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지지도는 출범 당시 50%가 넘었지만, 작년 4월과 5월 촛불시위를 기점으로 바닥이 어딘지를 모르게 추락하고 있다. 이후 미국발 금융위기라는 악재가 겹치면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2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작년 12월 미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면서 지지율은 30%대로 잠깐 올랐지만 국회의 폭력난동 사건 등으로 다시 20%대로 떨어졌다. 한번 떨어진 지지율은 20%대에서 고착화되는 현상마저 보이고 있다. 역대 대통령 중 취임 1년 만에 지지도가 이처럼 급락한 예는 노무현 전 대통령 외에는 없었다. 이명박 정부 탄생에 관여했던 이들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큰 표차로 당선된 이 대통령의 지지도가 이렇게 심하게 떨어지고 있는데는 여러 가지 외부적인 요인도 있겠지만 대통령이 권력을 아마추어처럼 운영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눈빛만 보고도 알아서 일을 처리할 줄 아는 참모 필요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선거캠프에 참여했던 한 여권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가 지향하는 확실한 철학이 없으니 정권에 참여한 사람들이 그저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연연해 제대로 일을 할 줄 모른다고 꼬집었다. 출범 1년 동안 가장 큰 과제로 지적된 것도 바로 ‘인사’에 관한 문제였다. 대통령직 인수위는 영어몰입 교육과 같은 사실상 국민정서와 맞지 않는 각종 정책을 남발했다. 이 대통령의 청와대 1기 비서진은 대변인을 포함 8명의 비서진 중 4명이 국정경험이 없는 교수 출신들로 메워진 것과 사실상 맥을 같이 한다. 출범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촛불시위라는 큰 벽을 만났다. 온갖 진통을 겪은 후 결국 미국과의 추가협상으로 진화됐지만 청와대는 몇 달 동안의 시간을 이 사건과 씨름했고 국정운영에도 사실상 큰 차질을 빚었다.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2008년 6월 21일 류우익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해 6명의 비서진이 교체됐다. 2기 청와대 비서진이 출범한지 7개월이 넘었지만 ‘비핵 개방 3000’으로 드라이브한 대북정책은 남북관계 경색으로 오리무중이고, 747 경제공약(경제성장률 7%,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위 경제대국)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천하겠다는 것인지 아무런 계획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당선 당시 ‘경제대통령’에 대한 기대는 하늘을 찔렀다. 그 기대가 미치지 못하자 대통령에게 어떤 방법으로든 비수가 되어 돌아오는 것이다. 측근에서는 MB정부의 가장 큰 문제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 후보시절 공보기획 팀장을, 당선인 시절 부대변인을 지내는 등 오랫동안 측근에서 보좌했던 조해진 의원은 “청와대에 일을 믿고 맡길 사람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 “솔직히 청와대 내에는 MB를 잘 아는 사람이 없다. 대통령 후보 시절 MB를 대통령으로 만든 사람들은 대부분 국회로 진출하고 청와대에는 없다. 지금 청와대에 있는 참모들은 MB와 호흡을 맞춘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들이란게 가장 큰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대통령이 일일이 지시하지 않아도 눈빛만 보고도 척척 알아서 일을 처리할 줄 아는 참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 곳곳에 포진된 측근들로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
이명박 대통령이 1월 19일 일부 부처 장관을 교체하는 부분 개각을 했다. 18일 4대 권력기관장들에 대한 인사를 발표한 지 하루 만이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장고형’ 인사 스타일과는 다른 모습이다. 지난해 연말부터 경제 살리기 등 국정 전반에 걸쳐 ‘속도전’을 밀어붙여 온 이 대통령이다. 이 때문에 속도감 있는 인사엔 경제위기 속에 집권 2년차를 맞은 이 대통령의 국정쇄신 의지가 담겨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이날 장관급 4명 외에 차관급 15명을 함께 발표했다. 장관 몇 사람에 대한 인사가 아니라 공직사회 전반을 리모델링하는 성격이었다. ‘개각은 아마도 설 연휴 이후’라던 청와대의 분위기는 과거 보기 힘들었던 인사 스피드에 술렁댔다.
경제 살리기의 시급성과 인사가 길어지는 데 따른 공직사회의 동요, 업무 차질을 고려해 시기를 앞당기게 됐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전임 국세청장의 사의 표명 등으로 4대 기관장 인사가 예정보다 빨라졌고, 그러다 보니 나머지 인사에서 좀 더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생겼다”고 말했다.
강만수 경제팀의 취약점은 “경제팀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번 개각에서 이 대통령은 경제정책을 총괄·지휘하는 강 장관과 금융정책의 수장인 전광우 금융위원장을 전격 교체했다. 관료 출신 인사들을 주요 경제 포스트에 앉혔다. 국무총리실장엔 재경부 출신의 경제통(권태신 내정자)을 승진 발탁했다. 반면 비경제 분야엔 측근을 발탁했다. 서울시에서부터 호흡을 맞춰온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을 국가정보원장에, ‘비핵·개방 3000’ 구상을 비롯한 이 대통령의 주요 대북 정책을 직접 설계한 현인택 고려대 교수를 통일부 장관에 기용한 게 대표적이다.
한때 대통령실장감으로 거론됐던 윤진식 전 산자부 장관이 경제수석의 타이틀로 청와대에 진입해 전반적인 ‘정책 코디네이터’로 역할을 맡게 됐다.
‘친박근혜계’ 의원들을 발탁하려면 정치적인 잡음이 불가피하고, 이럴 경우 ‘경제 살리기를 위한 개각’이란 취지가 훼손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치색이 배제된 1·19 개각을 두고 벌써부터 여권 내부에서 “원 포인트 개각이었던 이번 개각과 달리 국무총리를 포함한 대대적인 개편이 곧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권력기관장에 대한 대폭 수술로 집권의 기반을 다지고 새 경제팀으로 위기 극복의 추동력을 다지며 정부 곳곳에 포진된 측근들로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해 나가겠다는 게 이 대통령의 구상이다. 1·19 개각으로 이 대통령은 이 같은 구상을 실현시키기 위한 1차적 기반 조성을 마친 셈이다.
‘1·19개각’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
‘1·19개각’에 대해 ‘특정지역 편중, 코드 맞추기가 우선된 인사이므로 잘못됐다’는 응답이 50.5%인 것으로 나타났다. ‘개혁추진 기반과 국정운영 안정성을 도모한 인사이므로 잘한 일’이라는 응답자는 34.5%에 그쳤다.
이번 개각에 대한 평가는 연령, 지역별로 엇갈렸다. 연령별로 젊은 층은 개각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했지만, 노년층으로 갈수록 부정평가가 줄었다. 30대(59.4%), 19~29세(57.5%), 40대(51.1%)에서 “이번 개각은 잘못된 인사”라는 부정적 평가가 절반을 넘은 반면, 50대(42.8%), 60세 이상(36.9%) 등 장·노년층에서는 부정적 평가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지역별로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이번 개각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많았다. 특히 광주·전라 지역에서 63.3%가 “이번 개각은 잘못된 인사”라고 답해 부정적 평가가 가장 많았고 인천·경기(54.3%), 서울(52.4%), 대전·충청(51.8%) 등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텃밭’인 대구·경북(TK) 지역에서는 “이번 개각은 잘한 일”이라는 응답이 47.9%(반대 34.6%)로, 이 지역 응답자들이 개각에 가장 후한 점수를 줬다. 강원·제주(38.8%) 지역에서도 찬성여론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개각평가는 학력과도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재학 이상의 58.0%가 ‘이번 개각은 특정지역 편중, 코드맞추기 등 잘못된 인사’라고 답해 가장 높은 부정응답률을 보였다. 그러나 고졸과 중졸 이하에선 부정적 의견이 각각 43.4%와 39.2%에 그쳤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 높아져
한나라당 내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의 ‘1·19 개각’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치권에서 꾸준히 요구해왔던 ‘탕평 인사’ 요구가 철저히 묵살된 데다 특정지역에 쏠린 ‘편중 인사’마저 두드러졌다.
이 대통령의 이번 개각은 무엇보다도 친정체제를 강화한 ‘코드인사’다. 특히 지난해 촛불정국 당시 물러났던 이주호 교육과학기술 1차관과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이 불과 7개월여 만에 전격 복귀한 것이 대표적 케이스다. 철저한 비밀주의는 당 지도부는 물론 ‘친이계’의 반발을 자초했다. 개각 시기와 관련된 각종 ‘설’들이 4개월 넘게 계속됐는데도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면서 국정혼란을 초래했다는 것이 중평이다. 홍준표 원내대표의 “인사청문회 준비도 청와대가 할 모양”이라는 불만 섞인 발언이 나온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개각 하루 만에 당 일각에서 ‘6∼7월 전면 개각설’이 흘러나오는 것도 이 같은 당내 반발기류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 친이계 의원은 20일 “이 대통령이 이번 개각에서 여당을 포용하지 못한 것은 향후 정권 기반의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2기 경제팀이 가야 할 길은 경제와 신뢰회복
이러한 정치권의 반응과 국민들의 평가에 2기 경제팀은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올해 상반기 중 우리 경제가 최악의 상황에 빠져들 것이라는 전망이 있어 더 그렇다. 역시 1차적 과제는 시장의 신뢰회복이다. 1기 경제팀의 경우 정권 출범 초기 의욕이 앞서는 바람에 빚은 고 환율 정책의 후유증과 파장은 간단치 않았다. 경제상황을 진단하면서 낙관과 비관 사이를 오락가락했던 '서로 다른' 발언도 신뢰의 위기를 초래했다. 정책을 일관성 있게 밀고 나갈 수 있는 컨트롤 타워를 복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새 경제팀이 모두 재무부에서 손발을 맞춰왔기 때문에 경제·금융정책에 대한 시각차를 드러내기보다는 일사불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2기 경제팀이 가야 할 길은 분명하다.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경제부터 살려야 한다. 경기를 조금이라도 더 살리고 일자리도 하나라도 더 창출하는 것은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화급한 과제다. 정부가 수많은 일자리를 만든다고 했지만 국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허겁지겁 만들거나 재탕, 삼탕으로 우려낸 짜깁기 정책으로 신뢰를 얻기 어렵다. 신뢰감은 하루 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다. 초기에 엇박자라도 보일 경우 또다시 회복하기 어렵다. 오락가락하는 기업 구조조정을 어떻게 마무리하느냐가 1차적 시험대다. 건설·조선사 구조조정과 중소기업 지원책 등이 시장에서 효과적으로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경우 신뢰를 얻기는 어려울 것이다.
■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 현인택 통일부 장관 ■ 진동수 금융위원장 ■ 윤진식 경제수석비서관 ■ 허경욱 기획재정부 1차관 ■ 이주호 교과부 1차관 ■ 김중현 교과부 2차관 ■ 이귀남 법무부 차관 ■ 정창섭 행정안전부 1차관 ■ 강병규 행정안전부 2차관 ■ 안철식 지식경제부 2차관 ■ 진영곤 여성부 차관 ■ 최장현 국토해양부 2차관 ■ 변무근 방위사업청장 ■ 전병성 기상청장 ■ 박영준 총리실 국무차장 ■ 조원동 총리실 사무차장 ■ 최민호 소청심사위원장
[1·19 개각] 신임 장·차관급 인사 프로필
△마산(63) △서울대 법대·미국 위스콘신 대학원 △재무부 국제금융과장, 금융국장 △재정경제원 금융정책실장 △금융감독위원장 △김&장법률사무소 고문
△제주(55)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미국 UCLA 국제정치학 박사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국가안전보장회의 정책자문위원
■ 권태신 국무총리실장
△경북 영천(60) △서울대 경제학과 △재경부 국제금융심의관 △대통령 산업통신비서관 △재경부 국제금융국장·국제업무정책관 △대통령 경제정책비서관 △재경부 2차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표부 대사 △국무총리실 사무차장
△전북 고창(59) △경복고 △서울대 법대 △재정경제원 산업자금담당관 △대통령 금융비서관 △금융감독위원회 상임위원 △세계은행 대리이사 △재정경제부 국제업무정책관 △제23대 조달청장 △ 재정경제부 2차관 △한국수출입은행 행장
46년생, 충북, 고려대 경영,
재정경제부 차관, 산업자원부 장관,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
55년생, 서울, 서울대 경영
재정경제부 국제업무정책관, 대통령실 국책과제비서관
61년생, 대구, 서울대 국제경제
국회의원(17대), 대통령실 교육과학문화수석비서관
55년생, 서울, 연세대 화공
연세대 연구처장 겸 산학협력단장·화공생명공학과 교수
51년생, 전남, 고려대 행정
대검 공안·중앙수사부장, 대구 고검장
54년생, 서울, 서울대 법학
경기도 기획관리실장·행정1부지사, 행정안전부 차관보
54년생, 경북, 고려대 법학과
대구시 행정부시장, 행정자치부 지방행정본부장·소청심사위원장
53년생, 충북, 성균관대 경제
산업자원부 에너지산업본부장, 지식경제부 에너지자원실장
57년생, 전북, 서울대 경영
기획처 양극화대책본부장, 보건복지가족부 사회복지정책실장
56년생, 광주, 고려대 경영
해수부 해양정책본부장·차관보, 한국컨테이너부두공단 이사장
46년생, 경북, 해사 24기
제3함대 사령관, 해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장, 해군 교육사령관
55년생, 충남, 건국대 법학
환경부 자원순환국장·환경전략실장, 대통령실 환경비서관
60년생, 경북, 고려대 법학
대통령 당선인비서실 총괄조정팀장, 대통령실 기획조정비서관
56년생, 충남, 서울대 경제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차관보, 국무총리실 국정운영실장
56년생, 전북, 한국외대 법학과
행정자치부 공보관, 충청남도 행정부지사, 행정안전부 인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