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모금회는 1998년부터 매년 12월 1일부터 이듬해 1월 31일까지 62일 동안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성금을 모으는 ‘나눔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번 캠페인의 목표 모금액은 2,085억원으로 이 목표액을 100℃로 잡고 모금액을 온도로 표시하는 ‘사랑의 온도계’는 이날 현재 91.7도를 기록하고 있다. 공동모금회는 “100℃까지 남은 온도는 8.3도에 불과해 조만간 모금 목표액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희망적인 전망을 내놨다. 한편 한 통화에 2,000원을 기부하게 되는 자동응답(ARS) 전화를 통한 모금액도 지난해 같은 기간(3억4,000여만 원)보다 1억1,000만 원이 증가한 4억5,000여만 원으로 집계됐다. 공동모금회 관계자는 “경기 침체로 다들 힘든 상황인데도 작은 정성이라도 온정의 손길을 전하는 소액 기부자들이 많아지면서 사랑의 온도계의 눈금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며 흐뭇해했다.
올 초 ‘사랑의 온도계’ 주춤, 지난해 보다 추웠다
글로벌 경제 위기로 인한 불황의 여파로 어려운 이웃들을 돕기 위한 모금활동이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듯 했다.
올 초 사랑의 온도탑의 전국 평균 온도는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10도나 낮은 80도에 머물렀는데 ‘희망 2009 나눔 캠페인’에 나선 사회복지 공동모금회는 지난 1월 6일까지 모금된 기부금은 모두 1,648억 원으로, 전국 평균 사랑의 온도는 80도 수준이라고 밝혔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사랑의 온도가 89도 였음을 감안할 때 무려 10도 가까이 낮아진 것으로 올해 모금 목표액인 2천85억 달성에 빨간 불이 켜졌다. 지역별 모금 상황도 큰 차이를 보였다. 강원도의 경우 이미 올해 목표액 28억 원을 훌쩍 넘어선 30억 2,000여만 원이 모아져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가장 먼저 100도를 달성했고, 모금액도 지나해에 비해 60% 가까이 늘었다. 그러나 충남도는 82억 목표에 54억을 모으는데 그쳤고 , 모금액도 지난해 203억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물론 지난해의 경우 태안반도 기름유출 사고로 인해 전국적인관심을 모으면서 모금액이 급증했었다는 특수상황을 고려하더라도 너무 낮은 수준이었다. 그밖에 서울과 경기, 대구와 부산 등의 목표 달성률도 60%대로경남북 등에 비해 저조한 모금 실적을 보이고 있다.
특히 문제는 대기업 등 이른바 큰손들의 기부가 이미 끝난 상황인데다, 갈수록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국민들의 마음도 닫혀가고 있다는 점이다.
사회복지 공동모금회는 이에 따라 다음 주부터 지역별로 마을 회관과 주요 거리 등을 돌며 순회 모금활동을 벌이는 한편 중소기업들을 방문해 기부를 독려한다는 계획세우고, IMF 등의 국난도 거뜬히 극복해낸 국민들의 열정과 사랑이 추운 겨울을 힘들게 지내고 있는 어려운 이웃들에게 넘치는 희망을 줄 수 있기를 기대했다.
구세군 냄비 펄펄, 작년보다 14%늘어 사상 최대
올해는 특히 뭉칫돈보다 쌈짓돈이 사랑의 온도계 눈금을 올리는데 기여했다. 올해 경제위기 여파로 기업, 단체 등 대형 기부가 줄어든 반면, 개인 기부는 예년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25일 구세군 대한본영에 따르면 24일 자정에 마감한 자선냄비 모금 총액이 35억2,000여만 원으로 잠정집계 됐다고 전하며, 기업과 단체들의 기부가 지난해보다 10% 이상 줄었는데도 불구하고, 모금 총액은 역대 최고였던 지난해 30억 9,696만 원보다 14% 가량 늘어났으며, 작지만 값진 사랑을 실천한 개인 기부의 손길이 대형 기부가 줄어든 자리를 채우고도 넘쳤다는 것이다.
구세군 관계자는 “지난해 4억 원을 기부했던 모 은행이 올해 1억 원을 내는 등 기업, 단체들의 기부 액수가 크게 줄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전체 모금액이 증가한 것은 개인 기부가 20% 이상 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부자 수도 늘었지만, 1인당 평균 기부액 증가도 개인 기부가 늘어나는 데 한 몫 했다. 개인 기부를 주로 받는 국제구호단체 굿네이버스는 1인당 평균 기부액이 지난해 1만 5,000원에서 올해 2만 3,000원으로 1.5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국내 최대 모금기관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지난해 12월 1일부터 시작한 ‘희망 2009 나눔 캠페인’ 모금액은 25일 현재 1,077억여 원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 1,123억여 원보다 다소 줄었다. 그러나 모금회측은 “대형 기부가 줄어든 것에 비해 총액은 많이 줄지 않았다”면서 “개인 기부가 늘어난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불황속 자영업자 착한가게로 나눔에 앞장서
최악의 불황으로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속출하는 가운데 작은 정성을 나누려는 자영업자들이 오히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회장 이세중)에는 최근 자영업자들이 매출액의 일정액을 나누는 ‘착한가게’에 대한 문의가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전국 251개소에서 나눔 실천을 약정했고, 전국적으로 음식점, 병원, 약국, 커피전문점, 학원 등 460여 개소에서 월 평균 13만 원 정도를 정기적으로 기부하고 있다. 2005년부터 시작한 착한가게는 현재까지 2억2,400여만 원을 기부하고 있다.
착한가게란 ‘행복이 착!착!착!’이라는 슬로건으로 중소규모의 자영업에 종사하며 매출액의 일정액의 나눔을 실천하는 방법으로 2005년 착한가게 1호점으로 한의학 전문학회인 ‘고금방(古今方)’이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음식점, 호프집, 태권도 학원, 화장품가게, 병원, 약국, 커피전문점, 옷가게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넉넉하지 않은 주머니를 나눠 지역주민들과 어려움을 덜어주고 있다. 참여를 원하는 가게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자원개발팀 02-6262-3074나 홈페이지 www.chest.or.kr로 신청하면 된다.
공동모금회 서영일 자원개발팀장은 “자영업 특성상 매출이 일정하지 않고, 경기상황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기부를 하다가도 중도에 해지를 요청하거나 일시정지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내수 침체로 소규모 자영업자수가 최저까지 감소했지만, 불황속에서도 ‘착한가게’들은 나눔을 실천하며 불황을 이겨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국민 54%가 평균 19만7000원 기부
우리나라 국민 절반 이상이 각종 기부에 참여하고 있고, 지난해 평균 기부액은 19만7000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지난해 12월 24∼29일 전국 성인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기부 현황과 사회 문제의 심각성 및 지원 필요성 등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54.1%가 ‘기부 경험이 있다’고 말했고 기부액은 평균 19만7000원으로 조사됐다고 28일 밝혔다.
특히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 등 유명인의 기부가 기부 동기를 부여한다는 응답이 80.4%나 나와 유명인의 기부가 기부 문화를 만드는 데 긍정적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같은 조사결과는 배우 문근영, 가수 김장훈 등 ‘기부천사’들의 선행이 기부문화 확산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또한 ‘특정 대상이 아닌 모든 국민이 기부를 해야 한다’고 응답한 사람은 48.1%로 절반 가까이 됐다. 이어 경제적 부유층(27.2%), 사회지도층(19.1%), 연예인 등 유명인(4.8%) 순으로 기부에 앞장서야 한다고 답변했다.
가장 심각한 사회 문제는 교육이 8.3점(10점 만점 기준)으로 1위를 차지했다. 저임금·고용불안이 7.7점으로 뒤를 이었으며 오염과 장애인 편의시설 등 환경 문제(7.5점), 저출산·고령화(7.4점), 양극화와 빈곤(7.3점) 등이 지적됐다.
지원이 가장 필요한 대상으로는 장애인이 8.1점으로 제일 높았고 아동청소년(7.9점), 저소득 가족(7.8점), 노인(7.8점), 여성(6.8점), 사회적 소수자(6.6점), 지역사회 주민(6.6점), 해외 빈민국(5.6점) 순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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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기부문화, 사랑의 온도계 높여
지구촌을 강타한 경제 불황으로 체감온도가 점점 내려가고 있는 요즘, 우리사회를 비춰주는 한줄기 빛이 있다. 바로 그 빛은 꾸준히 올라가는 '사랑의 온도계'다.
의미 있는 것은 그 저변을 민초들의 십시일반이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스스로를 돌보기도 어려운 처지의 극빈층까지 자발적으로 기부 대열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의 쪽방촌 주민, 노숙인, 무료급식소 노인들은 폐지를 팔거나 굴을 까서 받은 일당의 일부를 모아 63만 원을 기탁했다고 한다. 제주에서 이동식구둣방을 운영하는 박재도씨는 구두수선비 중 잔돈을 모아 20만 원을 기부했고, 전역을 앞둔 박태준 육군병장은 2년 가까이 모은 월급 240여만 원을 내놓았다. 수감 중인 장애인이 10만 원을 모금계좌에 입금한 사례도 있다.
기업의 기부문화도 바람직한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신세계그룹 직원들은 매달 커피 1잔, 담배 1갑 살 돈을 아껴 3년 동안 희망기금 33억 원을 모았다. 연말에 흔히 봐온 1회성 기부가 아니라 지속적인 개인 기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회사 측은 여기에 34억 원을 보태 67억 원을 장난감도서관 건립, 결연아동 생활보조금 지원, 환아 수술·치료비 지원에 쓰기로 했다.
올 겨울은 특히 외환위기 때보다 훨씬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어려운 때일수록 소외된 곳, 눈물 흘리는 이웃을 더 자주 찾아야 할 것이다. 자기 한 몸 먹고살기 힘든데도 이웃돕기에 참여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아직은 건강하고 희망이 있음을 보여주는 상쾌한 증거다. 이런 건강과 희망을 견지한다면, 매서운 한파와 최악의 경제난도 거뜬히 극복하고 선진국을 향한 재도약의 추동력을 창출할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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