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이코노미’, 미래를 위한 최선의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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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이코노미’, 미래를 위한 최선의 기회
  • 이연제 기자
  • 승인 2009.02.09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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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적 성장동력으로 녹색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 치열

미국 등 선진국 정부가 금융위기의 돌파구로 녹색 성장을 내세우면서 그린 이코노미는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는 올해부터 10년간 1500억 달러를 신·재생에너지 등 청정 에너지원 개발에 투자해 5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뉴아폴로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를 통해 경제위기를 극복하겠다는 방침이다. 일본은 ‘후쿠다 비전’을 통해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05년 대비 20∼40% 줄이고 태양광 및 연료전지 등을 중점 육성 핵심기술로 선정했다.
우리 정부도 친환경을 상징하는 녹색과 단기적 일자리 창출정책인 뉴딜을 조합한 개념의 ‘녹색 뉴딜’ 계획을 내놓았다. 친환경 녹색산업에 재원을 집중해 중장기적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고, 화급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2012년까지 총 50조 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으로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세계와 발맞추어 그린 이코노미 시대를 맞을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독일, 재생가능에너지 산업의 비약적인 발전
‘아끼고, 바꾼다’. 지난해 독일 환경부는 2050년까지 에너지 소비를 1990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줄어든 에너지 수요의 절반을 재생에너지로 공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무모한 계획처럼 보이지만 독일은 이미 2007년 1년 만에 재생가능에너지로 원자력발전소 1기를 대체할 수 있을 만큼의 전기에너지를 생산해냈다. 이로써 독일 전기에너지의 14.3%를 재생가능에너지가 담당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체 전기에너지에서 재생가능에너지 비율이 1.02%(2006년 기준)에 불과하다.
독일 재생가능에너지 산업의 비약적인 발전 배경은 뭘까? 전문가들은 재생가능에너지법(EEG)이 모든 문제의 ‘열쇠’라고 입을 모았다. 2004년 개정된 EEG의 핵심은 발전차액지원제도다. 전력회사는 2024년까지 태양에너지, 풍력, 바이오매스, 소수력 등 화석연료가 아닌 재생가능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를 사들일 때 1kWh당 최대 56센트의 값을 쳐준다. 이는 일반 화석연료로 발전된 전기에너지에 비해 2.5배가량 높은 가격이다. 이렇게 재생가능에너지를 생산할 때 드는 비용을 발전차액제도로 보전함으로써 독일 가정과 기업에 재생가능에너지 투자 붐을 일으켰다. 재생가능에너지 투자 대출에 대한 낮은 은행 문턱도 한몫을 했다.
시민들은 이제 에너지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거듭났다. 라인란트팔츠주 모바크에서는 1996년 반환받은 미군 탄약창고 부지에 태양빛, 바람, 바이오가스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에너지단지를 만들었다. ‘유비’(JUWI)라는 지역 재생에너지 기업을 통해, 마을 주민 350명이 공동으로 풍력발전에 투자했다. 전기를 생산해 판매한 돈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08년 모바크는 에너지 자립도 100%의 ‘에너지 마을’이 됐다. 독일의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다른 한 축은 ‘재생열법’이 담당한다. 독일 에너지 소비의 40%는 건물 부문, 특히 난방에 사용된다. 결국 독일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주공략 대상은 다름 아닌 난방이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독일 정부는 2009년 1월 1일부터 새롭게 재생열법을 시행했다. 독일에서 새로 건물을 짓는 건축주는 두 가지 선택을 해야 한다. 단열 등을 철저히 해 열효율을 10배가량 높인 패시브하우스처럼 완벽한 단열로 단위 면적당 사용하는 에너지 자체를 줄이거나, 난방과 온수에 사용되는 에너지의 15%를 재생가능에너지로 충당하는 것.
또 올해부터는 부동산 거래를 할 때 건물의 에너지 소비량을 표시한 인증서를 지참해야 한다. 건물의 열효율이 ‘자산가치’를 결정하는 하나의 요인으로 등장한 것. 에너지소비량은 난방기구, 온수 이용 방법, 창문 형태, 지붕 구조 등을 종합해 면적당 에너지소비랑(kWh/㎡)으로 표시한다. 주택에 전자제품처럼 에너지 효율 등급을 매기고, 주택 가격에 에너지 효율 정도를 반영하는 것이다.

 

독일의 현재를 만든 것은 다름 아닌 정치인
이제 독일의 고민은 유럽 전체의 재생가능에너지 네트워크 형성으로 확장되고 있다. 스페인처럼 재생가능에너지를 많이 생산할 수 있는 곳의 남아도는 재생가능에너지를 어떻게 나눠쓸 수 있을지, 독일 북부 지역의 해상 풍력으로 생산한 전기는 또 어떻게 나눠쓸 수 있는지가 고민인 것이다. 해답은 간단하다. 유럽 공동의 송전망을 설치하면 된다. 이 때문에 독일 녹색당은 하인리히뵐재단의 후원 아래 유럽재생가능에너지공동체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재생가능에너지 문제에서 유럽은 생산량 확대를 넘어 효율적 공급을 고민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 또 하나의 ‘에너지 공동체’가 만들어질 예정이다.
독일재생가능에너지연합 대표 비오른 클루스만은 “독일에서 재생가능에너지는 ‘미래’가 아니라 ‘현재’이며, 이런 독일의 현재를 만든 것은 다름 아닌 정치인”이라고 말했다. 헤르만 셰어와 한스 요제프 펠과 같은 국회의원들은 재생에너지법을 만들었고, 정치권에서는 어떤 재생가능에너지를 지원할 것인지 논쟁이 벌어진다. 기민당과 기사당은 남부 지방 농민들이 지지 기반인 만큼 바이오에너지와 소수력을 지원하자는 정책을 내놓고 있고, 노동운동에 기반을 둔 녹색당과 사민당은 일자리 창출 효과가 높은 풍력과 태양광을 지지한다. 보수당인 자민당 역시 재생가능에너지 투자를 늘리도록 해야 한다는 데 이견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할지 말지’가 아니라 ‘어떻게 할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실제로 재생가능에너지 산업은 독일의 차세대 산업이기도 하다. 독일은 지난 10여 년 동안 재생가능에너지 산업 육성을 통해 25만 명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2020년까지는 50만 개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독일 자동차 산업 고용 인구와 맞먹는 수다.

 

네덜란드 필립스 ‘꿈의 조명’ LED “빛의 속도로 시장선점”
‘빛의 도시’라는 별명이 따라붙는 네덜란드의 에인트호번에는 글로벌 기업인 필립스의 조명사업본부가 있다. 이곳에는 첨단 조명기술을 사무실과 호텔 등 생활공간별로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조명 애플리케이션 센터가 들어섰다. 연간 방문객이 1만 명에 이를 정도로 세계 조명업계의 관심이 집중된 곳이기도 하다.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에 있는 ‘하이네켄 더 시티’. 유럽 최대의 맥주회사인 하이네켄의 맥주를 마시면서 음악을 듣고 기념품을 살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지난해 7월 하이네켄과 필립스는 이 공간의 조명을 모두 LED로 교체했다. LED 조명의 첨단 이미지가 고객에게 독특한 경험을 제공하고 싶은 하이네켄의 마케팅 전략과 맞아떨어졌기 때문. 하이네켄 더 시티는 모든 조명을 LED로 바꾼 유럽 최초의 매장으로 변신해 세계 각국의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차세대 광원(光源)’, ‘꿈의 빛’, ‘21세기 조명’ 등으로 불리는 LED 조명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다. 기존 조명보다 효율이 최대 18배 정도 높으면서 수명도 최대 30배 이상 길어 ‘그린 이코노미(Green Economy·녹색경제)’로 진입하려는 주요 선진국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독일의 오스람,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과 함께 세계 조명시장의 3대 메이저 기업인 네덜란드의 필립스는 LED 시장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필립스는 지난해 4월 암스테르담 시의회와 함께 기존의 형광등을 이용한 도로 보안등을 LED 보안등으로 교체하는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네덜란드 내의 모든 도로 보안등을 LED로 교체할 경우 에너지를 현행보다 최소 30% 이상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필립스는 추산하고 있다. 필립스가 개발한 LED 보안등은 암스테르담을 시작으로 앞으로 유럽 25개의 도시에 설치될 예정이다.

 

오스트리아 무레크, 온 마을이 ‘친환경 주식회사’
오스트리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 그라츠에서 동남쪽으로 1시간을 달리면 슬로베니에 인접한 작은 도시 무레크가 있다. 인구 1700명인 이곳은 얼핏 봐서는 중부 유럽의 평범한 농촌 마을과 다른 점이 별로 없다. 하지만 ‘그린 에너지’와 관련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이  곳은 폐식용유와 유채를 이용해 만든 바이오디젤만 판매하는 전용 주유소가 1994년 세계에서 처음 세워진 곳이다.
이 마을은 자체 생산하는 연료로 차량을 움직이고 지역난방도 해결한다. ‘에너지 자립’에 성공한 비결을 배우기 위해 지난해에만 전 세계에서 5000여 명이 이 도시를 방문했다. 무레크는 유럽 재생에너지 정책을 이끄는 기구인 ‘유로솔라’로부터 2001년 ‘세계 에너지 대상’을, 2006년에는 ‘유럽 태양에너지 대상’을 받았다.
무레크에는 에너지 관련 기업이 3개나 있다. 바이오디젤을 생산하는 ‘무레크 SEEG’와 이 마을의 지역난방 회사인 ‘나베르메’, 가축 분뇨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외코스트롬’이다.
이 중 가장 먼저 만들어진 회사는 무레크 SEEG다.
무레크가 에너지 자립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지역 주민들의 참여와 오스트리아 정부의 친환경 에너지 정책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10년째 자동차 연료로 사용되는 폐식용유를 수거하고 있다. 폐식용유가 나오면 버리는 대신 마을에 설치된 수거기에 내놓는다. 이렇게 모인 폐식용유는 ‘에코 서비스’라는 기업이 수거해 바이오디젤 생산회사 SEEG로 운송하는 시스템이다. 정부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에코 서비스는 오스트리아뿐만 아니라 인근의 슬로베니아 등 동유럽 국가에서도 폐식용유를 수거해 SEEG에 공급한다.
무레크에서 61km 떨어진 그라츠에서도 폐식용유 수거를 위해 각 가정에 폐식용유 수거 용기를 나눠주고 있고, 오스트리아 전역에 있는 170곳의 맥도널드 매장도 폐식용유 재활용에 동참하고 있다. 덕분에 그라츠에서 운행하는 시내버스 중 152대가 폐식용유와 유채 씨로 만든 바이오디젤을 연료로 사용해 운행할 수 있다. 오스트리아 정부도 친환경 연료 보급에 적극적이다. 정부는 모든 경유 차량에 연료의 5%를 바이오디젤로 채우도록 의무화했다. 바이오디젤은 일반 경유와 가격은 비슷하지만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 발생량이 경유의 절반 수준이다.
오스트리아는 지난해 7월부터 일반 자동차를 대상으로 탄소부담금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는 신규 차량 구입 시 km당 배출 이산화탄소의 양이 180g을 초과할 경우 초과 g당 25유로(약 4만 6000원)의 추가 부담금을 내는 것이다. 그 대신 하이브리드, 액화가스, 메탄가스 등 대체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를 구매할 때는 500유로(약 92만 원)의 정부지원금이 지급된다.

 

스웨덴, 한 대의 자동차라도 더 줄여라
지난해 2007년 11월, 스웨덴의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하나인 식튜나 코뮨의 ‘2008년 환경 관련 정책회의’에서 새어나온 한숨이었다. 식튜나 코뮨의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990년부터 2004년까지 2.6tCO₂(이산화탄소톤)에서 2.8tCO₂으로 0.2tCO₂ 증가했다. 스웨덴 전체의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인 5.3tCO₂에 견줘 절반 수준이긴 하지만,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2008년 스웨덴 국립교통분석연구소(SIKA)의 분석 결과, 2010년까지 스웨덴에서 자동차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1990년 대비 10%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경, 산업, 발전 등 다른 분야에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감소하는 추세와 거꾸로 가는 것이다.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에서 북서쪽으로 약 40km 떨어져 있는 식튜나 코뮨은 스웨덴의 290개 코뮨 중 71개 코뮨이 가입한 ‘스웨덴 친환경코뮨연합’의 일원이다. 독일 등에서도 1990년대 후반에야 시작한 열병합발전을 식튜나 코뮨은 이미 1989년에 시작했다. 인근의 잡목을 이용해 물을 데운 뒤 온수로 난방을 하는 방식으로, 코뮨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이렇게 ‘에코코뮨’으로 자리매김한 식튜나 코뮨의 친환경 행보에 제동을 거는 존재로 자동차가 떠오른 것이다.
페트병 하나까지 꼼꼼히 신경쓰는 식튜나 코뮨에서 ‘골칫덩이’ 자동차의 배기가스를 해결하기 위해 카풀 제도를 실행했다. 스톡홀름, 예테보리 등 스웨덴 대도시에서 시행되는 카풀 제도는 관공서 차량을 낮에는 관공서에서 이용하고, 저녁과 주말에는 개인들에게 대여하는 방식이다. 스웨덴 국립교통분석연구소에 따르면, 카풀 차량 1대가 8~12대의 개인 차량을 대체한다고 한다.
중앙정부에서도 친환경 자동차에 대한 다양한 세제 혜택을 통해 사람들이 친환경 자동차를 사게끔 유도한다. 스톡홀름, 예테보리, 말뫼 지역 등을 포함한 30여 개 코뮨에서는 공공장소 등에서 주차료를 전액 면제해주고, 출퇴근 시간에 징수하는 혼잡통행료도 지난 2007년 8월부터 5년간 면제되고 있다. 친환경 차량에 대해서 차량당 1만 크로나(약 165만 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여기에 자동차세도 30% 가까이 감면된다. 정부의 이런 유인정책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스웨덴 정부는 2008년 1억 크로나의 예산을 마련했다가, 예상보다 친환경 차량의 판매량이 높아짐에 따라 1억 4천만 크로나의 예산을 추가로 편성했다.
현재 스웨덴 정부는 주정부, 코뮨 등의 모든 택시회사들에 친환경택시를 늘리도록 권장하고 있다. 이 노란 택시들이 속해 있는 회사인 ‘탁시 020’은 회사 소속 택시의 20%가 친환경택시다. 탁시 020은 친환경택시를 통해 2006년부터 1년 6개월 동안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12%를 감축하는 데 성공했다. 경쟁회사인 ‘탁시 스톡홀름’도 탁시 020의 시도에 힘입어 친환경택시 보유량을 16%로 끌어올렸다. 이처럼 스웨덴에서는 친환경 차량을 늘리고 차량 이용을 억제하고 운행 중 연료 소모를 줄이려는 다양한 노력들이 개별 택시회사에서부터 각 코뮨, 중앙정부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영국, 1인당 평균 에너지 소비의 3분의 1만
런던 시내에서 차를 타고 남서쪽으로 50여 분을 달리면 지붕 위에 닭볏 모양의 환기구를 달고 있는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베드제드에 도착한다. 약 70여 가구, 22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베드제드는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도록 만들어진 주택단지다.
이곳의 집들은 ‘생태발자국’ 개념을 반영해 지었다. 생태발자국은 인간이 지구에서 삶을 영위하면서 의식주에 들어가는 자원을 생산하고 그것을 폐기하는 데 드는 비용을 땅 넓이로 환산한 지수를 말한다. 즉, 인간이 자연에 남긴 발자국을 뜻한다. 베드제드 주민들의 생태발자국은 1.8ha다. 영국은 1명당 생태발자국이 5.03ha로, 그 3분의 1 수준인 것이다. 만약 세상 모든 사람이 평균적인 영국 사람처럼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면 지구는 3개가 있어야 한다. 베드제드는 지구가 하나만 있어도 될 정도의 삶을 살도록 만든 집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이곳에선 겨울철 난방이 거의 필요 없다. 벽 두께가 무려 30cm, 창문은 모두 삼중창이다. 단열 수준은 건축물 구조체를 고단열화하는 패시브 하우스에 가깝다. 지붕에 있는 닭볏 모양의 환기구도 연료가 필요 없는 난방을 한다. 열교환기 덕분이다. 바깥에 있는 찬 공기가 실내로 들어올 때, 실내에서 밖으로 나가는 더운 공기와 만난다. 이때 열교환기는 찬 공기가 더운 공기의 열을 흡수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런 장치들로 베드제드 집들은 화석연료 없이도 난방을 해결한다.
부엌에는 똑똑한 계량기가 달려 있다. 이 계량기는 집 안에서 사용하는 가전제품의 전력 사용 총량, 가스 사용량 등을 보여준다. 전기 사용량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경보가 울린다. 이 때문에 대형 냉장고나 대형 텔레비전은 엄두도 내기 힘들다. 경보를 막으려면 집에서 사용하는 가전제품 수를 가급적 줄여야 한다.
변기와 세면대는 아담 사이즈다. 일반 변기와 세면대 크기의 절반으로, 물을 적게 쓰도록 제작됐다. 주민들의 교통수단은 자전거, 카셰어링(자동차 함께 쓰기), 전기자동차다. 지붕에는 태양광발전기와 태양열온수기를 설치했다. 에너지를 생산하는 집인 셈이다. 영국 정부는 2020년까지 베드제드와 같은 ‘에코타운’ 10개를 건설할 예정이다. 짓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다. 정부는 앞으로 에코타운에 살게 되는 거주자들의 교통수단, 실내 난방, 음식물 쓰레기 등을 구체적으로 모니터링해 정말로 친환경적으로 살고 있는지를 관찰할 계획이다. 개인의 사생활 침해라는 ‘빅브러더’(감시·통제 권력) 논쟁을 일으키고 있지만, 재생 가능 에너지 시설 자체보다 사는 사람들의 생활습관 변화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절약’ 대책 없은 ‘그린홈’ 은 시급한문제
이명박 대통령이 ‘저탄소 녹색성장’을 선언하며 짓겠다고 이야기한 ‘그린홈’ 100만 가구. 주택 경기 부양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 지금까지 정부가 추진한 ‘그린빌리지’를 보면 답이 나온다. 그린빌리지는 정부가 재생 가능 에너지 보급을 위해 30~50가구로 구성된 마을의 주택 지붕 위에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해주는 사업이다. 에너지 절감에서는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 못지않게 에너지를 적게 쓰는 것이 중요하다. 그린빌리지 사업에는 공짜나 다름없는 깨끗한 에너지를 제공하는 방식만 있을 뿐, 에너지 절약과 관련한 대책은 아무것도 없다. 만약 주민들이 값싼 전기를 펑펑 쓰게 된다면, 이를 과연 그린홈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인지. 녹색성장의 요란한 구호 속에서 우리는 과연 어떤 걸음을 내디뎌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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