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신 시인, '오래된 안부' 생애 첫 시집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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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신 시인, '오래된 안부' 생애 첫 시집 발표
  • 양기철 기자
  • 승인 2020.12.08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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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잃어버린 순수와 이상의 또 다른 자아 찾기의 표현"
오래된 안부 표지
김현신 시인 생애 첫 시집 '오래된 안부' 표지

[시사매거진/제주] "국화꽃마다 계절이 짙어갈 때, 그리움은 국화꽃으로 피어나고, 아버지는 늘 그 길로 오셨습니다"

김현신 시인이 생애 첫 시집, ‘오래된 안부’ (국학자료원 새미)를 발표했다.

김현신 시인은 지난 11월 11일 시집 ‘오래된 안부’를 출간하고 같은 달 29일 몇몇 동인들과 함께 소박하게 출판기념식을 열었다.

저자는 작가의 말을 통해 "매일 나와 이별하는 연습을 한다. 그 이별이 또 다른 나를 만나게 해줄지도 모르는 일이기에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라는 이름을 위해 가을이 오면 국화를 사고 결혼식 날 손에 든 부케를 국화로 하던 그 여자에게 다시 올 가을에 오래된 안부를 보낸다"라고 밝혔다.

태어나서 첫 돌이 지나고 13일 만에 돌아가신 아버지는 아직도 눈물 없이는 부르지 못하는 이름이 되었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짙어지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은 그리움 보다도 더 짙은 이름으로 늘 마음 안에 살아 계시다고 말하며 시인의 눈가엔 고요히 눈물이 고였다.

또한 29세의 젊은 나이에 남편을 여의고 홀로되신 어머니는 늘 든든한 버팀목으로 자식들을 키워주셨는데 글을 참 잘 쓰신다고 했다. 그리고 살아생전에 아버지는 꽃을 아주 좋아하셔서 그 시절 결혼식 때 신랑이 되어 말을 타고 가던 길에 손수 꽃다발을 만들어 어머니에게 선물을 하셨다고 말한다.

김현선 시인
김현신 시인

이러한 부모님에 대한 애잔함들이 그녀로 하여금 마치 운명처럼 시를 쓰게 했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번 첫 시집에서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비롯해 어머니에 대한 애절함, 친구와 소중한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 사랑, 추억들과 유년시절의 순수했을 기억들에 대하여 첫 안부를 물어보게 됐다고 수줍게 말한다.

시집 ‘오래된 안부’는 1부 ‘해후를 그리다’ 외 16편, 2부 ‘쓰다만 편지’ 외 17편, 3부 ‘아끈코지 안부’ 외 13편, 4부 ‘달의 시간’ 외 17편으로 총 67편의 시와 양영길(문학박사, 시인) 문학평론가의 해설 ‘존재론적 물음, 그 자아 찾기의 시학’으로 구성되어 있다.

 

   늦은 가을날 떠나보낸 열매의 기억만으로
   푸르던 잎사귀마다 비움의 색칠을 하고
   기쁘게 겨울을 맞이하는 당신은
   잃어버린 향수처럼 그리운
   한 그루의 나무였습니다

                                             -  ‘아버지’ 중에서

 

양영길(문학박사, 시인) 문학평론가는 해설 ‘존재론적 물음, 그 자아 찾기의 시학’에서, “우리들은 존재론적 물음이 아니더라도 시인은 자신이 인식하고 있는 세계를 작품에 반영하게 된다. 그것은 시인이 자신을 뒤돌아보는 시점에서부터 시작된다. 이를 통해서 자아의식을 현상으로 인식하게 되고 보편적 경험의 세계로 진입할 수 있게 된다.

시적 존재는 그 자체 스스로가 존재의 근원이 될 때가 많다. 즉 시인이 시적 존재의 근원이자 그 행위자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기 운동은 감성적 대상 의식과 자기의식으로 나누기도 한다. 김 시인의 대상 의식은 ‘감성적 확산 - 자각 - 오성’의 단계를 거치면서 대상성이 해체되고 시인의 자기의식으로 고양되고 있다.

시인은 하나이고 동일한 것, 즉 ‘머무르는 것’을 설립해야 한다. 이러한 설립을 통해서 시인은 현존재를 그 ‘근거’에 근거 짓게 된다. 김 시인은 일상적 시간을 초월한 자기운동을 통해서 존재론적 물음을 제기하고, ‘시간의 정상’에 대하여 ‘닫혀 있음’에서 ‘열려 있음’으로의 인식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김현신 시인은 "시적 시간을 통해 ‘존재 개현’의 물음을 제기하고, ‘자아 찾기’의 호수에서 ‘시간의 파문’을 경험하고 있다. 이는 시인의 잃어버린 순수와 이상의 또 다른 자아 찾기의 표현이기도 하다"라고 밝혔다.

김현신 시인은 2016년 격월간지 ‘문학광장’ 신인상을 수상하며 시인활동을 시작하여 현재 ‘돌과바람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오래된 안부

   꽃이 피었겠다
   노을 색 언덕에 바람을 맞던 시간도
   갈 수 없어서 애태우던 시간도
   이제 잠시 내려놓고
   꽃을 피웠겠다

   삶에 겨워 안부를 늦추던 친구에게
   어느 날 문득 밀린 숙제하듯 톡을 날린 아침
   한참을 뜸 들인 시간에
   되풀이되는 침묵이
   끊어질 듯 흐르고 있었다
   더 이상 참아내지 못한 한 마디가
   금기어처럼 고막을 후려갈겼다

   “나 수술 했어”
   타래 풀린 실 뭉치가 한낮을 휘감고는
   손가락 사이 성긴 틈으로 젖어드는 소리가 떠 있다
   해 넘기기 전에 목소리만이라도 듣고자
   미루고 있던 너무 늦은 안부가 내 탓인 양
   가슴에 묻은 채 지낸 시간이 덧나고 있었다
   갑자기 소란해진 오후가 염원처럼 숙연하다

 

양기철 기자 ygc996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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