재기 준비 중임을 우회적으로 알렸다.
1000여 명의 회원이 있는 ‘대우인회’는 대우그룹 창립기념식뿐 아니라 회원들끼리 끈끈한 동지애와 친목을 다지는 전직 임원들의 조직이다. 대우인회는 현재 정주호 전 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이 4기 회장을 맡고 있으며 부회장은 김선익(전 대우중공업 부사장)·김세중(전 대우자동차 부사장)·윤병철(전 대우자동차 이사)·한용호(전 대우건설 사장)씨, 감사는 손태일 전 (주)대우자동차수출부문장이 맡고 있다. 김 전 회장의 사돈인 故 김준성 이수그룹 명예회장(전 부총리)도 활동한 바 있다. 대우인회는 지난 2월17일 대우포럼을 열어 회원 간의 친목을 다지는 등 재계에서는 유달리 끈끈한 유대감을 가진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시대를 풍미했던 ‘대우맨’들 지금 어디서 뭐하나
 

최근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그룹 창립 42주년 기념을 겸해 비공개로 열린 2009년 대우인회 만찬에 참석한 것을 두고 재계는 그의 재기론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날 모임에 앞서 김 전 회장은 지난 2월12일 서울 강남 포스코센터 서관 19층 중식당 휘닉스에서 옛 대우맨들을 대거 초청해 만찬하는 등 활발한 행보를 보였다. 이 모임에 대해 한 관계자는 “그저 친목모임으로 밥한끼 먹은 것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 하지말 것을 당부했다.
2009 대우인회 만찬 다음날 코스피 시장에서 대우자동차판매의 주가가 급등하는 등 파급효과를 불러왔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일부에서는 최근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활발한 행보로 일시적인 기대감이 이 회사 주가상승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렇듯 전 세계를 누비며 이름을 떨치던 ‘대우’의 부활에 대해 각계의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대우 전성기’를 이끌었가던 인물들에 대해 알아보자.
현역으로 활동하는 대표적인 대우출신 CEO로는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과 강영원 한국석유공사 사장, 이동호 대우자동차판매 사장 등이 꼽힌다.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지난 주주총회에서 재선임되어 3년의 대표이사 사장직을 수행하게 되었다. 그는 1979년 대우조선해양에 입사해 줄곧 재무분야에서만 일한 ‘재무통’. 취임 직전인 2005년 4조원 대이던 매출을 3년 만에 11조원으로 끌어올리는 등 탁월한 실적으로 경영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강영원 사장은 대우인터내셔널 출신의 무역전문가다. (주)대우의 조기 워크아웃 졸업과 정상화를 이끈 주역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대우인터내셔널을 해외자원개발 기업으로 성장시킨 점을 높이 평가받아 석유공사 사장에 발탁되었다.
이동호 대우자동차판매 사장은 공적자금 투입없이 회사의 경영 정상화를 이끈 인물로, 지난해에는 한국배구연맹 총재에 취임하는 등 활발한 대내외적 활동을 보이고 있다. 김우중 전 회장의 비서 출신으로, 그의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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