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큰 명정을 얼마 남기지 않은 지난 1월 19일 서울 용산 일대의 철거 상인들은 재계발에 따른 적절한 보상을 요구하며 화염병 등을 던지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이날 새벽 5시부터 용산 4구열 철거민 대책위원회 회원 30여명은 지하철 4호선 신용산 역앞에 있는 5층 높이의 건물 옥상에 올라가 경찰과 대치하였다. 이들은 대부분 건물을 임대해 장사를 하는 상인들로 이들은 “서울시가 아주 적은 보상액을 제시하고 철거를 강행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대책이 나올때까지 투쟁을 계속하겠다”고 밝히고, 신용산 역 앞 5층 건물 옥상에 고공 농성을 위한 망루 설치를 시작했다. 미리 출동해있던 경찰 100여명은 망루 설치를 방해하기 위해 옆 건물 옥상에서 소방 호스를 이용해 물대포를 쐈고, 이에 격분한 상인들은 새총과 돌, 화염병을 동원해 물대포에 맞섰다.
전국철거민연합회(이하 전철연) 회원으로 협상대표를 맡고 있는 인태순씨는 “경찰병력을 먼저 빼면 협상에 나서겠다, 협상 도중 물대포를 먼저 쏘는 법이 어디있냐”며 “우리는 그저 먹고 살기만을 원한다”고 주장했다.
상인들과 경찰의 충돌은 오후 1시30분께 최고조에 이르렀다. 이들은 상대방에게 물대포를 쏘고 화염병을 던지며 격하게 충돌했다. 그러나 건물 아래에서 전철연 회원 100여명이 격렬하게 경찰에게 항의하자, 경찰은 진압 수위를 낮췄고 양 쪽의 충돌은 10분만에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전철연 회원들의 항의를 받아들인 현장의 경찰 지휘자는 “경찰 철수는 불가능하다. 건물 안에 있는 대표가 내려와서 협상을 진행하자”며 “계속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면 또 물대포를 쏘겠다” 라고 밝혔다.
전철연은 호소문을 통해 “더 이상 서민들의 삶을 포기할 수 없어 골리앗 투쟁에 돌입했다”며 점거 농성에 돌입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들은 그동안 “정부와 건설사의 막무가내식 철거행위와 생존권 말살 정책에 대항해 수차례에 걸쳐 책임있는 이주대책을 세워 줄 것을 요청했으나 그때마다 묵살당했다”고 반박했다.
전철연은 “이명박 정부가 시행사를 대신해 엄동설한에 법으로 금지돼 있는 강제철거를 공권력을 동원해 지원하고 생존권의 박탈을 자행하고 있다”며 “이는 이명박 정부가 ‘친기업’ 정책의 차원을 넘어 ‘건설사 돈벌어주기’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음을 명백히 보여주는 것”이라 주장했다. 이들은 “개발로 인해 삶의 공간이 사라지는 현실 앞에 생존권 보장 요구는 지극히 마땅한 행위”라며 자신들의 행위가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한편 “경찰의 강제진압 행위는 불행한 사태를 불러올 것”이라 경고했다.
앞서 전철연 관계자는 “경찰이 ‘밤 10시까지 자진해산하지 않을 경우 강제진압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해 왔다”고 밝힌 반면, 경찰 관계자는 “야간에는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할 수 있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현장 상황에 맞게 물포 등을 이용해 조속한 해산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 말했다.
그는 또 "철거민들이 며칠 있을 각오로 올라간 것으로 보여 불가피하게 진압을 해야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책 없이 쫓아내니 목숨 걸고 시위하지”
이 지역의 한 건물 세입자는 “대책을 세워놓고 쫓아내야지 막무가내로 나가라고 하면서 철거를 들어오니 사람들이 목숨 걸고 시위를 벌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곳 철거민들은 상인의 경우 장사 한번 해보고자 억대 권리금과 수천만 원대 인테리어를 하고 들어갔는데 보상금도 없이 그냥 나가라고 한다. 또 거주민의 경우 아이들이 이 근처 학교를 다니고 있어 근처에 집을 구해야 하는데 보상금이 턱없이 적어 집도 구할 수 없다”며 철거민들이 처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그래서 상인은 임시 상가라도 마련해 달라는 거고, 거주민은 임대주택 분양권을 달라는 것이 요구사항이다”고 말했다.
또 그는 “철거반 용역들이 근처 건물에 상주하면서 주민들이 지나가면 욕하고 협박하고, 끔찍한 시체사진으로 겁을 주고 해, 이렇게 쫓겨나느니 점거농성이라도 하자는 심정으로 목숨 걸고 올라간 것 같다”고 전했다.
용산4구역 재개발사업은 삼성물산과 포스코, 대림산업이 시공사로 참여해 한강로 3가 인근 4만6945㎡ 규모 부지에 지하7층, 지상 40층 6개동을 설립할 예정이며 지난 2007년 10월 관리처분 총회 이후 사업이 본격화 됐다.
한편 경찰 관계자는 “2006년 이후 처음으로 화염병이 시위에 등장했다”며 “화염병을 투척한 시위자 인적사항이 확인될 경우 화염병사용등의 처벌에 관한 법률 등을 적용해 처벌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경찰, 8개 중대 등 1천여 경찰력 배치
용산지역 철거민들이 서울 용산구 한강로변의 철거예정 건물을 점거 농성중인 가운데 경찰이 농성건물 주변에 1천여 명의 경찰력을 배치해 긴장이 고조되었다.
당시 용산경찰서장 등 용산경찰서 관계자들과 형사기동대, 112타격대가 현장에 출동했다. 또 기동대 5개 중대와 전의경 3개 중대 등 8개 중대의 경찰력이 현장에 배치되었는데, 경찰 헬기도 건물 주변을 돌며 상황을 주시하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소방서에서도 사다리차와 구조차 등이 출동해 있었다.
철거민들은 점거한 남일당 건물 4층 동서남북 방향으로 새총을 설치해 철거반과 경찰의 진입을 막고, 건물 내에 신나 70여 통이 비치해 경찰과의 충돌을 대비하며, 건물 옥상에 장기농성에 대비한 망루를 설치하고 경찰과 대치 양상을 보였다. 경찰은 오전부터 망루 설치를 막기 위해 물포를 쏘며 대응했지만 저지하지 못했다.
건물을 점거한 철거민들과 경찰, 철거반의 대치는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철거반원 몇 명이 소화기를 들고 건물 진입을 시도하고 있으나 여의치 않은 상태이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전철연 관계자 30여명은 철거민들이 점거한 남일당 건물 맞은편 인도에 집결해 “생존권을 보장하라” “00건설 박살내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과격시위 전에 ‘경찰특공대 투입’ 이미 결정
경찰은 1월 20일 새벽 용산 철거민 진압에 경찰특공대를 투입한 결정은 차기 경찰청장으로 내정된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의 승인으로 철거민들이 농성을 시작한 지 3시간30분 만에 경찰특공대 출동을 결정한 것이다. 특공대 투입은 ‘도심 테러에 대응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경찰의 설명과 배치된다. 경찰의 무리한 진압작전이 인명피해를 키웠다는 정황도 속속 밝혀지고 있다.
철거민과 경찰의 사망으로 마무리된 철거민과 경찰의 충돌은 민주당 김유정 의원이 1월 21일 공개한 경찰의 상황보고 문건에서 ‘19일 오전 5시30분 철거민 농성 시작 3시간반 만인 오전 9시에 경찰특공대 2개 제대 출동지시를 내렸다’는 내용을 찾아냈다.
민주당 김유정 의원이 경찰로부터 제출받은 ‘용산 4구역 관련 상황 보고’ 문건에 따르면 경찰은 1월 19일 오전 9시, 낮 12시55분, 오후 2시 등 3차례에 걸쳐 용산 재개발 4구역에 경찰특공대 2개 제대(1개 제대는 3개팀 총 20여명)를 출동준비시켰다. 오후 2시에는 현장 배치를 끝마쳤다. 철거민들이 용산 한강로 남일당 건물에서 농성을 시작한 것은 이날 오전 5시30분. 농성을 시작한 지 3시간30분 만에 대테러 진압부대인 특수부대 출동이 결정된 것이다. 경찰은 지난 20일 참사 발생 후 “19일 오후 7시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이 주재한 회의를 통해 경찰특공대 투입을 결정했다”고 밝혔지만,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철거민들의 화염병·쇠구슬 등 ‘과격 시위’보다 경찰의 ‘특공대 투입지시’가 먼저 이뤄졌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설명과 달리 일찌감치 경찰특공대 투입을 전제로 한 초강경 진압작전이 수립됐다는 것이다.
경찰은 또 진압작전에 따른 위험성을 충분히 예측했던 사실도 밝혀졌다. 김 의원이 확보한 경찰 진입계획서 작전계획에는 ‘철거민들이 20ℓ짜리 시너 60개 등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과 함께 ‘유류성 화재를 대비한 소화기 준비’ ‘투신 분신 우려’ 등이 명시돼 있다. 또 특공대 진입을 위해 소방서에 ‘굴절차(사다리차)’를 요청한 사항도 나와 있다. 소방서 측은 ‘화염병 등으로 위험할 뿐 아니라 인명구조용 굴절차를 특공대 투입용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이유로 거절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경찰은 스스로 예측한 위험에 대한 안전 대비가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작전을 강행했다. 물 위에서 더욱 번지는 특성을 갖고 있는 시너에 불이 붙었지만 물대포를 계속 쐈다. 또 컨테이너로 경찰특공대 진입을 시도해 더 큰 화를 자초했다.
밀폐된 망루 안에 있던 철거민들은 화재 발생 후에도 대피가 어려웠다고 주장했다. 중화상으로 병원에 입원 중인 이모씨는 “아래에서는 계속 경찰들이 올라왔고, 창문으로는 물대포가 쏟아져 들어와 빠져나갈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또 천모씨는 “화염병이 물대포에 맞아 튕겨져 나갈 만큼 물살이 강했다”고 전했다.
4층에서 옥상으로 올라가는 문이 폐쇄돼 있어 망루에서 나온 철거민들은 대부분 아래로 뛰어내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당시 현장에 있었던 철거민들의 증언이다. 그러나 경찰은 추락에 대비한 안전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 필수장비인 에어 매트리스도 충분하지 않았다. 목격자 조모씨는 “두께 20~30㎝ 정도되는 직사각형 매트리스가 있었지만 듬성듬성 설치돼 있어 몹시 위험해 보였다”고 말했다.
가장 큰 관심은 화재발생 원인이다. 용산경찰서 백동산 서장은 “옥상 망루에 있던 시위대들의 화염병 투척 및 시너 사용으로 화재가 발생했다”며 “철거민들이 시너를 통째로 뿌리고 화염병을 던졌다”고 밝혔다. 이는 철거민들의 의견과 상반된다. 철거민들은 “경찰특공대 진입과 동시에 화재가 발생했다”며 “화염병으로 인한 화재는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검찰 정병두 수사본부장(서울중앙지검 1차장)도 “진술만으로 화재원인이 어떻다고 할 수는 없다”며 “화인은 발화점이 어디냐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경찰특공대의 컨테이너를 이용한 진입으로 인해 철거민들의 피해가 더 커졌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전국철거민연합회가 촬영한 동영상에는 기중기로 들여 올려진 컨테이너가 망루 위에 내려앉는 모습이 확인된다. ‘용산철거민살인진압 국민대책위’는 “이 때문에 컨테이너 무게로 망루가 기울어 아래편에 설치된 출입문이 막혔을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물대포를 쏘니 불이 났어도 출구가 막혀 사람들이 탈출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화재 대비도 없이 대테러부대 투입
용산 철거민 진압에 경찰특공대를 투입한 결정은 차기 경찰청장으로 내정된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이 승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경찰청 김수정 차장은 용산경찰서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1월 19일 낮 용산경찰서장이 특공대 투입을 건의했으며, 이날 저녁 김 청장과 차장, 경비·정보부장들이 참석한 대책회의에서 청장이 최종 승인했다”고 밝혔다.
경찰특공대는 서울경찰청 직할부대로 대테러 작전을 주임무로 하는 특수부대다. 특공대를 동원한 경찰의 초강경 진압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법 질서’를 강조해온 경찰 수뇌부의 강경방침이 낳은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경찰 주변에서는 김석기 서울청장이 신속한 진압작전을 통해 ‘법과 원칙’ ‘공권력 강화’ 방침을 과시하려는 마음에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시너와 화염병으로 가득차 사실상 ‘화약고’나 다름없는 농성 현장에 별다른 안전 대비책 없이 기습 진압을 강행한 것도 실책으로 꼽힌다. 당시 철거민들은 전날부터 경찰을 막기 위해 격렬히 저항하며 흥분한 상태여서 진압을 강행할 경우 인명피해가 예견되는 상황이었다.
철거민들이 점거 농성을 벌인 지 하루 만에 경찰력을 전격 투입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경찰 관계자들조차 “생존권 요구가 주요 이슈인 민생 시위를 하루 만에 강제해산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 청장은 경찰청장 내정 발표가 난 후 열린 19일 기자간담회에서 시위대에 대해 “경찰이 필요 이상으로 강경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법과 원칙대로 했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앞으로도 법과 원칙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지만, 아무리 진압작전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하더라도 사회적 약자인 철거민들을 대상으로 테러 진압 특수부대를 투입해 대형 인명피해를 유발했다는 책임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사회단체 검·경 정면 반박 “경찰이 숨기고 왜곡 발표”
‘용산 참사’를 두고 경찰은 사고 책임이 “철거민에게 있다”는 주장으로 일관하고 있다. 검찰도 22일 “농성자가 갖고 있던 화염병으로 인해 망루에 불이 붙으면서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연행된 농성자 4명에 대해 구속 영장을 청구하는 동시에 “경찰에 법적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수사 초반 밝힌바 있다. 그러나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보건의료단체연합, 인권단체연석회의 등으로 구성된 ‘용산 철거민 사망 사건 진상 조사단’은 “자체 조사 결과 경찰의 발표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경찰에게 명백한 법적 책임이 있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1월 22일 서울 용산 참사 현장 앞에서 기자 회견을 갖고 1차 조사 결과와 요구 사항을 발표했다.
경찰은 지난 1월 20일, 21일 브리핑 등을 통해 발표한 자료에서 “농성을 벌이던 철거민에 대한 충분한 설득 과정과 안전 조치를 취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사단 측은 “철거민과 전국철거민연합 회원이 시위를 시작한 것은 지난 19일 새벽이고, 경찰 투입이 결정된 시기는 이날 오전 9시, 경찰 투입은 다음날 오전 6시경이었다”고 지적했다.
조사단 측은 “이처럼 전광석화 같이 경찰을 조기에 투입하기 전에 한 차례라도 퇴거를 위한 제대로 된 설득과 협상이 있었나”라고 물은 뒤 “경찰관의 직권은 그 직무수행에 필요한 최소한도 내에서 행사되어야 하며 이를 남용해서는 안 된다는 경찰관직무집행법에 정면으로 반한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강제 진압 경위를 놓고 “농성자들이 골프공을 쏘거나 화염병을 근처 건물에 던져 화재가 발생하고, 염산 병을 도로에 투척하고 지나가는 행인과 차량에 벽돌 등을 투척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놓고도 조사단은 “농성이 시작된 이후 철거업체 용역들이 건물 3층에서 폐타이어를 태우며 유독가스를 발생시키면서 철거민을 자극하고 위험한 행동을 하는데도 경찰이 이를 방조한 사실이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경찰 내부 문건을 보면, 경찰은 “농성 건물 내에 시너, 화염병 등 위험물질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극단적 돌출 행동 역시 우려된다”고 적었다. 이 문서에는 유류화재에 소화 가능한 소화기와 소화전을 준비하고 에어매트, 그물망, 안전매트리스, 소방차 6대, 소방 고가사다리차 2대 등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조사단 측은 “그특공대가 투입될 당시 현장에는 소방차 2대와 구급차 1대가 전부였고, 에어매트나 그물망은 설치하지 않았고 매트리스만 드문드문 설치했을 뿐”이라며 “유류 화재에 대비한 소화기도 준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사단은 “진압 과정에서도 철거민의 안전 확보를 위한 노력은 없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콘테이너 박스로 망루를 밀지 않았으며 농성자들이 시너를 뿌리고 화염병을 던지는 과정에서 불이 붙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사단은 “특공대를 실은 콘테이너가 망루 꼭대기 위에서 아래 방향으로 2~3회 충격을 가했으며 콘테이너로 망루를 수평 방향으로 밀어 망루가 흔들렸다”고 지적했다. 또 “콘테이너에 탄 특공대원 한 명이 호스를 들고 망루 안을 향해 살수했으며 다른 한 명이 노루 발 못 뽑기(일명 ‘빠루’·굵고 큰 못을 뽑을 때 쓰는 연장)로 망루 외벽을 반복해 타격했다”고 지적했다.
조사단은 “농성자의 공통된 증언에 따르면 특공대가 망루 2단을 지탱하던 중앙의 기둥을 뽑았고, 이로 인해 2단 가운데가 함몰되면서 무너질 것 같았다”며 “결국 2단에 보관하던 인화물질 등이 가운데로 모여들어 매우 위험해졌다”고 밝혔다. 또 “검찰이 밝혔듯 시너를 뿌리고 화염병을 던졌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는 모든 사람이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조사단은 “수사기관 역시 화염병에 의해 발화가 됐다는 점에 관한 객관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가장 쟁점이 되고 있는 발화 원인을 놓고 객관적 증거는 상당히 중요한데도 수사기관이 경찰특공대의 증언 등에만 의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경찰은 화재 발생 후 망루에서 옥상으로 뛰어내린 사람들에 대해 안전 조치를 취한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며 “이로 인해 부상자와 사망자가 더욱 늘어났다”며 지적하기도 했다.
조사단은 강제 진압 과정에서 보여준 경찰의 행태는 경찰관직무집행법에 정면으로 반하는 경찰권 남용이며 ‘경찰관의 의무에 위반하거나 직권을 남용해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친 자’를 처벌하는 경찰관직무집행법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또 6명의 인명이 희생된 것도 형법에 의한 업무상과실치사죄가 성립될 개연성도 크다고 말하고 “경찰은 진압 과정에서 경찰 비례 원칙을 위반하고, 사고 발생에 대한 고도의 위험이 예견되고 또 이를 인지했으며, 안전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어긴 과실이 있다”며 “국가 배상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조사단은 논란이 되고 있는 부검 절차도 재차 지적했다. 조사단은 “현행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부검을 할 때는 예를 잊지 않도록 주의하고 미리 유족에게 통지를 해야 하는데 검찰은 이를 전혀 이행하지 않고 부검을 강행했다”며 “이는 형사소송 최고의 이념이자 헌법12조에 규정된 적법절차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행위”라고 주장하고, “유족에게 알리지 않고 사건 발생 24시간 내에 검찰과 경찰 단독으로 부검을 시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고 비상식적”이라며 “특히 신분증이나 실종자 명단, 여러 정황으로 신원 확인을 할 수 있었는데도 유족에게 부검 동의 및 부검 참관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를 토대로 조사단은 1월 28일 서초동 중앙지검 앞에서 ‘용산 철거민 사망사건 진상조사 1차 보고 및 경찰과 용역 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장주영 민변변호사를 비롯한 시민단체로 구성된 용산 철거민사망사건 진상조사단이 서울중앙지검 민원실에서 용산참사와 관련해 경찰과 용역을 고발하는 고발장을 접수했다.
檢, 경찰 지휘부ㆍ전철연 간부로 수사확대
용산참사 사고의 파장이 증폭되면서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정병두 차장검사)의 수사방향이 전국철거민연합 집행부의 사전 주도 여부, 경찰의 과잉 진압 여부, 시위 참가 철거민들에 대한 화재 당시의 상황 재구성 등 세 갈래로 진행되면서 향후 추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김석기 청장의 소환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으며, 전국철거민연합이 당초 예상보다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드러나 전철연 집행부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백동산 용산경찰서장이 한차례 소환 조사를 받은 가운데 검찰에 경찰 고위 수뇌부들이 차례로 소환되는 초유의 상황도 예상되고 있다. 앞서 검찰은 1월 22일 시위 현장에서 체포한 농성자 가운데 6명에 대해 특수공무집행방해와 특수공무집행방해 치사상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해 이 가운데 5명을 구속하는 한편, 백동산 용산서장을 소환해 특공대의 투입 배경 등을 구체적으로 물은 데 이어 당시 현장에서 진압작전을 지휘하던 경찰 고위 간부들도 잇따라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김수정 서울경찰청 차장과 신두호 서울청 기동본부장, 무전으로 경력을 통제한 이송범 서울청 경비부장 등 서울경찰청 고위 간부가 소환 대상이다.
검찰은 이들을 통해 진압 당시의 상황은 물론, 특공대 투입 당시 김석기 서울청장의 승인 과정도 캐물을 계획이지만 아직까지는 경찰 수뇌부의 특공대 투입 결정 등에 대해선 지휘 체계에 따른 결정으로 보고 크게 문제 삼지 않는 모습이다. 수사의 초점이 현장 작전 과정에서의 과잉진압 쪽으로 맞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위 진압 과정에서 경찰이 지켜야할 내규나 작전수칙 등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따지는 게 핵심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여러 차례 김석기 청장에 대해 소환계획이 없다고 강조하는 것도 이같은 배경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찰의 집회 시위 현장 법집행 메뉴얼’에 시위자가 화염병 소지시 이를 모두 소진할 때까지 기다린다고 명시돼 있다는 점이 드러나 검찰 수사에 결정적 변수가 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를 근거로한 형사 처벌 가능성에 대해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김 청장이 이를 인지하고서도 진압 작전을 용인했다면, 결국에는 김 청장에 대한 조사도 불가피할 것이란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전철연 측이 농성 이전부터 사전에 시위를 주도한 것으로 드러나 전철연 측에 대한 수사 확대가 불가피해졌다. 경찰의 과잉진압에 대한 수사의 균형 차원에서도 강도 높은 조사가 예고되고 있다. 검찰은 전철연이 미리 세입자 6명으로부터 투쟁기금 명목으로 1000만원씩 모두 6000만원의 시위자금을 마련한 뒤, 각종 생활용품과 시위용품을 구입하는 등 사전에 계획적으로 점거시위를 준비해온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 조사 결과, 전철연은 20일 간 버틸 수 있는 쌀, 생수 등 생필품을 구입한 데 이어, 화염병을 만드는 데 필요한 시너, 석유, 빈병과 함께 가스통, 새총으로 발사할 골프공 1만개도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다만 전철연 간부의 수사 대상으로 농성 현장에 없었지만 사실상 농성을 기획하고 주도한 전철연 의장 남모씨 1명으로 한정하고 남씨의 신병 확보에 나섰다. 검찰은 남씨의 신병이 확보되는 대로 이번 참사를 부른 옥상점거를 누가 어떻게 꾸미고 실행했는지를 밝힐 계획이다.
이와 함께 구속된 피의자 5명의 수사도 보조를 맞춰 진행될 전망이다. 구속된 5명 가운데 3명이 전철연 회원들이다. 검찰은 또 화재원인에 대해 화염병으로 인한 발화로 잠정 결론을 내린 만큼, 구속된 피의자들을 통해 구체적으로 누가 화염병을 들고 있었는지, 화염병이 발화될 당시의 정황과 경찰의 대응 수위 및 과잉진압에 대한 수사에도 주력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