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가 기회다” 선택과 집중으로 경제위기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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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가 기회다” 선택과 집중으로 경제위기 극복
  • 신혜영 기자
  • 승인 2009.01.14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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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또 같이’…삼성, 두산, LG 등 경제위기 극복위해 분사·합병 등 전략 내세워

최근 기업 CEO들은 “위기가 곧 기회”라며 “경기가 어려울 때 오히려 전략적으로 움직여 회복기를 선점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에 기업들 사이에서는 ‘분사(分社)’ 즉 기업 쪼개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분사는 조직이 방대해진 기업이 경영다각화로 활성화를 기하기 위해 몇 개의 기업으로 조직을 분할하는 것을 말한다. 분사경영은 책임체계의 명확화, 연구개발의 효율화, 세제상의 이점 등이 있다. 특히 전략적 업종을 특화해 보다 강력한 시장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작업이다. 전문가들은 분사는 경기침체 장기화에 대비한 사업 재구축 일환이라며 기업들이 미래 성장전략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관리부문의 중복에 따르는 비용이 늘어나며 연구부문의 교류가 줄어듦에 따른 독창성 상품이 나오기 어렵다는 등의 결점도 지적되고 있다.

너도나도 기업 쪼개기, 분사 통해 신속한 대응력 확보
지난 2008년 12월 2일 LG화학은 산업재사업을 분할키로 했다. LG화학은 건축장식재를 주업으로 하는 산업재 사업본부를 강화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분사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석유화학, 정보전자소재, 전지, 산업재 등 사업본부 4개를 운영하고 있는 LG화학이 산업재 사업본부 분할을 결정한 것은 시장 대응력이 떨어진다는 판단 때문이다.
LG화학은 “전문사업 분야의 선택과 집중을 통해 최근 건축경기 침체 위기를 효과적으로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회사분할을 결정했다”고 밝히며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전문사업 분야로 특화함으로써 시장변화에 능동적,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번 결의로 LG화학은 올 1월 임시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오는 4월 1일에 존속법인인 LG화학과 산업재 신설 법인으로 분사된다. LG화학의 주요 사업본부들은 기업간(B2B) 거래를 중심으로 하지만, 산업재 사업본부는 기업과 소비자간(B2C) 거래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전략적인 차별화가 필요했다. 산업재 사업본부는 건축장식재, 생활소재, 자동차 부품 등을 생산해왔다.
임지수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위원은 “LG화학 내 석유화학 및 정보전자소재 부문과 산업재 부문 간 이질적 사업구조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라며 “산업재 부문이 주택전문소재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LG화학의 틀을 벗어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역시 분사를 계획, 1월 중 LCD 총괄 내 유기발광다이오드(AM OLED)사업부를 분사한다. 이로서 OLED사업부는 삼성SDI의 자회사인 삼성모바일 디스플레이와 합쳐 새로운 신설법인으로 재탄생한다. 삼성테크윈도 카메라와 정밀기계 사업부문을 분할, 이를 전담할 회사인 ‘삼성디지털이미징(SDIC)’을 오는 2월 설립키로 했다. 삼성테크윈 디지털카메라 사업은 지난해 세계 4위에 올랐지만 지난해 3분기 300억 원 적자를 내는 등 수익이 악화됐다.
삼성테크윈 김현희 홍보부장은 “이번 기업 분할의 목적은 각 사업 부문별 전문화와 책임경영체제를 구축하고자 하는 것이다”라며 “특히 정밀기계 사업부문은 신규사업 진출을 통해 신성장동력으로 삼을 계획이다”라고 피력했다.
송민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삼성테크윈은 기업분할에 따라 기존 사업부인 특수 및 파워사업부가 안정적인 성장성과 수익성을 확보할 것”이라며 “반도체 및 차세대 연료장비, 로봇 등 신규 성장사업에 투자가 집중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LS전선도 기계사업과 전선사업을 분리했다. 북미 1위 전선업체인 슈페리어에식스를 인수해 전선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유동성 위기설에 휘말렸던 두산은 장점이 있는 중공업 사업 위주로 재편하고 나머지는 분할하거나 매각해 내실을 키우고 있다.
SK텔레콤은 온라인 쇼핑몰 11번가를 올 초 분사할 계획이다. 11번가는 이미 SK텔레콤 자회사인 커머스플래닛이 운영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0월 음악포털인 멜론을 자회사인 로엔엔터테인먼트(옛 서울음반)에 양도했다.
두산 역시 분사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두산은 최근 지난 10년간 이어졌던 그룹 사업구조 재편을 마무리하고 있다. 비주력 사업의 자산매각과 함께 주력사업에 집중도를 높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병, 캔 등 포장용기를 제조하는 자회사 두산테크팩을 국내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에 4,000억 원을 받고 매각했다. 또 주력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의 방위산업 부문을 떼어내 두산DST(가칭)라는 신설회사를 올 초에 세운다. 두산 관계자는 “급변하는 방위산업의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이번 분할을 결정했다”고 밝히며 “두산의 구조조정 계획에는 ‘소비재 사업부문 축소’와 ‘중공업 중심 사업구조 재편’이라는 그룹의 중·장기 전략이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합병 또는 새 법인설립, 아웃소싱 등으로 시너지 높여
반면 계열사 간 비슷한 부문을 모아 시너지를 높이는 기업도 있다. 대기업에서는 핵심부품 계열사간 합병이 많다. 부품조달 일원화, 규모의 경제를 통한 원가경쟁력 확보를 위한 것이다.
현대·기아차그룹의 자동차부품 전문기업인 현대모비스는 현대오토넷을 합병해 부품조달 등에서 경쟁력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또 현대모비스는 계열사 현대로템의 하이브리드 카 부품사업도 넘겨받았다. 그룹 부품사업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뜻이다. 현대·기아차는 올해보다 내년 자동차 업황이 좋지 않을 것으로 보고 올 하반기에만 글로벌 생산기지에서 10만 대 이상 감산한다.
LG그룹 내 주요 전자부품업체인 LG이노텍과 LG마이크론도 합병작업이 한창이다. 두 회사 합병은 부품계열사간 합병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차원에서 이뤄졌다.
뿐만 아니다. 새 법인 설립으로 어려운 경제 상황을 극복하는 기업들도 있다.
LG디스플레이도 지난 8월 생산비용 절감을 위해 대만 LCD TV 위탁업체인 암트란테크놀로지와 손잡고 중국에서 LCD모듈과 LCD TV를 합작 생산하는 합작사를 설립키로 했다.
SK에너지는 OK캐쉬백 사업에 이어 텔레매틱스 사업을 SK마케팅앤컴퍼니로 이관시키기고 중국에 아스팔트 부문 자회사를 설립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지난 2008년 11월 이후 대한펄프, 케드콤, 참앤씨 등도 사업부를 떼어내 신설 회사를 설립키로 했다.
한편, 수익성이 없는 생산라인을 폐쇄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하이닉스반도체는 효율성이 떨어진 200㎜ 웨이퍼를 생산하는 미국 오리건주 유진 공장을 폐쇄하고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LG전자도 PDP 시장 침체로 PDP모듈 사업 적자가 이어지자 최근 경북 구미에 있는 PDP(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 생산라인을 그룹이 신성장 동력으로 추진 중인 태양전지 생산시설로 전환했다.
뿐만 아니라 생산을 외부 기업에 위탁하는 기업들이 있는가 하면 원가절감을 위한 노력도 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비용절감을 위해 세계 1위 TV 아웃소싱업체인 TPV를 비롯해 퀴스다 타퉁 등에 LCD TV 생산을 맡겼다. LS전선은 원가절감 컨설팅을 통해 협력업체와 원재료 공동구매를 통해 연간 143억 원의 비용을 절감했고 두산인프라코어는 엔진 오일팬의 재질을 고가의 알루미늄 합금 대신 플라스틱으로 바꾼 이후 20억 원의 비용을 줄였다.

인력 구조조정, 대대적 인사 이뤄질 듯
국내 주요 기업들은 사업 분야 조정과 함께 대대적 인사를 통해 분위기를 다잡을 방침이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새로운 인물을 내세워 세계 자동차 시장 위축에 대응할 방침이다. 지난해 9월 김동진 부회장을 현대모비스로 전보시키는 등 최근 1세대 경영진에 대한 인사를 순차적으로 단행했다.
SK그룹은 주력 계열사 사장단을 현행대로 유지하면서 12월 말 일부 임원인사와 함께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삼성은 경영권 편법 승계와 관련된 3심 재판 결과가 나온 지난해 12월 중순 이후 대규모 인사 단행이 이루어 졌다. 시장에서는 삼성이 경영악화를 이유로 그룹사 차원에서 최대 30%까지 인력을 감축한다는 소문도 돌았다. 지난해 11월말부터 삼성전자가 주도적으로 인력감축에 들어가며 각 계열사도 자율적으로 인력을 감축한다는 내용이다.
LG그룹의 인사폭은 당초 예상보다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노텍과 마이크론의 합병이 추진되고 있고, LG전자 내 PC사업을 MC사업본부로 이관하는 등 사업 조정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한화그룹 역시 지난해 대대적인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반면 금융권과 중소기업계에서는 신입과 경력 사원의 채용을 줄이고 고위 임원 중 일부를 퇴직시키는 선에서 내년 인사 계획을 세우는 기업이 대부분이다. 지난해 11월에는 하나금융그룹 계열인 하나대투증권이 대규모 감원에 들어갔으며 하나IB와 합병을 결정한 상태다. 임직원 1,200명 가운데 부부장급 이상 200여 명을 감원하기로 하고 노조와 최종 협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본부장급은 10%가 이미 회사를 그만뒀다. 하나금융그룹 계열사 간 합병은 하나은행이 3분기에 적자를 기록하는 등 실물경기 위축에 따른 금융권의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라는 게 업체측 설명이다.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은 기업들
LS그룹은 지난해 5월 안양 신사옥으로 이전한 뒤 지난해 7월에는 기존 LS전선을 존속법인인 지주회사 (주)LS와 신설법인인 LS전선(주), LS엠트론(주)으로 각각 분할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지주회사 출범에 맞춰 COO(Chief Operating Officer·최고운영책임자)직을 신설하고 자회사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는 ‘책임 경영’ 체제도 가동했다. 특히 LS전선은 지난해 8월 1조 원을 들여 매출 규모 3조 1,000억 원에 달하는 미국 최대 전선회사인 수피어리어 에식스를 인수하는 데 성공, 최근에는 LS전선이 기계 사업을 독립시켜 세운 LS엠트론을 통해 자동차 전장부품 회사인 대성전기공업 지분을 690억 원에 사들이는 등 공격적인 투자로 위기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성장을 해왔다. 앞으로도 전략적 투자를 늘려간다는 계획아래 LS전선은 △무선랜과 전자태그(RFID) △유비쿼터스 통신 및 네트워크 △2차 전지소재 △친환경 에너지 등을 신사업으로 구상하고 있다. 이 가운데 그룹 차원에서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는 신재생 및 친환경 에너지 하이브리드카(HEV)를 비롯해 수소연료전지차 등 미래형 자동차 핵심 부품과 태양광 발전 시스템 등에 투자를 확대할 예정이다.
한화 그룹 역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며 경영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에 치우쳐 있는 사업구조를 변화시키고 신사업 부문으로 세계 시장을 공략함으로써 2011년 까지 그룹의 해외 매출 비중을 총 매출의 40%까지 끌어올려 글로벌 기업으로 체질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에 한화는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계기로 경영전략을 ‘위대한 도전 2011’로 체계화, 전략화시켜 본격적인 경영혁신에 돌입하고 있다. 대우조선을 조선,해양플랜트, 자원개발,해양도시개발,해양환경사업을 아우르는 세계 제일의 조선해양 기업으로 성장시켜 2011년까지 그룹 매출 100조 원과 해외 매출 비중 50%를 달성하겠다는 중장기 경영전략도 세웠다. 특히 한화는 최근 산업은행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후 대우조선해양 인수자금 마련은 물론 인수 후 각 계열사와 시너지효과를 높일 수 있는 사업재편안 마련에 착수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인수금액의 60% 이상은 자체 자금으로 댈 것”이라며 “자금 조달을 위해 계열사 일부 매각 등 모든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는 △건설 부문 △운송·물류·서비스 부문 △화학·타이어 부문 등 3개 사업부문의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구축해 그룹의 질적·양적 성장을 추진한다는 전략도 세워 놨다. 금호아시아나는 미래 성장동력으로 물류와 건설업을 내세우고 있다. 이를 주도하는 대표 계열사가 대한통운이다. 그룹 관계자는 “앞으로 대한통운의 상호보완적인 물류사업 포트폴리오를 토대로 글로벌 종합물류그룹으로 발전해 나간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렌터카 사업의 시너지 극대화 차원에서 금호렌터카를 사업 양수도 형태로 3,073억 원에 인수했다.

경영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든 것
이러한 상황을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실물경기 침체가 길어질 것으로 판단한 기업들이 경영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구조조정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기업들이 경제위기 속에 비핵심 사업 부문을 떼 내거나 잘할 수 있는 부문을 키우는 ‘선택과 집중’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주력 사업 위주로 재편해 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김종년 삼성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기업들이 중장기 플랜을 짜면서 분사를 미래 성장전략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며 “불황기 분사는 대체로 사내벤처 분사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중장기적 새판짜기의 일환으로 분사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한창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이러한 선택과 집중은 불황기의 기업 구조조정의 하나로 살아남기 위한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중복과 낭비요소를 덜고 경영효율화를 이루려는 노력”이라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 포트폴리오의 조정 양상은 제각각이지만 비용을 최소화하고 업무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는 모든 기업이 동일하다”고 설명한다.
재계 한 관계자는 “내년 경제성장률이 3%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는 등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기업들은 현 경제상황과 내년도 경제를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면서 “이 같은 영향에 따라 진행되는 최근 기업들의 사업부문 구조조정은 향후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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