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시대의 빛과 바람, 변시지 - 서울가나아트 전시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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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시대의 빛과 바람, 변시지 - 서울가나아트 전시글 2
  • 오형석 기자
  • 승인 2020.11.02 13: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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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가나아트(평창동)에서 이번달 15일까지
'시대의 빛과 바람, 변시지' 전시회 열린다
변시지의 삶과 작품세계를 이해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송정희 누보 대표
시대의 빛과 바람, 변시지' 전시회  (11월 15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 

변시지 수평선- 그 피안과 파안의 경계에서

지팡이, 노인, 조랑말, 까마귀, 해, 바다, 수평선, 돛단배, 돌담, 초가, 소나무는 그의 작품 속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소재다.

특히, 그의 그림에는 수평선과 돛단배가 거의 예외 없이 등장한다. 변시지작가의 설명을 살펴보자.

“수평선은 하나의 환상이며, 뛰어난 감각의 상징이다 변화무쌍한 수평선의 굴곡은 신비롭고, 세월의 흐름과 아픔의 사연을 잊게 하는 진실한 무언의 대화를 맛보게 한다”고 설명한다.

수평선은 그에게 감각적인 구도構圖의 상징인 동시에, 꿈과 이상향을 향한 끊임없는 구도求道의 상징이다. 흔들리는 수평선이 면을 가르고 작품 전체의 균형을 잡아간다. 마치 조형을 잡는 중심추와 같다면,.또 한편으로  이 수평선은 이상과 현실, 삶과 죽음, 파안과 피안을 가르는 경계가 된다. 

시대의 빛과 바람, 변시지' (11월 15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 

이 경계를 황토빛 노란색이 온통 출렁이며 넘나든다. 수평선이 하늘과 바다와 땅의 경계를 짓고, 노란색이 하늘과 바다와 땅의 경계를 지워간다. 환상과 현실, 삶과 죽음, 고통과 위안, 하늘과 바다와 땅이 뒤범벅되어 넘나들며 결국 하나로 되는 과정, 어쩌면 이모든 것이  이 수평선에 담겨있는것만 같다

침몰할 듯 위태로운 작은 돛단배 한 척은 이 수평선의 경계 끝까지 다가서고 있다. 휘몰아치는 겹바람에도 결코 침몰하는 법이 없다. 

변시지는 제주사람들의 꿈과 이상향인 ‘이어도’를 소재로 끌어들여 수평선에 자신의 예술세계와 중첩시켰다. 작가는 '이어도'라는 작품을 여럿 남겼는데, 이어도에 덧붙여진 작가노트를 읽어보면 수평선에 담긴 그의 의도는 더 분명해진다.

송정희  누보 대표가 변시지 작품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인간의 삶이 고달플수록 이상향을 꿈꾸게 마련이다... 제주인에게 이어도는 바로 그런 곳이다... 그들은 죽어야 갈 수 있다는 환상의 섬, 이어도를 꿈꾸며 살아왔다. 척박한 풍토와 수난의 역사를 겪으며 가난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제주인에게 이어도는 천국으로 존재하는 위안의 세계였던 것이다.”

송정희 누보 대표가 제주돌문화공원(내) 누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의 제주시절 그림에 대부분 기호처럼 나와있는 수평선은 이렇듯 그에게 위안의 세계였고, 현실을 뛰어넘어 다다르고 싶은 저 너머의 세계였다.  늘 그 경계에 서 있었던 작가는 불안하면서도 불안하지 않았고, 두려우면서도 두렵지 않았고, 작은 존재로 구부려있어도 결코 작지 않았던 것이다.

‘이어 이어 이어도사나/ 이어도가 어디에 사니/ 수평선 넘어 꿈길을 가자/ 이승길과 저승길 사이/ 아침 햇덩이 이마에 떠올리고/ 저녁 햇덩이 품 안어 품어/ 노을 길에 돛단배 한 척/ 이어 이어 이어도 가자/’

제주사람들도 이  '이어도' 노래를 부르며 노를 젓고 힘을 돋워 현실을 넘어서지 않았던가?

그의 그림이 외롭고 쓸쓸하고 무거운 분위기가 짓누르는 것 같지만, 위로가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변시지는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보편적 심상을 표현하고, 그를 극복하려는 고결한 정신성을 추구했던 것이다.

송정희  누보(NOUVEAU)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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