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기만 작가의 대표작 <어머니> 그의 작품들은 한국의 정서인 ‘따뜻함’으로 귀결된다.
장르에 관계없이 다양한 작품 전시하고파
최기만 작가에게 어떻게 중앙갤러리를 열게 되었냐고 물어봤을 때, 처음 그가 한 말은 “백성도 교수(동아대 회화과)의 권유로 시작하게 되었다”는 겸손의 답변이었다. 그는 “중앙동은 현업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을 비롯해 원로 작가들의 마음의 고향이기 때문에 예술1번지였던 중앙동의 옛 명성을 살려보고자 갤러리를 열게 되었다“고 했다. 그는 개관전 타이틀을 ‘보더레서 인 부산(Bortheless in Busan)’으로 지었다. ‘보더레스(bortheless)’란 문자 그대로 어떤 경계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말로, 21세기 미술의 경우 탈장르의 경향이 두드러져 고유한 언어적 기술로 그 범위를 서술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보더레서 인 부산‘은 작가의 다양한 장르와 형식이 어우러지는 통합 공간으로서의 미술의 장을 의미한다. 앞으로 장르에 관계없이 다양한 작품을 전시하겠다는 최 작가의 의지가 담겨있는 셈이다.
그는 ”이 갤러리로 수입을 얻기보다는 어려운 작가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지역미술계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작가들의 작품이 좀 더 많이 보이고 알려지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경제적인 여건이나 다른 환경적 요인 때문에 전시가 쉽지 않은 작가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런 때에 어려운 작가들을 위해 갤러리의 공간을 내주겠다고 흔쾌히 말하는 최 작가의 모습이 어찌 흐뭇하지 않을 수 있을까.
![]() | ||
| ▲ <말타기> 말타기를 하는 아이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제멋대로이며 우스꽝스럽지만 왠지 모르게 정이 가는 얼굴들이다. | ||
한국의 정서를 그려내는 작가
최 작가는 동아대에서 한국화를 전공하고 개인전을 4차례 연 한국화가다. 그는 최근 ‘제45회 목우공모미술대전’에서 ‘유럽이미지-08’로 ‘이사장상’을 ‘대한민국 에로티시즘 미술작품공모대전’에서 ‘사랑의 절정’이라는 작품으로 ‘우수상’을 거머쥐었다. ‘목우공모미술대전’을 주최한 ‘사단법인 목우회’는 출범한 지 70여년의 긴 여정 속에 한국화단의 전통구상미술의 맥을 이어오며 250여 회원들이 국내? 외에서 눈부신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2007년, 2008년 MIAF(목우국제구상미술축전)을 통해 한국 구상미술의 전통과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그리고 ‘대한민국 에로티시즘 미술작품공모대전’에서 그가 그린 ‘사랑의 절정’은 심사위원으로부터 ‘진정한 춘화’라는 호평을 받기도 했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최 작가의 수상은 깊은 의미가 있다.
그는 서울대학교 1회 졸업생이며 국전초대작가였고 한국화 화단에서 인물화의 독보적인 세계를 보여준 청초 이석우 선생에게 인물화를, 이당 김은호 선생의 제자였고 후소회 회원이었던 윤재 이규옥 선생에게 전통산수화와 화조화를 배웠다. 그렇기에 그는 인물화와 풍경화, 둘 중 어느 하나에도 부족함이 없는 실력을 가졌다. 그의 작품들은 한국의 정서인 ‘따뜻함’으로 귀결된다. 그의 작품 ‘말타기’는 유년시절의 추억을 이야기 한다. 수업을 마치자마자 가방을 아무렇게나 던져놓고 말타기를 하던 그 시절. 가위, 바위, 보. 하나에 그렇게 신이 나고 즐거웠던 말타기의 추억을 작가는 그림 속에 고스란히 담아 놓았다. 말타기를 하는 아이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제멋대로이며 우스꽝스럽지만 왠지 모르게 정이 가는 얼굴들이다. 또, 그의 최근작 ‘유럽이미지-08’은 화폭에 유럽의 풍경을 담았다. 얼핏 보면 상당히 이국적인 그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자세히 보면 이 그림의 매력은 그것뿐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최 작가는 한국의 필법, 한국의 색, 한국의 정신으로 유럽을 그린 것. 그는 유럽을 풍경으로 한국화를 그린 것이다. 그래서 이 작품에서도 여전히 한국의 따스함이 배여 있는 것이다. 최 작가는 다양한 방식으로 그림을 그릴 줄 아는 화가다. 다루는 소재 역시 다양하다. 하지만 무엇을 그리던 간에 그의 그림은 동양적인, 꼬집어 말하자면 한국 특유의 정감어린 시선을 놓치지 않고 있다. 그가 인정받는 한국화가인 이유는 결국 한국 고유의 소재를 다루기 때문이 아니라, 다양한 소재들로 한국적 정서를 그대로 구현해내기 때문이다.
![]() | ||
| ▲ <유럽이미지-08> 그는 다양한 소재들 속에서 한국적 정서를 그대로 구현해낸다. | ||
한국화 열풍을 계기로 후학양성 이루어지길
최 작가는 요즘의 한국화 열풍을 매우 반기고 있다. 그는 “드라마 ‘바람의 화원’과 영화 ‘미인도’로 인해 한국화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을 계기로 대중뿐만 아니라 그림을 공부하는 학생들 역시 한국화에 더욱 관심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요즘의 미술경향은 대부분 현대미술 쪽으로 치우쳐 있어 안타까웠던 것이 사실이었지만 생각지도 못한 한국화 열풍 덕분에 관심이 높아져 반가울 뿐입니다. “라고 했다.
더불어 최 작가는 이런 때에 후학양성을 위한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아무래도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을 거라는 이유로 그림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순수미술을 기피하는 경향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림을 잘 그리기만 하면 젊은 나이에도 경제적으로 여유롭게 작품 활동을 할 수 있고, 안정적으로 기반을 잡을 수 있다. 그는 한국화에 대한 자부심을 나타냈다. “한국화는 중국과 북한의 그것들과는 필법자체가 다릅니다.” 한국화는 지나치게 화려하거나 세밀하지 않으며 담백하고 여백의 미가 있다. 여기에 바로 한국화만의 필법이 담겨있는 것이다. 최 작가는 “지금 가장 시급한 일은 한국만의 필법을 살리고 계승하는 일”이라고 했다. 현재 그는 동아대, 고신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그림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한국의 필법을 기본부터 가르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했다. 최 작가는 전공자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한국화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작업실에서 언제든지 일반인들을 상대로 교습이 가능하다”고 했다. 중앙동에 있는 그의 작업실은 40평 정도의 여유로운 공간으로 교습하기에 적합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최 작가는 현재 문하생 프로그램 개설을 준비 중에 있다. “중년의 나이로 현역 작가로 활동을 시작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들에게 그림은 바로 그들이 살아왔던 인생 그 자체일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년층을 위한 교습 프로그램은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이번 한국화 열풍으로 혹은 평소에 한국화에 대한 관심은 있었지만 어디서 어떻게 배워야 하는지를 몰랐다면 최 작가의 문하생 프로그램에 동참하는 것은 어떨지. 추운 겨울, 몸은 비록 얼어붙을지언정 마음까지 얼어서야 되겠는가. 변하지 않을 예술1번지, 중앙동을 위해 중앙갤러리에서 영혼의 온기를 지피는 것은 어떨까.
문의: 중앙갤러리 051)245-5571 artcgm@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