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누가 이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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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누가 이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 이용찬 기자
  • 승인 2020.09.14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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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수가 낮은 기피과에 정부의 지원이 해법
박부순 전북대 초빙강사(사진-박부순)
박부순 전북대 초빙강사(사진_박부순)

최근 의료계의 집단 휴진은 국민에게 적지 않은 불안감을 주었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면, 잔잔한 물가에 던져진 작은 돌맹이 하나가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듯 코로나-19로 지쳐있던 민심에 불을 지폈다. 찬성과 반대로 양분된 국민은 각자의 타당한 이유를 내세우며 갈등의 각을 세웠다.

모든 사람의 다양한 견해는 존중되어야 한다. 나와 생각이 다르다 하여 상대를 무시해서도 안 된다. 그렇다면 사람이 자기 생각을 정립하고 발화하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이 필요할까? 적어도 다른 사람, 특히 언론의 편파적이고 자극적인 보도만을 그 근거로 해서는 안 된다. 이에 필자는 이 사건의 본질을 살펴보고자 했다.

지난 8월 21일 진행된 전공의들의 파업은 정부의 4가지 정책, 즉 ▲의대정원 확대, ▲한약 첩약 급여화, ▲공공의대 설립, ▲비대면 의료 도입에 대한 반대 시위라고 할 수 있다. 이중 가장 큰 논란은 공공의대 설립 및 의대정원 확대였다.

정부는 지역 간의 의료격차를 줄이는 방안으로 지방에 공공의대를 설립하여 현재 현저히 부족한 외과, 소아과, 산부인과, 흉부외과, 중증외상외과 등의 생명과 직결되는 주요 진료과를 양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공공의대 학생들에게 학비를 지원하고, 졸업 후엔 위의 필수분야를 전공하여 그 지방에서 10년, 사실상 수련의 과정을 빼면 2~5년 정도를 강제로 근무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양성된 의사들은 강제 근무를 마치면 돈벌이가 되는 인기과로 개업하게 되리라는 것이 전공의들의 주장이다. 그들은 본래의 산부인과나 일반외과 대신 피부관리, 다이어트, 성형 등의 돈벌이가 되는 쪽으로 개원할 수밖에 없다며 우리나라 진료비 문제를 중심으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복지부는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에서 국민대비 의사 수가 가장 적다”라고 주장하지만, 전공의들은 “OECD 국가 중에서 인구수 1,000명당 의사 비율은 독일 4.3명, 스웨덴 4.3, 프랑스 3.2, 일본 2.4, 미국 2.6, 영국 2.8, 멕시코 2.4명 등이고, 우리나라는 2.3명으로 낮은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전문의 진료, 의료접근성, 값싼 의료비 등에서는 세계 최상위권”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그들은 현재 우리나라 의사 수가 의료서비스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으며 또한 공공의대 학생 선발에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고질병, 즉 ‘특혜 논란’을 키우는 격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점에서 전공의들은 공공의대 설립으로 지역 간의 의료격차를 줄인다는 정부 정책이야말로 탁상공론에 불과하다고 단언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생명과 직결되는 주요 진료과를 의사들이 꺼리는 것은 진료비가 너무 낮아 돈벌이가 되지 않기 때문이지 의사 수가 부족해서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왜 기피과의 의료 수가를 올리지 않는 것일까? 공공의대에 막대한 투자계획을 세운 정부와 정치권은 왜 중증환자들에 대해서는 세금을 쓰려고 하지 않을까? 지역의 단체장, 국회의원, 대형의료재단의 이사장과 병원장들은 공공의대 설립을 원하는데 왜 젊은 의사들, 특히 현재의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기를 쓰고 반대하는가?

이 시대의 양심 의사인 이국종 교수가 중증환자 한 명을 살릴 때마다 병원은 적자를 기록하여 당시 병원장의 욕설을 듣지 않았던가? 그 또한 같은 맥락의 연장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의 부당한 정책에 자신들의 목소리를 낸다 한들, 누가 이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사람은 누구나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싶어 하는 속성이 있다. 그만큼 객관화가 어렵다는 의미다. 그러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이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으면서까지도 집단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는 그들의 주장에 우리가 눈을 감아서는 안 될 것이다.

기피과의 의료 수가를 높이고, 지역의 대형병원이 기피과를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제도적 지침이 만들어질 때 이전보다 훨씬 경제적이며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보장하는 길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직시해야 할 것이다. 현재 어떤 정책이 더 실효성이 있으며 국민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할 때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그릇된 믿음이 모든 불행을 자초한다”라는 명언을 곱씹어 보아야 한다.

박부순 전북대 초빙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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