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자폐인 제빵사 '경혜씨와 함께 쓰는 백일의 꿈'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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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자폐인 제빵사 '경혜씨와 함께 쓰는 백일의 꿈' 발간
  • 김은숙 기자
  • 승인 2020.12.09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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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하고 고단한 요즘시기 우리에게 따뜻한 위로와 용기 전해줄 것"
'경혜씨와 함께 쓰는 백일의 꿈' 이미지

[시사매거진/제주] 서귀포에 자리하고 있는 ‘평화의마을’은 이미 유명한 곳이다. ‘제주맘’이라고 믿고 먹을 수 있는 소시지를 만드는 1세대 사회적기업으로, 식빵을 만들어 호텔 등에 납품하기도 한다. 바로 이 평화의마을 제빵실에 42세 중증자폐인 임경혜 씨가 일하고 있다. 서귀포시에 있는 집을 떠나와 동료 세 명과 함께 ‘그룹홈’이라 불리는 셰어하우스에 사는 비혼 여성이다.

이런 경혜씨의 별명은 '울보'로 통한다. 일하다 속상한 일이 떠오르거나 일이 힘에 부칠 때면 복도로 나와 혼자 울고 앉아 있다. 거의 날마다, 어떤 날은 하루에 몇 번씩 그러고 있을 때도 있다. 그런 경혜씨를 보며 평화의마을 이귀경 원장은 생각이 많아졌다. 직원들에게 기술을 익히게 하고 기능을 향상시켜 더 많은 월급을 주는 것만이 정답일까 고민이 된 것. 발달장애인에게도 분명 적성이란 게 있으니까 말이다.

“경혜씨, 오늘은 왜 울었어요? 좋았거나 속상한 일, 그리고 기분 나빴던 일을 일기에 써보면 어때요?” 그날 밤, 경혜씨는 스프링 공책을 펼치고 그림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경혜씨가 일기를 쓰기 시작한 지 석 달쯤 지났을 때 이귀경 원장은 우연히 경혜씨의 일기장을 보게 되었다. 일기장에는 경혜씨의 일상과 생각이 그림과 함께 빼곡히 적혀 있었다. 그 일기장을 보며 이귀경 원장은 울고 웃기를 반복했다. 자기표현에 서툰 경혜씨지만 단순한 그림과 글 속에는 순수하고 따뜻한 마음이 그대로 담겨 있어 마치 자신을 토닥토닥 위로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경혜씨의 일기를 책으로 출간해 저작권료를 지급하면 경혜씨에게 새로운 일을 만들어 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이귀경 원장은 바로 출판사에 연락을 했다. 이에 출판사도 의기투합, 경혜씨 일기 한 장, 독자의 일기 한 장, 이렇게 번갈아가며 쓰는 꿈의 기록장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경혜씨에게 멋진 선물이 될 것은 물론, 요즘처럼 불안하고 고단한 시기에 경혜씨의 일기가 우리에게 따뜻한 위로와 용기를 전해줄 것이라고 믿은 것이다.

경혜씨의 일기를 읽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편안해지며 조금 더 착해지는 느낌이 든다. 일기 속의 경혜씨는 ‘땡깡’ 부리고 후회하기를 반복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한숨을 쉬고 눈물을 흘린다. 날씨를 적듯 그날의 눈물을 기록해 둔 것을 보면 큭! 웃음이 나기도 한다. 우리 모두의 일상이 그런 것처럼, 날마다 똑같은 것 같지만 모두가 다른 하루, 경혜씨의 일기를 읽다 보면 흐뭇한 미소로 하루를 마감하게 된다.

한편 '백일의 꿈' 속에는 경혜씨의 일기 외에도 평화의마을 이귀경 원장이 쓴 ‘대신 쓰는 경혜씨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글은 15년 동안 경혜씨와 함께 일하고 생활해 온 이귀경 원장의 경험과 느낌, 가족 인터뷰를 통해 완성됐다.

'백일의 꿈'을 출간한 땡스앤북스는 여성가족부 지정 예비사회적기업 주식회사 땡스앤컴퍼니의 출판 브랜드이다. 땡스앤은 발달장애인 아트 콘텐츠에 부가가치를 더하는 일을 하고 있다.

김은숙 기자 kes901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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