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무시간에 술을 먹은 선생님들에게 빨리 징계를 내려주세요”라는 기사가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로 올라왔다. 내용은 지난 5월 전북도교육청의 암행 감사에 적발된 초등학교 교직원들의 음주에 관한 것이었다.
고창군의 한 초등학교에서 몇몇 교직원들이 근무 중에 여러 차례 술자리를 가졌고 “도교육청에서는 감사 후에도 징계를 내리지 않아 술을 먹은 교직원들은 그저 지나가는 작은 해프닝처럼 여기고, 교직원들 중 술을 먹지 않은 사람을 내부고발자로 단정하여 왕따를 시키며, 사생활에 관한 거짓된 정보를 퍼뜨려 피해를 주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우리가 직면 현 상황은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가 흔들리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현장이 아마도 교육 현장일 것이다. 공교육 역사상 최초의 비대면 수업으로 학교관련자, 학생, 그리고 학부모 모두가 비상사태다.
이 시점에 마주한 소식이기에 이러한 기사는 더욱 비보(悲報)로 다가온다. 온라인 수업으로 교과목에 해당하는 지식이나 정보의 전달은 충분할 수 있겠지만 학생과의 정서적 교감이나 원할한 소통은 어려운 게 현실이다.
따라서 이를 위한 콘텐츠를 개발하여 학생의 안내자 역할을 해야 할 교사가 근무 중에 술을 마셨다는 사실, 그것도 모자라 반성은 고사하고 해프닝처럼 여기는 교사들의 무책임한 태도, 해당 교육청의 늦장 대응, 그리고 함께 하지 않은 교사를 내부고발자로 여기며 왕따 시키는 행위야 말로 우리 사회를 더욱 불편하게 만드는 비윤리적인 처사들일 것이다.
이중, 내부고발자로 왕따를 당하는 교사와 이를 보고도 침묵하는 교사를 생각해보자. 설령, 내부고발자라고 한들 이분이 왕따를 당해야 할까? 이 교사는 올바르지 못한 행동에 동참하지 않았고, 바르지 않음에 이런 목소리를 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통을 받아야만 하는 이 교사의 심정과 사건의 핵심은 이미 맹자께서 말씀하신 사단(四端)으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시비지심(是非之心)을 소유한 올바른 이 교사가 도리어 고통을 받는 상황, 그것도 우리 아이들의 교육현장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에서는 수오지심(羞惡之心)마저 느껴진다.
특히 두 갈래의 길에서 침묵하며 서성이는 나머지 교사들에게는 측은지심(惻隱之心)이 느껴지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소신껏 자신의 목소리를 내어야 할 지성인임에도 불구하고 계속 사양지심(辭讓之心)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순간적 잘못이나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미 진행된 잘못이나 실수를 인정하고 반성과 성찰을 하였을 때 진정한 인간으로 거듭나는 것 아닐까? 특히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가지고 아이들을 교육하는 지성인이기에 더욱 인정-반성-성찰의 과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Kitting) 선생님은 “말과 언어는 세상을 바꿔놓을 수 있다”고 말한다.
불의에 침묵하는 것은 사회적 책임을 거부하는 행위이다. 이 사건과 관련이 있는 모든 이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다.
“힘든 학생과 학부모에게 더 이상의 상처를 주지 말아 달라고. 왕따로 고통 받는 한 교사를 위해 목소리를 내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