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매거진 제266호] 거대 여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부동산 문제 해결의 일환으로 국회와 청와대, 정부 부처의 세종시 이전을 제안했다. 행정수도 이전 제안은 수도권 집중 완화를 통한 부동산 가격 하락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이 불을 지핀 '행정수도 이전' 논의에 야당은 ‘위헌’과 ‘부동산 정책 실패 혹세무민용’이라는 비판에서 점점 프레임에 말려드는 양상이다. 정치권의 ‘행정수도 이전’이 집값 안정화로 이어지리라 생각하는 국민은 많지 않다.

거대 여당 원내대표가 던진 ‘행정수도 이전’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지난달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부동산 문제 해결의 일환으로 국회와 청와대, 정부 부처의 세종시 이전을 제안했다.
김 원내대표는 “행정수도의 완성은 국토 균형 발전과 지역의 혁신성장을 위한 대전제이자 필수 전략으로, 국회의 결단이 필요하다”며 “적극적인 논의를 통해 국회와 청와대, 정부 부처 모두 세종시로 이전해야 서울·수도권 과밀과 부동산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이어 “이미 많은 기관이 지역으로 이전했고 온라인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정부 행정기능을 지역으로 옮긴다고 공공서비스가 부실해질 염려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뉴욕, 중국 상하이는 행정수도가 아니다. 서울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경제도시, 세계도시로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기능을 세종시로 이전해도 수도로서 서울의 위상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행정수도 이전 제안은 수도권 집중 완화를 통한 부동산 가격 하락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김 원내대표는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입은 일자리와 주거를 악화시키고 있다”며 “지방 소멸은 대한민국 전체의 발전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 따르면 공공기관 이전에 따라 수도권 집중이 8년가량 늦춰진 것으로 나타났다”며 “다시 한번 균형발전을 위한 새로운 모색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청와대 세종 이전은) 지난번에 헌법재판소 판결문에 의해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이 이미 결정됐다. 이제 와서 헌재 판결을 뒤집을 수 없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정치권의 ‘행정수도 이전’ 공방
이낙연 의원은 지난달 21일 “정치권에서 여야가 충분히 논의해 해결해가는 방법이 없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여야가 합의하거나, 헌재에 다시 의견을 묻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고 긍정적 방안을 거론했다.
김부겸 전 의원도 이날 “자꾸 수도권으로 몰릴 수밖에 없는 현실을 두고 대책을 세워봐야 한계가 있으니 노무현 전 대통령이 시도했던 국토균형발전 철학을 되살려 보자고 하는 뜻인 것 같다”며 찬성했다.
김경수 경남지사도 박병석 국회의장 예방을 마치고 “행정수도 이전은 예정대로, 계획했던 대로 추진하는 게 국가적으로 필요하다”면서 “실제로 청와대가 이전할 예정 부지까지 행정복합도시 계획에 들어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미래통합당은 수도권 과밀 해소 필요성엔 공감하면서도 민주당이 수도권 부동산 가격 폭등 문제에 대한 국민 시선을 돌리기 위해 꺼낸 카드에 불과하다고 폄하했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 후 “행정수도는 이미 헌재에서 위헌 결정이 난 문제다. 위헌성 문제가 해결되고 난 뒤에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도권 집값이 상승하니 행정수도 문제로 (여론의) 관심을 돌리려고 꺼낸 주제”라며 “행정수도 이전이 아닌 세종시 자체를 좀 더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이라면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논의할 생각이 있다”고 덧붙였다.
‘집 값 안정?’ 공감하지 않는 여론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해 우리 국민 54.5%는 ‘행정수도 이전이 집값 안정화로 이어지는 것에 공감하지 않는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지난달 27일 발표됐다. 서울 거주자의 경우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자 69.3%에 달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는 지난달 24일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행정수도 세종시 이전은 수도권 집값 안정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주장에 전체 응답자의 54.5%가 ‘공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세부적으로 보면 ‘전혀 공감하지 않는다’는 35.8%, ‘별로 공감하지 않는다’는 18.7%였다.
반대로 ‘공감한다’는 응답은 40.6%였다. ‘매우 공감’은 19.5%, ‘대체로 공감’은 21.1%로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4.9%였다.
수도권의 경우 ‘공감하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이 62.8%로 더욱 높았다. 특히 서울에 거주하는 응답자들은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져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69.3%에 달했다. 경기·인천은 ‘공감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58.7%였다.

야당의 찬반 딜레마
행정수도 이전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야당 정치인들은 각자 다른 셈법을 드러내고 있다. 우선 일부 지역 의원들과 충청지역에서는 찬성 입장이다.
통합당 5선 중진인 정진석 의원은 지난달 27일 “여당의 국면 전환용 꼼수가 분명하지만, 어차피 마주할 수도 이전 논의를 당장 외면하는 것은 상책이 아니다”라며 “하루속히 당 차원에서 입장 정리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 의원은 “우리가 생각하는 수도 이전의 목적은 정부 부처와 국회·청와대의 분리로 인한 국가 자원의 비효율을 개선하는 데 방점이 있다”며 “미완성의 행정중심복합도시 세종시를 온전하게 만들어 '행정수도는 세종, 경제수도는 서울'이라는 구도를 만들어주는 것이 그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27일 비대위 회의에서 “민주당에서 최근에 왜 이렇게 급작스런 수도 이전 논의에 불을 붙이는지 모르겠는데, 수도 이전에 대한 굳건한 생각을 갖는다면 내년 4월 7일에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수도 이전을 민주당 공약으로 내걸고 서울시민의 의사부터 확인하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 투기 억제를 못하니, 이제는 서울은 천박한 곳이라 수도가 옮겨져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도시 발전과정이라는 걸 제대로 인식 못하는 것에서 나온 발상 아닌가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야당인 국민의당의 안철수 대표는 행정수도 이전에는 찬성이지만, 민주당의 의제설정 '타이밍'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그는 이날 최고위에서 “여당 원내대표가 행정수도 이야기를 하니 멀쩡하던 세종시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르고 있다. 제발 그 입들 좀 다물면 안 되겠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반면에 정의당은 찬성 입장을 당 차원에서 밝혔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날 상무위원회의에서 “행정수도 이전은 국가균형발전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이 마련되고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합헌적 절차를 통해 실현할 수 있다. 대통령이 국민투표에 부의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의 골간을 다시 세우는 중대사안인 만큼 대통령과 정부, 국회가 한마음 한뜻으로 협력할 때 실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행정수도 이전’을 밀어붙이는 여당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28일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해서 국민적 동의라는 전제하에 구체적인 추진 방안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원 포인트로 헌법 개정하는 것과 둘째, 국민투표로 부치는 것 그리고 셋째는 행정수도법 제정이나 행정중심복합도시법 개정 이후 헌법소원이 들어오면 위헌 여부를 헌법재판소에서 다시 한 번 받아보는 것이다.
하지만, 원포인트 개헌은 2004년 헌재 결정 취지를 존중하고 관습헌법 논란을 종식할 수 있지만 본회의 통과를 위해선 국회의원 3분의 2인 200명이 찬성해야 하므로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 또한, 민주당은 대통령이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치는 방법은 야당이 반대할 시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이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28일 국회 원내대표회의에서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논의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며 “서울에 편중된 1극 체제의 부작용을 극복하고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한 청사진을 속도감 있게 준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는 야당의 협조도 촉구했다. 위헌 문제가 있어 최대한 합의를 끌어내는 것으로 비춰진다. 그는 미래통합당에 “지도부가 당내 여론과 달리 논의 자체를 통제하고 있어 안타깝다”며 “특히 함구령까지 내리며 당내 행정수도 찬성 의견을 억누르는 미래통합당 지도부의 모습은 실망스럽다”고 개탄했다. 이어 행정수도에 대한 통합당 지도부의 입장을 명확히 밝혀줄 것을 촉구했다.

2004년 헌재의 위헌 판결
헌법재판소는 2004년 10월 21일 수도의 이전을 내용으로 하는 ‘신행정 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이 우리나라의 수도가 서울이라는 우리 헌법체계상 자명하고 전제된 불문의 관습헌법사항을 헌법개정절차를 이행하지 않은 채 법률의 방식으로 변경한 것이어서 그 법률 자체가 청구인을 포함한 국민의 헌법개정 국민투표권을 침해하였으므로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선고했다.
헌재가 당시에 내린 판결문 중 중요 부분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서울이 우리나라의 수도인 것은 조선시대 이래 600여 년 간 우리나라의 국가 생활에 관한 당연한 규범적 사실이 되어 왔으므로 우리나라의 국가 생활에 있어서 전통적으로 형성되어있는 계속적 관행이라고 평가할 수 있고(계속성), 이러한 관행은 변함없이 오랜 기간 실효적으로 지속되어 중간에 깨어진 일이 없으며(항상성), 서울이 수도라는 사실은 우리나라의 국민이라면 개인적 견해 차이를 보일 수 없는 명확한 내용을 가진 것이며(명료성), 나아가 이러한 관행은 오랜 세월간 굳어져 와서 국민들의 승인과 폭넓은 컨센서스를 이미 얻어(국민적 합의) 국민이 실효성과 강제력을 가진다고 믿고 있는 국가생활의 기본사항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서울이 수도라는 점은 우리의 제정헌법이 있기 전부터 전통적으로 존재하여온 헌법적 관습이며 우리 헌법조항에서 명문으로 밝힌 것은 아니지만 자명하고 헌법에 전제된 규범으로서, 관습헌법으로 성립된 불문헌법에 해당한다”
“서울이 우리나라의 수도인 점은 불문의 관습 헌법이므로 헌법개정절차에 의하여 새로운 수도 설정의 헌법 조항을 신설함으로써 실효되지 아니하는 한 헌법으로서의 효력을 가진다. 따라서 헌법개정의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수도를 충청권의 일부 지역으로 이전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 이 사건 법률을 제정하는 것은 헌법개정사항을 헌법보다 하위의 일반 법률에 의하여 개정하는 것이 된다. 한편 헌법 제130조에 의하면 헌법의 개정은 반드시 국민투표를 거쳐야만 하므로 국민은 헌법개정에 관하여 찬반투표를 통하여 그 의견을 표명할 권리를 가진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은 헌법개정사항인 수도의 이전을 헌법개정의 절차를 밟지 아니하고 단지 단순법률의 형태로 실현시킨 것으로서 결국 헌법 제130조에 따라 헌법개정에 있어서 국민이 가지는 참정권적 기본권인 국민투표권의 행사를 배제한 것이므로 동 권리를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헌법재판소 2004. 10. 21. 선고 2004헌마554・556(병합) 판결문 중에서)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국민투표는 가능한가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달 27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행정수도 이전 방안은 헌법개정과 국민투표, 법률 형식의 입법이 있다”며 “헌법 72조 국민투표의 방법이 고려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헌재는 2004년 행정수도 위헌 결정을 하면서 수도가 서울인 것은 관습헌법이라는 근거를 제시했는데, 국민투표를 통해 국민의 합의가 확인되면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헌법적인 정당성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 헌재의 판결을 살펴보면 “‘서울이 수도인 사실’은 단순한 사실명제가 아니고 헌법적 효력을 가지는 불문의 헌법규범으로 승화된 것”이라면서 “관습헌법도 헌법의 일부로서 성문헌법의 경우와 동일한 효력을 가지기 때문에 그 법규범은 최소한 헌법 제130조에 의거한 헌법개정의 방법에 의하여만 개정될 수 있다. 따라서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에 의한 국회의 의결을 얻은 다음(헌법 제130조 제1항) 국민투표에 붙여 국회의원 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헌법 제130조 제3항)”고 밝히고 있다.
또 “우리나라의 수도가 서울이라는 점에 대한 관습헌법을 폐지하기 위해서는 헌법이 정한 절차에 따른 헌법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국민투표가 가능하다는 입장은 “헌법규범으로 정립된 관습이라고 하더라도 세월의 흐름과 헌법적 상황의 변화에 따라 이에 대한 침범이 발생하고 나아가 그 위반이 일반화되어 그 법적 효력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상실되기에 이른 경우에는 관습헌법은 자연히 사멸하게 된다. 이와 같은 사멸을 인정하기 위하여서는 국민에 대한 종합적 의사의 확인으로서 국민투표 등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방법이 고려될 여지도 있을 것이다”라는 헌재의 판단에 근거를 둔 것으로 보인다.
또 헌법 72조는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민투표를 대안으로 거론한 이들은 수도 이전이 외교‧통일 등은 물론 국가 안위에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여기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이 경우 대통령이 매우 무거운 정치적인 부담을 떠안게 된다. 현실적으로도 대통령이 직접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위헌판결이 난 사안에 청와대가 주도적으로 나설 경우 정권에 대한 찬반투표 프레임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청와대는 국회의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에서 돌연 2004년에 ‘위헌 판결’까지 났었던 행정수도 이전을 갑자기 거론한 주요 이유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때문이라고 보는 시선이 우세하다. 따라서 행정수도 이전이 근본적인 집값 폭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여부가 관건일 것이다. 하지만 여당이 화제 전환엔 성공한다 해도 그것만으로는 핵심인 집값 상승 문제를 덮고 가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행정수도 이전’은 국토균형 발전과 지역 혁신성장을 위한 대전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국가의 미래를 위한 ‘진실한 논의’가 아닌 국면전환용 또는 국민의 분열을 만드는 화두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박희윤 기자 bond003@sisamagaz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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