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찰받는 검사 승진, 감찰한 검사 좌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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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찰받는 검사 승진, 감찰한 검사 좌천
  • 박희윤 기자
  • 승인 2020.09.04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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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중심이 된 검찰 인사
(사진_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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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 267호] 법무부가 지난달 단행한 중간간부 인사를 사실상 ‘코드인사’로 단행해 검찰을 장악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의견을 철저히 무시한 채 진행된 이번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 대해 “결국 이번 인사로 현 정권이 주요 권력 비리 및 여권 인사 수사 조직을 손아귀에 틀어쥐었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검언유착’ 수사 과정에서 한동훈 검사장과 몸싸움을 벌여 감찰 중인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을 승진시키고, 청와대 선거 개입 의혹 사건과 라임자산운용 사건, 추 장관 아들의 휴가 미복귀 사건 등 권력 실세 연루 의혹 사건을 수사하던 부장검사들을 모조리 전보 조치한 것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앞으로 이 사건들이 다음 정권에서 문재인 정부에서 계속된 ‘적폐 수사’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달 3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신임 검사 신고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윤 총장은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고 집행돼야 한다. 특히 부정부패와 권력형 비리는 국민 모두가 잠재적 이해 당사자와 피해자라는 점을 명심하고 어떤 경우에도 외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법 집행 권한을 엄정히 행사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윤 총장은 이번 검찰 인사 잠정안을 확인하던 과정에서 자신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을 보고 “이런 내용이면 나머지 내용은 볼 필요도 없겠다”며 나머지 내용은 확인하지 않고 돌려보낸 것으로 전해졌다.(사진_뉴시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달 3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신임 검사 신고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윤 총장은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고 집행돼야 한다. 특히 부정부패와 권력형 비리는 국민 모두가 잠재적 이해 당사자와 피해자라는 점을 명심하고 어떤 경우에도 외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법 집행 권한을 엄정히 행사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윤 총장은 이번 검찰 인사 잠정안을 확인하던 과정에서 자신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을 보고 “이런 내용이면 나머지 내용은 볼 필요도 없겠다”며 나머지 내용은 확인하지 않고 돌려보낸 것으로 전해졌다.(사진_뉴시스)

검찰의 중간간부 인사

법무부는 지난달 27일 9월 3일자로 단행되는 고검 검사급 검사 585명, 일반검사 45명 등 검사 630명에 대한 검찰 하반기 중간간부(차장·부장검사) 인사를 발표했다. 이어 법무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투명하고 내실 있게 진행된 검찰총장 의견 청취를 통한 인사”라면서 “청취한 의견을 다각도로 폭넓게 검토한 후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무부의 보도자료와는 달리 주요 보직과 관련된 인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낸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검찰 등에 따르면 지난 22일 토요일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이 대검을 방문해 윤 총장에게 중간간부 인사 잠정안을 전달했다고 한다. 대검은 심 국장이 잠정안을 가져오기 전 인사 관련 윤 총장의 의견을 법무부에 전달했다. 그런데 이 잠정안은 앞서 윤 총장이 전달한 인사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은 심 검찰국장이 가져온 잠정안을 확인하던 과정에서 자신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을 보고 “이런 내용이면 나머지 내용은 볼 필요도 없겠다”며 나머지 내용은 확인하지 않고 돌려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검찰총장 측근은 좌천

여권 관련 수사를 한 이들과 윤 총장 측근은 지방으로 대거 ‘좌천’됐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수사를 지휘하던 김태은(31기)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장은 대구지검 형사1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 부장은 윤 총장의 측근이다. 이른바 ‘윤석열 사단’ 막내로서 ‘삼성전자·제일모직 합병 의혹 사건’을 수사한 이복현(32기)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장은 대전지검 형사3부장으로 전보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을 기소한 이정섭(32기)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은 수원지검 형사3부장에 임명됐다. 추미애 장관 아들의 군 휴가 미복귀 의혹 수사팀을 이끌던 양인철(29기) 서울동부지검 형사1부장은 서울북부지검 인권감독관으로 전보됐다.

이번 인사 발표 직전 이선욱(27기) 춘천지검 차장 등 7명은 사의를 표했다. 이 차장검사는 법무부 형사기획과장·검찰과장 등 요직을 거친 ‘에이스’였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돈 봉투 사건’에 연루돼 한직을 전전했다. 이성윤 서울지검장을 비판했던 문찬석(24기) 광주지검장은 8월 7일 인사에서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으로 ‘좌천’ 후 사직했다.

논란의 중심이 된 승진자들

법무부가 발표한 인사 명단에서 가장 이목을 끌었던 인물은 '채널A 기자 강요미수 의혹 사건'의 수사팀장인 정진웅 부장검사다. 정 부장은 광주지검 차장검사로 승진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일부 여권 인사들이 '검언(檢言)유착'으로 규정지은 이번 사건을 맡아온 정 부장은 윤 총장에게 수사 독립성을 부여해 달라며 공개적으로 대립각을 세워왔다. 결국 추 장관은 윤 총장에게 이 사건에서 손을 떼라는 취지로 지휘권을 발동해 정 부장에게 힘을 싣기도 했다. 그러나 정 부장이 내놓은 중간수사 결과에선 유착의 명확한 근거는 제시되지 못해 부실‧편향수사 논란이 일었다. 여기에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육탄 압수수색' 논란까지 더해져 서울고검의 감찰까지 받게 되자 검찰 안팎에서 여권 입맛에 맞춰 무리하게 수사를 진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또 정 부장검사는 한동훈 검사장의 휴대전화 유심(USIM) 카드를 압수 수색하는 과정에서 몸싸움을 벌여 ‘독직 폭행’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사건 당일 오후 ‘전신 근육통과 혈압 급상승’을 이유로 응급실 침대에 누워 있는 사진을 언론에 공개했다. 이를 두고 일부 네티즌들은 과거 가수 신정환 씨가 해외 원정 도박 사실을 숨기려 필리핀 현지 입원 사진을 공개했던 ‘뎅기열 사건’과 비교하기도 했다. 정 부장은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독직 폭행’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감찰과 수사를 진행 중인 서울고검은 인사 하루 전인 지난달 26일 정 부장의 신분을 피의자로 전환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달님’으로 칭하며 응원의 글을 올리거나,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팔짱을 끼고 있는 사진을 올려 “성인 남성 두 분을 동시에 추행했다”며 박 전 시장의 성범죄 의혹을 옹호해 논란이 된 진혜원 대구지검 부부장검사가 추 장관 아들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 부부장검사로 자리를 이동한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피해자를 조롱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진 부부장은 한국여성변호사회의 징계요청에 따라 대검 감찰부가 감찰하고 있다.

이밖에도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 1·2·3·4차장검사 자리에 호남 출신이거나 현 정부와 인연이 있는 인사들이 각각 배치되는 등 친정부 성향으로 불리는 검사들이 중용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법무부의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 대해 "검찰 인사가 양아치 수준"이라며 "문재인 정권의 수준을 보여준다"면서 “이 나라가 기회주의자들의 땅이 됐다. 문통(문재인 대통령) 각하의 역사적 업적”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진 전 교수는 정진웅 부장검사의 승진에 대해선 “뎅진웅 부장님 승진하셨대요”라며 “몸을 날리는 투혼을 발휘한 보람이 있네요”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역시 사람은 열심히 살아야 해요”라고 했다.(사진_뉴시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법무부의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 대해 "검찰 인사가 양아치 수준"이라며 "문재인 정권의 수준을 보여준다"면서 “이 나라가 기회주의자들의 땅이 됐다. 문통(문재인 대통령) 각하의 역사적 업적”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진 전 교수는 정진웅 부장검사의 승진에 대해선 “뎅진웅 부장님 승진하셨대요”라며 “몸을 날리는 투혼을 발휘한 보람이 있네요”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역시 사람은 열심히 살아야 해요”라고 했다.(사진_뉴시스)

검찰 인사에 대한 비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법무부의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 대해 "검찰 인사가 양아치 수준"이라며 "문재인 정권의 수준을 보여준다"면서 “이 나라가 기회주의자들의 땅이 됐다. 문통(문재인 대통령) 각하의 역사적 업적”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진 전 교수는 정진웅 부장검사의 승진에 대해선 “뎅진웅 부장님 승진하셨대요”라며 “몸을 날리는 투혼을 발휘한 보람이 있네요”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역시 사람은 열심히 살아야 해요”라고 했다.

미래통합당은 “검찰을 사유화한 친(親)추미애 정실인사”라고 비판했다. 배준영 대변인은 한동훈 검사장과 '육탄전'을 벌인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이 광주지검 차장검사로 승진한 것을 두고 "이제 몸 날릴 공무원들도 제법 늘어날 듯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라임자산운용 사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등을 거론하며 “추 장관은 (이 사건들 수사를) 중단 없이 추진한다는 의지를 밝히라”고 촉구했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로소 이 정권의 검찰 장악이 완전하게 마무리됐다”면서 “국회가 사법체계를 감독하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해서 견제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처음에는 그저 ‘윤석열 힘빼기’ 정도 하는 줄만 알았더니 검사장급 인사에 이어 중간간부급·평검사 인사에 이르기까지 청와대 앞에서 단체 충성서약이라도 받을 태세”라며 “이 정권은 대한민국 검찰을 권력 앞에 가지런히 줄 세우기를 시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제 검찰은 온전하게 이 정권의 소유물이 되고 말았다”며 “우리는 지금도 조국 사건, 윤미향 사건, 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 의혹 사건이 어떻게 다뤄지고 있는지도 충분히 목도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비단 사건 수사뿐 아니라 ‘김경수 재판’과 ‘이재명 재판’은 왜 그런 절차로 진행되고 왜 그런 결론이 나는지도 충분히 미뤄 짐작할 수 있다”며 사법 불신을 드러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검찰 안팎에서 편향된 인사를 놓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아랑곳하지 않는 듯 자신의 SNS를 통해 “법무부 장관으로서 형사 공판부에 전념해온 우수 검사에게 희망의 메세지를 드리고자 노력했다”며 “조직의 공정과 정의가 있어야 하는 일에도 공정과 정의에 매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또 “지금까지 한 두건의 폼나는 특수사건으로 소수에게만 승진과 발탁의 기회와 영광이 집중돼 왔다면 이제는 법률가인 검사 모두가 고른 희망속에 자긍심을 가지고 정의를 구하는 사명을 다할 수 있도록 인사를 바꿔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사진_뉴시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검찰 안팎에서 편향된 인사를 놓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아랑곳하지 않는 듯 자신의 SNS를 통해 “법무부 장관으로서 형사 공판부에 전념해온 우수 검사에게 희망의 메세지를 드리고자 노력했다”며 “조직의 공정과 정의가 있어야 하는 일에도 공정과 정의에 매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또 “지금까지 한 두건의 폼나는 특수사건으로 소수에게만 승진과 발탁의 기회와 영광이 집중돼 왔다면 이제는 법률가인 검사 모두가 고른 희망속에 자긍심을 가지고 정의를 구하는 사명을 다할 수 있도록 인사를 바꿔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사진_뉴시스)

추미애, “이번 인사는 우수 검사에게 희망의 메시지”

추미애 장관은 검찰 인사 논란과 관련해 “이번 인사에서 형사·공판부에 전념해온 우수 검사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드리고자 노력했다”면서 “지금까지 한두 건의 폼 나는 특수사건으로 소수에게만 승진과 발탁의 기회와 영광이 집중됐다면 이제는 법률가인 검사 모두 고른 희망 속에 자긍심을 가지고 정의를 구하는 사명을 다 할 수 있도록 (검찰) 인사를 바꾸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 장관은 고(故) 김홍영 검사 사례를 언급하며 “새내기 검사 김홍영이 희망과 의욕을 포기한 채 좌절과 절망을 남기고 떠난 것을 그저 개인의 불운으로 여길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당연시 여겨온 조직문화를 바꿔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번 인사에서 우수 여성검사들을 법무부의 주요 보직에 발탁했다”며 “검찰 사상 최초로 서울중앙지검과 부산지검 강력부에 여검사 2명을 발탁했다”고 자평했다.

이번 검찰 인사는 검찰개혁을 주장해 온 법무부가 사실상 ‘코드인사’로 단행해 검찰을 장악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각 정부마다 인사 편향은 늘 있었다. 하지만 감찰을 받는 중인 검사를 승진시키거나 ‘피의자’로 전환된 검사를 승진시키는 일은 유래를 찾아볼 수 없다. 또 인사에 있어 직책에 맞는 경험과 실력이 기준이 된 객관적인 인사가 아닌 충성도와 인맥에 의한 ‘사유화’를 위한 인사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검찰개혁은 권력을 ‘시녀’로 만드는 것이 아닌 객관적이고 공정한 검찰을 만드는 것임을 다시 한 번 새겨야 할 것이다.

박희윤 기자 bond003@sisamagaz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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