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인숙 의원, "갑질․성차별 조직문화 대폭 개선, 불법 복직 철회해야"

[시사매거진] 한국학중앙연구원이 2017년 개방형직위로 임용된 성희롱 가해자를 '계약해지'가 아닌 '계약만료로 면직처리'를 잘못하여 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구제신청이 받아들여지는 빌미를 제공하고, 원직에 복직시키라는 노동위원회의 판정도 따르지 않고 불법으로 정규직으로 전보조치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피해자에게는 집단 따돌림과 최저 근무성적평가 점수를 주는 등 불이익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한국학중앙연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2018년 경기지방노동위원회 부당해고 구제신청에 관한 판정서, 2017년 제14차 인사위원회 회의록, 개방형임용세칙' 등을 분석한 결과, 사실상 성희롱 가해자에게 인사상의 혜택을 베푸는 등 위법한 행위를 한 것을 확인했다.
2017년 한국학진흥사업단 사업관리실장(김모 씨)이 직원 박모 씨에게 성희롱, 폭언 등을 가했고, 연구과제 수탁자에게 심사위원을 추천받으라는 부당업무지시를 하였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두 건을 병합해 감봉1개월의 경징계를 하였다.
또 김모 씨는 ‘성희롱 및 복무규정 위반’, ‘교직원 행동강령 위반’으로 징계처분을 받았기 때문에 한국학중앙연구원의 개방형임용세칙 제11조(계약의 해지)1항의3목(복무상 의무 위반)에 따라 계약기간 만료 전에 ‘계약해지’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국학중앙연구원은 2017년 12월 26일 ‘계약해지’ 또는 ‘계약중단’을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고, ‘개방형직위 재계약 임용의 건’을 상정하여 김모 씨의 재계약 임용을 시도하였다.
이 안건에 찬성 3표, 반대4표로 부결되자, 2018년 2월 1일 계약만료를 앞두고 있었던 김모 씨는 계약만료에 따른 면직 통보를 받았다.
김모 씨는 2010년 한국학진흥사업단 개방혁직위에 응모하여 2년마다 계약이 갱신되어 8년째 근무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한국학중앙연구원이 ‘계약만료’로 면직한 것을 문제삼아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였고 받아들여졌다.
게다가 한국학중앙연구원은 지방노동위원회가 김모씨를 원직(개방형직위) 복직시키라는 판정을 따르지 않고, 내부규정을 위반하며 정규직으로 발령조치하는 위법행위를 감행했다.
이와 관련 연구원은 ‘계약해지’가 아닌 ‘계약만료’로 행정처리를 잘못한 것에 대해 김모 씨가 ‘성희롱 및 복무규정 위반’으로 징계를 받았기 때문에 이를 이유로 ‘계약해지’를 하는 것은 이중처벌이 될 수 있어 계약기간 만료로 면직시켰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또한 노동위원회의 원직복직 판정과 달리 정규직으로 복직 발령한 것에 대해 당시 ‘심판사건 판정결과에 따른 후속조치의 건’으로 2018년 5월 24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 이미 한국학진흥사업단 사업관리실장이라는 직위가 해제되었고, ‘성희롱 및 복무규정 위반’으로 징계처분을 맡은 사람에게 직위(사업관리실장)를 부여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하여 ‘유연한 인력 운영을 위하여’ 전문위원(2등급) 정규직으로 발령했다고 밝혔다.
권인숙 의원은 연구원의 이 같은 해명에 대해 "이중처벌 우려는 가해자에 대한 지나친 관용으로 해석될 수 있고, 계약만료로 면직한 것이 결국 복직의 빌미가 되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인사위원회의 정규직 복직 결정 역시 ‘개방형임용세칙3조4항’(다른 부서 및 직위로 임용불가)이 개정되지 않는 한 위법한 행위"이며 "개방형 직위가 해제되어 원직복직을 수행할 수 없었던 상황이라면 지노위의 원직 복직 판정에 대해 연구원은 재심신청을 했어야 한다"고 일갈했다.
반면, 2017년 성희롱 고충신고를 했던 박모 씨는 징계인사위원들을 비롯해 신고인의 입장에서 업무처리를 해야 할 인사팀 직원들에게까지 2차 피해를 입었고, 집단 따돌림으로 지금까지도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연구원이 권인숙 의원에게 제출한 박모 씨의 근평 자료를 확인한 결과, 2007년 12월 입사 후 3년간은 근평점수가 중반대(80점대)였는데, 2012년부터 성희롱 가해자였던 부서팀장(임모 씨)으로부터 최저 근평을 받는 등 불이익이 계속되었다.
1차 평정자인 부서팀장이 직원에게 악의적으로 최저 근평을 줘도 결과에 대해 이의신청 절차가 마련되지 않아 직원들은 속앓이를 해왔다.
박모 씨의 경우도 1차 평정자인 임모 씨가 박모 씨의 겸임업무를 평가에 반영하지 않고 연이어 최저 평정을 매겨 7년째 8년째 승진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임모 팀장의 이같은 행위는 남녀고용평등법 14조 6항(성희롱 신고자 및 피해자에 대한 불이익 금지)을 위반했음에도 연구원은 가해자에게 내부규정에 따른 징계시효가 지났다며 면죄부를 준 것으로 확인되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2018년 기재부가 추진하는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도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지표로 직원근무평정을 실시할 것을 권고받았음에도 이행하지 않았다.
2018년 8월 외부 전문가를 위원장으로 초빙하여 구성한 ‘성희롱 2차 피해 조사위원회’에서도 겸임업무를 평가지표에 반영하고, 평가점수를 공개하여 이의신청절차를 마련하는 등 제도개선을 권고했지만 2년째 이행하지 않고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국정감사에서 다시 지적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자 지난 7일 부랴부랴 근무평정 개정안을 마련해 연구원 홈페이지에 입안예고하였다.
권인숙 의원은 이와 관련 "한국학중앙연구원은 성희롱 고충신고가 접수되면 가해자와 피해자를 가장 먼저 분리조치 하고, 집단 따돌림, 성과평가 및 승진제한 등의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된다는 고평법 제41조를 상시적으로 위반해왔다"면서 "부조리와 갑질, 성차별적 조직문화가 만연되어 있는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체질을 조직문화 진단 컨설팅을 통해 확실하게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희윤 기자 bond003@sisamagaz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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