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시사매거진] 라임 김봉현 전 회장의 옥중 편지에 휘둘린 정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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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시사매거진] 라임 김봉현 전 회장의 옥중 편지에 휘둘린 정치권
  • 박희윤 기자
  • 승인 2020.11.05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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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꾼인가 신빙성 있는 진술인가
5개월간의 도피행각 끝에 경찰에 붙잡힌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 사태의 주범인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지난 4월 24일 오전 경기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으로 이송되고 있다.(사진_시사매거진)
5개월간의 도피행각 끝에 경찰에 붙잡힌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 사태의 주범인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지난 4월 24일 오전 경기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으로 이송되고 있다.(사진_시사매거진)

[시사매거진 269호] 지난달 16일 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A4용지 5장 분량의 자필 편지를 언론에 공개했고 김 회장의 옥중서신은 정치권을 흔들어 놓았다. 국정감사에서고 여당은 라임사태의 핵심 인사인 김 전 회장이 옥중 입장문을 통해 공개한 검찰 접대 의혹과 야당 연루 의혹을 거론하며 검찰이 사건을 축소 수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야당은 김 전 회장의 옥중 입장문이 윤 총장을 쫓아내기 위한 음모론이라고 맞섰다. 라임·옵티머스 사건은 2조 원이 넘는 천문학적 피해가 발생한 초대형 금융사기 사건이다. 국민은 실체적 진실을 원한다.

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 핵심 인물로 알려진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측이 지난달 16일 A4용지 5장 분량의 자필 형태의 옥중서신을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김 전 회장의 옥중서신에 따르면 그는 여당 정치인 위주의 로비 외에도 야당 정치인, 일부 현직 검사 등에게도 술 접대를 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사진_뉴시스)
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 핵심 인물로 알려진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측이 지난달 16일 A4용지 5장 분량의 자필 형태의 옥중서신을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김 전 회장의 옥중서신에 따르면 그는 여당 정치인 위주의 로비 외에도 야당 정치인, 일부 현직 검사 등에게도 술 접대를 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사진_뉴시스)

김봉준의 첫 번째 폭로

지난달 16일 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A4용지 5장 분량의 자필 편지를 언론에 공개했고 김 회장의 옥중서신은 정치권을 흔들어 놓았다. 이날 공개된 김 전 회장의 옥중서신에 따르면 그는 여당 정치인 위주의 로비 외에도 야당 정치인, 일부 현직 검사 등에게도 술 접대를 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은 자필 서신에서 검사들 3명을 상대로 청담동 소재 룸살롱에서 1000만 원 상당의 술 접대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회식 참석 당시 추후 라임 수사팀 만들 경우 합류할 검사들이라고 했다”며 “실제 한 명은 수사팀 책임자로 참여했다”고 밝혔다.

이어 고(故)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건 담당 주임 검사였고 우병우 사단의 실세였던 A 변호사가 자신과의 면담에서 “서울남부지검 라임사건 책임자와 얘기가 끝났다. 여당 정치인들과 청와대 강기정 (정무)수석을 잡아주면 윤석열 (검찰총장에) 보고 후 조사가 끝나고 보석으로 재판을 받게 해주겠다”고 말했다고 폭로했다.

서신 말미에서 그는 “라임 전주이거나 몸통 아니다”면서 “실제 몸통들은 현재 해외 도피이거나 국내 도주 중임”이라고 밝혔다. 자신에게 적용된 혐의나 도주했던 전력에 대해서도 부인하면서 “방어권 행사를 위해 보석을 요청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與 “공수처로” vs 野 “특검으로”

김 전 회장의 폭로가 알려지자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18일 자신의 SNS를 통해 “김봉현의 공작수사 폭로가 공수처 설치의 필요성을 부각하고 있다”며 “김봉현 공작수사 폭로가 공수처 수사대상 1호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총장과 전현직 고위 검사들, 사건 수사 검사, 국회의원과 유력 정치인 등 공수처 수사대상 대부분이 언급된 공작수사 의혹이다. 그런데 법무부 감찰이나 검찰 자체 조사에서도 명백히 밝혀지지 않거나 서로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 나온다”고 지적했다.

반면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라임·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 “국민의힘 요구는 쉽다. 국민의 요구와 똑같다. 맑게 밝혀달라. 미꾸라지 몇 마리가 검찰의 물을 흐려 한 치 앞도 볼 수 없어 걱정이라면 특검이 있다”며 “특검은 고위 공직자의 비리나 위법 혐의가 발견됐을 때 그 수사와 기소를 정권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검사가 아닌 독립된 변호사가 담당하는 제도다”고 강조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사건과 관련한 자료를 제시하고 있다. 이날 국감에서 여당은 라임사태의 핵심 인사인 김 전 회장이 옥중 입장문을 통해 공개한 검찰 접대 의혹과 야당 연루 의혹을 거론하며 검찰이 사건을 축소 수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야당은 김 전 회장의 옥중 입장문이 윤 총장을 쫓아내기 위한 음모론이라고 맞섰다.(사진_공동취재단)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사건과 관련한 자료를 제시하고 있다. 이날 국감에서 여당은 라임사태의 핵심 인사인 김 전 회장이 옥중 입장문을 통해 공개한 검찰 접대 의혹과 야당 연루 의혹을 거론하며 검찰이 사건을 축소 수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야당은 김 전 회장의 옥중 입장문이 윤 총장을 쫓아내기 위한 음모론이라고 맞섰다.(사진_공동취재단)

국감에서의 난타전

지난달 19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중앙지검 등 일선 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여야가 라임·옵티머스 사건 라임 사태와 관련해 검찰 수사의 부실함을 지적하면서도, 해석은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달리했다.

의원들은 두 사건의 부실 수사를 한목소리로 질책하면서도 여당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야당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때렸다. 여당은 라임사태의 핵심 인사인 김 전 회장이 옥중 입장문을 통해 공개한 검찰 접대 의혹과 야당 연루 의혹을 거론하며 검찰이 사건을 축소 수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야당은 김 전 회장의 옥중 입장문이 윤 총장을 쫓아내기 위한 음모론이라고 맞섰다.

김봉현의 두 번째 폭로

김 전 회장은 21일 언론에 두 번째 자필 입장문을 보내 “술접대를 한 검사들은 대우조선해양 수사팀에 함께 근무했던 동료들”이라며 ‘옥중 폭로’를 이어갔다. 또 자신이 검찰의 도움을 받아 도주했다는 새로운 주장도 내놨다. 김 전 회장은 “지난해 7월 (검찰 출신의) A변호사와 함께 검사 3명에게 술접대를 한 건 확실한 사실”이라면서 “이들은 예전 대우조선해양 수사팀에서 함께 근무했던 동료들”이라고 주장했다.

수원여객 회삿돈 횡령 혐의로 올 4월 체포됐던 김 전 회장은 “검찰의 도움을 받아 도주했다”는 주장도 내놨다. 그는 “수원여객 사건 당시 (윤대진) 수원지검장에게 영장 기각 청탁이 실제로 이뤄졌다”면서 “ ‘수원지검장 부탁으로 (수원지검장의) 친형을 보호하고 있었다’는 지인에게 실제로 5,000만원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진중권, 사기꾼과 법무부 장관이 '원팀'

진 전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편지를 읽어 보니 결국 자신을 몸통이 아니라 '곁다리'로 해달라는 요구"라며 "'검찰개혁'의 프레임을 걸면 정부·여당에서 솔깃할 거라는 것을 아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래서 진술을 뒤엎고 여당 인사에게는 로비를 하나도 안 했다, 오직 검찰에게만 했다는 뻘소리를 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게 통할 것 같진 않다"며 "그래도 시스템이라는 게 있어서, 정부·여당이 아무리 공작정치를 해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이어 "'검언유착' 공작도 수사지휘권까지 발동해 난리를 쳤지만 결국 실패로 끝나지 않았나? 이 사건도 결국 같은 길을 갈 거라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진 전 교수는 "정부·여당에서는 일단 이를 국면전환용으로 활용하고 있다. 사태의 본질을 흐리는 교란작전"이라며 "나아가 수사 방향을 곁가지인 '검사들'로 돌려놓고, 그것을 활용해 수사팀 다시 짜서 정작 몸통인 정치권 로비에 대한 수사를 못 하게 방해하겠다는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사기꾼과 법무부 장관이 '원팀'으로 일하는 나라는 적어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에선 대한민국이 유일하다"며 김 전 회장의 자필 편지 공개 이후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비판했다.

A 변호사의 반박

김 전 회장이 ‘옥중편지’를 통해 “검사들과 술자리를 가졌고, 그중 한 명은 라임 수사팀에 투입됐다”는 주장에 대해 당시 술자리에 동석한 인물로 지목된 검사 출신 A 변호사는 27일 “모두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또 “김 전 회장은 검사 출신 변호사를 ‘검사님’이라고 불렀다”면서 김 전 회장이 검찰 출신 변호사를 검사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취지의 설명도 내놨다.

A 변호사는 언론과의 통화에서 “김 전 회장이 검사들에게 술접대를 했다고 주장하는 시기를 포함하여 김 전 회장에게 룸살롱 방을 잡아달라고 말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면서 “현직 검사들을 김 전 회장과의 술자리에 데리고 간 적도 전혀 없다”고 말했다.

A 변호사는 자신이 알고 지내는 검사 출신 변호사들을 김 전 회장과 함께 만난 일은 “자주 있었다”면서 “김 전 회장은 검사 출신 변호사들을 ‘검사님’이라고 불렀다. 저를 부를 때도 ‘부장님’이라고 불렀다”고 말했다. A변호사는 부장검사 출신이다. 그러나 현재 김 전 회장 측은 김 전 회장으로부터 술접대를 받은 검사 3명이 “현직 검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22일 국회 의안과에 라임·옵티머스 펀드 금융사기 피해 및 권력형 비리 게이트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제출하고 있다. 파견 검사와 공무원 수가 과거 국정농단 사태 조사를 위한 최순실 특검의 1.5배, 댓글조작 논란 수사를 위한 드루킹 특검의 2.3배에 달하는 ‘매머드급’ 규모다. 두 야당은 “특검법 처리를 거부하는 건 감춰야 할 게 많다는 의미”라며 여당의 특검 수용을 압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정략적 시간끌기”라며 특검을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는 뜻을 밝혔다.(사진_공동취재단)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22일 국회 의안과에 라임·옵티머스 펀드 금융사기 피해 및 권력형 비리 게이트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제출하고 있다. 파견 검사와 공무원 수가 과거 국정농단 사태 조사를 위한 최순실 특검의 1.5배, 댓글조작 논란 수사를 위한 드루킹 특검의 2.3배에 달하는 ‘매머드급’ 규모다. 두 야당은 “특검법 처리를 거부하는 건 감춰야 할 게 많다는 의미”라며 여당의 특검 수용을 압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정략적 시간끌기”라며 특검을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는 뜻을 밝혔다.(사진_공동취재단)

김 전 회장이 옥중 편지를 통해 정치권을 흔들어 보상받고자 하는 의도를 살펴보면 윤석열 검찰을 공격하고 여권 인사를 비호하는 등의 정쟁화를 통해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서 재판을 받으려는 노림수로 보인다. 이에 대해 야권은 라임 사건은 물론 이낙연·이재명 등 유력 대권주자들이 거론되는 옵티머스 사건 전반을 수사할 특검 도입 법안을 지난 22일 발의했는데, 특검팀 파견 검사만 30명이고 파견 공무원이 60명에 달한다. 최순실 특검의 1.5배 규모라고 한다.

그러나 집권당은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해선 속도가 생명인데, 특검팀을 꾸리는데 시간이 걸리고 이렇게 되면 내년 3~4월 경에 수사결과가 나온다는 이유로 특검을 거부했다. 집권당 주장처럼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해선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치 권력에 예속되지 않은 특검이 그나마 진정성이 있고 중립적일 텐데 집권당은 특검을 거부하고 있다.

라임·옵티머스 사건은 2조 원이 넘는 천문학적 피해가 발생한 초대형 금융사기 사건인데, 그 사기 사건의 실체를 파헤쳐야 할 수사가 사기꾼의 문건 하나에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라임 사건의 본질이 ‘권력형 비리가 아니라 검사 게이트’로 흐려졌고, 수많은 피해자를 낳고 청와대 정무수석과 행정관, 여당 의원과 지역위원장이 연루된 ‘권력형 비리’가 검사 몇 명의 술 접대 사건으로 둔갑해 버린 것이다.

옥중서신으로 주장하는 김 전 회장의 말을 믿는다면 검찰, 여당, 야당 모두 개입이 되어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검찰도 아니고, 언제 생길지 모르는 공수처도 아니라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특검으로 가는 것이 맞다. 국민은 실체적 진실을 원한다.

박희윤 기자  bond003@sisamagaz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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