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한국갤럽이 전국 성인남녀 1,5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인이 보는 2009’년 설문조사결과 새해 가장 바라는 개인적인 소망에 ‘자신과 가족의 건강’이 38.6%로 1위를 차지했다. 건강은 가장 중요한 것이자 누구나 지키고 싶은 가장 우선순위이다. 때문에 새해가 되면 건강에 대한 계획을 하나 둘 세우게 된다. 대부분 혈액순환이 잘 되어야 건강하다는 기본 상식은 있지만 이 혈액을 어떻게 관리를 해야 하는 지 혈액으로 올 수 있는 질환은 무엇인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혈액, 즉 피에 대한 건강을 통해 몸속까지 건강한 신체로 거듭나보자.
혈액이 깨끗해야 진정한 건강을 찾을 수 있다
혈액, 즉 피는 우리 몸에서 유일하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몸 전체를 돌아다닌다. 혈액은 잠시도 쉬지 않고 온몸 구석구석으로 모든 장기의 기능유지에 필요한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비타민, 미네랄, 산소 등의 영양소와 산소를 인체의 각 조직과 세포에 운반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수분과 전해질, 산과 염기의 균형을 맞추고 체온을 조절한다. 혈액은 세포대사활동에서 만들어진 각종 노폐물을 체외로 배출하는 역할을 하며 외부에 침투한 병원균에 대하여 방어, 억제, 제거라는 면역시스템을 구축하는 역할을 한다. 건강한 혈액이 유지되어야 인간은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런데 인간의 몸에 흐르는 혈액이 건강하지 못하면 백혈구가 약화되어 병균에 대한 면역기능이 약화되고 산소운반을 하는 적혈구와 혈소판이나 모두 손상을 받고 신진대사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게 되어 질병에 걸리게 된다. 혈액에 문제가 발생하면 각종 피 속의 기능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피가 탁해지면 동맥경화, 협심증, 심근경색, 뇌졸중 등 심각한 성인병이 타나날 수 있다. 특별히 무리를 한 것도 아닌데 아침에 일어날 때 유난히 몸이 무겁다던지 두통이나 근육통 등의 통증이 잘 생기고 손발이 차면서도 땀이 많이 난다면 피가 탁해져서 오는 증상일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고지혈증이나 고혈압, 지방간, 당뇨, 통풍, 동맥경화 같은 성인병이 되기 쉽다”고 경고한다.
혈관 질환은 꾸준히 관리하면 예방할 수 있어
한국인 사망원인 1위는 암, 2위는 뇌혈관 질환, 3위는 심혈관 질환이다. 암은 금연이나 발암물질 노출 등을 제외하면 조기 검진 외에는 특별한 예방법이 없다. 그러나 뇌혈관이나 심혈관 질환은 혈액건강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혈관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꾸준히 관리를 해주면 충분히 예방이 가능하다.
뇌졸중이나 심장마비는 어느 날 갑자기 생기지 않는다. 혈관 질환은 발생하기 4~5년 전쯤부터 혈관을 따라 흐르는 혈액의 변화가 먼저 시작된다. 혈액이 걸쭉해져 끈기가 더해지면 혈관장애가 나타나기 시작하며, 혈관벽에 콜레스테롤 등의 과잉영양소를 부착시켜서 핏길을 좁히게 되어 동맥경화나 고혈압을 일으키게 된다. 그리고 아픈 부분의 장기에 분포된 가느다란 모세혈관들은 각자의 연령% 만큼 막히게 됨으로써 각 장기의 체세포활동은 갈수록 떨어지게 되어 나아가서는 뇌혈관에 문제를 일으켜 뇌출혈이나 뇌경색,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을 일으켜 사망에 이르게 한다. 따라서 혈액을 잘 관리하면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증 등 한국인의 주 사망 원인인 뇌혈관 질환이나 심혈관 질환은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다.
강남성모병원 순환기내과 백상홍 교수는 “더러운 혈액으로 인해 손상된 혈관은 회복이 불가능한 때가 많다. 미리미리 혈액의 질을 잘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 의학계 연구결과 잇몸병, 만성위염, 코골이 등을 치료하지 않고 오랜 기간 방치하는 것도 혈액의 질을 떨어트린다. 잇몸병, 만성 위염, 코골이 등 만성염증이 있을 때 혈액이 이 물질들을 전신으로 운반해 심장에서는 심장병이나 뇌에는 뇌졸중과 같은 중증 질환의 발생 위험이 높다는 이론도 바로 혈액의 이런 특성 때문이다.
미국 국민건강 및 영양 조사를 바탕으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치주염이 있는 사람은 심장마비를 일으킬 위험은 2.1배, 뇌졸중에 걸릴 위험은 2.8배 높았다. 만성 수면무호흡증도 마찬가지. 코골이 환자는 수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과다하게 분비돼 만성염증 상태가 지속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심장병, 당뇨병, 고혈압에 걸릴 위험이 높다.
운동은 혈액건강을 지키는 가장 효과적
혈액을 깨끗하게 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것이 바로 운동이다. 혈액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순환하며 인체에 필요한 영양소와 산소를 운반하기 때문에 천천히 흐르거나 한 곳에 정체해 있으면 혈액이 탁해지며 혈관질환을 일으키게 된다. 반면 혈액이 온몸을 빠르게 순환하면 혈액 내 나쁜 물질은 걸러지고 좋은 물질은 늘어난다. 원활한 혈액순환을 위해서는 근육을 강화시키는 운동보다는 유산소 운동이 좋다. 30분 이상 빠르게 걷기, 조깅, 자전거타기, 수영, 에어로빅, 체조, 등산 등이 좋다. 그 중 걷기는 혈압과 혈당치를 낮추고, 심폐기능을 높인다. 또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작용도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임수 교수팀이 지난 2008년 미국 임상내분비대사학저널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74명의 여성들에게 10주 동안 일주일에 3번, 1회 1시간씩 재즈 에어로빅(재즈댄스와 에어로빅을 합성한 운동)을 하도록 한 결과, 혈당과 혈중 지질을 낮추는 좋은 호르몬(아디포넥틴)은 증가하고 혈당과 지질을 높이는 나쁜 호르몬(RBP4)은 줄었다.
혈액을 깨끗이 하려면 근력 운동도 병행하는 것이 좋다. 근육은 당 대사에서 큰 역할을 하기 때문. 근육이 충분해야 혈액 내 당이 필요한 양보다 많아졌을 때 빨리 소모해 당뇨병 등을 막는다.
피를 건강하게 하기 위해서는 생활습관도 중요하다. 목욕을 할 때는 반신욕이나 족욕이 좋다. 약20분정도 행하며 물의 온도는 38~40℃가 적당하다. 잠자기 전에 반신욕을 하면 전신의 혈액순환이 좋아져서 노폐물이 빨리 배출되고 스트레스 해소에도 좋다. 발만 담그는 족욕이나 배에 쑥뜸을 뜨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족탕도 반식욕과 마찬가지로 순환이 원활하지 않은 모세혈관을 확장시켜 혈액 순환을 촉진시켜준다. 무릎 아래쪽까지 물 에 잠기게 한 후 20분 정도 행하면 된다.
그러나 몸을 차게 하는 것은 혈액순환이 느려져 노폐물이 체내에 오래 남기 때문에 혈액건강에 좋지 않다. 특히 스트레스의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것이 바로 혈액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에 대항하기 위해 혈액 내 산화 스트레스가 증가해 혈액 내 염증물질을 만들어내 심혈관 질환과 당뇨병을 일으킨다. 때문에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운동이나 취미 생활 등을 찾는 것도 혈액건강에 도움이 된다.
식습관으로 혈액을 깨끗하게, 맑게, 자신 있게
혈액을 깨끗하고 맑게 하려면 고지방, 고칼로리 음식을 피해야 한다. 혈액을 깨끗하게 하는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연어나 고등어 같은 생선이다. 오메가-3 지방산을 하루 1g씩 먹으면 심장질환을 일으키는 혈중 중성지방 수치를 낮춰주는데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등어 한 토막을 먹으면 오메가-3 지방산 1g을 섭취할 수 있다. 또한 매일 충분한 칼슘과 마그네슘과 중탄산염이 들어 있는 미네랄워터를 충분히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된다. 식이섬유도 장의 지방 흡수를 방해해 바로 배설되도록 도와주기 때문에 평소 식이섬유가 풍부하게 함유된 식품을 즐겨 먹으면 몸속으로 흡수되는 지방의 양이 적어 혈액을 막게 유지할 수 있다. 변비 해소에 좋은 식품으로는 해조류, 대두, 녹황색 채소, 요구르트 등이 있는데, 이들은 모두 혈액을 깨끗하게 만들어주는 데도 효과적이다.
그러나 포화지방산이 많은 고기나 계란, 버터, 우유, 커피, 프림, 베이컨, 햄, 소시지 마요네즈, 마가린, 쇼트닝 등의 식품은 피를 탁하게 한다. 수분이 많은 열대과일은 당류나 지방의 연소를 방해하고 몸을 차게 만들어 기혈순환을 저하시키기 때문에 과잉섭취는 좋지 않다.
당분은 우리 몸속에 들어가면 포도당으로 변하기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섭취하면 혈액 중 당 농도가 너무 짙어져 혈액을 끈적끈적하게 만든다. 알코올 성분은 우리 몸에 있는 단백질 성분을 지방으로 바꾸는 성질이 있어 혈액 중에 지방이 들어오면 적혈구끼리 서로 맞붙게 되어 피가 탁해진다.
한편, 세계보건기구와 미국심장협회는 지난해 하루 한 알의 저용량 아스피린이 심장병 예방 효과가 있다고 공식 발표, 아스피린이나 스타틴계열의 약물을 복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 밖에 흡연을 하면 기관지에 염증이 생겨 혈액 내 백혈구 수치가 올라가고 담배연기 속 일산화탄소가 헤모글로빈과 결합해 보상 작용으로 적혈구가 많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되면 혈액이 끈적끈적해진다. 혈액의 점도가 높아지면 혈전이 잘 생길 뿐 아니라 혈관을 손상시키는 염증물질이 많이 분비된다. 이는 동맥경화증, 뇌졸중, 심장마비 등의 원인이 된다.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혈중 백혈구 수치가 높다. 문제는 백혈구 수치가 높으면 사망 위험도 그만큼 높아진다.
이처럼 혈액건강은 운동, 식습관 개선, 금연, 스트레스 관리 등을 통해 확실히 개선할 수 있다. 또 그 여부를 쉽게 확인할 수도 있다. 혈액은 손가락이나 팔 혈관 등 몸 어느 곳에서도 쉽게 채취할 수 있고, 검사 비용도 저렴하기 때문에 1년에 한 두 번씩 혈액검사를 통해 수치 변화를 살펴보고 그에 따른 혈액 건강 계획을 세운다면 당뇨병, 심장병, 뇌졸중 등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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