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접목 게임도 성장
[시사매거진269호] 국내 게임 시장 규모가 14조 원을 넘어섰다. 전년 대비 8.7% 증가한 수치다. 특히 모바일 게임 시장 매출은 전체 게임산업 매출액의 46.6%를 차지하며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국내 게임 산업은 2009년부터 2018년까지의 10년 동안 꾸준히 성장해 왔다. 엔씨소프트가 영업 이익 1조 원 달성 기대를 높이고 있는 가하면, 크래프톤은 자회사 펍지주식회사가 2017년 12월 출시한 PC 서바이벌 슈팅게임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와 2018년 5월 출시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연이은 성공에 힘입어 글로벌 게임기업으로 성장했다. 넥슨은 PC온라인 게임 라인업을 모바일, 콘솔 등으로 확장하며 ‘멀티 플랫폼’ 게임 명가로 진화하고 있는 등 게임업계들의 성장은 눈부시다. 한국의 게임 산업 어디까지 왔는지 알아본다.

지난해 12월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양우)와 한국콘텐츠진흥원(원장 김영준, 이하 콘진원)이 발간한 2018년 국내외 게임산업의 통계와 동향을 정리한 ‘2019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18년 국내 게임 시장 규모는 14조 2,902억 원으로 집계되었으며, 이는 2017년의 13조 1,423억 원 대비 8.7% 증가한 수치다. 2013년에는 시장 규모가 전년 대비 0.3% 감소하기도 했었으나 2014년에 곧바로 반등했고 이후부터 2018년까지는 성장세를 지속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점은 모바일 게임 시장의 성장세다. 백서에 따르면 2017년은 모바일 게임 시장의 규모가 PC 게임 시장의 규모를 처음으로 넘어선 후 2018년에도 한국 게임 산업에서 모바일 게임 부문은 지배적인 위치를 유지했다. 모바일 게임 매출의 성장률은 전년 대비 7.2%성장했다. 모바일 게임 시장 매출은 6조 6,558억 원을 기록, 이는 전체 게임 산업 매출의 46.6%를 차지했다.
2018년 PC 게임 부문의 매출액은 5조 236억 원이었으며, 전체 게임 산업에서의 점유율은 35.1%였다. PC방 부문의 매출액은 1조 8,283억으로 12.8%의 점유율을 나타냈다. 콘솔 게임의 매출액 비중은 2017년 2.8%였으나 2018년에는 3.7%로 높아졌으며, 2018년 매출액은 5,285억 원을 기록했다. 아케이드 게임장의 매출액만 전년 대비 12% 감소했고 다른 부문들의 매출액은 모두 전년 대비 상승했다.
백서는 2019년 국내 게임 시장 규모는 2018년 대비 5.1% 정도 상승하여 15조 172억 원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할 것으로 내다봤다. 백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한국은 전 세계 게임 시장에서 6.3%의 비율을 점유, 미국, 중국, 일본의 뒤를 이어 4위의 점유율을 나타내고 있다.
2018년 국내 게임 산업 수출액은 전년 대비 8.2% 증가한 64억 1,149만 달러(한화 약 7조 546억 원, 한국은행 2018년 연평균 매매기준율 1,100.3원 적용)로 집계됐다. 수입액 역시 전년 대비 16.3% 증가한 3억 578만 달러(한화 약 3,365억 원)를 기록했다.

국내 게임업계 성장과 함께 해외에서도 약진
백서에 따르면 2017년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을 견인했던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과 넷마블의 ‘리니지2 레볼루션’은 2018년에도 여전히 전체 모바일 게임 시장의 성장을 이끌었다. 또한
2018년에는 펄어비스(Pearl Abyss)의 ‘검은사막 모바일’과 웹젠(Webzen)의 ‘뮤오리진2(MU Origin 2)’가 매출 상위권에 진입하며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MMORPG 장르의 영향력은 더욱 강화되었다.
특히 넷마블은 지난 3월 ‘일곱 개의 대죄’를 필두로 올 상반기 내에만 신작 게임 2종을 글로벌 시장에 출시하며 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블레이드 & 소울 레볼루션’은 지난 3월 17일 티저사이트를 오픈하면서 상반기를 목표로 아시아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넷마블은 지난 해 4분기 기준 해외 매출 비중이 72%에 달할 정도로 글로벌 사업 비중이 높은 편이다. 지난해 국내와 일본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며 주목받았던 ‘일곱 개의 대죄: 그랜드 크로스’를 지난 3월 글로벌 시장에 출시해 흥행에 성공했다. 이 게임은 출시 한 달 만에 북미 애플앱스토어 매출 순위 6위를 기록했으며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싱가포르 등 글로벌 19개 주요 시장에서도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 외에 넷마블은 세븐나이츠 IP를 활용한 ‘세븐나이츠 스위치’, ‘세븐나이츠2’, ‘세븐나이츠 레볼루션’을 비롯해 지난 해 지스타에서 첫 선을 보인 ‘제2의 나라’ 등을 개발 중이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2M’의 흥행에 힘입어 최초로 연간 영업이익 1조 원 달성 기대를 높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분석한 엔씨가 1분기 매출 7130억 원, 영업이익 2686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간으로 보면 매출 2조 5940억 원, 영업이익 1조 310억 원 달성을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실적 대비 각각 52.5%, 115.3% 증가한 규모다.
넥슨은 지난해 모바일 MMORPG ‘V4’의 성공을 기반으로 올해 신작 모바일 레이싱게임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를 출시하며 연매출 3조 원 달성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넥슨의 역대 최고 연 매출 기록은 2019년 2조 6840억 원(엔화 2485억 엔)이다. 국내 게임사 가운데 연 매출 3조원을 달성한 곳은 아직까지 없다.
넥슨은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를 시작으로,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FIFA 모바일’, ‘바람의나라: 연’ 등의 다양한 모바일 게임 라인업을 준비 중이다.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는 글로벌 사전등록 이벤트에 500만 명이 참여하며 넥슨 모바일게임 중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해외 이용자들의 반응도 뜨겁다. 지난 5월 18일 기준 글로벌 게임 이용자 수는 누적 650만 명을 돌파했으며, 일간 최대 이용자는 344만 명에 달한다. 대만에서는 현지 애플 앱스토어 매출과 인기 순위 모두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블록체인 접목한 게임 잇따라 출시
매년 게임 산업이 성장세를 보이는 가운데 블록체인을 접목한 게임 산업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글로벌 블록체인 기업뿐 아니라 국내 게임사도 블록체인 게임시장에 잇따라 진출하고 있다.
최근 RPG(역할수행게임) 장르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게임들이 속속 출시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을 받은 스카이피플의 ‘파이브스타즈’와 플레이댑의 ‘신과 함께’ 등이 출시됐으며 해외에서도 갓즈 언체인드나 더샌드박스 등 NFT 게임 리그를 활용한 블록체인 게임이 등장했다.
블록체인 디지털 콘텐츠 플랫폼 프로젝트 ‘BORA(보라)’의 개발사 웨이투빗은 최근 국내 게임 개발사인 ‘픽톨로지(PICTOLOGI)’와 블록체인 게임 공동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온라인 액션RPG 게임 ‘그랑에이지’를 블록체인 버전과 일반 PC버전으로 공동 개발하며, 시장 상황에 맞춰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전 지역에 서비스할 예정이다.
카카오도 지난 6월 프렌즈게임즈를 통해 블록체인 게임 ‘크립토드래곤’을 출시했다. 크립토드래곤은 이용자가 용을 성장시키고, 교배해서 새로운 용을 탄생시키는 형태의 수집형 RPG다. 이 게임 또한 NFT를 적용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NFT(대체불가능토큰)기술은 게임 아이템과 같은 희소성을 지난 대상에 고유한 ‘디지털 자산’ 가치를 부여하는 블록체인 기술표준이다. NFT가 접목된 게임 아이템은 단일 게임뿐만 아니라 여러 게임에서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고, ‘디지털 자산’으로서 NFT 거래소에서 직접 구매, 판매 등을 할 수 있다. 블록체인 게임은 블록체인 생태계에 참여하는 다양한 게임 간에 자유로운 재화 이동이 가능하다는 특징 등이 있다.
업계는 블록체인 게임산업의 전망이 밝을 것으로 보고 있다. 블록체인의 익명성과 거래 투명성 등 기술적인 요소가 향후 게임산업의 장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블록체인 기술의 활용 면에서도 아직 완성도가 낮다는 지적이 있다. 기본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콘텐츠가 제한적인데다 고 사양이 될수록 블록체인이 관여하게 되는 영역 또한 함께 넓어지지만 이를 받쳐줄 만한 고성능 블록체인 코어기술이 아직 없다.
업계 관계자는 “블록체인 게임의 차별성은 분명 블록체인의 기술적 요소에서 발현되겠지만, 먼저 유저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며 “동시에 매력적인 콘텐츠를 구현할 수 있는 인프라의 개발이 병행되어야”고 말한다.

게임 진흥 아닌 규제·관리 우려
국내 시장에서는 사행성 요소 가능성 등으로 게임물 심의와 관련해 등급분류기준이 명확하게 마련돼 있지 않아 출시 자체가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이 때문에 해외 시장에서 우선적으로 서비스를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와 관련, 게임업계는 정부의 게임법 개정안에 대해 “게임을 진흥의 대상이 아닌 규제·관리의 대상으로 보려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며 산업 발전을 위한 중장기 계획 수립이 선행돼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 2월 18일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유독 게임산업에 대해서만 기존 진흥법에서 사업법으로 제명을 변경한다는 것은 문체부가 게임산업을 진흥의 대상이 아닌 규제·관리의 대상으로 보려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며 문체부에 개정안 관련 의견서를 제출했다.
그러면서 협회는 “지난 2006년 게임산업법 제정 이후 15년 간 연관 기술 발전, 플랫폼 융복합화, 유통방식 변화, 글로벌 서비스 진화 등 급격하게 변화된 게임 생태계 환경을 반영해 현실에 부합하고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이에 앞서 게임 관련 전문가 등 의견 청취를 통해 게임산업 진흥과 발전을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그 시행 방안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보다 구체적인 게임법 개정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혜영 기자 gosisashy@sisamagaz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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