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결과 이러한 국제거래 관련법에 자문을 원활히 수행하도록 외국법률가들에게 ‘외국법 컨설턴트’(FLC : Foreign Legal Consultants, 외국법 상담사 또는 외국법자문역이라고도 함)로서의 영업을 자유화하고 로펌들이 상업적 주재를 통하여 해외로 진출하는 추세가 증가하기에 이르렀다. FLC가 제공할 수 있는 법의 영역에 대해서 아직 국제적 합의는 없으나, 일반적으로 FLC로서 활동하는 외국 법률가들은 국제법이나 자신들이 자격을 갖고 있는 본국법 및 제3국의 법에 대한 법률자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간주된다.
국제거래 관련 법률서비스 수요 크게 늘어 우리나라의 법률시장 규모는 2004년 현재 2조3,812억 원으로 GDP의 0.31%이고, 미국 시장의 1.4% 수준이다. 2006년 9월말 현재 개업 변호사는 7,615명으로 1990년 1,803명에 비해 약 네 배 이상 증가했다.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된 전체 변호사만도 1만46명으로 로스쿨이 도입될 경우 변호사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한편, 국내변호사들의 국제변호사 자격 취득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법률시장의 개방에 대응하여 한국 법률은 물론 외국 법률에도 정통한 변호사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내 주요 로펌의 경우 소속 변호사의 20~40% 이상이 국내 및 국제 변호사 자격을 갖고 있다. 일부 로펌은 중국과 베트남 등에 해외지사를 설립함으로써 네트워크를 통해 국가별로 차별적 전문지식을 갖추기도 한다. 지난 1996년 우리나라는 OECD에 가입하는 과정에서 ‘변호사법’개정을 통해 외국인이 국내변호사 자격을 취득하는 경우 법률사무소 개설 등 법률서비스 분야 투자를 허용하였다. 즉 한국변호사 자격을 취득하고 대한변호사협회의 회원으로 등록한 자만이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따라서 국내변호사 자격을 보유하지 않은 외국변호사가 외국법 자문역을 위해서 국내에서 법률사무소나 법무법인을 설립하는 것은 아직 허용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한·미FTA의 타결로 미국변호사 자격 소지자가 국내에서 국제공법 및 미국법에 대한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허용할 계획이어서 미국 로펌의 국내 법률사무소 개설 및 국내에서의 외국 법률에 대한 자문이 가능하게 될 전망이다.
새로운 법률업무 출현, 법률서비스 무역 촉진될 듯
지금까지 국내 기업들은 국제거래(국경간 M&A, 다양한 국제금융거래기법, 해외증권 발행 등) 관련 자문서비스를 해외에 나가서 또는 국내 로펌을 통해 간접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었으나, 법률서비스 시장이 개방되면 국내에 설립된 외국 로펌 사무소의 해외네트워크를 통해 관련 서비스를 국내에서 신속하게 공급받을 수가 있게 될 것이다.
특히, 단계적 개방계획에 따라 외국 로펌에 국내 로펌과의 제휴 및 합작·고용 등까지 허용할 경우, 외국 로펌들이 국내에 투자하려는 외국 투자가에게 국내법 관련 자문서비스를 포함하여 투자계약 관련 자문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할 수 있게 돼 외국인투자의 증대에도 기여할 것이다. 또한 이 경우 국내 로펌들은 다양한 형태로 외국 유수의 로펌들과 전략적 제휴나 파트너십 등 협업관계를 구축하여, 세계적 네트워크에 통합되는 효과를 도모할 수가 있다. 또한 외국 로펌에 고용되는 국내 변호사는 근무과정에서 국제거래에 관한 전문성을 배양하는 학습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이미 국내 주요 로펌은 국제변호사를 적극적으로 확보하고 있고, 다수의 외국 변호사가 여러 형태로 한국에서 법률자문 역할을 수행하고 있고, 로펌도 분야별로 특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더구나 법률서비스시장은 국가적인 인재들이 모이는 분야이므로 경쟁력 확보의 가능성이 매우 큰 분야로 볼 수 있다.
법률서비스 시장의 개방은 법률서비스뿐만 아니라 연관 서비스업의 발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히 첨단화되어가는 국제금융거래에 있어서는 전문적인 법률서비스의 공급 여부가 중요하므로 법률서비스의 시장개방은 정부의 동북아 금융허브전략에도 기여할 것이다. 따라서 현재 입안 중인 ‘외국법자문사역법안’을 조속히 시행하고, 시장개방의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도록 국내 로펌과의 동업·합작과 국내 변호사의 고용 허용도 계획대로 차질 없이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단, 국내 로펌과의 동업이나 국내 변호사의 고용을 허용할 경우 외국법 자문변호사가 국내법 관련 업무를 편법적으로 수행할 우려를 해소시키기 위해서, 동업 대상 국내 변호사의 자격요건을 강화하고, 국내 변호사의 최소 고용요건을 부과하거나 국내 법률서비스 시장의 공정경쟁 질서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법률시장 개방 철저하게 대비해야
법률시장이 개방되면 국내 법조계의 국제화·전문화 및 고급 법률서비스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수요 충족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예상된다. 반면, 최초 개방에 따른 법률시장 혼란 및 영?미계 대형 로펌의 국내 법률시장 잠식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 또한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이에 법무부는 순기능을 극대화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법률시장 개방을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 법률시장 개방 근거법이 될 외국법자문사법 제정을 추진 중에 있고, 국내 법률사무소의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각종 지원 방안을 마련·시행하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 2007년 법률시장 개방을 제도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외국법자문사법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였다. 그 주요 내용으로는 ▲ 외국 로펌이 국내에 분사무소(외국법자문사무소)를 개설하고, 외국 변호사가 국내에서 외국법사무를 수행할 수 있는 외국법자문사 제도 도입 ▲ 외국 변호사의 국내 활동에 필요한 자격요건, 등록절차, 징계 사유 규정 등을 통한 합리적 관리·감독제도 수립 등이다.
제정안에서는 외국법자문사나 외국법자문사무소가 국내 변호사 등을 고용하거나 이들과 동업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추가 개방과정에서 이와 같은 제한은 완화 또는 폐지될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외국 로펌과 국내 로펌간의 합작기업 설립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또 합작기업은 국내 변호사 고용을 통해 국내법 사무까지 다룰 수 있게 되는데, 합작기업의 국내 활동 이전에 국내 법률사무소는 외국 로펌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그리고 합작기업 설립 과정에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을 수 있도록 체질을 강화할 것이다.
법률시장 개방, 위험과 기회를 동시에 제공해
이미 우리나라보다 먼저 법률시장을 개방한 독일과 일본, 중국의 경우 토종 로펌의 상당수가 영국과 미국계 로펌의 공격 앞에 속수무책으로 쓰러졌지만, 그중 일부 로펌은 적극적인 해외시장 개척과 업무처리 능력 개선을 통해 글로벌화 전략을 실천하고 있다.
중국 로펌들은 외국 로펌에서 근무했던 변호사들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특히 젊은 변호사들 사이에 불고 있는 외국 로펌 선호 현상에도 크게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중국인 변호사들이 외국계 로펌에서 파트너로 올라가는 경우는 드물어 대개 5~10년 내 중국 로펌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또한 그동안 중국 기업의 해외증시 상장은 외국 로펌이 도맡아 왔지만 2004년엔 킹앤우드가 이 분야에서 50%의 점유율을 기록하기도 했는데, 외국 로펌에서 선진 법률서비스를 배운 중국인 변호사의 활약 덕택이다.
한편, 독일 로펌들은 법률시장 개방 이후 자국 내에서 고객유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자 동유럽으로 진출했는데 독일 토종 로펌 중 2위인 ‘글라이스 루츠’는 이미 1990년대 초반 체코의 프라하에 사무소를 설치했다. 이 로펌은 98년 폴란드 바르샤바에 정식 사무소를 개설한 데 이어 2001년에는 중국 상하이에도 진출하는 등 아시아 지역으로 그 영역을 넓혔다.
독일 최대 토종 로펌인 ‘헨겔러 뮬러’도 이와 비슷한 시기 헝가리 체코 벨기에 등 유럽 각국으로 변호사들을 파견했을 뿐만 아니라 법률서비스 선진국인 영국에도 진출하는 과감한 전략을 택했다.
독일 법조계에선 ‘독일 변호사는 책을 끼고 살며 영국과 미국 변호사는 계약서만 생각하며 산다’는 말이 널리 알려져 있다. 이 말은 독일 변호사들이 법 이론에 강한 데 비해 영국과 미국 변호사들은 계약 및 실무에 밝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재판을 통해 형성된 독일 판례가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영국과 미국의 계약서가 국제 표준이 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이처럼 한 분야에서만큼은 세계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독일과 영ㆍ미계 로펌은 98년 독일 법률시장이 전면 개방되면서 자존심을 걸고 자웅을 겨뤘다. 그 결과 계약과 협상이 중심이 된 기업 자문에서는 영?미계 로펌이 강세를 보였고, 각종 소송 대리와 소송 관련 자문은 독일 로펌들이 강세를 보였다. 결국 독일 기업들과 국민은 자국의 법률시장 개방을 통해 자문과 소송 등 모든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법률 서비스를 받게 된 것이다.
실제 독일에선 법률시장 개방 이후 벤츠 도이체방크 등 세계화된 독일 대기업들은 비싼 자문료를 감당하더라도 해외 진출 등 국제적 거래가 있을 때마다 영ㆍ미계 글로벌 로펌을 찾았다. 독일 토종 로펌과 달리 영?미계 로펌들은 국제적 기반을 통해 거래 상대가 속해 있는 나라의 사정에도 밝기 때문이었다. 시장 개방 전 독일 로펌과 현지 로펌으로부터 동시에 자문을 구해야 했던 기업들은 결과적으로 더 저렴하게 법률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 셈이다. 물론 독일 기업들은 토종 로펌으로도 해결할 수 있는 자국이나 유럽 단위의 거래는 국내 로펌을 이용했는데, 중소형 로펌의 시간당 변호사 자문료가 영?미계 로펌보다 100유로 이상 저렴하다는 장점을 십분 활용한 것이다.
대형화·전문화된 외국 대형로펌과 경쟁 준비해야
우리나라에서 소속 변호사가 가장 많은 로펌의 변호사 수가 300여명에 불과한데 반해 영?미계 대형 로펌들은 대개 2.000~3.000천 명 가량의 변호사를 고용하고 있어 그 규모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1998년 법률시장을 개방한 독일의 경우, 개방 당시 500여개의 로펌과 약 5만 명의 변호사가 활동하는 대형 법률시장이었음에도 개방 이후 영?미계 대형 로펌들의 M&A 공세로 현재는 10대 로펌 중 영?미계가 8개소를 차지하고 있으며, 1970년대 법률시장을 개방한 프랑스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영ㆍ미계 메가 로펌에 시장을 잠식당해 상위 25개 로펌 중 프랑스 회사는 단 4개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처럼 외국의 개방사례를 보더라도 결국 법률시장 개방에 대비한 근본적인 대책은 국내 로펌이 영?미계 대형 로펌과 대등한 지위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그 규모를 키우는 것이 급선무임을 알 수 있다.
로펌의 규모가 커져야 각 분야의 전문성 있는 인재가 모이게 되고, 크고 복잡한 사건도 일사천리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된다. 이를 위해서 법무부는 국내 로펌이 대형화에 적합한 형태로 조직변경하거나 쉽게 합병할 수 있도록 각종 기준과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변호사법 개정안을 마련하였고 지난 2008년 9월 29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개정 변호사법은 구성원 전원이 무한 연대책임을 지는 기존 법무법인 형태의 로펌을, 관련 변호사 등만이 책임을 지는 법무법인(유한)이나 법무조합 형태로 상시적으로 바꿀 수 있도록 하였고, 법무법인(유한)이 부수적인 업무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독립법인 설립 등을 쉽게 하기 위해 다른 법인에의 출자한도제한을 완화하였다.
그 밖에도 주사무소 구성원 주재요건을 ‘구성원의 과반수’에서 ‘구성원의 3분의 1’로 완화하고, 주사무소 소재지인 시·군·구에 분사무소 설치 제한을 폐지함으로써, 변호사 수 증가에 따른 사무소 공간 부족, 로펌간의 합병에 따른 사무소 통폐합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어 국내 로펌의 대형화·전문화가 촉진될 것으로 기대한다.
우리는 이제 막 세계 법률시장 무대에 공식적인 첫 발을 내디디려 하고 있다. 일단 발을 딛고 나면, 법조직역에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세찬 변화의 바람이 불어올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세계에서 한국 법률시장의 위상이 결정지어 질 것이고, 따라서 앞으로의 몇 년 동안이 우리 법률시장에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사이버 로펌의 오늘과 내일 오늘날 인터넷의 발달은 법률분야에도 영향을 미쳐 사이버로펌(Cyber Law Firm)을 탄생시켰다. 사이버로펌을 통해 법률정보가 제공되고 법률상담서비스가 이루어지며, 사건이 특정 변호사에게 알선되기도 한다. 우리 사회에서 이제 갓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사이버로펌은 공급자 위주의 법률시장을 소비자 중심의 법률시장으로 바꾸는 긍정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나, 그에 관한 법과 제도가 미흡하여 아직 혼란 속에 머물고 있다. 현행 변호사법 및 관련 제도는 사이버로펌의 설립과 운영에 관하여 여러 가지 측면에서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변호사업무는 반드시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사고를 바탕으로,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법률사무에 대해 변호사에 의한 직접적인 업무수행 여부, 온라인상의 비대면 업무처리방식의 부정확성 내지 불성실성, 사건의 수임과정에서 편법으로 행해질 대가성 알선행위 등을 우려한 나머지 인터넷을 이용한 법률사무의 사업화에 강력하게 저항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사이버로펌을 통해 현행 변호사법이 금지하려고 하는 각종 위법행위 및 탈법행위가 행해지는 것이 용인되어서는 안 된다. 특히 비변호사의 법률사무취급, 변호사와 비변호사의 공동사업, 변호사의 법률사무소 이중개설, 사건수임에 대한 대가지급 등이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에서 이루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철저한 법적 규제가 필요하고 꾸준한 단속이 행해져야 한다.
그러나 현대 사회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모든 사고와 행동을 바꾸고 있는 추세에서 유독 법률사무에 있어서만 오프라인을 고집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 사이버로펌은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법조영역에 있어서 시대적 혁명의 불빛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사이버로펌은 과학화, 글로벌 시대에서 필수불가결한 존재이며, 그 순기능은 역기능을 충분히 능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본격화될 법률시장의 개방을 앞두고 우리는 하루 빨리 사이버로펌에 관한 법적 근거와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입법적으로 제시해야 할 것이다. 그럼으로써 사이버로펌을 합리적인 방향으로 적극 발전시킴으로써 소비자 중심의 법률시장을 형성해 나가고,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낮은 가격으로 시민에게 공급하며, 투명하고도 경쟁적인 변호사업무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