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매거진] 전 세계를 뒤덮은 코로나19에 인류는 생활의 자유를 제한당하고, 생존의 위협을 느꼈다. 사람들은 점차, 불투명한 미래에 희망을 잃고 두려움에 잠식당하고 있다.
두려움은 타인, 특히 기득권 혹은 소수 집단에 대한 혐오와 분노로 뒤섞이기 쉽다. 극한상황에 내 몰릴수록 이성적 사고나 건설적 대화 대신 손쉬운 타자화 전략을 선택하게 된다.
세계 곳곳에서는 지금 날 선 경계를 짓고 성별, 종교, 직업, 나이, 장애, 성적 지향 등 다양한 편 가르기가 일어나고 있다.
계층·성별 간 갈등, 진보와 보수의 대립 등 암울한 혐오의 시대. 세계적 석학이자 정치철학자인 마사 누스바움은 신작 '타인에 대한 연민'에서 해답을 제시한다.
그는 신작에서 이 같은 상황이 역사적으로 자주 반복됐으며, 이는 인류의 본성 때문임을 지적한다. 다양한 사회적 편가르기의 근본에는 인간의 내밀한 감정이 배어 있다는 설명이다.
책은 철학, 심리학, 고전을 폭넓게 아우르며 두려움과 두려움을 둘러싼 감정들의 지도를 그린다. 그리고 그 사례로 미국의 인종 차별, 동성애 혐오, 무슬림 혐오, 최근 몇 년간 페미니즘 논쟁과 더불어 큰 화두가 된 여성 혐오 등이 나열한다.
저자는 세상을 바꾸는 일은 인간 내면의 조그마한 감정의 변화로부터 시작됨을 강조하면서, 인문학과 예술에서 희망의 실마리를 찾으려 애쓴다.
미래에 대한 희망의 원천을 찾기 위해, 저자는 독자에게 다양한 예술 작품, 합리적 토론, 숱한 학자들이 집대성한 ‘정의’에 대한 이론을 실생활에서 접하도록 권한다.
책은 전 세계를 위협하는 위기 속에서 현실을 직시하고, 더 나은 함의를 만들기 위해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존엄과 존중을 외친다.
'타인에 대한 연민'을 통해, 두려움에서 기반한 유독한 감정들을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로 전환하고, 나아가 서로를 연민하고 연대하기를 바란다.
여호수 기자 hosoo-1213@sisamagaz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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