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조현병, 자폐증, 불안장애가 드러내는 기억, 감정, 행동의 비밀

[시사매거진=여호수 기자] 베토벤, 반 고흐, 슈베르트, 모차르트, 버지니아 울프, 폴 고갱, 헤르만 허세, 마크 트웨인, 어니스트 헤밍웨이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당연히 이들이 세계적인 천재라는 점이 무엇보다 큰 공통점이지만, 이들에게는 '우울증'이라는 단어가 따라다닌 다닌다는 것 역시 공통점이라 할 수 있다.
대중에게 익히 알려져진 천재들 중에는 정신병력, 그중에서도 특히 우울증이나 조중증을 앓았다는 기록이 전해지는 천재들이 다수 존재한다.
영국의 신경정신과 의사 펠릭스 포스트가 예술가 291명의 전기를 연구, 발표한 결과 성공한 미술가와 작가의 3분의 1 이상이 중증 정신장애를 앓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인들은 5% 정도만이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존스홉킨스 대학의 케이 재미슨 교수의 조사에 의하면 20세기의 위대한 예술가들 중 38%가 우울증을 앓은 병력이 있다고 조사됐다. 이는 일반 대중에 비해 7배에 달하는 수치이다.
왜 이토록 많은 예술가들은 우울증 혹은 정신병을 앓는 것일까?
학습과 기억의 신경학적 메커니즘을 밝힌 공로로 2000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뇌과학자, 에릭 캔델이 집필한 책 '마음의 오류들'은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제시한다.
세계적 석학이자 위대한 생물학자로 70년 가까이 인간의 뇌를 연구해온 저자는 그동안 마음의 문제로만 취급되던 자폐증, 우울증, 양극성장애, 조현병, 외상후 스트레스장애가 사실 고장 난 뇌와 관련 있다고 말한다.
책은 '뇌가 마음을 생성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살펴봄으로써, 사회성, 창의성, 기억, 행동, 의식과 같은 인간 본성에 관한 수수께끼를 풀어간다.
과학과 인문학을 융합한 생물학적 통찰이 가득한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우리 자신뿐 아니라 서로를 바라보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게 될 것이다.
정신이나 의식에 관한 철학과 심리학은 결국, 생물학이다.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아픈 뇌에 대해 하나하나 알아가다 보면, 문제는 어느새 내가 아니라 뇌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자폐증, 우울증, 불안, 두려움, 중독, 치매 등 모든 증상들이 단순히 정신적, 심리적 문제만이 아니라 뇌의 문제라는 점을 알게 되면, 과학이 주는 묘한 위안을 받게 된다.
책 '마음의 오류들'을 통해 인간 본성의 그림자를 솔직하게 직면하고, 우리 자신과 서로를 바라보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되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