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언론의 조명을 받았던 ‘난장판 국회’가 지난 1월 12일 시사주간지 타임 아시아판의 표지를 장식했다. 타임지는 아시아 민주주의의 후진성을 커버스토리로 다루면서 여ㆍ야 의원들끼리 뒤엉킨 채 목을 조르며, 주먹이 오가는 등의 국회 폭력사태를 담은 사진을 태국 시위대가 절규하는 모습과 함께 표지로 내걸었다.
‘아시아 민주주의는 왜 퇴행저인가’라는 부제가 달린 커버스토리에서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에 반대하는 촛불 시위대가 서울 도심에서 물대포를 쏘는 경찰과 극렬하게 대치하는 사진이 게제 되었는데, 이 기사에서 “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은 선거를 치르고 있지만, 이 지역에서는 진정한 민주주의 구현은 아직도 요원해 보인다”며 그 원인을 분석하며, 한국에 대해 몽골과 대만, 태국, 필리핀처럼 최근의 민주적 정권교체로 삶이 개선된 것은 없다고 믿는 국민이 그렇지 않다는 국민보다 더 많다고 지적하면서 과거 독재자에 대한 향수가 확산되고 있는 나라라고 전했다.
국회 본회의장 잠금장치 대폭 강화
앞으로 국회에서의 불법 점거가 사실상 불가능해 졌다. 국회 본회의장 및 상임위 회의장의 출입구 잠금장치가 대폭 강화돼 사실상 불법 무단 점거가 불가능해진 것이다. 오는 2월 임시국회에서 미디어관련법, 한미FTA비준동의안 등 쟁점법안 처리를 둘러싸고 또다시 재발될 가능성이 높은 국회내 점거 농성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국회 사무처는 1월 23일 “국회 모든 회의장 정문의 금속성 잠금장치를 보안성이 강화된 전기자석식 개폐장치로 교체키로 했다”며 “잠금장치가 교체되면 국회 파행의 전형적인 모습인 본회의장 단상 점거 및 상임위 농성은 과거 속으로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본회의장의 경우 3층의 정문과 후문 뿐 아니라 2층의 속기사 출입문이나 4층의 방청인 출입문 등 모든 출입문에 새로운 잠금장치가 설치된다. 상임위 회의장에는 전기자석식 개폐장치는 물론 도어록도 보안 기능이 강력한 제품으로 교체되는데, 전기자석식 잠금장치는 출입구의 위아래로 설치돼 전기가 양쪽으로 통할 때만 개폐되며, 내·외부에서 리모컨으로 작동된다. 국회 사무처는 출입구 잠금장치 교체를 2월 임시국회 시작 전에 마무리할 계획이다. 사무처는 이에 대해 “국회 회의장은 국민의 대표들이 국가의 주요 법안을 심의, 처리하는 곳으로 불법점거 등으로 회의장 기능이 마비된다는 것은 곧 국가 기능의 마비를 의미한다.”면서 “회의장이 의장이나 상임위원장의 지시 없이 무단으로 점거되거나 농성장으로 사용되는 것을 막아 회의장의 질서를 확보하기 위해 출입문 개폐 장치를 바꾸는 것”이라고 밝히며, “잠금장치가 강화되면 국회 파행의 전형적인 모습인 본회의장 단상 점거나 상임위장 농성은 과거의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러한 시스템만 바꾼다고 무단 점거나 농성장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는 너무 안이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제도적ㆍ시설적으로 점거나 농성을 막기 위한 최선을 다하자는 것"이라면서도 "사람이 바뀌지 않는데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하며, “더우기 지난달 1월 18일 외통위 폭력 사태처럼 상임위원장이 ‘점거’해 폭력의 빌미를 제공할 때 이처럼 강화된 잠금장치는 무용지물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의 말처럼 잠금장치는 오히려 더 큰 폭력을 야기할 가능성을 제공할 수 있다. 기존의 쇠망치와 전기톱보다 더 한 파괴 장비가 동원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 회의장 출입문은 겉에만 목재로 만들었을 뿐 모두 철재가 내재돼 있다. 따라서 이번 장금장치 강화를 계기로 국회 회의장은 모두 철제로 이루어져 외부와의 접촉이 더욱 철저히 차단될 전망이다. 국민을 대표하는 의원들의 회의장이 외부와의 접촉이 차단되는 철옹성으로 이루어지는 아이러니가 생겨나는 꼴이다.
여성의원까지 폭력으로 내모는 한나라당 양성평등
국회 내의 투쟁은 지난 연말의 몸싸움이 끝났어도 여전히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것은 2월에 있을 임시국회를 위한 전초전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를 준비하기 위해 국회폭력방지법을 제안하고 국회에서 다수당의 횡포에 조금이라도 물리적으로 저항하면 모두 의원직을 빼앗겠다고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만약 이 법이 통과된다면 대한민국의 야당 의원들은 다시한번 재보궐선거를 치루든지 국회를 열 필요도 없이 그냥 다수당 마음대로 하라고 내버려두든지 둘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국회에서의 폭력사태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지난 해 한나라당이 예산안을 단독으로 강행처리할 때로부터 불과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나지 않은 후의 일이다.
예산부수법안 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의장석 주변을 점거하고 있던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을 한나라당의 여성의원들이 강제로 끌고 나오는 장면은 마치 테러범을 진압하듯 사지를 들어 끌고 나오는 장면은 끌려나오는 사람에게나 끌고 나오는 여성의원들에게나 모두 비극적이었고 해외토픽에 실릴만한 모습이다. 특히 여성의원이 대거 늘어났던 17대국회에서 우리는 국회가 자발적으로 권위주의적인 냄새를 제거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런데 18대에 와서는 여성의원들이 폭력의 방패로 또는 폭력에 앞장서는 행태가 나타나고 있다. 물론 초선으로서 어쩔 수 없는 점은 있다하더라도 결국 하나하나가 모두 입법기관인 국회의원이 아무리 당의 명령이라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거부할 수 있는 힘도 가지고 있어야 하지만 더 기가 막혔던 점은 그 다음날 박희태 한나라당대표가 이 여성의원들의 ‘놀라운 전투력’을 치하하며 국회 의사당 안에서는 양성이 동등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는 점이다. 여성의원들을 폭력에 앞장세워 놓고 이를 양성이 동등하다는 것으로 표현하는 기발한 또는 무식한 발상이었다. 그 이후에 벌어진 과격한 물리적 충돌 때문에 이 사건은 묻혀버리고 말았지만 여성의 정치세력화운동의 앞날을 깜깜하게 하는 한 사건이었다.
그런데 이처럼 여성의원까지 앞세워가며 폭력을 조장했던 한나라당에서 국회폭력방지법을 제정하겠다고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국회에서 폭력과 같은 물리적으로 항거하는 의원들을 처벌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그런데 자신들이 다수의석을 차지하고 있다고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들을 토론과 협의도 거치지 않은 채 제안한지 1주일도 안되어 무조건 직권상정하라고 국회의장을 압박하거나 다수결 원칙에 의해서 결정하겠다고 우겨댄다면 ‘야당에서는 과연 물리적 방법 말고 다른 무슨 방법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안할 수 없게 만든다.
국회 폭력 사태 후 정치 혐오 확산, 무당층 증가
독선과 폭력이 난무했던 ‘입법전쟁’ 이후 지지정당이 없는 무당층이 증가한 반면, 여ㆍ야 정당 지지도는 계속 하락하는 등 국민들의 정치 혐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 정당 지지도는 지난 1월12일 내일신문과 한길리서치가 실시한 정례여론조사에서 19.4%를 기록,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10%대까지 주저앉는 등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다.
민주당 역시 쟁점법안 협상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지만 지지율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8.4%까지 떨어졌던 지지율은 올해 1월 9.5%로 소폭 상승하는데 그쳤다. 반면 무당 층은 64.9%를 기록해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상태다. ‘입법전쟁’ 전 잠시 30%대를 회복했던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도 다시 20%대로 추락, 27.0%를 기록 하였는데 대통령 지지율의 기반이 되는 여당의 지지도가 급격히 하락세를 타고 있어 다시 30%대로 진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입법전쟁’ 당사자인 여ㆍ야는 물론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는 데는 국회 폭력사태에 대한 국민 실망이 크게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에서 국회 파행에 있어 상당 부분 책임이 있는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자기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는 모습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감과 청와대도 어느 정도 책임을 져야한다는 분위기가 한 몫을 한 것으로 풀이 된다. 실제 법안처리를 둘러싼 국회 폭력사태와 관련, 가장 큰 책임을 묻는 질문에 한나라당(30.7%)과 청와대(15.5%)라는 응답은 민주당(15.6%)과 민주노동당(1.9%)이라는 응답을 앞질렀다. 또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1월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국회 파행 책임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43.9%는 한나라당을, 26.6%는 민주당을 지목했다. 또 14.5%가 청와대를, 2.9%가 국회의장을 지목했다.
여ㆍ야의 지지율 하락세는 쟁점법안 처리를 둘러싼 국회 공전이 한창이던 지난해 12월 말부터 뚜렷하게 나타났다. 지난해 12월31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지지율은 전주 대비 3.0%P 하락한 31.5%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10월 쌀 직불금 사태로 29.2%의 지지율로 하락한 이래 2개월 반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전 주보다 9.9%P 폭락한 23.4%로 나타났고 국정수행을 잘못했다는 응답은 8.7%P 급증한 69.5%를 기록했다.
한나라 "새정치운동 추진하겠다" 선언
한나라당은 지난 1월 19일 낡은 정치의 틀을 깨고 정치를 혁신하겠다는 ‘새정치운동’을 추진키로 방침을 정하자 민주당이 ‘MB악법 통과’라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반발, 논란이 일고 있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이날 오전 이명박 대통령과의 새해 첫 청와대 정례회동에서 새 정치운동의 추진을 설명한 데 이어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새정치운동본부를 당내에 설치할 것”이라고 밝히고, 새정치운동의 목표로 경제정치, 준법정치, 균형정치 등 3가지를 제시했다.
경제정치는 제1의 목표로 경제살리기를 위한 법과 제도를 시급히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준법정치는 국회에서의 폭력은 물론, 사회 전반의 폭력을 추방하고 법과 질서가 바로서는 사회를 만들자는 내용이다. 균형정치는 성장과 복지, 지방과 수도권 등이 균형 있게 발전하자는 것이다.
윤상현 당 대변인은 이날 정례회동에서 이 대통령은 박 대표의 새정치운동 제안에 “아주 좋고, 시기적으로 적절하다. 새정치운동이 지방의회와 기초의회까지 확산됐으면 한다”고 동감을 표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국회 폭력 사태가 대통령의 국회 무시와 쟁점 법안 강행처리 압박에서 비롯됐는데도 그 책임을 야당에 돌리기 위해 새정치운동이라는 시대착오적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특히 1월 12일 이 대통령이 라디오연설에서 국회 폭력 사태를 개탄하고 ‘정치의 선진화’를 주문한 데 대한 한나라당의 화답이라는 시각이다.
민주당 최재성 대변인은 “청와대가 지적한 정치문화 후퇴는 이 대통령의 국회 무시 및 정당 무시와 함께 집권 여당의 역할을 포기한 한나라당의 대통령 맹종 때문”이라며 “한나라당이 자성과 함께 청와대에 변화를 요청하면 정치 선진화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일”이라고 말했다.
곳곳서 돌출사안 출현, 2월 법안전쟁 ‘폭발력 배가’
쟁점법안 충돌에 앞서 ‘인사청문회’‘국회폭력방지법’ 등 전초전을 예고하고 있다. 여ㆍ야는 오는 2월 임시국회에서 법안전쟁을 앞두고 쟁점법안 이외에도 인화성 높은 사안들이 추가되면서 더욱 긴장감을 감돌게 하고 있다.
그중에서 미디어관련법과 한미FTA비준동의안 등 주요 쟁점법안에 대해 여ㆍ야는 2월 임시국회로 넘겼을 뿐 어떠한 진전도 보지 못한 상황이다. 또한 법안 처리시기와 방법을 놓고 여ㆍ야는 ‘합의냐’‘협의냐’ 등 각기 다른 해석으로 신경전을 벌이는 등 여야의 ‘벼량끝 대치’는 2월 임시회에서도 재연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인사청문회’‘국회 폭력방지법’ 등 여야가 첨예하게 맞설 민감한 현안이 추가되면서 이번 2월 임시회는 한층 격렬한 ‘여ㆍ야 대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우선 신임 국정원장, 경찰청장 인사가 1월 18일 단행됨에 따라 인사청문회가 2월 임시회기 중에 이뤄질 것으로 보여 쟁점법안 처리에 앞서 여야는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입법전쟁의 전초전 되는 셈이다.
거기에 새 국정원장과 경찰청장 인선을 놓고 야권은 ‘국민의 여망을 저버린 지역편중, 회전문 인사’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서고 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인사발표는 TK가 독식한 인사는 평가가 주류를 이루고 있고, 대통령의 고향출신 친이세력으로 병풍을 친 인사”라며 비판했고, 박주선 최고위원은 “권력기관에 측근 실세를 임명해버리면 대통령이 국가정보원장이나 경찰청장을 겸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민주당 김현 부대변인은 “고소영, 오사영(5대 사정기관 영남 독식)에 이어 집권 2년차 마저 권력 기관을 사유화시키려는 이명박 정권의 오만과 독선이 국민감정에 기름을 붓고 있다”며 “이명박 정권이 집권 2년차 국정을 KKK(경북출신, 공안, 공포) 코드인사로 농단하겠다는 대국민 선전포고를 한 셈”이라고 맹공을 가하는 등 앞으로 있을 인사청문회가 순탄치 않음을 예고하고 있다.
인사청문회가 전초전이라면 한나라당의 ‘국회 폭력방지법’과 민주당의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요건 강화, 경호권 및 질서유지권 남용방지 등 대결은 기선제압용이 된 것으로 보여, 여야간 팽팽한 기싸움이 예상된다. 국회에서의 폭력방지에 대해서는 여ㆍ야간 이론은 없지만 민주당 등 야당은 2월 임시회를 앞둔 시점에서 여당發 폭력방지법은 ‘야당 손발묶기’라며 정치적 의도에 의구심을 품고 이에 민주당은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도입 등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한나라당도 민주당의 필리버스터제를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이 반발하고 있는 폭력방지법을 2월 임시회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이어서, 민주당 등 야당이 물리적 저지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여야는 2월 임시회의 쟁점법안 힘대결에 앞서 법안 홍보전에 총력을 모으고 있다. 여야는 쟁점법안 ‘처리’저지‘ 의 당위성에 대한 대국민 여론몰이에 나서면서 여론 우위를 선점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한상률 국세청장 그림로비 의혹 등 여권에 불리한 사안을 홍보전에 최대한 이용, 이번 설을 기점으로 정국 반전을 꾀한다는 시나리오를 세우고 있다.
이번 홍보전은 오는 4.29재보선을 위한 각 당의 포석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2월 임시국회에서 여야 대결 결과에 따라 재보선의 승패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쟁점법안 처리와 인사청문회, 국회 폭력방지법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여야는 물러설 수 없는 치열한 대결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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