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한국국회, 새해는 달라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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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한국국회, 새해는 달라질 것인가
  • <편집국>
  • 승인 2009.01.13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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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 상정 ‘충돌’ 국제적 망신거리로 전락한 한국국회

 

 

지난해 12월 18일 한나라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단독상정과 관련,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회의장 안팎에서 벌어진 ‘국회 전기톱사건’으로 대한민국 국회는 국제적 망신을 톡톡히 당하고 있다. 미국 뉴욕 타임스(NYT), 영국 BBC방송, 중국 신화통신 등 세계 주요 언론 인터넷판은 지난 12월 19일 한국 국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상정을 둘러싸고 벌어진 의원들의 물리적 충돌 사태를 사진과 함께 크게 보도했다.
영국 일간 스코츠맨은 “질서 점수는 빵점, 이것이 한국 의원들이 보여준 거부 방법”이라고 비꼬는 제목을 달아 여야의 추태를 비난했고, 미 로스앤젤리스 타임스(LAT)는 해머를 들고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회의장에 들어가려는 야당 측과 소화기를 뿌리며 이를 저지하려는 여당 관계자들의 몸싸움 소식을 크게 보도했다. ‘한국 스타일의 정치(Politics, South-Korea Style)’라는 부제가 달린 이 기사에서 LAT는 양측이 격렬하게 몸싸움을 벌이는 사진 10장을 실었다.
뉴욕 타임스는 “한국 의원들이 한미 FTA의 운명을 깨뜨리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여야 의원과 당원들이 회의장 입구를 막은 장애물을 사이에 두고 몸싸움을 벌이는 사진을 실었다. BBC방송 인터넷판에서는 ‘오늘의 사진’ 코너에 국회 회의장 입구에서 소방 호스로 물을 뿌리는 장면을 싣고, 여야의 극한 대치 배경을 소개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 인터넷판의 메인 화면도 난장판 국회 사진이 차지했다. 가디언은 관련 사진을 11장이나 올리고 “한국 국회에서 폭력 사태가 벌어졌다”고 상세히 보도했다.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발간되는 중동 유력 영자지 ‘걸프뉴스’는 12월 19일자 1면, 25면에 난투극 사진을 배치했다.
일본의 공영방송 NHK는 12월 18일 오후 8시 메인 뉴스에서 “한미 FTA 비준 동의안과 관련해 국내 산업에 대한 지원을 우선해야 한다는 야당 의원들의 반발로 소동이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국회사무처 “폭력가담자 고발키로”
국회사무처는 지난해 12월 19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비준동의안 단독상정과정에서 물리력을 행사한 관련자들에 대해 국회회의장 모욕 및 특수공무방해치상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사무처는 이날 “회의장 안팎에서 빚어진 폭력사태가 국회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인 ‘회의기능’을 마비시키는 것으로 국회의원의 정상적인 입법 및 의정활동을 저해하는 심각한 위법행위로 판단하고 있다”며 “의회의 기본적인 기능을 회복하고, 습관화된 물리력을 동원한 의사진행의 방해 행위 등에 대한 재발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이번 사태 관련자들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묻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회사무처 육동인 공보관은 이날 “특히 어제 외통위의 폭력사태는 대형 쇠망치나 노루발, 전기톱까지 동원되는 등 극단적인 방법이 사용된 바 더욱 심각한 사태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사무처에 따르면 국회사무처 경위과 직원 안모 씨(다발성 좌상 및 찰과상 등 3주간 치료요), 강모 씨(척추골절의심, 2주간 치료요)가 현재 병원진단을 받고 입원치료 중이며 임모씨 등 5명은 1~2주의 진단을 받아 치료 중이다. 사무처는 “이들 폭력행위 가담자들을 국회회의장 모독죄, 공용물건손상죄, 특수공무방해치상죄로 관계당국에 고발조치할 방침이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민을 실망시키는 국회폭력이 더 이상 재발되지 않도록 국회관계자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국회의장 “FTA 비준안 여야 합의처리해야···”
김형오 국회의장이 지난 2008년 12월 19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단독상정 과정에서 빚어진 물리적 충돌과 관련 김양수 비서실장을 통해 유감의 뜻을 밝혔다. 김 의장은 19일 ‘작금의 사태와 관련한 의장의 입장’이라는 성명을 내 “한미 FTA협정체결은 침체된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지만 이토록 일방적으로 상정해야 했는지, 또 이토록 극한적으로 저지해야 했는지 반성해봐야 할 것”이라면서 “분노와 증오를 누르고 이성적으로 대화해 달라”며 여야간 대화와 타협을 촉구했다.
또, “소수에 대한 배려, 다수결의 원리가 모두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임을 인정할 때 대화와 타협이 이뤄질 수 있다”면서 “국회의장으로서 중립성과 공정성을 확고히 지켜 나갈 것”이라고 했다. 특히 “민의의 전당인 국회가 전쟁터나 다름없는 아수라장으로 변한 1차적 책임은 국정을 이끌어가는 여당에 있다”며 “한미 FTA 비준동의안은 여야가 충분히 협의하여 처리해도 결코 늦지 않을 것”이라고 해 한나라당에 유감의 뜻을 나타냈다.
김 의장은 또 “경제위기 극복에 필요한 민생법안은 이번 임시회 내에서 최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한다”면서 “특히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받은 공직선거법은 재외국민과 외항선원에게 투표권을 주도록 반드시 올해 안에 개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여당의 중점법안 일방처리에 대비해 국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거대여당의 일방통행을 막기 위해서는 당파를 초월한 국회의장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김 의장의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했다. 그는 “여당만 일방통행한다면 야당이나 의장은 필요가 없으며 여당이 의원총회에서 모든 것을 결정하면 될 일”이라며 “이런 상황을 방치하는 것은 의장의 도리가 아니다”고 밝혔다. 결국 정국의 대치를 해결할 수 있는 마스터 키는 김 의장이 쥐고 있다는 뜻이다. 그는 김 의장이 “다시는 무더기 직권상정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천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민주당 조정식 원내대변인도 “의장이 국회가 작금의 사태로까지 치닫게 된 1차 책임이 한나라당에 있음을 지적한 것을 당연하다. 비준안은 여야가 충분히 협의해 처리해도 늦지 않다는 의장의 의견에 민주당은 적극적으로 동의한다”며 한나라당이 김 의장의 지적을 받아들일 것을 요구했다. 그는 또, “민주당 의원들의 의장실 농성은 의장께서 직권상정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다면 즉각 해지할 것이다. 그리고 이번 임시회 내에 민생법안을 최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의장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는 하나, MB악법을 민생법안으로 포장하여 날치기하려는 한나라당의 강해처리 시도가 철회되어야 한다”고 한나라당을 압박했다.

 

‘난장판국회’ 누가 책임지나
연말 국제적인 조롱거리를 제공한 ‘난장판’. 그걸 바라보는 국민들은 모두 할 말을 잃었다. 쏟아지는 외신들의 조롱을 차치하고서라도 더 절망스러운 것은 앞으로도 더 나아질 것이란 기대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폭력으로 얼룩진 파행국회에 서로간의 비난만 쏟아질 뿐, 누구하나 책임지려고도 하지 않고 서로의 탓만 하고 있다.
난장판국회가 일어난 다음날 여당 원내대표는 “해머와 망치, 전기톱이 난무하는 국회는 없어져야 한다. 반드시 형사책임을 묻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그 원인에 대해선 “야당이 오죽 합의를 안해줬으면 그렇게 했겠느냐”며 하소연했다. 외통위 회의장 점거, 야당과의 사실상의 ‘대화포기’, 더욱 앞선 예산안 단독처리 등 파행의 원인들에 대해선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다. 하다못해 자신들이 추진하는 법안에 대한 여론의 지지를 들먹이며, 야당의 ‘발목잡기’를 증명하지도 못하고 있다.
‘결자해지(結者解之)’라 했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국회의장이든 모두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누구든 나서서 국민들에게 사죄하고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지려는 자세를 보인다면 국민들의 화난 마음을 조금이나마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이다.
2009년 정치기상도는 여전히 흐림이다. 안팎으로 악재들만 가득한 지금 국민들은 하루하루 살아가기 위해 이를 악물고 고군분투하고 있다. 정치인들은 이런 국민들의 심정을 헤아리고 보살펴 ‘for the people'을 실천해야 할 것이다.

부끄러운 한국국회 - 그 기억의 잔상들
 

내용을 입력해 주세요.60년 환갑을 맞이했던 대한민국국회. 이번 ‘국회 전기톱사건’을 계기로 그 질곡의 역사를 되짚어본다.
1948년 5월 31일 대한민국 역사 최초로 국민들의 손으로 만든 제헌국회가 출범, 민주주의가 태동하게 된다. 이후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폐허가 된 나라 안에서 2대 국회는 피난생활을 해야 했다. 전쟁의 잿더미 속에서 출범한 3대 국회. 이때부터 부끄러운 한국국회의 모습도 시작된다.
3대 국회 - 여당인 자유당이 일부 야당의원들을 회유하거나 협박해 이른바 ‘4사 5입 개헌’을 통과시키는데, 이는 갓 태동한 한국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사건으로 기록된다.
4대 국회 - 1960년 3월 15일 실시된 정·부통령선거에서 이승만이 부정과 폭력으로써 재집권을 시도하다 4·19혁명이 발생, 이승만 정권이 붕괴된다.
5대 국회 - 역사상 처음으로 양원제를 채택하지만, 5·16 군사쿠데타로 인해 그 생명은 9개월 밖에 되지 못했다.
7대 국회 - 1969년 박정희 3선을 목적으로 한 ‘3선개헌’으로 여야 갈등이 극에 달했다.
8대 국회 - 1972년 10월 17일 대통령 박정희는 장기집권을 목적으로 단행한 초헌법적 비  상조치로서 유신체제가 성립, 비상국무회의가 그 역할을 대신하면서 막을 내린다.
이후 독재정권하에서 제 역할을 제대로 못한 국회는 13대 국회가 들어서면서부터 서서히 제 모습을 찾아가는데, 87년 6월 민주항쟁의 성과로 얻어낸 대통령 직선제는 이후 여소야대정국을 이끌어냈다. '여소야대' 구도를 형성한 국회는 16년 만에 국정감사를 실시, 5공화국 비리 청문회 등 군사정권 시절에 발생했던 사건들을 세상에 드러냄과 동시에 삼권분립이라는 국회 본연의 역할을 시도했다.
그러나 정치적 이익 앞에 여야의 대립과 갈등은 여전히 계속되어, 14, 15, 16대 국회는 날치기와 몸싸움으로 국민들의 얼굴을 찌푸리게 했다. 16대 국회는 정권장악과 유지를 위한 '의원 꿔주기'라는 후진적 정치행태로 여야간 치열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철새 정치인의 등장뿐만 아니라 과반 의석을 확보한 야당이 자당 의원들의 체포를 막기 위해 무려 17차례나 단독으로 ‘방탄국회'를 연 것도 입법부의 치욕스런 역사로 기록되고 있다.
16대 국회는 정기국회 100일 중 44일간 ‘개점휴업’을 했으며, 파행 이유도 여야의 선거부정과검찰수뇌부 탄핵처리 공방 등 당리당략 때문이었다. 국회는 임기 말인 2004년 3월12일 대통령 탄핵소추를 추진하면서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입법부가 탄핵하는 사상초유의 상황이 벌어졌고, 곧이어 치러진 총선 결과 '여소야대'에서 '여대야소' 구도로 정치판이 재편되기도 했다.
17대 국회는 첫해 국가보안법, 과거사법, 사립학교법, 신문법 등 여당의 '4대 개혁입법'은 야당과 이념전선을 형성, 극한 대립으로 치닫게 했다. 17대 국회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여야는 국민연금법과 사학법, 로스쿨법 처리 과정에서 이념과 정치적 이익을 앞세운 대립이 재현되기도 했다.
정권이 바뀐 현재 18대 국회. 미국발 세계경제위기 속에 광우병파동, 대운하문제 등으로 국민들과 정치인들의 이념대립이 심화되면서, 이전 국회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이번 ‘국회 전기톱사건’으로 구태의연한 정치행태의 망령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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