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가정폭력은 자체적으로 묵인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가정폭력을 범죄가 아닌 ‘가족 내’의 일이라 치부하고 불화나 갈등 정도로 축소시키려한다. 가정구성원 및 주변인들은 피해자에게 오히려 ‘애들보며 참고 살아라’, ‘누구나 이런 일은 한번쯤 겪는다’ 라는 말을 하며 피해자가 모든 것을 수인해가며 살아가는 것을 암묵적으로 강요한다.
또한 가정폭력은 다른 형사법 위반보다 폭력에 대한 죄의식과 사회적 인식이 낮다. 그러나 가정폭력은 가출, 가정파탄 및 폭력성의 세습 등을 가져오는 근절되어야 할 것으로, 사실 보통 폭력죄보다 더더욱 심각한 범죄이다. 실제 연쇄살인범 이춘재, 강호순, 유영철의 공통점은 어렸을 적 가정폭력의 피해자라는 것이다. 통계에서도 교도소에 복역중인 수형자 480여 명을 조사한 결과 살인범과 성폭력범 3명 가운데 2명꼴로 가정폭력 피해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폭력의 세대 간 전이’ 가설을 뒷받침 해주는 결과인 동시에 가정폭력의 부작용을 여실히 드러내주고 있다.
가정폭력 통계 추이는 2015년 4만828건 , 2016년 4만5619건 , 2017년 3만8583건 , 2018년 4만1905건으로 나타났다. 그 가운데 전체 학대 중 ▲신체적 학대 12만 7565건 (80.2%) ▲정서적 학대 2만 9156건 (18.3%), ▲성적학대 884건(0.6%)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누구든지 피해자와 그 가족은 가정폭력 전문 상담기관을 통해 가정폭력 전반에 관한 내용을 상담 받을 수 있다. 가정폭력 상담소에서는 가정폭력 관련 상담뿐만 아니라 가해자 교정치료, 가정폭력 예방교육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가정폭력 상담소는 여성가족부에서 위탁운영하는 여성긴급전화(1366)를 비롯해 경찰청 및 각종 단체 등에서 운영한다. 한국어에 서툰 이주 여성 긴급 지원 센터(1577-1366)를 통하여 여러 나라의 언어로 상담을 받거나 통역 등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우리 제주 동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에서도 가정폭력상담 문의 및 수사를 통해 피해자의 자활 지원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가정폭력 발생 시 현장에 임장해 응급조치, 긴급임시조치 등 법률적 초동조치 뿐만 아니라 피해자 안전 및 신변보호 강화를 위해 ‘원스톱 지원시스템’, ‘응답순찰’, ‘의료기관 연계 지원’ 등 다양한 노력을 기하고 있으니 도움을 요청하면 된다.
이러한 피해자 보호지원정책 및 법률적 조치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정폭력에 대한 인식전환과 사회적 관심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사회가 가지고 있던 남성중심적 사고와 문화, 배우자 폭력을 부부싸움과 동일시 하는 문화를 과감히 버리고 주변인들의 적극적인 신고와 이웃의 관심으로 가정폭력을 근절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제주동부경찰서 오라지구대 순찰2팀 순경 하혜진